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 - 걷는사람 시인선 51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 - 걷는사람 시인선 51

$10.00
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51
이병철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 출간
“신에게는 신의 무한이 있고
인간에게는 사랑이라는 찰나가 있고”

세계와 세계의 불화(不和) 속에서 조응하는 시인의 목소리
참혹해서 매혹적인 사랑과 통증의 언어들

2014년 《시인수첩》신인상에 시가, 《작가세계》신인상에 문학평론이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병철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가 걷는사람 시인선 51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다. 이병철 시인은 첫 번째 시집 『오늘의 냄새』(2017)로 “‘감각의 이미지스트’라고 부르지 않을 도리가 없다”(박상수 시인)는 찬사를 받으며 문단이 주목하는 젊은 시인으로 떠올랐다. ‘냄새’와 ‘소리’ 등 뛰어난 신체적 감각과 선명한 이미지로 자신만의 시적 사유를 확장시켜 온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는 시 언어의 원초적인 미학을 선보이며 세계의 불화 속에서 구원의 방식으로서의 ‘신’이라고 명명하는 다양한 존재의 본질을 탐구한다.
시인은 “천국인지 지옥인지 모를 무한수의 신앙이 열리기 시작”(「7월 8일」)하는 곳에 서 있다. 시인에게 이 세계의 신은 다양한 방식으로 호명되는데 ‘나’라는 일인칭이 되고, ‘당신’이라는 이인칭이 되기도 하며 “패배하는 신, 죄를 짓는 신, 구름을 보다 우는 신, 무릎이 까진 신, 코인노래방에서 노래하는 신”(「사랑이라는 신을 계속 믿을 수 있게」) 등 비인칭으로 명명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시인의 범신론적인 세계관 속에서 시적 사유는 확장하고, 그로써 대상과 사물, 세계와 존재를 구원의 방식으로써 접근하여 사랑한다. 시인이 말하는 신은 각자의 신이고 동시에 모두의 신이고, 그렇기 때문에 각자의 구원이고 동시에 모두의 구원이다.
저자

이병철

저자:이병철
시와문학평론을쓰며여러매체에칼럼,에세이,여행기등을연재한다.연중6개월은바다와강에서물고기를낚는역동적인낚시꾼이다.비와파스타와클라라주미강의바이올린을좋아하고섬과옥상과일인용텐트에서자주잠든다.숫자로계량되는삶이싫어글자속을헤매는중이다.모든꿈과우연을사랑한다.시집『오늘의냄새』,평론집『원룸속의시인들』,산문집『낚;詩―물속에서건진말들』,『우리들은없어지지않았어』,『사랑의무늬들』이있다.

목차

1부불에탄하늘이전부지붕인세상
7월8일
물고기악기
시의작은역사
조각비누
지붕이라는상징
사랑이라는신을계속믿을수있게
사이프러스
폭우
만월의여름밤
7월14일
수련회
겨울장마
어떤종교의학습
사랑의찬가

2부삶도죽음도일하지않는
몽유도원
허밍은거침없이
빙하기의사랑
소나기
촛불의왈츠
블루홀
설리
낯선침대위에부는바람
Limbo
천렵
해남
영원이라는잠꼬대
너무많은빛이프로포폴처럼
연못의일요일

3부나를용서할신이없는
뼈의불면
데칼코마니
죄와쥐의오독
방주밖에서혼자
화목제
부재중전화
귀로
즐거운우리집
오늘같이있는사람은내일없는사람
빙장
철제침대의행진
드림캐처
첫눈이라는죄책감
사순절묵상
부활절묵상

4부함께어두워지는날에
나비
옥탑의시에스타
천사의기도
비를듣는오늘은
강물의속공플레이
벚꽃은참돔의미래
꽃잎이라는장마
홍차가아직따뜻할때
플로어스탠드
노을의방식
바다우체국
클라라를위한시

해설
사랑이라는이름의종교
-임지훈(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불과물이대립하듯이
나와당신이마주하는방식

시인은일찍이첫시집에서유동하는불과물의이미지로그만의고유한시적방식을보여준적이있다.그런불과물의이미지들과상징성은이번두번째시집에서도도드라지는데“네심장에얼음이열렸을때나는/온몸에불을지르고네게로들어갔지”라는‘시인의말’처럼그건대상과대상,세계와세계가충돌하면서벌어지는하나의사건으로읽히게된다.“부분은뜨거워도전체는얼수있는마음/그러니까마치이글루속의모닥불같은”(「천사의기도」)심정으로세계를바라보고,“태양이지닌단하나의작은빙점을/나는사랑이라고배운다”(「홍차가아직따뜻할때」)며깨달음에이른다.그렇게충돌하고대립하고자각하는일련의과정속에서사랑이발생한다.‘나’와‘당신’이마주하면서각자의본질을깨달아간다.사랑의존재론적인의미를풀어내면서도시인의시적언어는긴장감을놓지않는데,“강물이펼치는속공플레이”(「강물의속공플레이」)처럼그의문장은뻗어나가고“심해동굴로내려가”서“떠오르는음악”(「물고기악기」)을마주하면서“소리는빛보다강하고섬세한언어”(「클라라를위한시」)라는사실을직시한다.
이번시집의키워드는‘사랑’,‘구원’,‘신’,‘종교’등으로손꼽을수있다.시인이할수있는일은“비가멈추지않는여름내내/사랑의행진을/용서라는단죄를/추락하는불면”을이어가면서,과거라는“끝나지않은서사”에서미래라는“끝나버린서사”까지“사랑이라는신을계속믿”기위해기도하는일이다.“다시는신을믿지않겠다”고다짐하면서도끝내“너를믿기위해나는위독해지기로했다”(「사랑이라는신을계속믿을수있게」)면서스스로통증을감내한다.이러한선언이“우리를구원하는건신인데사랑하는사람들은지옥에있네/구원하지못한건신인데지옥을그리워하는건내평생이되었네”(「겨울장마」)라는절절한노래가되어흘러나온다.
“현실에의몰입속에서화자는여전히자신의현실이깨어질지점을기다리며그순간을준비하고있다”는임지훈평론가의해설처럼시인은현실에몰입하면서도끊임없이현실너머로의탈주를꿈꾼다.대학시간강사로살면서강의와연구,창작을병행하는그는스쿠터에음식을싣고밤길과빗길을달리는배달대행아르바이트도하고있다.현실의고통에의해자기존재가소진될때,소문난낚시마니아이기도한시인은강과바다등현실이일시정지된자연에서자기존재의충만함을잠시나마회복하려시도하곤하는데,몇해전에는문명과완전히차단된극동러시아아무르강정글에서‘지구상모든연어의아버지’라불리는신령한물고기타이멘(Taimen)을낚기도했다.1미터20센티미터가넘는타이멘을끌어안고펑펑울었다는시인은현실의고통이깊을수록더아득한영원을본다.“현실로부터피어오르는고통이단순한좌절과절망으로귀결되지않는것은그고통으로부터다시금현실너머를향한열정이피어오르기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