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정서를담아운반해온전통음악판소리
신명나게놀아보는소리판인문학
판소리는한(限)이서린음악이고득음을위해서는폭포수아래에서소리를연습하다피를토해야한다는등우리에게박혀있는전통판소리의인식은제자리걸음이다.과연그럴까?저자는십수년간이에대한답을꾸준히해왔는데도질문에변함이없다고한다.이는판소리에대한인식의변화가그만큼더디다는반증이고현시대코드에적절하게접속되지않았다는것이기도하다.
판소리는어떤예술인가.우리는판소리를음악시간과문학시간에공부했던기억이있다.잘떠올려보면판소리는구성이잘짜인명작소설이기도하고,여러인물이등장하여우리네삶을엿볼수있는연극같기도하며,말로설명하기어려운감성을저격하는음악이기도하다.즉판소리는찌개,구이,찜등과여러반찬을푸짐하게담아한꺼번에올려놓은한국인의밥상과비슷하다.역사와문화의흐름에따라자연스럽게변화해온우리정서를담아낸복합예술무대인것이다.
예술은아는만큼보이는법.국악과판소리가어렵고지루하다는고정관념은익숙하지않아즐기지못해생긴거리감때문일것이다.이거리를좁히고전통음악과판소리를대중에게연결하는‘쉽고재미있는친절한다리’가되기위해저자는유튜브‘청춘소리꾼희재’채널을개설해판소리스토리텔링을전하고이책을집필했다.
들어는보셨소?이토록힙한소리!
조선힙의원조,판타스틱하게즐겨보자
[첫번째마당-조선힙의원조,판소리가전하는이야기]에서는판소리라는규정하기어려운장르에대해설명하고‘오늘’을담은판소리다섯마당을살펴본다.죽을위기의수궁에서겨우빠져나온토끼의모습에서하루하루힘겨운우리일상을보고,용기있게신념을지켜나가는춘향이와운명을꿋꿋이받아들인심청의모습에서세상을구원하는비주류의희망을,《흥보가》에서는밥벌이의슬픔과고달픔을,《적벽가》에서는글로벌콘텐츠의가능성을찾아본다.판소리를과거의것이라재단하지않고이를통해우리의삶을반추해본다면,그것이바로판소리의현대적공감이라고할것이다.
[두번째마당-우리소리사용설명서]는우리전통음악이서양음악과는우주가다른음악임을설명한다.자연의소리라며즐겼던전통음악의의미와가치를이해하고풍류를즐겨보자.소리꾼들은왜폭포수아래에서소리공부를하는것인지,소리꾼의목소리가허스키한이유는무엇인지,판소리에는진짜한이서려있는지도알수있다.신재효선생의<광대가>를통해오늘날스타와도같았던명창소리꾼이야기와현재곳곳에서유행처럼번지는국악의영향력에대해서도이야기한다.
마지막으로[세번째마당-판타스틱하게잇다,우리소리]에서는통통튀는아이디어로종횡무진활약하는힙한국악인들의음악을들으면서우리소리의매력에빠질수있다.흥겨운음악의환각상태로몰아가는<악단광칠>과<씽씽밴드>,아일랜드민속악기가판소리와만난<두번째달>,‘범내려온다’의<밴드이날치>등경계가없는그들의음악과300년지층이쌓인‘명창의소리’까지.차근차근추천하는음악을듣다보면어느새여러분도귀명창이되어있을것이다.
전통과새로움사이다리를놓는
청춘소리꾼의21세기우리소리플레이리스트
‘힙하다’,‘신선하다’라며국악을향한관심이뜨겁다.이런관심이지속되기위해서는즐기고사랑하는것이먼저일것이다.그동안우리는전통음악인국악을지켜야한다고말을하면서도정작즐기지못했다.어떻게즐기고느껴야하는지알지도못했고이를알려주는사람도소개하는책도빈약했다.
