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쩌다 어딘가에서 마주치더라도

우리는 어쩌다 어딘가에서 마주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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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금과 다른 미래를 기다리는 이의 환유
걷는사람 시인선의 37번 작품으로 백애송 시인의 『우리는 어쩌다 어딘가에서 마주치더라도』가 출간되었다. 2016년 《시와 문화》에 시가, 같은 해 《시와 시학》에 평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백애송 시인의 첫 시집이다. 이 시집을 간결하게 표현하자면 ‘자신을 비롯하여 체념하며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이라 할 수 있겠다. 시인은 개인의 불행에 적극적으로 대항하지 않는 현대인의 풍토를 일상의 사소한 순간들로부터 발견한다.
“눈물을 흘려도 하루가 지나가고/눈물을 흘리지 않아도 하루는 지나간다//가끔 어느 것이/더 괜찮은 것인지 모호할 때가 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하루는 가는 것”(「눈물의 이동경로」)이라는 대목을 보자. 시인은 자신에게 다가온 절망의 나날들을 조용히 견뎌낸다. “견딘다는 것은/체념과 또 다른 체념을/몸에 익히는 것”(「어떤 페이지」)이라는 태도를 보인다. 그저 “뜨거운 발자국을 견디면/뿌리는 더 단단해진다고 했던가”(「뿌리의 시간」) 스스로 되물으며 “꿋꿋하게 버티는 날들”(「시간을 건너오는 방법」)을 살아간다.
백애송 시인에게는 오늘의 체념이 오늘과 다른 미래를 꿈꾸게 하는 동력(기다림)이라고 할 수 있겠다. 시집의 포문을 여는 첫 시 「쟁반」에서 “아직 봄은 오지 않았고/초록이 되기에는/많은 날들이 녹아야 한다”고 했던 시인은, 시집의 후반부에서 “가까운 미래가 나의 봄과/너의 봄을/씩씩하게 찾는다면”(「연쇄적 사건」), “스스로 깨어나지 기지개를 켜지”(「겨울잠에서 깨어날 때」)라는 긍정적 태도로 변모한다.
이렇듯 시인 백애송은 “살아 있는 모험”을 하게 된 사람들의 편에 서서 그들의 체념, 그들의 고통, 그들의 기다림, 그들의 죽음을 고스란히 받아 적으며 ‘미라’로 남아 있는 시간을 해부한다. 해설을 쓴 장은영 평론가가 말하듯 시를 쓰는 행위란, ‘우리’라고 말할 수 있는 공동체 안에서 “우리는 세상에 왔다 간 비정규직”(「돌의 기운을 누르고」)임을 기억하면서 우리의 위태로운 생계를 이야기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돌의 기운과 뿌리의 기운들이 모여” 우리의 이야기를 “꾹꾹 눌러 밟”지만 누군가의 자살이라는 “오해”가 사회적 죽음으로 “이해”될 수 있도록 죽은 단어들의 의미를 다시 살려내는 일이 바로 ‘시 쓰기’라는 것. 그런 점에서 “아무렇지 않게 방치되는 사회적 죽음 앞에서 백애송이 시인으로서 보여 주는 입장은 단호하고 분명”하며, 다음 시에서처럼 ‘아름다운 곳’에서 만나자고 하는 약속은 “‘우리’가 도착한 적 없는 미래가 저 앞에 있다는 믿음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지켜질 것이다.”

다음에는 더 아름다운 곳에서
오늘처럼 예고 없이 만나자고요

우리는 어디까지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아름다울 수 있을까요」 부분
저자

백애송

2016년《시와문화》에시가,같은해《시와시학》에평론이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연구서『이성부시에나타난공간인식』을냈다.

목차

1부새들이머무르다종종날개를잃어버리는
쟁반
샤브티
눈길이먼저닿고말았다
나무와구름
더이상운세를보지않기로하였다
어떤페이지
별책부록
역주행
닿지못하는거리
마음의구석
돌탑
미니멀리즘
돌의기운을누르고

2부슬픔을불러야한다면
뒷모습
시간
눈물의이동경로
잎샘
부분집합
통역관이필요합니다

입맞춤
유리날개
소리들은자라났다사라지길반복했지
신호의영역
그런날이있었지
그림자

3부나는당신을모르고당신은나를모르고
점성술사
발이시린계절
그럼에도불구하고
아름다울수있을까요
불혹의문장
카오스
부고가날아오는계절
겨울잠에서깨어날때
노멀크러시
해파리꽃
선인장
레드썬

4부다정한슬픔이온날
나비
봄바람
시간을건너오는방법
뿌리의시간
연쇄적사건
다정한슬픔
장아찌담그기
상상하지못한일들이일어나듯
바이러스
계절의끝
아무말도하지못했다
수리수리코끼리
예고편

해설
오늘의체념,내일의약속
-장은영(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