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근력

사랑의 근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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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49
김안녕 『사랑의 근력』 출간

그러니 우리 사랑을 하자, 다가올 내일이 ‘안녕’하도록
?어느 날 터져 버린 주머니처럼 외로운 당신을 향해 건네는 인사, 다정, 그리고 詩
2000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한 이래 특유의 생생하고 발랄한 언어로 삶의 본질을 감각하는 시를 써 온 김안녕 시인의 신작 시집 『사랑의 근력』(걷는사람)이 출간되었다. 『불량 젤리』(삶창, 2013), 『우리는 매일 헤어지는 중입니다』(실천문학사, 2018)에 이은 세 번째 시집이자 ‘김안녕’이라는 필명으로서의 새 출발이다. “어떤 암흑 속에서도 결코 신으로부터 구원받지 않겠어”라는 다짐처럼 김안녕은 명랑하게 튀어 오르는 절규의 언어를 선보이며 망쳐야 진짜 아름다움에 이르지 않겠느냐고 우리에게 반문한다.
시인이 20년간 활동해 온 이름 대신 ‘김안녕’이 되기를 택한 이유가 무엇일까. “사라진 이름들은 전부 공중에 사니까/안녕, 안녕”(「담배 한 개비」) 제자리에서 손 흔들고 싶었을까, “어디로든 갈 수 있고/누구의 이름이든 될 수 있”(「휘파람을 불어요」)다는 마음으로 세상을 유랑하고 싶었을까. 이미 두 권의 시집을 통해 증명했던 삶과 존재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은 ‘안녕’이라는 이름과 함께 한층 견고해졌다.
『사랑의 근력』에는 그대들에 대한 무수한 안부가 담겨 있다. 여기서 그대들이란 “마흔 번 살아 본 여름”(「석류가 익는 계절」)이기도 하고, “나는 내가 저, 그칠 줄 모르는 장맛비 같아”(「누가 같이 살고 있다」) 중얼거리는 밤이기도 하다. “시를 써야 할 텐데/못 쓴 날들이 얼마나 되었지,” 세어 보는 순간이기도 하고 “정말 멀리 가는 사람이 된 것 같”(「망원」)은 기분이기도 하며 동시에 “온몸이 물로 꽉 찬 다육식물처럼/시치미 뚝 떼고 살아가는”(「흘역吃逆」) 생이기도 하다. 그 안부는 시인의 바깥으로 향할 때 “결국에는 다 녹아 버릴 걸 알면서도”(「겨울 다음 가을」) 눈을 뭉치는 사랑이 되기도 하고 “평생 울음이 숙명인 짐승이 있듯/그런 사람도 세상 어딘가에 있겠지”(「울음의 입하」)라는 애민愛憫이 되기도 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결국 당신의 끝없는 꿈을 대신 꾸는 일”(「기척들」)이기 때문일까, 김안녕 시인은 세상의 모든 음악들을 데리고 “당신의 창을 향해 날아가”(「석류가 익는 계절」)기를 멈추지 않는다. 유리창을 두드려 선잠을 깨우고, 장갑을 잃어버린 손을 흔든다.

더 기쁘게 씩씩하게 손 흔들며 인사하는 법을 배운다
안녕, 오라는 것인지
안녕, 가라는 것인지
의문형의 빈손을 덩달아 흔든다
-「덩그러니」 부분
저자

김안녕

경북고령에서태어나고,2000년《실천문학》신인상을받으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불량젤리』,『우리는매일헤어지는중입니다』를냈다.

목차

1부주먹을꽉쥐어도새는날아간다미지의곳으로
시의맛
사랑의발견
한손
마음
석류가익는계절
누가같이살고있다
망원
가륜
흘역
덩그러니
뼈심부름
어느맑은날
게임
담배한개비
겨울다음가을

2부벼랑으로소풍간다
달빛
휘파람을불어요
미안
나미의노래처럼빙글빙글
세상에공짜가어딨나요
고드름놀이
흑염소를먹는시간
실비아샐비어사루비아
울음의입하
울음을먹는생
기척들
빨래삶(기)
사랑은지옥에서온개

3부사라짐뒤에오는것
사람을찾습니다
봄에부치다
체리향기
우리에게는쓸쓸할시간이필요하다
스승의은혜

타투
12월31일
작은,것들
영원한나라에서
숨바꼭질
해피트리
볼라벤
행복한사람은시를쓰지않는다
이것은선물인가요
금남시장두꺼비집
봄인데도춥고아이가태어나고
드라이플라워

해설
당신을위한레시피
-정재훈(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영원의나라에서그대를호명하는일
?존재의미를잊지않기위한우리들의방식

