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를 노래하다 (한국 동요의 선구자 정순철 평전)

어린이를 노래하다 (한국 동요의 선구자 정순철 평전)

$22.00
Description
“어린 자식 치지 말고 울리지 마옵소서” 외할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품고
전 생애를 어린이 운동에 몸 바친 작곡가 정순철
도종환의 글로 깨어나는 어린이 운동의 새벽
어린이날 100주년을 맞아 100년 전 어린이 운동이 동트던 시기의 풍경을 ‘동요’라는 새로운 눈으로 그려낸 책 『어린이를 노래하다』가 미디어창비에서 출간되었다. 저자 도종환은 어린이날 하면 으레 떠오르는 소파 방정환을 뒤로 하고 한국 동요 4대 작곡가인 정순철을 전면으로 불러낸다. 전 국민의 애창곡인 「짝짜꿍」 「졸업식 노래」의 작곡가임에도 분단의 기억 속에 잊힌 정순철의 삶을 통해 3·1운동이라는 민족적 열망이 분출한 대사건을 전후로 이 땅에 독립의 열망을 키워내기 위해 분투한 어린이 운동의 주역들을 다채롭게 그려낸다. 또한 그 인물들이 관계 맺은 동학이라는 사상적 배경을 깊이 있게 파고든다. 저자 도종환이 정순철에 주목한 것은 그가 이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정순철은 어린이 운동의 사상적 배경이 되었던 동학의 2대 교조 해월 최시형의 외손자, 간토대지진 와중에 일본 유학을 다녀온 지식인, 해방 공간에서 활동하다 제자에 의해 납북된 교육자로서 그야말로 그 삶이 한국근현대사의 굴곡과 궤를 같이하는 인물이다.

“어린 자식 치지 말고 울리지 마옵소서”라는 해월의 가르침은 “어린이를 내려다보지 마시고 쳐다보아주시오” “어린이를 책망하실 때에는 쉽게 성만 내지 마시고 자세자세 타일러주시오” 하는 선전물로 다시 태어나 100년 전 어린이날 거리에 뿌려졌다. 100년이 지난 지금, 부끄럽게도 아동 학대나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등은 그칠 줄 모르고 연일 뉴스를 장식한다. 이 책은 우리의 100년을 되돌아보는 계기이자 앞으로의 100년을 위한 중요한 참고점이 될 것이다.
저자

도종환

都鍾煥
1954년충북청주에서태어났다.충북대사범대국어교육과를졸업하고충남대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시집으로『고두미마을에서』『접시꽃당신』『흔들리며피는꽃』『부드러운직선』『해인으로가는길』『세시에서다섯시사이』『사월바다』등이있으며,산문집으로『사람은누구나꽃이다』『그대언제이숲에오시렵니까』『너없이어찌내게향기있으랴』『누군가를사랑하면마음이선해진다』등이있다.정지용문학상,윤동주상문학부문대상,백석문학상,신석정문학상등을수상했으며,제19~20대국회의원,문화체육관광부장관을역임했다.현재제21대국회의원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개정판서문:어린이곁에선작곡가
초판서문:정순철의생애를복원하며

1장정순철은누구인가?