2008년‘유네스코인류무형유산’으로등재된판소리는국가무형문화재로지정되어보존·전승되고있다.저자는판소리가하루빨리보호받아야할무형문화재에서벗어나모두가함께즐기는문화로이어지기를바라며이책을집필했다고밝혔다.사람들이함께즐길수있는예술이라야진정한가치가있다고보았기때문이다.
어떠한예술이든예술은그시대의정서와사람들의이야기를담고있다.우리품에서태어난전통예술을즐기다보면우리안에내재된신명과흥을찾을수있을것이다.이책을통해우리전통음악과판소리의아름다움을알고참신한아이디어로무장한전통예술가들의유쾌하고신선한음악은물론명창의무대까지즐기는귀명창이늘어나기를바란다.자세히알아야예쁘고오래들어야사랑스러운판소리의우주로떠나보자.우리소리의아름다움을알고즐기는새로운일상이이책을통해깃들기를희망해본다.
<뉴노멀을위한문화·예술인문서>시리즈
일상에서판소리를즐길때,전통음악이일상이될때!
소소한기쁨을주기도하고때로는토닥토닥위로를건네는문화·예술,하지만특별한지식이있어야제대로감상을할수있을것이라는생각에다가가기가쉽지않다.어렵고멀게느껴지는예술을쉽고재미있고유쾌하게읽을수는없을까?
초록비책공방의<뉴노멀을위한문화·예술인문서>시리즈는문턱을낮추고쉽게다가가즐길수있는다양한문화·예술안내서로기획되었다.건조한일상을말랑말랑하게해줄문화·예술관련책을기대하는독자라면<다정한클래식>에이어<힙하게잇다조선판소리>가무척반가울것이다.
■■추천의글
민중이모태가되는판소리는광대와고수,청중의추임새가어우러지는화합과자유의음악입니다.세계를돌며판소리를버스킹했던당돌한젊은소리꾼이판소리는과거의것이라는‘편견의고리’를‘이야기의고리’로바꾸고자써내려간이책에서여러분은판소리의아름다움을발견할것입니다.
-고려대학교명예교수겸한국문화예술콘텐츠학회회장선정규
유네스코세계무형문화유산을가장많이보유한나라대한민국.하지만정작잘모르는우리국악.세계로뻗어나갈무형콘텐츠보물창고,우리음악을즐길수있게안내하는이책을격하게환영합니다.전통은지키고창작을자유롭게하고픈뮤지션과국민모두에게장르를넘어선길잡이가되기를기대합니다.
-국악전문음반사악당이반대표김영일
꿈꿔왔던전통음악의세계화가가까워지고있습니다.가벼운유행은클래식이되지못합니다.우리가좀더깊이문화를향유한다면단단하고견고한그문화는결코무너지지않을것입니다.지금문화의물결에우리를위한최고의이야기가시작됩니다.이책이그중심을잡아줄것입니다.
-서도밴드sEODo
전통음악이가지고있는고민과현주소를작가특유의재치있는‘이야기’로풀어낸참으로재밌는책!전통이라는바다에서물질해올린보석같은음악들을글로엮고재치로꿰어예쁜상자에담아주었네요.수많은음악인이해녀인냥바다에들고있습니다.이책이그들의음악과함께하길바랍니다.
-악단광칠
<책속에서
이러한중요한시기에급행유행열차에탑승한우리전통문화·예술이호기심을넘어지속적인관심과사랑으로이어지려면무엇보다다리가필요합니다.최신유행하는옷으로갈아입은국악이그럴싸하게멋져보여도대중과소통하는튼튼한연결고리가존재하지않는다면,이관심은언제걷힐지모르는안개속으로다시사라질수있습니다.우리는바이올린,첼로는쉽게구분하지만,마찬가지로활을써서연주하는해금과아쟁은단번에구분해내지못하지요.아무리빼어난예술을이룬다고하더라도밑바닥부터견고한공감의체계가없다면‘어렵고지루하다’라는편견은반복되기쉽습니다.
