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애, 타오르다 (양장)

최애, 타오르다 (양장)

$14.00
Description
19세 『엄마(かか)』로 문예상 등단, 2020년 최연소 미시마 유키오상 수상!
21세 두 번째 작품 『최애, 타오르다』 2021년 아쿠타가와상 수상
★★★ 2021년 일본 베스트셀러 1위, 50만 부 돌파!!! ★★★

“온 힘을 쏟아 빠져들 대상이 내게도 있다는 사실을 최애가 가르쳐주었다.”
_본문 중에서
“최애가 불타버렸다.”
이 소설의 첫 문장은 강렬하다. 원제를 그대로 살린 제목처럼 ‘불타다’는 온라인상에서 비난, 비판 등이 거세게 일어 논란의 대상이 되었다는 뜻이다. 어느 날 밤, 아카리가 좋아하는 최애 아이돌 마사키는 온라인상 논란의 중심에 선다. 그가 보고 듣고 생각하는 전부를 알고 싶어서, 그의 말이라면 한마디도 빠짐없이 블로그에 기록하고 해석을 해온 아카리는 ‘팬을 때렸다’는 논란에도 최애만을 걱정할 뿐이다.
흔히 한 시절의 열정이나 무모함, ‘현실 도피’나 ‘의존’으로 가볍게 치부되는 마음에 대해 우사미 린은 누구보다도 진지하게 ‘오로지 살아야 할 유일한 이유’인 최애를 사랑하는 아카리의 곁으로 독자들을 불러 앉힌다. 우리는 왜 최애를 만들고 응원하는가. 전 세계의 문화코드로 ‘덕질’을 널리 공유하는 게 일상인 이 시대에, 무언가를 애착하지 않으면 버틸 수 없는, 우리를 살아 있게 하는 그 감정 자체를 깊이 파고든 문학작품은 잘 보이지 않았다. 더불어 사랑의 탄생과 소멸의 과정을 ‘통증’으로 열렬히 앓는 아카리의 심정을 따라가다 보면 무대와 객석 사이, 스타와 익명의 팬 사이라는 거리감이 주는 안정감 안에서 마음껏 애정만을 쏟을 수 있는 관계에 대해 고개를 끄덕이고 마는 순간이 온다.
우사미 린은 한 매체 인터뷰를 통해 “상대에게서 내가 생각한 것과 비슷한 질량의 감정이 돌아오지 않기 때문에, 일방적이라고 해서 ‘틀렸다’는 손가락질을 받거나 야유를 받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다. 아카리는 ‘살아만 있어도 주름처럼 여파가 밀려오는 마이너스 상태’에서 제로 혹은 1이 되기 위해서 어떻게든 필사적으로 노를 젓기 위한 원동력으로, 최애를 응원함으로써 움직이고 살아간다”고 설명했다. 익명의 악의보다 SNS를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다르다고 생각하는 99년생 작가가 세밀하고 생생히 포착해낸 ‘최애의 세계’에 대해 『편의점 인간』의 작가 무라타 사야카는 “소설 속 모든 단어에서 이 작가만이 쓸 수 있는 신경과 세포가 생생하게 전해졌다. 이는 곧 읽는 즐거움으로 이어졌다”고 감상을 밝히며 강력 추천했다.

저자

우사미린

1999년에태어나가나가와현에서자랐다.2019년데뷔작인『かか(엄마)』로제56회문예상을수상했고,2020년제33회미시마유키오상을사상최연소로수상했다.『최애,타오르다』는2020년여름가와데쇼보문예지『분게이(文藝)』에발표되자마자SNS에서큰반향을일으켰다.뜨거운반응에힘입어이례적으로긴급출간을결정,2020년9월단행본으로출간되었다.그리고2021년1월,제164회아쿠타가와류노스케상을수상했다.

목차

최애,타오르다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세태를생생하게그려낸걸작.미래고고학자가꼭발굴해주길바란다.”
―아사이료(148회나오키상수상작『누구』작가)

“강력히추천한다.스물한살,감탄스러운재능이다.”
―히라노게이치로(120회아쿠타가와상수상작『일식』작가)

“뾰족한신발끝에심장을걷어차였을때,주인공이느낀것은도취나충격이나동경이아니라통증이었다.최애를통해자기육체를정화하려는주인공의모습이너무도애절했다.”
―오가와요코(104회아쿠타가와상수상작『임신캘린더』작가)

현실에서아카리는삶의무게를이기지못해늘가라앉는기분이다.학교에서도,아르바이트를하면서도,집에서도누구에게나적응하지못한다는이유로짐짝같은취급을받는다.아카리는자신의존재가무겁고성가시다.
그런아카리가살아가는이유는오로지‘최애를파는데’있다.어린시절최초의기억속에어렴풋이남아있던초록색사람모양에서“어른이되고싶지않아”라고말하는피터팬을똑바로마주한열일곱의어느날로부터최애를향한사랑은시작되었다.사랑을감각한뒤에야아카리는비로소살아있음을느낀다.