2장해월최시형의도피생활과동학
수운의순도와영해교조신원운동
수운과해월
해월의동학사상
김씨부인과최윤의출생

3장동학혁명과최윤과정순철
동학혁명과충청도
최윤과정주현
해월의죽음과정순철의어린시절

4장정순철의가출과손병희
정순철의가출과가회동집
손병희와천도교
천도교소년회와방정환과정순철

5장동경음악학교유학과색동회창립
동경음악학교유학
윤극영과정순철
색동회창립

6장어린이날과어린이문화운동
1925년어린이날기념행사
‘어린이’와어린이날
어린이운동의사상적배경

7장우리나라동요운동의전성기
동요작곡가정순철
정순철의노래그리고「짝짜꿍」
정순철동요의음악적평가
동요전성기의4대작곡가

8장색동회활동과정순철
색동회와정순철
세계아동예술전람회
방정환의죽음

9장녹양회와음악교사정순철
경성보육학교운영
녹양회와아동극
음악교사정순철

10장졸업식노래와노래동무회
일제말기색동회활동과두번째유학
졸업식노래
윤석중과노래동무회

11장최윤과용담정
최윤과상제교김연국
상제교의신학
용담할머니최윤과용담정

12장6ㆍ25와정순철의납북
6ㆍ25와정순철의납북
북에서의정순철


참고문헌

부록
정순철연표
정순철연보
정순철악보

출판사 서평

“엄마앞에서짝짜꿍,아빠앞에서짝짜꿍”“빛나는졸업장을타신언니께,꽃다발을한아름…”
전국민이알고부르는동요를지은작곡가정순철

「짝짜꿍」「졸업식노래」를모르는사람은없지만그곡을지은작곡가정순철의이름은우리에게낯설다.그의노래를그렇게많은사람들이그렇게자주불렀지만,작곡가의이름을가르쳐주는사람이없었다.1920년대와1930년대윤극영,홍난파,박태준과함께우리나라4대동요작곡가로불렸던정순철은1950년6·25전쟁의와중에납북되어생사를알수없게되었다.역사는그의이름을지웠다.‘정순철’이라는이름을우리에게되돌려준이가바로시인도종환이다.저자는오장환시인에관한자료를찾다가정순철의이름을처음만났을때의떨림을여전히기억한다(「정순철의생애를복원하며」8~11면참조).그가유명한동요의작곡자라는것,그리고해월최시형의외손자라는사실이이목을사로잡았다.정순철의삶을복원하기로마음먹고그의삶을뒤좇은결과가바로이책『어린이를노래하다』에담겼다.
저자는정순철의흔적을찾기위해도서관으로,정순철의고향청산으로,정순철이공부했던일본으로동분서주했다.정순철은“동학혁명으로인해세상에태어나게되었고경술국치와3·1운동과해방의역사를살다가6·25전쟁으로인해생애를마친”“출생과종말이기구하고비극적인인물”이다.그렇기에그의삶을복원하는과정은쉽지않았다.그의삶은이미많이지워져있었다.100년이넘는시간이지나는동안우리나라의자료도많이소실되었고,일본의자료는간토대지진과도쿄대공습으로불타없어졌다.
어려운조건속에서정순철의삶을추적해갈수록저자는그가그저유명한동요를지은‘동요작곡가’만이아니었다는사실을알게되었다.그는1920년대와1930년대우리나라의동요전성기를이끈주역이자,어린이인권을위해노력한어린이운동가였고,여성의교육에헌신한교육자이기도했다.

“어린자식치지말고울리지마옵소서”
동학에서시작된어린이운동

정순철의삶을시작하려면동학에서부터출발해야했다.정순철의어머니인최윤의아버지,즉외할아버지가동학의제2대교조인해월최시형이다.그의가계부터이미동학과밀접한관련이있는것이다.동학혁명당시최윤은해월의부인등과함께옥에갇혀모진고초를겪었으며,그때청산군수가최윤을통인정주현에게데려가살라고주었다한다.정순철은이둘사이에서태어난다.늘외롭고쓸쓸했던어린시절을거쳐정순철은십대시기를의암손병희가마련해준집에서해월의나머지가족들과함께살았다.아동문학가소파방정환이의암의사위가되어가회동집에들어와살게되면서정순철은방정환을처음만나게된다.둘은무슨일을하든늘함께였다.방정환의아들방운용옹이“방정환있는데정순철있고,정순철있는데방정환있다”라고말할정도였다.
동학이중요한또하나의이유는어린이운동사상의기원이바로해월의가르침에있기때문이다.해월은그유명한「내수도문」에서“어린자식치지말고울리지마옵소서.어린아이도한울님을모셨으니아이치는것이곧한울님을치는것이오니”라고했다.종래의가치관을전복하고어린이를인격적존재로대해야한다고주창한해월의사상은우리나라어린이운동의이론적토대가되었다.어린이운동은사람을한울님처럼섬겨야한다면어린이도역시한울님처럼섬겨야한다는해월의생각을구체적으로실천하는운동이었다.1923년5월1일소년운동협회이름으로발표된‘소년운동의첫선언’은세계적으로보아도매우앞선어린이권리선언이다.
어린이운동은또한3ㆍ1운동이후대중을상대로한독립운동이불가능해진상황에서할수있는민족운동이자구국운동이기도했다.일제당국의감시와검열을조금은피할수있는어린이문학,어린이행사,어린이잡지,동요와동화등을통해자주독립의정신을고취시키고자했다.