그래서저는이책을통해국악을향해수없이반복되었던‘편견의고리’를‘이야기의고리’로바꿔보려합니다.‘A는B이다’와같은딱딱한이론말고,‘심청은왜인당수에목숨을던졌어야만했을까?’,‘베토벤,모차르트는공감이되는데왜산조,시나위는공감이안되는걸까?’,‘추임새가필요한이유는뭘까?’와같은것들말이에요.
-프롤로그중에서,p6~7
여러분은판소리의장르가무엇이라고생각하나요?음악?문학?연극?이질문에답하기전에혹시학창시절판소리를어떤교과수업에서배웠는지를떠올려보세요.많은분이음악시간이라고하실지모르겠습니다.대학교에서도판소리전공은음악대학소속으로수학하니까요.그런데음악수업만이아니었습니다.문학시간에도접했었지요.이것은판소리가음악이기도,문학이기도,또극예술이기도하기때문입니다.
저는외국인에게판소리를설명할때오페라와비슷하다고설명합니다.오페라도이야기를소재로한음악극예술이기때문입니다.문학과음악의조합이지요.오페라도판소리처럼소설적이며희곡적이고운문적텍스트를가지고있습니다.하지만판소리는오페라와확연히구분되는분명한성격이존재합니다.바로오페라에는극적효과를더욱살려주는배역별배우들이존재한다는점이죠.이는판소리와크게구별됩니다.판소리는오직한사람의창자가이모든것을소화하기때문입니다.
-문학인듯,연극아닌,음악같은중에서,p25~26
21세기를살아가는한사람으로서《수궁가》토끼의모습은참많이짠합니다.그렇게각박하게살아야만겨우살아지는우리인생을닮았다고해야할까요?어쩌다보니태어났고살고자하는본능을거스르기는힘들어서살고는있지만,이것이참녹록하지않습니다.
우연히만난별주부의달콤한제안에호의호식하며살고자수궁으로들어갔건만죽음의위기가닥치고,기어코살아나왔더니죽음의위기는끝이없더라는이야기.우리가살면서매일만나는‘존버의삶’,‘가슴속에품고다니는사직서’와크게다르지않아보입니다.마치바위를언덕위로굴려올리는벌을받은시지프스처럼떨어진돌을굴려올려놓으면다시떨어지고,또다시굴려올려야하는숙명으로살아가야하는것이아닌가하고요.그러기에위기의순간마다재간을발휘하는토끼를보는것이우스꽝스러우면서도한편으론퍽슬픈블랙코미디같습니다.
-산전수전공중전의인생사《수궁가》중에서,p58~59
장르를불문하고예술은자신만의표현방식으로세상을담아냅니다.판소리도마찬가지입니다.흥보가가난을극복하기위해매품팔이(벌을지은죄인대신매를받고돈을버는알바)를갔을때,아내가방안에숨죽여엉엉우는모습에서우리는‘밥벌이의슬픔과고달픔’을공감할수있으며,박을열어순식간에부자가된흥보네모습에서우리가슴속에은근히자리하고있는‘로또1등당첨’의꿈을엿볼수있습니다.
《흥보가》는아무리노력해도나아질수없는부조리한사회구조를판소리를통해강렬하게실어냈습니다.그리고그비판을드러내는방식에있어서해학과풍자는판소리특유의트레이드마크라할수있습니다.
1시간짜리명강의보다3초짜리유머가더파급력이있을때가있습니다.세상을향해통쾌한한방을날리는판소리해학의힘은현재까지도강렬한힘을발휘합니다.
-세상을향해저항하다《흥보가》중에서,p73
《심청가》가효에관한작품이아닌,자신의영혼을찾아서떠나는여정에관한작품이라고여긴다면심청이마주한깊은한이마냥한스럽게만느껴지지않기도합니다.오히려,‘그래,네가그러한영혼을가졌기때문에삶이그렇게어려웠던거구나’,‘아파도너무아파하지마’와같은공감의여백이생기게됩니다.그리고동시에이렇게생각할수도있겠습니다.
