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에라는 말

만약에라는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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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걷는사람 시인선 53
오선덕 『만약에라는 말』 출간

“잘못 쏟아진 말들로 헐거워진 사이엔
나와 너만 있고 우리는 없었다”

말로 벌어지는 세계의 간극 속에서
잃어버린 우리를 찾아가는 여정
걷는사람 시인선 53번째 작품으로 오선덕 시인의 첫 번째 시집 『만약에라는 말』이 출간됐다. 2015년 《시와사람》 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한 오선덕 시인은 이 첫 시집을 통해서 “‘말’과 ‘말하기’ 사이의 간극을 파고들면서 우리에게 삶의 진실을 말해 주고”, “한편으로는 이러한 말하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느냐는 물음을 반복해서 제기”(신덕룡 해설, 「말과 세계의 간극 드러내기」)한다.
오선덕 시인의 시는 말을 통과한다. 시인이 인식하는 세계는 말로 이루어진 거대한 공간인데, 언어가 발화되어 나오는 말로 미세한 틈을 내고, “달빛마저 지워 버린 밤의 적막” 속에서 “어디에서나 은밀하게 허용되는”(「둥지를 떠난 새」) 시를 통해 조금이라도 진실의 영역에 가닿으려고 한다. 하여, 주체와 주체 사이의 공백을 메우는 일이 시인의 목표라고 할 수 있다. 이 시집에서 ‘우리’라는 관계는 “말하지 못하는 귀와 듣지 못하는 입”을 가진 채로 “익숙한 물음과 대답을 꿈꾸”는 관계이자, 그래서 “너무 먼 마천루 위에 세워진 입과 귀의 가설들”(「내비게이션」)로 이루어진 신기루 같은 존재이다. 시인은 ‘말하기’의 행위를 통해 사유와 진실이 확장되기를 바란다. 시인의 이런 행위는 “비록 불완전한 말이지만, 이 말을 가지고 잃어버린 세계를 재현하고 또 그런 세계를 회복해야 하지 않겠냐고 질문하는”(신덕룡 해설) 것이다.
저자

오선덕

전남장성에서태어났으며,2015년《시와사람》을통해작품활동을시작했다.

목차

1부우리는서로의몸짓을모른척합니다
버릴건디버릴건디
둥지를떠난새
카테리니행기차
버스킹
소나기
움막
누가밤의심장을겨누고있는가
캣츠아이
발자국
마지막식사

내비게이션


2부우리는언제나이방인
달빛작은방
억새꽃
주름진장미꽃
스카이댄서
어떤편지
밤거리
폐역,수레국화옆에서
억새
스무살카인
난독증
이사공고표지판
어린별
구르는공

3부했던말들이모두사라졌다
이끼
선샤인
조금만더가까웠더라면
2미터전략
닿지못한말
와인
시소마찰음
윙크
사라진꿈
리셋
의자
바닥

4부모노드라마
즉결심판
오래된습관
비밀
죽도
낙엽을태우다
통점
맨드라미꽃
나인것처럼,아닌것처럼
거문등대가는길
아리아드네의실
제자리걸음
서쪽창
푸른눈
Cheers!
모노드라마

해설
말과세계의간극드러내기
-신덕룡(문학평론가)

출판사 서평

소박하고간결하게
황량한땅에서피어나는보랏빛서정

시를쓰는일은“어디론가떠나는”일이고,그것은즉“이방인이된다는것”(「마지막식사」)이다.시인은매순간이방인이되기를자처한다.“색채들은풍경을닮아있다”(「버스킹」)고말하듯이시인의시어는주로자연과상생하는동식물로이루어져있는데그런시어들이더욱아름답게작용하는이유는“폐역을떠돌던묵언의메아리”(「폐역,수레국화옆에서」)가맴돌고있는곳에서발생하기때문일것이다.그리고이제는멀어진“어릴적가지고놀던작은성냥갑의따스한온기,깊은잠속으로끝없이빠져들던무릎위의자장가”(「카테리니행기차」)같은아득한정서들을불러일으킨다.메말라가는황량한세계에서아주작은기척들을포착하고,이를색의서정으로피워올려“백지같은눈밭에내려앉은새의‘발가락사이로솟은흰눈’”(김중일시인)처럼빛나고있다.
오선덕의시를읽다보면“인적이끊긴거리”에서좁은보폭으로한걸음씩걷고있는사람을발견하게된다.그사람이응시하고있는것은“날렵하게쭉빠진신발/윤기나는바게트/화려한원피스와붉은스타킹”(「밤거리」)인데,그런간결한소묘같은풍경은어떤비유없이도아름답게그려진다.그것은아마도시인의꾸밈없는포즈와목소리가진실에더가깝기때문이아닐까.“녹슨기찻길위를수레국화가덜컹거리”(「폐역,수레국화옆에서」)면서가듯이시인이지향하고있는진정성의언어는그렇게달려간다.오선덕시인에게비참한“현실은언제나만약과엇갈”렸지만,그는“비의문장을완성”하기위해살아가는자이며“떠나간새발자국”(「선샤인」)에자신의두발을포개며앞으로나아가는존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