“이나라의미래는어린이에게있다”
어린이운동가이자교육자로서의정순철

정순철은1920년대이후우리나라의어린이운동에큰역할을담당했다.방정환과함께천도교소년회에서활동했다.일본유학당시방정환에게윤극영을소개했고,방정환,윤극영을비롯한고한승,진장섭,정병기,손진태,조재호등과함께의기투합하여어린이운동단체인‘색동회’를창립했다.잡지『어린이』에필자로참여하며동요를작곡하여발표하고보급했다.이후어린이를위한동화강연등여러행사에서동요에관한강의를하고어린이들에게동요를직접불러주고가르쳤다.1930년대초에는경성보육학교에재직하며‘녹양회’라는동요동극단체를만들어아동극에들어가는수많은노래를만들었다.해방후에는노래동무회라는모임을만들어동요를만들고보급했다.저자는한인터뷰에서“정순철선생의활동은겸손그자체였다는생각이듭니다.자신을자랑하지않았죠.그야말로동학스타일이었습니다”라고말했다.나라의멸망과근대적변화라는시대적요구사이에서어린이에게이나라의미래가있다는신념을갖고자신이할수있는일을꾸준히묵묵하게해나갔다.
정순철이쓴글인「동요를권고합니다」를보면,동요를만드는작곡가로서의그의면모를엿볼수있다.그는“노래중에도동요처럼곱고깨끗하고좋은노래는없다”며동요가우리의심성을정화시켜주고정서를순화해준다고믿었다(「7장우리나라동요운동의전성기」160~162면참조).언젠가부터어린이들이동요보다는대중가요를많이부르는지금의현실을생각해보면그의가르침이주는울림이크다.「노래잘부르는법」에서는음악에대한원론적인생각과자세를바르게해야한다고강조했다.그리고윤복진의시에그가곡을붙인동요「옛이야기」를어떻게불러야하는지를한줄한줄가르쳐준다(「9장녹양회와음악교사정순철」229~237면참조).이글은정순철이윤복진의시를얼마나잘이해하고있으며,어떻게그것을노래로잘해석해내고있는지를보여준다.또한동덕여고,무학여고,성신여고등에서여학생들에게음악을가르치고,유치원교사를양성하는학교인경성보육학교,중앙보육학교에서음악을교육하는방법을가르친정순철의교육자로서의생각이잘드러나는글이다.근대적인방식의음악교육이시작되고있음을보여주는음악사의귀중한자료이기도하다.

초기어린이운동사의다채로운풍경이생생하게펼쳐지다

우리가‘어린이’‘어린이날’을말할때제일먼저떠올리는사람은소파방정환이다.저자는방정환의옆에서함께했던정순철을드러내어초기어린이운동사의시야를확대했다.또한다양한자료들을통해1923년전조선소년지도자대회,1925년어린이날기념행사,1928년에치러진세계아동예술전람회등여러행사의준비과정과일제당국의방해,행사선전과정,각계각층의반응을생생하게보여줌으로써당시의어린이운동사를입체적이면서도다채롭게묘사한다.이책은정순철개인의업적이나남다른면모를보여주는것에초점을맞추지않는다.조선후기동학혁명부터경술국치,3·1운동,해방그리고1950년6·25전쟁까지정순철인생의굴곡은그대로우리의역사의굴곡과겹쳤다.그렇기에정순철을둘러싼당시의구체적인시대상,사회상,주변인물들과의일화를함께엮어정순철이라는인간을역사속에스며들게했다.그것이바로정순철의성정을닮은이책의미덕일것이다.그리고지금껏밝혀진정순철작곡의악보40여곡을부록으로실어사료적가치도담았다.
천도교소년회창립1주년기념으로마련한1922년5월1일‘어린이의날’행사를기점으로삼는다면2022년은어린이날100주년이되는해다.일제강점기라는악조건아래에서어떠한외래사상의도입없이우리스스로의힘으로이뤄낸어린이운동의역사만큼은자부심을가져도좋은일이다(「6장어린이날과어린이문화운동」134~145면참조).이책이민족적수난기임에도나라의미래를책임질어린이의행복을만들어내고지켜내기위해분투했던이들의숨겨진역사를드러내는계기이자,어린이를사랑한정순철의삶과작품을다시한번살필수있는계기가될수있기를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