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고르고 고른 말 : 카피라이터·만화가·시인 홍인혜의 언어생활

$16.00
Description
다정한 말, 아픈 말, 용기 내는 말, 유쾌한 말…
말에 기대어 어제를 견디고 오늘을 위로받는 당신을 위한 언어 에세이
카피라이터로 일하고, 만화가로 「루나파크」를 그리며, 시인으로 글을 쓰는 홍인혜의 리드미컬한 말의 세계
수많은 말 중에서 가장 좋은 말만 고르고 골라 이야기를 전하고자 성실히 노력해온 카피라이터, 만화가, 시인 홍인혜의 언어 에세이 『고르고 고른 말』이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국민일보와 한겨레신문에 연재해온 칼럼에 새롭게 글을 보탠 이 책은 정곡을 찌르는 메시지와 빈틈을 파고드는 유머로 말에 대한 이야기를 펼친다. 일상툰 ‘루나파크’로 독자들과 끈끈한 공감대를 형성해온 홍인혜는 말의 세계가 늘 궁금했다. 작은 태양계처럼 말의 인력에 이끌린 듯 그 주변을 빙글빙글 돌면서 광고를 만들고, 만화 속 말풍선을 채우고, 다양한 곳에서 강연하다가 2018년에는 시인으로 등단했다. 날마다 말을 닦고 기름칠하다가 마침내 말이 취미이자 특기이고 놀이이자 밥벌이인 언어생활자가 된 것이다.
홍인혜가 쓴 5년 만의 신작 『고르고 고른 말』은 일상과 여행, 사람과 일 사이에서 주고받은 언어 중 특별히 애정한 말들을 엄선해 내밀한 이야기로 풀어낸 에세이다. 정말 값진 말은 상처 입은 나를 따뜻한 품으로 잡아당기는 엄마의 한마디, 할아버지가 보낸 문자 메시지 한 통, 나를 잘 아는 친구와의 평범한 대화, 여행지에서 우연히 만난 인연 속에 있다. 그 말들은 내 곁에 켜켜이 쌓여 나를 지킨다. 지치고 힘들 때면 언제고 꽉 잡아주겠다는 듯이 내 안에 살아 숨 쉬며 어디서든 꺼내어 볼 수 있도록 살뜰히 나를 돌본다. 그렇게 우리 마음속에 안착한 말들은 저마다의 사연을 품고 시간을 견디다 적재적소에 꼭 필요한 목소리로 다시 태어날 것이다.

“평소에 나는 카피를 쓰고 시를 쓴다. 카피는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려 애쓰는 유혹의 언어다. 시는 읽는 사람들의 가슴에 안착하려 애쓰는 두드림의 언어다. 둘 다 많은 공력이 필요하다. 한 문장에 몇 시간도 걸리고 몇 달도 걸린다. 하지만 진심을 담은 다정한 말 한마디는 그토록 공력을 기울인 문장들보다 신속하게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고 확실하게 사람의 가슴을 두드린다.” (254면 「언어의 기적」 중에서)

“사려 깊은 말과 가까이할 때 비로소 우리는 좋은 삶을 산다”
공들인 한마디가 건네는 섬세한 사랑과 눈부신 감동

더 나은 나로 살아가기 위해 매일 말의 섬세한 결을 들여다보는 언어생활자 홍인혜가 수집한 말에는 삶을 대하는 너그러운 태도가 담겨 있다. 애착을 가진 것에 이름 지어주기를 좋아하는 그는 이름이 붙는 순간 특별해진다는 이유로 다양한 술이 구비된 자신의 집을 ‘루나 칸티나’(Luna Cantina, 스페인어로 달의 선술집이란 뜻)라고 명명한다. 치매를 앓던 할머니가 기억이 흐릿해지는 중에 손녀 홍인혜에게 기적처럼 건넨 “이쁘지, 그럼 안 이뻐?”라는 말 한마디를 귀하게 여기고, 자존감이 떨어져 시무룩해 있으면 “너는 나의 시인이야”라면서 용기를 북돋워준 친구의 말을 되새긴다. 여행지에서 선의를 베풀며 보살피는 말을 아끼지 않은 사람을 기억하고, 불안으로 휘청거릴 때마다 조건 없는 사랑을 담은 엄마의 응원 한마디를 떠올린다.
이처럼 상대에게 투명하게 가닿는 말이란, 시큰둥하고 냉소적인 우리를 밝고 따뜻한 곳으로 끌어내는 무한한 사랑이자, 갖은 실수와 실패에 의기소침해진 우리를 회복시켜주는 다정이다. 이러한 말들과 온전히 마주하는 경험은 결국 오랫동안 감춰온 나의 작고 여린 마음을 오해 없이 이해하고, 더 나아가 내가 받은 애정과 위로를 남에게 그대로 돌려주고 싶게 만든다. 실로 말의 힘이자 언어의 기적이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면 서로가 서로를 키운 말들이 인간을 얼마나 용감하고 단단하게 만드는지 알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는 말을 매개로 조금씩 신뢰를 쌓으며 좋은 사람이 되어간다. 좋은 삶을 살게 된다.

“그 말은 고래였다. 불안의 해일에 일렁이는 내 등을 받쳐 부드럽게 나를 수면으로 올려주는 고래. 그 말은 손이었다. 불안의 파장에 고막이 울려 사방으로 비틀거리는 내 귀를 막아주는 따뜻한 손. 그렇구나. 엄마는 내가 결혼하길 바란 것이 아니라 행복하길 바란 거였구나.” (49~50면 「불안의 파동이 밀려올 때」 중에서)

조금 쑥스러워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공들인 말 한마디를 건네보자. 그 말은 어수선한 마음을 잠재우고 우리 주위를 밝게 비추며 반짝일 것이다. 행복이란 분명 이런 모양일 거라는 듯이 선명하게.

