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

$10.00
Description
삶의 끝자락에서 퍼 올린 선한 시집
온몸으로 기록한 사랑의 변주곡
“큰 슬픔 작은 슬픔
슬픔이 슬픔을 알아본다“
걷는사람 시인선의 56번째 작품으로 김명기 시인의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가 출간되었다. 2005년 계간 《시평》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한 이후 세 번째 시집이다. 이 시집은 ‘밥과 시’ 사이에 자신을 오롯하게 드러내고 받아쓴 사랑의 기록이다. 그 사랑의 아픈 여정을 담백하게 고백하고 있다. 고백은 힘이 세다. 시집 전반에 걸쳐 속울음을 품고 있어서 어두운 빛깔이긴 하나 쓸쓸하지만은 않다. 고백의 힘은 시인의 선하고 지극한 사랑이 시어의 능동성과 어우러져 묵직한 울림을 던지고 있다. 이번 시집에서 돋보이는 점이다.
시집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돌아갈 곳 없는 사람처럼 서 있었다’니 생각하면 얼마나 아득하고 막막한가. 시인은 살아오는 동안 밥벌이를 위해 다양한 직종에서 일했는데 그런 여정을 반영하듯 “나를 위로해 주는 시가 있어 여기까지 왔다”고 ‘시인의 말’에서 고백한다. 그리고 시집을 여는 첫 시에 가슴이 먹먹해지는데 첫 번째 시 한 편을 읽고 시집 한 권을 읽은 듯한 느낌도 오랜만이다. 시인이 뭐냐고 묻는 앞집 할매에게 “그냥 실없는 짓 하는 사람이래요/그래!/니가 그래 실없나/하기사 동네 고예이 다 거다 멕이고/집 나온 개도 거다 멕이고”(「시인」)라고 읊조린다.
그런 것이다. 시라는 것도 사는 일도 어떤 목적의 거창한 대업을 완수하는 결과가 아니라 버려진 동물들을 챙기고 아픈 이웃들에게 손 내미는 그런 마음을 잃지 않는 것. “날마다 무언가 날아와 쌓이는 사람의 거처는/어둠을 견디기 위해 또 불이 켜”(「새들의 거처」)지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시인은 사람과 동물을 바라보는 시선에 우위를 두지 않으며 환경과 노동 또한 대립시키지 않는다.
시인에게 시는 삶이고 삶은 시이다. 시집 전편에 그런 마음을 엿볼 수 있는 시인의 태도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또한 이 시집은 감정을 왜곡하지도 않는다. 본연 그대로 현실을 직시하고 감각한다. 말하기 힘든 내면의 이야기들조차 담담하게 드러내며 고백하기도 한다. “사람 목숨은 질기고도 가엽다 적어도 내가 아는 죽음들은 그렇다 죽음이 아무리 화려해도 한 줌 재가 되거나 아무도 찾지 않아 풀이 웃자란 길목에 허기진 영혼의 빌뱅이가 되어 누워 있”(「죽음도 산 자의 일」)음을 아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큰사람은 성공한 사람을 가리킨다. 시인도 집안의 장자로 큰사람이 되리라는 기대를 받고 자란 모양이다. 그러나 시인은 “나는 큰사람이 되기 위해 객지와 바다 위를 무시로 떠돌았지만/(…)/이제 오십이 넘어 무슨 큰사람이 될까 싶었는데/(…)/장탄식을 내뱉었다 일백팔십이 센티의 키에 몸무게/백 킬로그램이 넘는 큰 사람”(「큰사람」)으로 ‘큰사람’이 되지 못한 채 집으로 돌아왔다고 한다. 하지만 그가 시집에서 보여 주는 굵은 울림은 ‘큰 사람’이 ‘큰사람’ 했다는 요샛말처럼 손색없이 이미 ‘큰 사람’이다.
저자

김명기

경북울진에서태어나2005년계간《시평》으로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북평장날만난체게바라』와『종점식당』,맛칼럼집『울진의맛세상과만나다』를냈으며,제2회작가정신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1부큰사람
시인
부역사건혐의자희생지역
직진금지
죽음도산자의일
닮은꼴
몸살앓는밤
강변여관
큰사람
아랫집
노회찬前
황지
청량리
강릉가는길

2부실려가는개들
유기동물보호소
손의이력서
악을쓰며짖는개에게
실려가는개들
호우주의보
공터에서샌프란시스코까지
검은개
돌아갈곳없는사람처럼서있었다
버려지는것들에대하여
리기다소나무아래에서
인도주의적안락사
결이다른말
고요보다더고요한

3부빛도없이낡아가며흐르는몸
오월
상강
파문
안면도
쉼보르스카는모른다
목수
시우
퇴근무렵
가담의저편
빛도없이낡아가며흐르는몸
어두운고해소의문처럼
죽은개를치우다
말미
절망을견디는법
커피믹스
성호를그으며

4부목련꽃필때의일
그런저녁이와서
근본없다는말
괜찮지않은봄날저녁
춘양
연애시
암병동
폐사지
겨울판화
꽃같은말
새들의거처
서울역
순장
목련꽃필때의일

해설
고라니발걸음으로조용히
-박경희(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