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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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살냄새를 꺼뜨리지 않은” 입체적인 인물의 향연
걷는사람 시인선 38번 작품으로 손음(본명 손순미) 시집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가 출간되었다. 첫 시집 『칸나의 저녁』으로 “존재의 무거움을 희석시키는 인정(人情)이 생생하게 살아 있”(김명인)음을 일상의 사물들을 통해 정밀하게 보여 주었던 그가 10여 년 만에 두 번째 시집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를 펴낸 것.
「시인의 말」에서 밝히듯, 시인은 “행방이 묘연해진 사람들의 이름이 통증을 만든다”고 여기며 그들의 통증을 받아쓴다. 그리하여 이 시집에는 단편영화처럼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 움직이고, 친근하면서도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낙원빌라」 「밥 묵고 오끼예」 「만화경」 「비혼모」 「자갈치 밥집」 등의 시편을 비롯해 시집 전반에서 그 점을 확인할 수 있다. 그의 시 속 주인공은 대개 여성이다. 채소를 키우는 할머니거나 슈퍼 아줌마거나 “불안 때문에 행복할 것”이라고 믿는 비혼모거나, 밥집을 운영하는 여인이다. 그들의 현실은 “깡마른 손 하나가/채소밭 하나를 밀고” 가듯 “서로가 서로를 저항하면서 자란다”. “욕이란 욕은 다 얻어먹어 가며”(「거대한 밭」) 살지만, 어느 날엔 “지상낙원에 낙원빌라가 저렇게 자라고 있다”(「낙원빌라」)는 걸 거짓말처럼 증명해 보이기도 한다. “먹어도 먹어도 한평생 허기에 빠져” 사는 “아귀의 삶을 고스란히 받아낸 도마에/노을이 흥건한 저녁”(「아귀」)이 온다는 표현은 또 얼마나 절묘한가.
시인은 일상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이나 버려진 사물들과 대화를 한다. 마치 그것들이 하지 못한 말을 전하는 것처럼 목소리 높이지 않고 담담하게 침묵시위를 하듯 보여 준다. 「살구나무 변소」의 “살구 싶어, 살구 싶어/닭의 비명이 살구나무 검은 잎새를 흔들었다”, 「고백」의 “비는 중얼중얼 흘러내린다 (…) 시무룩한 평화가 찾아든다”, 「창밖 목련」의 “목련의 일이란 잠시 꽃의 행세만 하고 떠나가는 일/짧은 시간 동안 통점만 앓고 가는/꽃의 생애를 누가 기록해 줄 것인가/나는 묵묵히 목련을 걷는다”라는 표현에서도 보듯 위트와 풍자, 여러 변주를 통해 다양한 사물들에 깃든 의미를 부여한다. 거기에는 부조리한 인간 군상이 담겨 있기도 하다.
그리하여 손음은 『누가 밤의 머릿결을 빗질하고 있나』를 통해 “서로에게 익숙해졌을 때 이별”을 하고 “서로에게 호감을 가졌을 때 잔인”(「꽃의 장난」)한 이 아이러니한 삶이, 나나 타인이나 다르지 않다는 것을 적시한다. 남승원 평론가가 표현한 대로 “일상에 대한 시인의 관심이 결국 시 쓰기로 이어지는 자신의 운명을 드러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사물과 사람,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직관하는 시인의 감각적 예리함이 “살냄새를 꺼뜨리지 않”(이기인 시인)고 전해져 독자들을 홀릴 것이다.
저자

손음

본명순순미.경남고성에서태어났다.
1997년《부산일보》신춘문예와월간《현대시학》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
시집『칸나의저녁』과연구서『전봉건시의미의식연구』를펴냈으며,제11회부산작가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죽음은아름다운꽃의이름을달고다녔다
낙원빌라
아귀
거대한밭
그기차는어디로갔을까
밥묵고오끼예
꽃의장난
달개비
만화경
살구나무변소
지붕위의고양이역
복도
비혼모
송정블루스

2부비는중얼중얼흘러내린다
미자화분
공수해변
목련사
맨드라미
동백세월
고백
11월
창밖목련
벽에기대지마시오
사과한상자

감자
통영트렁크
해변모텔

3부사람들이우산을쓰고도비를맞는다
자갈치밥집
서생한상자
담벼락
우체국앞평상
문학
저,구두
밤의정원
저녁의신데렐라
자정
영도에갔다
별이빛나는낮에
벚꽃십리
겨울음화
거리에서
검은밤흰해변

4부기다리는것도직업이될수있다면

임랑
몰래예뻤던목련
벚꽃나무당신
수국

자귀꽃저녁
아내의식탁
쑥캐는남자
9월1일
바닷가여자
바닷가마지막집
편의점생각
붉은치마를입은소녀
사과와트럭

해설
삶이품고있는질문들
-남승원(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