제일먼저느낀것은통증이었다.순간적으로깊이파고드는예리한통증,그다음엔밀쳐졌을때오는충격과도비슷한통증.창틀에손을올린소년이방안으로몰래들어와짧은부츠를신은발끝을달랑달랑흔들었을때,그의작고뾰족한부츠끝이내심장을파고들더니무심하게걷어찼다.(중략)하나의통점으로부터쫙퍼지듯이육체가감각을되찾았고,조악한영상에서뿜어져나오는색과빛으로세상이선명해졌다.(15~16면)

피터팬이었던아역배우최애는어느새아이돌그룹의멤버가되어있었다.그를다시발견한순간부터아카리는그에게서헤어나올수없었다.아르바이트를해서번돈으로오롯이CD를사고,굿즈를사고,콘서트를가기위해쏟아붓는다.아카리의일상은최애의활동을중심으로돌아가고,가족도학교선생님과친구들과도쉽게관계맺지못하는아카리는최애를통해휴대폰창너머의사람들과자연스럽게연결된다.

아침에일어나면인사를나누고,월요일아침에는불평불만을늘어놓으며통근이나통학을하고,금요일에‘최애를예뻐하는모임’이라는구실로마음에드는자기최애사진을마구올리며이것도귀엽고저것도귀여워서미치겠다고재잘대며같이밤을새우다보니화면너머로생활을공유하는가까운존재가됐다.여기에서는내가차분하고야무진사람이라는이미지로통하듯이어쩌면다른사람들도실제자신과는조금씩다를지도모른다.그래도반쯤픽션인나로참여하는세계는따스했다.모두최애를향해사랑을외치는것이일상생활에뿌리를내렸다.(41면)

그러던어느날,최애가온라인상에서논란에휩싸였다.팬을때렸다고한다.일파만파퍼지는말들사이에서아카리는판단이어렵다.그저지금이순간최애가걱정이될뿐이다.자신이할수있는일이라고는최애를더욱철저하게응원하는것밖에없다고생각했는데…….‘최애’를원동력삼아무기력함속에서가까스로버텨온아카리는어떤선택을내릴수있을까.
아카리에게모든것을빼고도남은‘척추’가최애라면,아쿠타가와상수상후기자회견에서우사미린은“소설이저의척추이고,소설이있어서살아갈수있다고생각해왔다.앞으로도변치않고전력으로써나가겠다”는포부를당당히밝혔다.
대상이무엇이든그누구든‘최애’로삼고사랑하고그들의성취를함께느끼며‘최애의시절’을보내고있을사람들에게는『최애,타오르다』속에서자신의일상모습을발견하고소름이돋을지도모르겠다.어쩌면이해할수없었던‘그들의세상’속사람들의간절함이마침내마음깊은곳에서부터이해에다다를수도있다.그것은어쩌면문학작품에주어진역할일것이며,2021년이시대최신의세태소설로이한권의소설은더없이완벽하다.

