오월 아지랑이를 보다 (강상기 시선집)

오월 아지랑이를 보다 (강상기 시선집)

$13.00
Description
“생명 있는 심장은 무엇을 향해 뛰는가”
광막한 삶의 끝, 치열한 생활의 현장에서 써내려간 시편들
뜨겁게 그리고 자유롭게 퍼져가는 한 인생의 울림

1971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래 시력(詩歷) 50년을 맞는 강상기 시인이 전 생애를 걸고 써내려간 76편의 시를 담은 『오월 아지랑이를 보다』를 묶어냈다. 삶의 빛나는 순간을 잡아낸 초기 시편부터 ‘오송회 사건’이라는 국가폭력으로 무너진 삶을 부여잡고 끈질기게 써내려간 시편들, 그리고 기나긴 암투병 와중에 깨달은 초탈에의 의지를 담은 신작시까지 시대와 개인의 삶이 오롯이 녹아든 특유의 시상을 이번 시집에 새겨놓았다.
총 3부로 나누어 묶은 이번 시집에는 “한 남자, 한 사람, 아버지의 생애”(「해설」, 김현)가 깊이 투영되어 있다. 시대의 아픔에 공명하면서도 한 인간으로서의 내면 세계에도 천착하며 나와 우리의 영혼을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강상기 시인의 시 세계 정수가 담겼다. 때로 개인과 세계의 접점에서 거세게 시대를 질타하고, 때로 “공허함과 광막한 삶의 끝, 의식 너머”(2019년 5월, 전라북도문학관 강연)에서 길어 올린 시편들로 삶의 모순을 다정하게 보듬어 안는가 하면, 끝끝내 사랑 희망 초탈의 영역으로 확장해가는 시인의 시적 여정이 온전히 그려진다.
1부에는 “끝없는 길”(「순례자」)에 선 시인이 포착한 생활의 단면들이 날카롭게 그려진다. “한 시대를 통곡하고 싶은 마음”(「통곡」)을 껴안고, “서러울 것도 없는 밥벌이의 추위”(「생활」)와 “저녁에 영혼을 잃고 실려가”는 삶(「겨울 저녁」)에도 “닳은 바지에 드러난/가장의 무릎”(「초승달」)으로 “살아남기 위한 몸짓”(「가을 가까이 내리는 비」)을 멈추지 않는 묵직한 현실이 이 땅의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삶의 풍경으로 되살아난다.
강상기 시인을 이야기할 때면 ‘오송회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2부에서는 “나의 별을 숨기는 먹구름”(「시인의 말」)의 시간을 헤쳐나온 시인의 마음속 풍경이 고스란히 그려진다. 모진 고문의 현장에서도 “심문하는 저놈도 가정을 지키기 위함”이라고 애써 이해하려다 “사는 방법이 저 짓밖에 없을까 슬퍼”한다. 피해자는 “파멸의 인생이 되어 이 사회에 내팽개쳐”지고 가해자에게 “역사는 언제나 저놈들을 비켜”가는 현실을 목놓아 외친다(「통닭구이」). 그리고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여전히 굳건하게 맞선다. “타서 죽을지언정/어둠 속을 헤매지는 않겠다”(「불나방」) 다짐하며 “다시 뭉근하게 뜨거워지길 기다”(「황혼 앞에서」)린다.
3부에서는 어두운 시기를 지나며 가닿은 초월의 세계가 끝닿은 데 없이 펼쳐진다. 지금껏 다른 시집에 실리지 않은 신작시들을 주로 가려 뽑았는데, 단풍 낙엽 모과 장미 백조 코끼리부터 시계 구름 물방울 하나까지 세계를 채우고 있는 수많은 존재 속에 깃든 깊은 묘의(妙意)를 깨우쳐 들려준다. “가시밭길을 걸었기에//마침내/아름다운 꽃”(「장미」)을 피웠다 말하는 시인은 “우연히 바라본 그곳/그곳이 바로 내 집”(「능선에 앉아」)이며, 스스로가 “다만 지상을 떠다니는 구름”(「풀밭에 누워」)임을 자각한다.
“대공분실 이후에도 서정시가 가능할까라는 강상기 시인의 절박한 시적 과업은 이제 개인의 사건이나 정서에 머물지 않고 시대와 타자의 아픔으로, 사랑의 가망성으로, 텅 비어 가득한 초탈에의 의지로 나아가고 있다,”(「해설」, 김현) 한 사람의 전 생애를 걸고 써내려간 76편의 시 한편 한편이 우리들 개개인의 삶의 순간들을 따뜻하게 감싸 안으며 깊은 울림을 선사한다. 나와 가족, 나와 시대를 위해 앞만 보고 걸어온 시인이 낮게 읊조리는 “삶의 뒷모습”(「시인의 말」)이 현실에 깊게 뿌리박은 묵직한 위로로 와닿는다.
저자

강상기

姜庠基
1946년전북임실에서태어났다.1966년월간종합지『세대』신인문학상과1971년동아일보신춘문예로등단하였다.1982년오송회사건에연루되어옥고를치렀고17년간교직을떠나야했다.
시집으로『철새들도집을짓는다』『민박촌』『와와쏴쏴』『콩의변증법』『조국연가』『고래사냥』등이있고,산문집으로『빗속에는햇빛이숨어있다』『역사의심판은끝나지않았다』(공저)『자신을흔들어라』등이있다.

목차

제1부
순례자
파도
구도
화전민
빈터
헐벗은나무
생활
겨울저녁
불귀(不歸)
심인(尋人)
가을가까이내리는비
초승달
할아버지와함께
어머니의모습
신정읍사(新井邑詞)
시계를보며
여행자
뉘우침
너를보내며
가을이후
귀뚜라미
들꽃

제2부
통닭구이
왜?
염전에서
어떤생애
그때이후
추운날
불나방

패랭이꽃
대나무
목련
진달래1
무심(無心)
난초
칡넝쿨
연못
벚꽃그늘에앉아
와불
황혼앞에서
그믐밤
폭포

제3부
독수리
허수아비
하늘
단풍
쓰러진통나무
백조
코끼리
비둘기똥
두모습
결혼식에부쳐
우거진숲
다작의시인에게
묵언(默言)
워낭소리
마라톤
낙엽1
진달래2
석류
백두산
우는사연
어린것들앞에서
모과
나뭇잎행로
물방울하나
시계
능선에앉아
구름찻집
낙타
장미
낙엽2
짐내려놓으며
돋보기장난
풀밭에누워

해설_김현
시인의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