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은 노래하듯이 (양장)

계절은 노래하듯이 (양장)

$16.00
Description
제주에서 귤나무와 함께하는 시인 오하나의 1년 열두 달의 기록
“아늑한 숲과 투명한 바다, 싱그러운 귤나무의 소식을 당신에게 보냅니다”
12월이 되면 제주의 농원 곳곳은 크리스마스트리에 매달린 따스한 전구처럼 귤이 주렁주렁 달린다. 귤 수확기에는 일손을 돕는 친구들과 함께 작업복을 입고 손때 묻은 장갑을 낀 채 한 그루씩 맡아 가위로 열매를 딴다. 광주리에 귤들이 툭, 툭, 떨어지는 소리는 차곡차곡 쌓아온 한 해 농사의 결실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는 노랫소리 같다. 귤나무를 돌보며 살아 있는 것들을 보듬고 기록하는 시인 오하나가 계절의 변화에 맞춰 제주 생활을 기록한 에세이 『계절은 노래하듯이』.

저자

오하나

2013년교토대학에서식물다양성연구로석사학위를받았다.한국에돌아와감귤농사를지으며글을써왔다.아름다운존재를담아고유한세계를여는걸좋아한다.제주에서시를쓰고,감귤나무를돌보고,꽃을하고있다.시집『별사탕가게』『아가풀과노루별』등을냈다.

목차

초대
따뜻한숨,너그러운마음
방학
실놀이
바람이불어와야할땐불어오기를
낮이길어지다
평화
뿌리
여름의문턱
초록
비치코밍
멧비둘기의고향집1
더위에쏘이다
이게말이되나?
축하합니다
꽃은어디에있을까
멧비둘기의고향집2
인연의열매
어느무구한하루
보은
북서풍을타고겨울이왔다
소설
수확
무제

작가의말

출판사 서평

반려견보현,노래만드는남편,고양이자두와황두,멧비둘기바비와루시…
제주북서쪽바닷가에,지은지20년이넘은소박한집에깃든소중한생명들
모든존재와더불어살아가고,자연의속도에맞춰호흡하고감사하는삶에대하여

★시인안희연,뮤지션요조추천★

“나와당신,우리의작은개가얼마나고유한꼭짓점들이며,그렇게이루어진삼각형이얼마나단단한세계인지를보여주는이야기.갈피마다빛이일렁이는사랑의책이다.”-안희연(시인)

“과거의귤나무와미래의멧비둘기가아무렇지않게공존하는그의동근세계를읽다보면슬그머니나의영혼도곁에같이세워두고싶다.”-요조(뮤지션,작가)

12월이되면제주의농원곳곳은크리스마스트리에매달린따스한전구처럼귤이주렁주렁달린다.귤수확기에는일손을돕는친구들과함께작업복을입고손때묻은장갑을낀채한그루씩맡아가위로열매를딴다.광주리에귤들이툭,툭,떨어지는소리는차곡차곡쌓아온한해농사의결실에응원의박수를보내는노랫소리같다.귤나무를돌보며살아있는것들을보듬고기록하는시인오하나가계절의변화에맞춰제주생활을기록한에세이『계절은노래하듯이』를미디어창비에서출간했다.
눈내린삼나무숲을거닐며다가올일년을어떻게채울지궁리하는소한(小寒)을시작으로봄의시작을알리는입춘(立春),여름의문턱에서순백색의귤꽃이만개해농원이하얗게빛나는입하(立夏),초록행성같이동그란풋귤이나무에대롱대롱맺히는처서(處暑)그리고모든수확을마치고맞이한겨울밤이야기를품은동지(冬至)까지…오하나가알알이골라기록한제주의하루하루는잿빛건물속에서바깥의날씨도잊은채가쁜일상을살아가는우리를잊고있던자연의빛깔과내음,눈부신풍경으로초대한다.계절의순간을포착해세밀화를그리듯세심히관찰해온오하나는다음변화를차근차근준비하는자연의속도에맞춰순리대로살아보는삶을넌지시건넨다.오하나의글을읽다보면,우리는무엇을위해어디를향해달리고있는지도모른채쫓기듯살고있지는않은지스스로를돌아보고,잠시멈춰서서숨을고르게된다.

“지구가태양주위를돌며일으키는계절과바람의리듬에맞춰서세세하게움직이는만물의순간을포착하며제가얻은건밝은마음이었습니다.이유는자연이늘환하고다정해서가아니라때론매섭고생명을앗아갈만큼가차없더라도모든순간이진실한데있는듯합니다.”
(「작가의말」중에서)

『계절은노래하듯이』를통해태어났다가죽고,긴숨결이되었다가구름이되고,빗방울이되어대지위로떨어지는생명의순리를받아들이고마음깊이이해하는일이얼마나경이로운지천천히음미해보자.

“나무는멈춰있지않고움직이는중이니까,우리도멈출수없다고생각하면서.”