리뷰)언젠가이사랑을떠올리며웃기를
문학평론가황예인

『최애,타오르다』는십대여학생아카리가아이돌그룹의멤버마사키를사랑하면서일상생활의어려움과어른들의몰이해를버텨나가다가,그사랑이끝나자결국무너져내리는이야기다.혹은이렇게말할수도있겠다.삶에서누군가를사랑하는일외에는모든것을제거하고자했던,순전히‘척추’만을남기려고했던선택때문에기어이망가지고마는이야기라고.
그렇다면사랑이살렸다는걸까,아니면망쳐놓았다는걸까?한사람의고유한목소리가담긴이야기를요약하는일은아무리그럴듯하게해내더라도이내찜찜한기분에휩싸이게만든다.마치녹음된나의목소리를들으면어색해지는순간처럼.내안에서울려퍼지는목소리,오직내귀에만들릴뿐인이소리를누군가에게들려줄수있을까?우사미린이원했던것은아마그런것이었으리라.자신의몸을가눌수없을만큼무거워하고생명의증거로자라나는손발톱을지긋지긋해하는,이세상의중력을거스르고싶은여자아이의목소리를있는그대로들려주는일말이다.
아카리가마사키를‘최애’로삼고응원하게된때는열여섯살로,그가어린시절출연했던연극「피터팬」의디브이디를발견하면서부터다.영상속,뾰족한부츠를신고방에찾아온그를보며아카리는아주예리하고생생한통증을느낀다.더불어흐리멍덩했던세상도선명해진다.이사랑은숨만붙어있던육체에살아있다는명징한감각을일깨워주며,그렇게한사람을다시태어나게만들면서시작된다.
이때아카리가택한사랑의방식은해석이다.그는최애와관련된자료라면무엇이든모으고남김없이기록하면서최애를통째로해석하고자한다.그결과아카리는다른멤버가최애인척하며쓴댓글을한눈에알아보거나,최애가인터뷰도중에보일반응을앞서서정확히예측할만큼그에게정통하게된다.성실하고꾸준한해석속에서아카리는언젠가“최애가‘아무도이해하지못해’라며밀어낸,그가느끼고바라보는세계”(27쪽)를저또한볼수있게되기를간절히바란다.
그러므로최애가논란의중심에섰을때아카리가고통받는이유는최애에게예정된몰락때문이아니다.물론팀내인기순위의하락과팀해체라는연쇄적인불행속에서그는지옥에떨어진것처럼괴로워하지만,무엇보다그를힘겹게만드는것은해석에생긴공백이다.아카리는타인과일정한거리를유지한다고공언하던최애가어째서팬을때렸는지이해할수없다.해체를알리는기자회견에서최애의말을“아무리받아적어도속내는보이지않”(112쪽)아서막막함을느낀다.이제껏아무런문제없이작동해왔던최애를향한아카리의해석이멈춰선다.
아카리는충동적으로그가사는맨션에찾아간다.그동안일정한간격이주는다정함과평온함에만족해왔지만,기존의방식으로는더이상최애를해석할수없었으니까.하지만그곳에서맞닥뜨린것은다름아닌사랑의종말이다.아카리는빨래를널러나온사람을보며,자신이필사적으로모아온방대한자료가아니라한벌의셔츠나한켤레의양말에오히려한인간의현재가담겨있음을깨닫는다.이제최애는체온과체취가느껴지는가까운거리에서누군가의시선을받게될것이다.아카리는비로소최애가인간이되었음을받아들인다.
삶의감각을일깨우며사랑이시작되었듯,이사랑에는당연히죽음의순간도포함되어있다.아카리는맨션에서벗어나묘지근처를헤매다가,절단된국화꽃에서풍기는상처난식물의냄새를맡고세상을떠난할머니의욕창을떠올린다.그는자신을태어나게하고또살아가게해주었던사랑이끝나버렸기에결국은자신이죽어버렸다는진실에까지이른다.집으로돌아온아카리는폭발하는최애를상상하며바닥에면봉케이스를집어던지고는,화장(火葬)후뼈를수습하듯면봉을줍는다.그러곤이때네발로엎드린자세를이후취할삶의태도로정한다.탄생,죽음그리고다시펼쳐져야하는또다른삶,여기까지가바로이사랑이미치는범위일것이다.
언젠가이사랑을떠올렸을때아카리는어떤생각을하게될까?나는그가환하게웃기를바란다.그는열여섯살에최애를사랑하게되었다고했지만더정확하게말하면,이사랑은네살때의기억을되살려내며시작된것이다.어린시절아카리는최애가나왔던연극을직접본적이있다.무대를박차고날아오르던최애처럼그역시제자리에서몇번씩뛰어보았고,그순간깃든가벼움이십이년의시간을지나그에게로되돌아온것이다.그러니또네발로기어가듯살아가다가도잊고있던어떤감각이아카리에게찾아오기를.사랑은끝나지않고반복된다는것을경험하기를.
다시처음의질문으로돌아와,이사랑은살린걸까,아니면망친걸까?파괴하기위해고른것이고작면봉케이스에불과해서,또그와중에뒤처리까지염두에두어서아카리는자신을조소했지만나는어쩐지그편이마음에들었다.이사랑은그를다시한번살게했을뿐만아니라,세상에대한태도를스스로결정하도록이끌었으니까.그런게언젠가아카리가최애의눈빛에서느꼈던“거대한에너지가솟구치는것”(20쪽)이가아니라면무엇이란말인가?아무리미약해도솟아오르는방향만은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