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모든 순간이 시였다 (박신규 산문집)

당신의 모든 순간이 시였다 (박신규 산문집)

$17.00
Description
“시적인 순간이, 그 영원의 한순간이 당신을 찾아가기를……”
시의 비밀을 밝히는 스물여덟 통의 편지
2010년 『문학동네』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해 시집 『그늘진 말들에 꽃이 핀다』를 펴내며 처연한 아름다움이 깃든 시세계를 펼친 박신규 시인이 첫 번째 산문집 『당신의 모든 순간이 시였다』(미디어창비)를 펴냈다. ‘시간 투자할 데 많은 이 시대’에 밀려 희미해져가는 ‘시의 시절’을 다시 밝히기 위해 시인이자 출판인으로서 고군분투했던 삶의 기억을 빼곡히 담았다. 시에 대한 무한한 애정으로 써내려간 산문들은 “시의 비밀을 밝히는 등불”(정호승, 추천사)이 되어 어려울 것 같은 시의 세계에 한 발 더 가까이 내딛을 수 있게 한다.
매순간을 맑고 아름다운 시의 눈으로 살아온 저자의 삶을 통과해온 시들, 그 시들과 함께했던 한 인생을 따라 읽다 보면 독자들은 비로소 시와 삶이 하나가 되는 진경을 만나게 된다. “시적 순간이 올 때마다 한 편씩이라도 시를 읽으며 보낸 삶은 그렇지 않은 일상보다 훨씬 더 눈부시고 따뜻해질 것”이라고 말하는 저자의 안내를 받으며 빛나는 시편들을 새롭게 가슴에 담고, 인간과 인생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당신이 외롭고 아플 때마다 시가 함께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부치는 편지”이기를 바라는 따뜻한 마음 앞에서 지치고 힘든 하루를 견뎌낼 깊은 위로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저자

박신규

전북남원에서태어나중앙대문예창작학과와동대학원을졸업했다.2010년『문학동네』로작품활동을시작했고,시집『그늘진말들에꽃이핀다』(2017)와산문집『당신의모든순간이시였다』(2022)를펴냈다.

목차

작가의말_시로쓰는편지

1부사랑의미열이내릴때
단한그루나무의음악_사이토마리코「미열(微熱)」
첫키스는탱자맛_유하「참새와함께걷는숲길에서」
나를비워야비로소가닿을수있는당신_박형준「저곳」
그대와나사이에푸른염소_백무산「꽃가루가바람을타고가듯이」
나는당신과하나입니다_엘리자베스헬란라슨『나는죽음이에요』
끝이나기때문에사랑하는것_고형렬「맹인안내견과함께」
보고싶다고생각하는순간더보고싶어지는사람들_안도현「통영서호시장시락국」
꽃이떨어지고청춘이다져버린다한들_문태준「비가오려할때」,김시습「잠속으로빠져들다〔眈睡〕」
가장어리석고가엾은사람곁에남아_신경림「낙타」

2부당신과함께한침묵의푸른빛
말과말사이,새가날고꽃이피고별똥별진다_김사인「꽃」
시인으로죽는다는것_김태정「물푸레나무」
시를살아내고앓아낸다는것_박영근「이사」
웃음뒤에숨은눈물에서흘러나오는_안현미「이별의재구성혹은이별의재구성」「와유(臥遊)」
당신은무엇을볼수있는나이인가_이면우「거미」,이문재「소금창고」
그가지나가는자리마다건반현이울렸습니다_문인수「이것이날개다」
나무와꽃과새는모두멸종위기_김중일「새」
꽃잎에흔들리고바람에선동당하는시_송경동「사소한물음들에답함」
시를잘쓰는법이있나요_박준「일요일일요일밤에」

3부우리가살아갈모든순간들
문득가던길을의심하며뒤를돌아다보면_김중식「이탈한자가문득」
뜨겁게움직이는침묵,손의언어_김종삼「묵화(墨畵)」「장편(掌篇)2」
살아버린당신,또살아가야할당신_장석남「수묵(水墨)정원1」
우리가사투리로말해야할때_이대흠「오래된편지」
청춘은평생을뜨겁게지나가고있습니다_김경미「비망록」,허수경「불취불귀(不醉不歸)」
목숨가진모든존재를위하여_나희덕「어린것」
미신,아름다운우리의이야기_박성우「갈미할매와내신수(身數)」
왜곡과싸우는현재,기억이기록하는미래_함민복「숨쉬기도미안한사월」
태어나보니피와살을씹어먹고있었어요_김언희「태어나보니」
‘미루나무’의폭력,‘미류나무’의불길_박신규「미류를부를때」