저자

홍인혜

광고회사TBWA에서일했고,홈페이지루나파크를만들어만화를그려왔고,2018년시인으로등단했다.지금은회사를떠나다양한분야의창의노동자로살아가고있다.여러마리의토끼를쫓느라늘힘에부치지만모든토끼가사랑스러워걸음을늦출수가없다.지은책으로는『혼자일것행복할것』『루나파크옷걸이통신』『지금이아니면안될것같아서』『루나파크』등이있다.

트위터/인스타그램@l...

목차

프롤로그_고르고고른첫마디

1부.내게번진말
(희망의말)꽝!다음기회에
(다독이는말)어제저녁뭐먹었어?
(유희의말)단어올림픽
(선배에게배운말)헌몸과정든몸
(나를울린말)생각없이밝아
(각별한말)이름난집
(붙드는말)불안의파동이밀려올때
(인식하는말)민트감각
(현실바깥의말)낭만은여행필수감정
(낙관의말)프렌드,투게더
(꺼리는말)두려움을입에올리면
(위로의말)팔자입니다
(소원하는말)감정자신감
(도식적인말)알고리즘은알고있다
(결핍의말)프다

2부.우리가말을섞을때
(온기의말)다정함은식지않아
(지극한말)아꼬와,아꼬와
(우정의말)나는너의시인
(마지막말)이쁘지,그럼안이뻐?
(신파적인말)사물에붙들리다
(충만한말)이토록혼자
(불리는말)너의직함은
(격려의말)아직멀었다는데
(그리움의말)보고싶다는말대신
(깨닫는말)우리는모두입체다
(옮기는말)운곡할아버지
(섬세한말)어떻게신경을안써
(꾸며낸말)즐거운거짓말
(뜻밖의말)아름다웠어요

3부.언어일상사
(카피라이터의말)나의첫카피
(시인의말)시가쏟아지던말
(맛보는말)말에는맛이있다
(승리하는말)퇴사가아니라졸사입니다
(취기어린말)원하는바있습니다
(허락하는말)막살이자격증
(타인의말)말과상대하기
(나를웃긴말)선생님말씀하기를
(나대는말)배움의전능
(단단한말)권위앞의품위
(전능한말)세계는기지개를켠다
(털어놓는말)업자의진정성
(실수한말)오탈의추억
(능동의말)좋아함의기적
(토닥이는말)운이좋은시인

4부.내가던진말
(인간적인말)손을떠는영웅
(경이로운말)언어의기적
(평등한말)로컬랭귀지
(거리에흔한말)입에붙어야말이지
(진화하는말)도둑에서이웃으로
(억지로삼킨말)다물어야하는존재
(지어낸말)가책비용
(습관의말)사람의말머리
(넓게보는말)태풍은어디에나온다
(돌아보는말)사계절을사랑하세요?
(외치는말)악은능력이아니다
(이기적인말)지구의위기
(당당한말)설명하지않아도
(넉넉한말)오늘도조금성글어졌다

에필로그_우리가담은말들

출판사 서평

“사려깊은말과가까이할때비로소우리는좋은삶을산다”
공들인한마디가건네는섬세한사랑과눈부신감동

더나은나로살아가기위해매일말의섬세한결을들여다보는언어생활자홍인혜가수집한말에는삶을대하는너그러운태도가담겨있다.애착을가진것에이름지어주기를좋아하는그는이름이붙는순간특별해진다는이유로다양한술이구비된자신의집을‘루나칸티나’(LunaCantina,스페인어로달의선술집이란뜻)라고명명한다.치매를앓던할머니가기억이흐릿해지는중에손녀홍인혜에게기적처럼건넨“이쁘지,그럼안이뻐?”라는말한마디를귀하게여기고,자존감이떨어져시무룩해있으면“너는나의시인이야”라면서용기를북돋워준친구의말을되새긴다.여행지에서선의를베풀며보살피는말을아끼지않은사람을기억하고,불안으로휘청거릴때마다조건없는사랑을담은엄마의응원한마디를떠올린다.
이처럼상대에게투명하게가닿는말이란,시큰둥하고냉소적인우리를밝고따뜻한곳으로끌어내는무한한사랑이자,갖은실수와실패에의기소침해진우리를회복시켜주는다정이다.이러한말들과온전히마주하는경험은결국오랫동안감춰온나의작고여린마음을오해없이이해하고,더나아가내가받은애정과위로를남에게그대로돌려주고싶게만든다.실로말의힘이자언어의기적이다.이책을다읽고나면서로가서로를키운말들이인간을얼마나용감하고단단하게만드는지알게될것이다.그렇게우리는말을매개로조금씩신뢰를쌓으며좋은사람이되어간다.좋은삶을살게된다.

“그말은고래였다.불안의해일에일렁이는내등을받쳐부드럽게나를수면으로올려주는고래.그말은손이었다.불안의파장에고막이울려사방으로비틀거리는내귀를막아주는따뜻한손.그렇구나.엄마는내가결혼하길바란것이아니라행복하길바란거였구나.”(49~50면「불안의파동이밀려올때」중에서)

조금쑥스러워도사랑하는사람들에게공들인말한마디를건네보자.그말은어수선한마음을잠재우고우리주위를밝게비추며반짝일것이다.행복이란분명이런모양일거라는듯이선명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