‘어쩌면삶의즐거움도이해할수없는괴로움도,내영혼이안내하는길일수도있겠구나’
효를위한여정이아닌본인의영혼을위한여정이라고생각하며받아들이는판소리《심청가》는그전에는찾을수없던깊은공감의머리를드러내는것같습니다.그리고앞으로나아가는나자신의존재와자아,영혼에대해다시한번생각해보게하지요.단지조금비틀어생각해보았을뿐인데작품이새롭게보입니다.
판소리를구시대의전유물로만보지않고마음과귀를열고우리의삶을반추하여들어볼때,일상을더풍요롭게즐길수있습니다.판소리의현대적공감이랄까요?21년째소리꾼으로서같은소리를반복적으로연습합니다만,늘같은모양으로소리가다가오지는않습니다.삶에관한질문은계속바뀌고그에대한답은늘새롭기때문입니다
-아버지를위한효심?아니,나의영혼이떠나는여행《심청가》중에서,p97~98
가야금은꽃의농염한희롱같고요.거문고는대나무숲의우직함을닮았습니다.아쟁은낮게우는사람의울음소리같기도하고“내그럴줄알았지!”하는웃음소리같기도합니다.대금은평화로운바람같지만청을울릴때는매섭게타오르는불같기도하지요.이모든악기를징이살아있는혼으로모아서승화시켜줍니다.생김새도음색도개성이뚜렷한악기들의집합이니화성음악을지향하지않는다는것쯤은악기구성만봐도알수있습니다.
반면서양악기들을떠올려봅시다.주선율의서사를가장많이이끌어가는현악파트악기들을살펴볼까요.바이올린,첼로,비올라,베이스.이악기들은생김새가비슷합니다.눈에들어오는차이라고는악기의크기밖에없습니다.크기에따라음역대가달라지긴하지만현이내는음색의차이는전통악기만큼크지는않습니다.서양음악이화성음악을지향한다는방증입니다.물론관악기들은생김새가크게다르지만생김새와음색이달라진다고화성음악을따르지않는것은아닙니다.음악을구조적으로아름답게확장할뿐,모두화성음악을따르고있지요.주선율과부선율이서로조화를이루며음악의강약을조절해냅니다.
반면전통악기들은합주할때좀처럼제목소리의기세를꺾지않습니다.하나의곡을완성하는데있어이들이선택한합주방법은화성이아니라레이어링layering이라고생각하면됩니다.그래서〈시나위〉즉흥연주의합은마치만산(萬山)의늘어진가지들이바람에나부끼며부딪히듯,철새들이바람을타고떼를지어날아가듯기이한움직임입니다.불규칙과규칙을,경계와비경계를오가는자연같지요.그렇게서로흩어졌다가만났다가다시흩어지고만나는것이〈시나위〉의백미입니다.
-베토벤과전통시나위중에서,p151~152
먼저신재효는광대가제일먼저지녀야하는것을‘인물치레’라하였습니다.여기서치레는‘치러내는일’을뜻합니다.그러니인물치레는말그대로광대의겉모양,즉외모를담는일이라고볼수있겠습니다.‘아니,소리꾼하면제일먼저득음을꼽을것같은데인물치레라니,판소리도결국외모지상주의라는것인가?’라는생각이들지요?정말외모를강조한것일까요?
그런데제일로중요하다는인물치레를마지막부분에언급합니다.‘사설치레’나‘득음’이나‘너름새’는그것이어떠해야하는지구체적인풀이해놓았지만인물치레는“인물은천생으로타고난것이기때문에후천적으로변통할수없다.”라는정도만풀이하고마칩니다.결국인물치레라는것은판소리광대가갖추어야할선천적인외모의됨됨이를말한다고볼수있습니다.인기있는연예인들도미남미녀로얼굴이잘나야사랑을받는것과마찬가지입니다.
하지만여기서꼽은인물치레는한낱가벼운‘눈요기’용의외모만뜻하는것은아닙니다.판소리라는예술이단지듣는예술이아닌‘보이는’예술이기도하다는것을강조하는것입니다.즉판소리는소리꾼의음악(창악,唱樂)일뿐아니라연기력과함께어우러져빚어내는예술임을명시하고있는것입니다.
