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빌었던 소원이 나였으면

네가 빌었던 소원이 나였으면

$10.00
Description
시를 노래로, 노래를 시로 불렀던 래퍼 피티컬의 유고시집
“우리가 믿는 것만이 우리를 배신할 수 있다”는 뜨거운 전언
시를 노래하는 밴드 ‘트루베르’의 래퍼 피티컬(PTycal)로 활동한 고태관의 유고 시집 『네가 빌었던 소원이 나였으면』이 걷는사람 시인선 43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네가 빌었던 소원이 나였으면』은 2020년 5월 세상을 떠난 고태관의 처음이자 마지막 시집이다. 래퍼로 활동한 고태관에게 시는 노래이자 삶이었다. 그는 학창 시절부터 시를 써 왔고, 꼬박 스무 해 동안 시로 인한 열병을 앓았다. 해마다 신춘문예의 꿈을 갈망했지만 불시에 찾아온 병으로 살아 생전에는 그 꿈을 이루지 못하고 세상과 작별해야 했다. 5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그가 얼마나 절절하게 ‘기다리는’ 사람이었는지, 얼마나 애끓이며 ‘사랑하는’ 사람이었는지를 보여 주는 시편으로 가득하다. 그에게 시는 피맺힌 절규이자 “암실” 같은 세상에서 발굴해낸 “꼬리별”(혜성)이다.
시집을 넘기다 보면 “나는 기다리는 사람. 뭘 기다리는지 잊었습니다. 뭘 기다리는지 모르면서 기다립니다. 뭐든 오겠지, 뭐든 와서 기다림이 끝나겠지, 어제는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오늘은 일어나서 기다리고 있지만 말고 찾아가 보자는 각오를 했습니다. 이내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게 왔다가 내가 없는 걸 보고 실망해 떠나면 어쩌나 하고 마음을 고쳐먹었습니다. 그게 왔다 갔는지 안 왔는지 나는 알 수 없고 알든 모르든 변함없이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아무래도 어긋나는 것보다 낫지 않을까 해서 말입니다. 여기서 기다리니까 여기 있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신은 나를 미워한다」)라는 구절에서는 시적 화자의 기다림에 동화되어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기다리는 거 잘해요/기다리는 걸 좋아해/(…)/잊지 않으면 기다릴 수 있지/기다리는 걸 잊을 수는 없으니까”(「시네마 베이커리」)라는 문장에서는 엄마를 기다리는 아이의 심정으로 두 손을 모아 쥐게 된다. 이처럼 끝없는 그의 기다림은 「꿈 바깥이면서 겨우 이불 속」, 「거울의 숲」, 「곁」, 「나무가 되었습니다」 같은 시에서 나무나 돌멩이(돌)에 비유되어 그려지기도 한다. 피터팬처럼 철들지 않는 사람, 계산할 줄 모르는 사람, 한번 기다리기로 했다면 영원히 기다리는 사람 고태관이 시 편편마다 담겨 있고, 그리하여 이 시집을 읽다 보면 우리 모두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된다. 빛을 기다리고 희망을 기다리고 구원을 기다리는 사람. 아니 어쩌면 그 모든 걸 제쳐 두고 단 ‘한 사람’을 기다리는 사람.
“꿈에서 배가 아팠는데 내가 아픈 건지 꿈속의 내가 아픈 건지 모르겠더라구 깨어나면 식은땀에 젖어 있었어”(「반투명한 투병」)라고 고백하면서도 고태관은 “무엇이든 감수하려고 했고 누군가에게 심려를 끼치거나 피해를 주지 않으려고 애”(윤석정 시인 발문 중)쓰는 사람이었다. 그의 몸은 지난해 봄 강원도 원주의 옛집 나무 아래 묻혔지만, 그가 부른 노래와 시는 이제 비로소 세상에 태어났다.
저자

고태관

래퍼피티컬(PTycal).1981년경남울산에서태어나1999년고등학교락밴드에서래퍼로활동했고2000년부터대학에서시를쓰기시작했다.2007년결성한시를노래하는‘트루베르’에서리더로활동하다2020년5월15일세상과작별했다.

목차

1부아무것도아니지만이상하게모든것이었다
스노우볼
바다에눈이내리면
모르는일
꿈바깥이면서겨우이불속
내뼈가내몸에배길때
가로등은모른다
촛불동화
반투명한투병
딸기는마지막에먹어
애플파이레시피
노을센터전망대
색약경보
긍긍
7층은괜찮아요
보문
노인을위한공원은없다
월혈
현수막의궁금증

2부내가나인지아는건너무어려워
신은나를미워한다
낮잠3호의수면장애치료
나를만들었습니다
유리관람차
전시회
가위반지
에그무비
마감뉴스는자정을지나온다
무릎의인력
오토스카피
거울의숲
불가항력

3부식구가되는일

나무가되었습니다
플래토
코딱지브라더스
술래는계단에있다
미풍노도
우물에서건진반짇고리
엄마조리법
아름다운비행
소실점
거울의내생

4부우리는자꾸어디로가려고해요
비밀의기분
오분만
날개의무덤
숲으로온다
녹색광선
골드스미스
돌연사한나의복제인간이남긴유서
아름다운문장을찾습니다
실어증
일기예보허용오차
토끼를꺼냈습니다
추락사

5부폭설을알리는첫눈꽃이파도쳐옵니다
사막동화
별자리를보는방법
지구라서다행이야
슬도
꿈꾸는이글루
곶자왈
오늘입은옷
폴라로이드
암실일기
빨래가마르는동안
표류하는기도
시네마베이커리
동그라미

발문
나무가되었습니다
-윤석정(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