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

$10.00
Description
깊은 어둠의 세계 속에서 건져 올린 빛의 시(詩)
걷는사람 시인선 40번째 작품으로 손병걸 시인의 『나는 한 점의 궁극을 딛고 산다』가 출간되었다. 2005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손병걸 시인의 네 번째 시집이다. 그는 첫 시집 『푸른 신호등』에서 “두 눈을 잃고 시가 왔다”(‘시인의 말’)라고 말하면서, 어둠 속에 갇힌 삶을 토대로 자신만의 시세계를 일궈 왔다. 그런 시인이 4년 만에 더욱 깊은 시선으로 새 시집을 펴낸 것.
손병걸 시인은 어느 날 중도 실명으로 시력장애 1급 판단을 받는다. 덜컥 “햇볕은 따뜻한데/사방을 둘러보니/온통 뿌”연 세계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 후에는 “걸음마다 달팽이관이 뜨겁고/가쁜 호흡이 점점 더 벅차 올 때/빌딩 숲속에서 희멀건 먼지가 일고/으깨진 소음이 길바닥을 뒹군다”(「자화상」)고 진술할 만큼 그는 주로 청각과 후각에 의존하여 세계를 인지하게 된다. 그의 목소리가 발화되는 시작점이 어둠이기 때문이다. 볼 수 없음으로 인해 역설적으로 더욱 진실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아닐까. “피돌이가 멈춘 듯 어둠이 밀려온다 몸속에 수분이 말라 간다”와 같이 뼈저린 통증을 감내하면서 “눈에 보이는 것이 없으니/해야 할 말도 없어야 한다는 듯/……/지극히 당연한 문장들이 몸속에서 끓어오를 때마다/나는 한 움큼의 알약을 삼켜야 한다”(「베췌증후군」)며 온몸으로 생을 견뎌낸다.
하지만 그는 절망적일 것 같은 상황 속에서도 결코 가벼운 감상이나 우울함에 그치지 않는다. 그의 시적 상상력과 사유는 한순간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없는 것이라고/쉽게 말들을 하곤” 하는 이들이 있지만, 그는 “창을 연 건/언제나 투명한/저 바람의 손끝”이라 인식하며 누구보다 날선 피부의 감각을 지니고 있다. 그리하여 “엎드려 기도하듯/낮게 임하신/향기가 짙은” 꽃 한 송이를 보고, “더 기쁘게/나 외로워져야겠다”(「이름 없는 꽃」)라며 본인에게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한다. 어둠 속에서 시의 자유를 찾은 손병걸은 순도 높은 언어로 세계를 포옹하고, 이웃들과 연대하며, 그렇게 쓰여진 시로써 비가시적인 가능성을 가시화하는 힘을 발휘해낸다.
이정록 시인은 손병걸의 시 작업을 “칠흑의 감옥 속으로 비류직하飛流直下하여 빛의 언어를 캔다”고 표현하며 “시력을 잃고, 그 불행 속에서 시의 뿌리돌기를 얻었다”고 평한다. 그리하여 마침내 시인 손병걸이 “별똥별을 캐는 광부”가 되어 우리에게 “찬란燦爛한 불꽃과 처연凄然한 얼음이 한통속”인 시를 선사하고 있다고 찬사를 보낸다.
저자

손병걸

강원도동해에서태어나2005년부산일보신춘문예에시가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푸른신호등』『나는열개의눈동자를가졌다』『통증을켜다』,산문집『어둠의감시자』를냈다.구상솟대문학상,민들레문학상,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전국장애인근로자문학상등을수상했다.

목차

1부기쁘게외로워져야겠다
보이지않는것들에대해
맛있는악수
3월
음각
실면증
자가면역결핍증
자화상
빗방울점자
소란
면-시각장애인용컴퓨터화면속이야기
송화
코스모스
조락
이름없는꽃

2부막개봉된아침

등잔
그들의하늘
모란공원민주열사묘역에서
승화원에서
참신
구월동모래내시장
오래된골목
조등
싸락비
푸른나뭇잎
주먹
당신의허벅지
절정

3부긴어둠을삼키고삭혀
살구나무선산에살구
봄이오는소리

저녁놀
딱딱한소리
방석
대보름달
목침
대숲
댓거리
밥상
문자메시지한통
왕곱빼기짜장면집
성년식
성혼식

4부빛이오면어둠이머물렀던자리를
빛에게내어주듯
나무숟가락
부석사뒤란
입춘
스미다

베췌증후군
광부

국지성호우
롤러코스터
녹차나무한그루
소나기
수목장
보성고사우르스

해설
우리의이름을만지는꽃잎들은모두
눈부신어둠에서왔다
-김학중(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