-판소리의생김새중에서,p159~160
판소리하면보통#허스키함,#폭포수아래서수련하는통성,#한이서린목소리정도를많이떠올리는것같습니다.이걸대략정리해보면폭포수를뚫고나올정도의허스키하고도큰목소리로한스러움을노래하는걸텐데요.실제로판소리는쉰듯한목소리가나오는것도맞고,한이서린목소리도맞고,자연에서수련하는것도맞지만왜이런목소리이어야하는지에대한이유는잘모를겁니다.그걸알게된다면,판소리에한층공감할수있을겁니다.
판소리는악기외에음악의재료가하나더있습니다.바로‘글자’입니다.글자로지은이야기가판소리의바탕이되었으니까요.판소리가문학예술이라는것을의미합니다.그래서판소리는문학예술을소리음악으로구현하는것을중요하게생각합니다.어떤의미인지잘이해가되나요?
이는텍스트를그대로소리를통해재현해야한다는것을말합니다.이를테면《수궁가》의범내려오는대목은실제로기골장대한호랑이가산속에서어슬렁어슬렁내려오는모습이눈앞에보이듯그려내야하며,《춘향가》에서뼈가부러질만큼곤장을맞은춘향이가한밤에차디찬옥방에앉아귀신소리를듣는대목에서는스산하고공포스러우면서도한스러운귀신소리를내어야그상황이온전히청중에게와닿을수있다는것을의미합니다.소리꾼은청중에게눈에보이듯이판소리로보여줘야합니다.이것을‘이면(裡面)에맞게소리한다’혹은‘이면을그리는소리’라고합니다.판소리에서아주핵심적인부분이죠.
-세상사만물의소리를보여주는판소리음악의원리중에서,p188~189
완창은짧게는3시간부터길게는8시간까지의러닝타임을자랑합니다.모험으로치자면대장정과같은공연이라고할수있지요.이험난한여정에동료가여럿도아닙니다.소리꾼하나,고수하나!이둘이공연의기승전결을전부풀어나갑니다.어쩌면‘판소리는지루하다’는선입견에이완창무대도한몫가담했을지모릅니다.그런데도굳이통으로공연하는이유가무엇일까요?
판소리완창은사실1968년에최초로등장한,제법최근에생겨난소리판양식입니다.판소리는조선숙종말에서영조초즈음에시작되었다고하고가장흥했던시기는조선후기라고꼽고있는데요.완창은판소리전성기가한참지난뒤생겨난일종의만들어진전통(양식)이라고볼수있습니다.이전에는모두토막소리로만공연을해왔기때문입니다.
그런데어쩌다가완창이시작됐느냐고요?완창은돌아가신박동진명창이처음도입한공연양식입니다.지금이야국창(國唱)칭호를받는소리계큰별이지만박동진명창은사실젊었을당시에는그리이름난명창이아니었습니다.첫완창이후로이름을알리게되었지요.그것도52세때말입니다.이것을시작으로이듬해에는8시간짜리《춘향가》를발표하면서세계에서가장오래부른노래로기네스북에등재됩니다.이어매년도장깨기하듯남은바탕소리를완창합니다.사람들은이대단한무대를보기위해공연장에구름떼처럼몰려들었습니다.
-공연트렌드의저건너편,완창중에서,p196~197
진정우리는추임새를잃어버린걸까요?우리의추임새문화는유명가수의공연이나세계적인팝가수의내한공연에서볼수있는소위‘떼창문화’로진화한듯보입니다.공연내내가수와흥을나란히하는관객들은모습만다를뿐전통예술공연에추임새를넣는청중과다를바가없습니다.
소멸은또다른탄생으로이어지고낯선것은새로움이됩니다.오늘날의소리판에서는추임새하나던지기쭈뼛하고어색하지만다시금전통의힘이되살아나고있는지금,판소리판으로가서“대박!”,“쩔어!”와같은추임새를시원하게던지며함께완성해가는소리판을경험하는것은어떨지요.