작품출전

출판사 서평

“이것이내가,당신이순간순간을,하루하루를
지나온시간보다더사랑해야하는이유입니다.”
비로소당신에게가닿는투명하고진득한시들의풍경

“시가늘곁에머물러있던거짓말같은시절”을지나왔다고고백하는저자는누구에게나찾아오는시적인순간을독자들또한온전히알아챌수있었으면하는간절한바람을담아우리의무뎌진감각을일깨우는이야기들을펼쳐보인다.우리의가슴한켠을그윽하게수놓았던시와그에얽힌삶의이야기를하나의꼭지로구성해3부에나누어실었다.
1부‘사랑의미열이내릴때’에는누구나한번쯤경험했지만미처포착하지못했던빛나는일상의단면들을포착한글들을실었다.저자의진솔하고울림있는체험과날카로운통찰이더해져시에대한이해를풍부하게한다.첫번째글‘단한그루나무의음악’에서는사이토마리코시인의시「미열(微熱)」을불러와,한그루나무를바라보며때로는사랑을맹세하던나무이자때로는아들의사망소식을듣고울다가던사람들의절망과슬픔이담긴나무임을되새기며그안에담긴‘세계와우주’를간파해낸다.그런가하면반려동물의마지막모습을담은김사인시인의시「좌탈(坐脫)」과고형렬시인의시「맹인안내견과함께」를연결하며동물과사람간의관계를다루는시들의기민한감수성을파헤치기도한다.여기에음식에짙게배어있는추억을떠올리며“음식의입맛은물론언어의입맛도살려”주는시로안도현시인의시들을소개하고,내몽골을여행하다만난“고행하는성자”낙타를떠올리며신경림시인의시「낙타」를가져오기도한다.미세먼지와황사가일상이된현실에서,수행하는구도자의모습을닮은시가조금은우리의답답함을덜어주며숨쉴수있는틈이되길바라는마음을담아.이렇듯저자의내밀한통찰을거친일상은어느새보편의이야기로확장되어어제와같은오늘을살아가는우리에게잔잔한파문을일으키기시작한다.
2부‘당신과함께한침묵의푸른빛’은저자의한시절이되어준시인들과의추억과그들의시안에감춰진말들의기록이다.1980년대민중시를대표하는김태정시인의장례식에참석해그의시「물푸레나무」처럼‘따스한빛깔로주변을물들였던’생전고인의행적을들으며눈시울을붉히는가하면,안현미시인의시를읽으며저자가지켜본그의치열한고투가시의힘으로전이됨을느끼기도한다.절친한후배시인인박준의시를읽으며저자가편집장으로근무할때수많은죽음을배웅하며느꼈던복잡한감정들을비로소추스르는모습과‘현장과길바닥에서시를쓴’송경동시인의“뜨거운삶과노동”을기억하며그의시를다시금바라보는장면도자못인상깊다.이처럼누구보다시를둘러싼세계를깊이있게마주하고숙고하는저자이기에그가풀어놓은이야기들은우리가일상에서보아야만하는장면들을끊임없이환기하며독자들을시속으로자연스레이끈다.
3부‘우리가살아갈모든순간들’은시로단련한예리한감성을사회로뻗음으로써결국에는내일에대한기대와희망을품는이야기들이담겨있다.일례로사투리로쓰인이대흠시인의시「우리가사투리로말할때」를소개하며표준말에비해사투리를고리타분하게여기는일련의모습과‘편집자’와‘미화원’‘역무원’처럼“‘자(者)’와‘원(員)’을쓰”며직업군전체를폄하하는단어의시대감수성에문제를제기한다.미신을소재로한박성우시인의시「갈미할매와내신수(身數)」를읽으면서는토속적인우리것들이변방으로밀려나는씁쓸한현실에아쉬움을토로하고,오래된상상력을고수하며가꾸는노력의필요성을소신있게밝히기도한다.이밖에도세월호,환경문제,코로나19등우리사회의현안을이야기하는시들을소개하며이어지는부끄러운반성은흩어진점처럼따로떨어져있는우리들이실은연결되어있음을자각하게만들며사회의구석진부분까지나아가는깊은관심을샘솟게한다.

“작고사소한말과대상들을지나치지않고잠깐멈춰서오래바라보고명상을해보는것만으로도이미당신은문학을‘하고’있는것이며,색다른삶을살기시작하는것입니다”라는저자의말처럼,시한편을읽는일은삶의고단함에서잠시벗어나시속으로눈을돌리는여유를선사한다.이여유가삶전체를단숨에바꾸지는못하더라도,시의언어에귀를기울이는그숭고한몸짓이당신안에이미존재해왔던시들의순간을불러일으키는시작이될것이다.어느때보다속도가미덕으로여겨지는시대,가늠하기어려웠던시의매력에은근하고찬찬히빠져들게하는이책을통해오래도록남는진한여운을새롭게느껴봐도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