푸른바다를면한낡은집에서새벽마다따뜻한보이차를앞에두고남편과마주앉아음악을듣고,매일반려견보현과산책하고,해변에서친구들과바다쓰레기를줍는오하나는한때대학원에서식물을연구한적있는시인이다.멸종위기동식물을연구하며지구의사라져가는아름다움을붙잡고싶다는꿈을실현하기위해들어간실험실에서막상야생화에인공조명을쬐고농약을치는현실에자괴감을느꼈던지난날은먼과거가되었고,지금은사랑하는자연과한데뒤섞여살고있다.
9년전서울의북촌에서남편과보현을만난뒤,함께제주로내려와보금자리를꾸려왔다.오두막을짓고귤밭을돌보는동안모진날씨와초보농사꾼의실수때문에나무가병들고말라죽는경험은여간고통스러운일이아니었다.

“그러나이런일은거듭겪으면서우리힘으로는어찌할수없는것,노력했지만안되는건담담히받아들이고앞을보는연습을했다.나무는멈춰있지않고움직이는중이니까우리도멈출수없다고생각하면서.더욱이나무선생님은서툰학생에게뭐라하지않고,기회를다시주시기까지하니까.”
(「바람이불어와야할땐불어오기를」중에서)

그와중에나무를뒤덮은노박덩굴아래쌍살벌이집을짓고,나무아래까투리가찾아와알을품고,풀숲주변으로신이난방아깨비들이뛰어다니는등많은생명이농원을찾아와더많은생명을낳으며세대를이어갔다.귤나무도언제그랬냐는듯상처를회복하고인간이준것보다더큰선물로깊은맛의열매를내어놓았다.자연이탄생과죽음,아픔과치유를되풀이하며본연의생을사는것처럼오하나도고된노동현장에서이름모를벌레,억센풀을온몸으로부딪치다보면어느새훌쩍크고짙어진자신을발견할수있었다.
『계절은노래하듯이』에서는친환경으로짓는농사가결코동화속예쁜이야기가아님을보여준다.그럼에도인간과온갖곤충,미생물이다함께힘을합쳐알차고건강한귤이맺힐수있도록나무를돕는이야기는바로여기,지금이아니면만날수없는생생한아름다움이다.받은만큼내어놓는,힘들고괴로운만큼기쁨과감동을선사하는자연은말한다.최선을다했음에도메울수없는빈틈을받아들이고,서로의체온에기대어모자람을채워주는존재들덕분에삶이유연하고단단하게지탱되고있다고.

이곳에서우리가할일이란
곁에있는존재에기대어마음을회복하기

작가의집앞마당에자리한소나무위에는솔잎을깔아만든집이있다.처음에는멧비둘기페이,티엔이그곳에둥지를틀었고,메이와쥰이태어났다.어느초가을에는장미와바비가태어났고,다음해에바비가데리고온멧비둘기에게루시라는이름을지어주었다.그뿐아니다.검은고양이자두와노란줄무늬고양이황두가마당과담을자유롭게넘나들었고,4월첫날전후로는긴비행을마치고바다마을을찾은제비인제돌이와제순이가현관벽에진흙덩이로집을짓기도했다.
오하나와남편과보현이사는집은목적지까지먼길을가야하는철새들에게휴식을제공하는중요한기착지이자길위에사는고양이에게안전하게비를피하고먹이를구하며느긋하게잠들수있는안식처다.자연에서는생김새가달라도서로에게얼마든지곁을내어줄수있고,그렇게안심하며쉴수있는공간에는다양한친구들이언제든지시끌벅적하게모여든다.그렇게모인우리는매일자라고,꽃피우고,사랑을나눌것이다.자연이그러하듯이.곧봄이온다.

“한없이한없이밀려오는안도감과감사함이다.아무도다치지않았다.친구들이있어서버틸수있었다.귤을전부무사히떠나보냈다.나무들이올해도꿋꿋하게버티며힘을내주었다.너무많은일을했으나정작내가한건한가지도없는것같은,다시‘0’으로돌아온듯한기분이다.”
(「수확」중에서)

아마도나는이런글을기다려왔던것같다.도시의소란을벗어나자연과더불어살아가는이야기.나와당신,우리의작은개가얼마나고유한꼭짓점들이며,그렇게이루어진삼각형이얼마나단단한세계인지를보여주는이야기.생명,시,음악,순환,섭리,이해,우정,기도와같은단어들을자전축으로삼은이찬찬한고백앞에서영혼의눈과귀가씻기는기분이었다.갈피마다빛이일렁이는사랑의책이다.
-안희연(시인)

아직나에게는낯선24절기의테두리가자연을만지고살아가는오하나작가에게는지극히편안해보인다.한바퀴돌아다시제자리로돌아오는단순한순리를따르며그는누구보다먼곳에,누구보다촘촘히다녀오는것같다.과거의귤나무와미래의멧비둘기가아무렇지않게공존하는그의동근세계를읽다보면슬그머니나의영혼도곁에같이세워두고싶다.
-요조(뮤지션,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