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의 원주율 (김애리샤 시집)

치마의 원주율 (김애리샤 시집)

$10.00
Description
섬의 물비린내와 바람을 압화처럼 담다
“찢어진 조각들을 이어 붙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어른이 되었어”
걷는사람 시인선의 57번째 작품으로 김애리샤 시인의 『치마의 원주율』이 출간되었다. 2018년 첫 시집 『히라이스』를 낸 후 두 번째 시집이다. 이번 시집에 쓴 ‘시인의 말’은 마치 서시처럼 시의 집으로 길을 안내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마지막 문장 “나는 나 때문에 고아가 되었다”는 표현은 시집 전체를 관통하는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섬(강화)에서 태어나 섬(제주)에서 사는 시인의 이력답게 시집 전반을 넘나드는 감각적이고 역동적인 문체에는 물비린내가 섞여 있다. 바람 냄새도 물씬 풍긴다. 그래서일까. 시편을 넘길 때마다 눈이 올 것 같고 날개가 돋을 것 같은 상상을 부추긴다.
가령 “모두 쉽게 녹아내리는 가난한 DNA를 가진 눈사람의 자랑스러운 후손들”(「교동에 살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유서란 손바닥 위의 짧은 운명선 같은 것”(「자기장」), “허공처럼 향기로운 무덤”(「덩굴장미처럼 아가야,」), “할 수 있는 일이라곤/천장 가득 태어나는 꽃송이와/춤추는 파도를 바라보는 일(「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다는 건/기억의 그림자를 주렁주렁 남긴다는 것”(「없다는 것」)이라는 표현들은 시인의 일생을 응축한 압화처럼 매혹적이고, 여기에 예민한 직관력이 더해져 낱낱의 시편에 생명을 불어넣는다.
시집 『치마의 원주율』에는 첫 시집 『히라이스』에서 보여 준 외로움과 그리움의 정서가 이어진다. 부모의 부재로 홀로 견뎌야 했던 시간들. 그것은 가난이나 죽음이 불편한 시선처럼 존재하는 삶이었다. 그리하여 이 시집에는 ‘없음’의 상실감을 안고 자신을 들여다보는 과정이 치열하게 녹아 있다. 이를테면 과거의 비극적인 삶에서 파편화된 고통들을 온전하게 받아들이지도 그렇다고 내치지도 않으며, 시인은 자신을 거칠고 강하게 몰아붙인다. 아직은 좀 더 떠돌겠다는 듯 온몸으로 생을 감내하겠다는 듯.
해설을 쓴 이병국 문학평론가는 “김애리샤 시인이 반복적으로 구성해내는 고통의 순간과 그로부터 파생된 존재의 자기염오自己厭惡가 지닌 정동은 유토피아를 상실한 자가 ‘시’라는 헤테로토피아를 통해 결여를 재영토화하려는 수행”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저자

김애리샤

강화도에서태어나지금은제주도에서살고있다.시집『히라이스』를냈다.

목차

1부종이를구기면채송화가피어납니다
외포리여인숙
교동에살았다
쓸쓸한전성기
스무살무렵
성장통
너는
선물을받으면좋겠어
치마의원주율
허물어지는새
반복되는반복이었다
덩굴장미처럼아가야,
나는엉망입니다
당신의플루토
천사
난정초등학교

2부그녀등에새겨진물고기의뼈를본다
새의발에신발을그려주고싶었다
뼈로만든바이올린
지금내가할수있는일은
없다는것
없는당신
웃는사람
등에새겨진물고기의뼈
자기장
바람의형태
동그라미속의동그라미
나는죽어서악보가되겠습니다
쓸쓸한사람들은구름속에서자기얼굴을자주파내곤한다
감나무아래에서
죽산포
원기소와까만빵
고요하게떠다니는소리들이별자리를만들었다

3부아버지가와서내손을야금야금갉아먹는다
기일
스위치
비문증
종이인형
신경치료
아빠심기
마리오네트와함께춤을
라일락꽃속에서
김매는사람
보신탕끓이는남자
분꽃
엄마가상받던날
수정산우물로떨어지던함박눈

찢어진조각들을이어붙이며
분갈이

4부난진화하지못해서예쁜동물
앵무새되기
낙타와눈곱
싱글맘
완충지대
오빠,그뿐이야
원플러스원
토르소
액자
실수같은봄이찾아와
다정한뱀
쓸모없이중요한말들을중얼거린다
미스터플라워
자화상
자위

해설
그림자의기억,저빛나던그때로부터
-이병국(시인ㆍ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