『사랑의근력』을관통하는키워드는크게다섯가지로구분된다.그것은시집의제목에서부터이야기하는사랑,메타시에서표출되는시인으로서의자아,뛰는심장위에가지런히포개어놓던손,전원에서의유년,태릉행전철과버스로연상되는교통수단이다.
표제작에서시인은“사랑만큼근력이필요한종목도없다”(「사랑의발견」)고말한다.근력,일을능히감당하여내는힘.김안녕에게사랑은힘을내어감당하여야하는것이어서“엄만날왜낳았어요/왜더사랑하지않았어요/그밤당신은왜날찾아왔었나요”(「울음을먹는생」)한탄하고,“사랑이라는누대의누더기위에서무구하게도자라”(「우리에게는쓸쓸할시간이필요하다」)나는눈물을쏟아내기도한다.그럼에도사랑은모르는새끝없이샘솟는마음이어서“결국에는다녹아버릴걸알면서도눈을뭉”쳐“사랑해,말해버”(「겨울다음가을」)리고만다.시인은“유일하게늘지않는것은시와사랑”(「사랑의발견」)이라말하지만,사실우리는알고있다.사랑이늘지않는건이미충분히사랑하고있기때문이라는것을.
시집의처음을장식하는「시의맛」을통해김안녕은독자를시인들의세계로초대한다.‘우주밥상’엔“어떤암흑속에서도/결코신으로부터구원받지않겠어,/그걸유일한자부심으로삼는시인들”(「시의맛」)이그득하고,그중심에“시속에파묻”혀“명랑해”(「봄인데도춥고아이가태어나고」)진김안녕이있다.“시는,안썼으면좋았을걸”(「어느맑은날」)자책하며“시를그만둬야할까요”고민하지만“알수없는데쓰지않고도잠들수없는”마음이있어“발굴할수없는슬픔들을/별수없이또궁리”(「행복한사람은시를쓰지않는다」)한다.“생각에폐업이없는것처럼/시쓰기에는폐업이없”기때문일까,“눈에밟힌다는말”을“최초로만들어낸이는/시인일까요신일까요”(「나미의노래처럼빙글빙글」)명랑하게질문하며“잘울고잘웃는내가이렇게나많아서/여전히시비슷한무언가를”(「봄에부치다」)쓰는이가이곳에있다.
“종일놀다돌아와퍼렇게”언채로“시를쓰기시작”(「행복한사람은시를쓰지않는다」)했던손은다시아침을맞아일상에닿으면“무뿌리같은겨울을움켜잡고생애한벌의수의를짜는무수한손”이된다.“손을잡고싶었지만망설였고손을내어줄수있었지만주머니에넣어두는편이안전하다믿었던날”(「한손」)들이김안녕을스쳐지나간적있기때문일까,혼자놓인한칸방에서“제손으로제등을쳐가면서”(「울음을먹는생」)홀로삭인마음은누군가잃어버린장갑처럼쓸쓸하다.

얼마나추운마음이떨구고갔을까
합정동스타벅스앞화단에덩그러니놓인
흰색벙어리장갑한짝,
곁을잃은것은털장갑마저창백하다
-「사람을찾습니다」부분

“내가아는세상엔씩씩한사람이없다는생각에조금외로워진다/외로움이라는단어를미처배우지않았지만//그것은단벌바지에터진주머니처럼,/오로지내눈에만보이는것”(「가륜」).가륜은경북고령의지명으로,시인이자라온장소다.“나를빼고/나만빼고/사람들은노래를부른다”(「실비아샐비어사루비아」)고말하는유년을보듬어주고싶은건어쩐지가엾고애틋한마음이드는‘가륜’의어감때문인지도모른다.“상냥한사람이되기위해/미움받지않는아이가되기위해전전긍긍하”(「이것은선물인가요」)던아이는어느덧훌쩍자라“오래된것들이빚어내는광채,그게부끄러워돌아가던날이있었다고이제고백”(「한손」)한다.“몇번을휘청거려야집으로돌아올수있는걸까”(「뼈심부름」)가늠하며숱하게넘어진후에야어른이되었을것이다.
그래서일까,김안녕은집과집아닌곳을이어주는수단에주목한다.흔들리는버스속어깨를들썩이는초로의여자(「미안」)를지켜보며영혼을달래고,태릉입구역에서는“정거장에는깃털처럼많은밤들이펼쳐지리라/사람들의기다림이저렇게긴길을세상에부려놓았으니”(「덩그러니」)라고잠언처럼말하기도한다.그러니생은“타려고버둥거리”던“202번버스”(「덩그러니」)같은것.“어제놓친버스를오늘또놓”치면서도“실실웃음이”(「세상에공짜가어딨나요」)나는것.결국사랑은사람과사람사이를잇는교통수단이기도한데,사람에닿기위해서김안녕은필요한만큼의근력으로세상을살아가고또사랑하고있다.
김안녕은“그리하여지금나는안녕하다”(「시인의말」)고말하며『사랑의근력』을통해당신들의안부를살뜰히묻는다.“수많은꿈들가운데에서당신의꿈을대신꾸는시를”(정재훈해설,「당신을위한레시피」)읽을그대들에게마주잡을손을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