-얼씨구좋다!추임새좋다굿!중에서,p214
악단광칠또한젊은세대와소통하기위해다양한노력을기울이고있습니다.활동초기‘클럽으로간굿’이라는공연명은이목을끌기에충분했습니다.이들은특히황해도굿을활용하여많은곡을만들었는데요.대표곡〈영정거리〉는아예황해도굿의〈영정거리〉의무가를그대로가져와만들었습니다.영정거리란굿초반에행해지는의식중하나로온갖신(영정)들을불러액운을몰아내는절차입니다.무가의원문을그대로사용했다하니무슨뜻인지알아듣기어렵겠다고생각하겠지만실제들어보면이는그다지중요하지않다는것을알게됩니다.퍼포먼스가만들어내는환각적인무드와빨려들어갈것같은굿판의사운드가이미관객을열광하게만들기때문입니다.이곡을접한사람들은“한국의접신록이다.”,“이것이야말로한국인의샤머니즘펑크,코리안샤머닉펑크아닌가?”와같은기발한반응을보이곤합니다.
-굿판을새롭게가져왔더니글로벌전역에제대로통했다중에서,p243~244
“범내려온다!범이내려온다!”
이영상은단숨에조회수6억뷰이상을올립니다.어울릴것같지않은것들의조합.그총체들은세계사람들을사로잡았습니다.더열광한이들은한국인입니다.“국악이이렇게힙할줄이야.”,“엄마,나국악좋아하나봐.”와같은댓글들이달리며지금껏경험해보지못한음악에깊이중독되었습니다.
밴드사운드와판소리의만남인데밴드구성이독특합니다.드럼과베이스기타두대가끝.그리고네명의소리꾼입니다.어울릴것같지않은두장르가만났는데묘한밸런스를이룹니다.(중략)
이들의음악은다른팀들과다르게대비되는것이있습니다.밴드사운드와판소리가서로양보없이자신의길을묵묵히간다는겁니다.밴드는밴드대로견고한데판소리는《수궁가》를큰변형없이그대로썼습니다.서로가굽히지않고나란히서서그런지그기세가거침없이당돌합니다.
-서로다른에너지가만나서폭발하다중에서,p252~253
명창소리를추천하는데이분을빼놓는다면판소리애호가들이“소리하는사람이맞냐?”며비난할것같습니다.바로만정(?汀)김소희명창입니다.
김소희명창은1917년에태어나1995년별세하신근현대명창입니다.그가별세하자한신문사는“하늘이거둬간하늘의소리”라는기사를냈습니다.그정도로나라가사랑한‘국창’입니다.김소희명창을빼놓고현대판소리사를정립하기란어렵습니다.우리나라판소리유파의굵직한부분을차지하는‘만정제’의창시자이기때문입니다.
만정제소리가오늘날굵직한부분을차지한다는것은그만큼부르는사람이많다는것이고부르는사람이많다는것은그에게사사한제자가많다는것일테지요.위대한스승은제자를훌륭히길러내기마련입니다.그의귀한가르침은삶의귀감이되었으며소리속에는형용할수없는깊이가있습니다.
-300년지층이축적된'명창의소리'안에서유영하기중에서,p283~284
수많은무형문화재속에인간문화재가있습니다.인간문화재는눈으로보이지않고손으로잡히지않는무형예술을계속해서보존·발전시키기위해도입된제도인데요.유일하게인간문화재가없는무형문화재가있습니다.바로2017년에지정된김치담그기문화(국가무형문화재제133호)입니다.김치담그기에는인간문화재가없습니다.아니,필요가없겠지요.이미우리나라전역에서이루어지고있는생활이고문화이기때문입니다.판소리는인간문화재가있습니다만,언젠가는우리나라대표먹거리인김치만큼이나일상으로즐기게되어대중에의해입혀지고쓰이며새로워지면서인간문화재보호의그늘에서벗어나면좋겠습니다.
-에필로그중에서,p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