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다 가져오지 못했다 (이효복 시집)

나를 다 가져오지 못했다 (이효복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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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효복 시인, 등단 44년 만의 첫 시집
함축미 속에 배인 역사적 상흔
『나를 다 가져오지 못했다』 는 〈바람의 느낌〉, 〈고요한 숲에 앉아〉, 〈나 홀로 길을 걸을 때 - 뮤제타의 왈츠〉, 〈태풍이 지나고서야 알았다〉, 〈자귀나무 숲〉, 〈아줌마들의 사회〉 등을 수록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

이효복

전남장성에서태어나조선대국문과를졸업했다.1976년『시문학』에「눈동자」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풀빛도물빛도하나로만나』를펴냈고,국어교사로아이들을가르쳤다.현재한국작가회의회원이다.

목차

4 시인의말

제1부
13 바람의느낌
14 설산
16 고요한숲에앉아
18 나홀로길을걸을때-뮤제타의왈츠
20 낙엽
21 태풍이지나고서야알았다
22 자귀나무숲
24 수국
26 아줌마들의사회
28 아내가결혼했다
30 그날의일정
31 완연한봄
32 공주는잠못이루고
35 겨울비
36 아,나의슬픈콰지모도

제2부
41 분얼눈
42 한어린아이가살던저녁
44 노지의시학
47 11월의들녘은
50 강을건넌다
52 노각
54 가을이밟고간자리
55 11월의가을,비를맞다
56 염주동럭키아파트5동꼭대기층-집
58 시인과파이프오르간
61 한여름밤의꿈-너방울뱀아
64 내가살던고향마을은
65 홍시

제3부
69 다락방
70 하의도에서
71 무저도
72 고하도1
74 고하도2
75 고하도3
76 양정달마루골에서
78 달빛전시관
79 온순한자리
80 주행1
82 주행2
84 만귀정소회
85 꽃무릇산천
86 홍살문
87 어디에선가

제4부
91 섬1-시쓰기특강
92 섬2-시쓰기특강
93 섬3-시쓰기특강
94 섬4-시쓰기특강
96 섬5-시쓰기특강
97 섬6-시쓰기특강
98 섬7-시쓰기특강
99 섬8-시쓰기특강
100 섬9-시쓰기특강
102 갈대끝물방울
104 그사이
105 대한민국광주에도소나기가겁나게온다
108 아이들의시에음악이붙기를
110 나의꿈

111 발문다시노래가시작되고,우리는함께흘러간다_홍성담

출판사 서평

노트르담대성당벽한구석에는‘아나키아’라는말이희랍어로새겨져있다고한다.‘숙명’.우리가흔히‘노틀담의꼽추’로기억하는책『노트르담드파리』의집필동기가된말이기도하다.1831년,28세였던빅토르위고는이말에영감을받아6개월만에자신의대표작이된이책을완성했다.
이효복시인의첫시집『나를다가져오지못했다』(문학들刊)에는‘아나키아’라는말이등장한다.시집맨앞‘시인의말’을보자.“내가가두려고했던것들/나를스쳐간무수한점멸/내가본첫어둠/아나키아”.그리고본문중「아,나의슬픈콰지모도」라는시에는“파멸의시간에맞춰져있는/눈부신아나키아의시계”가,시집의마지막편인「나의꿈」에는“시적영감/아나키아숙명”이등장한다.이말에얽매이지않더라도,천천히시집을음미하다보면,이시인이꿈꾸는세계의윤곽이희미하게나마드러나는데,마지막책장을덮기전에독자의마음에남는단어중하나가바로이‘아나키아’라는말이다.

아직도내노래가울리고있어요
한번만내노래를울리게해줘요
노트르담대성당뒤편에서
꿈틀거리고있는종지기꼽추콰지모도
자유로운영혼의집시에스메랄다를사랑하는
가장어두운어둠
파멸의시간에맞춰져있는
눈부신아나키아의시계
숙명

아,나의슬픈콰지모도
내노래가울리고있어요
내노래를울리게해줘요
-「아,나의슬픈콰지모도」

태어날때부터저주받은노트르담대성당의종지기콰지모도와그의운명의대리자인집시여인에스메랄다,그리고그녀를사랑하는신부프롤로와근위대장페뷔스,이들의사랑과욕망,운명의대서사가펼쳐지는『노트르담드파리』와이효복시집이직접적인상관관계를맺고있을턱이없다.하지만인간이라면누구나자신의운명과그것을극복하고자하는의지사이에서번민할수밖에없는존재라는점에서,이번시집을이해하는하나의키워드로‘아나키아’를설정하는데무리는전혀없어보인다.
작품활동을시작한지40년을훌쩍넘긴시점에출간된이효복시인의첫시집에는세개의축이어렴풋이잡힌다.1950년한국전쟁과1980년5월항쟁의상흔,여기에선생으로서겪은아이들과의사연이그한축을이루고있다.아이들과의체험을제외하고앞의두사건에대한이야기는시의표면에두드러지지않는다.이런식이다.

몰살당한붉은선홍색피
아버지는끝내침묵하셨다
-「홍시」

많은생략과함축으로시의구체적인정황을이해하기는쉽지않다.1950년한국전쟁때시인은선대의많은가족을잃었다고한다.
이런시는어떤가.“1980년오월//시와붓과먹과흑백의조우//(생략)//내아이들이쓴시,한뭉치를들고/화실을더트고있었다//(생략)//흔들리며멀어져간오월의시화전은/페회를모르고”(-「대한민국광주에도소나기가겁나게온다」).그러니까시인의기억속에는시화전을준비하기위해아이들의시뭉치를들고화실을넘나들며동분서주하던길에겪은,40년전오월의상흔이지금도현재진행형으로남아있는것이다.
이두개의축에“왁자한언론의숲에서해마다재생되는//나의오래된학교”(-「갈대끝물방울」)가선생이었던시인의기억에각인돼있다.그리고이세개의축(상처)은이번시집속에서‘너’와‘나’의간극과융합으로변주된다.

너를잡을수없었다
사실은내가줄기차게달아나고있었으므로
-「바람의느낌」중에서

너만을위해살겠다던그모든진실은없다
벼랑에앉아보라
-「낙엽」중에서

나는익어져야비로소
너에게로갈수있다는것을
-「태풍이지나고서야알았다」중에서

시에등장하는‘너’는시를착상할당시의특정한인물일수도있지만,시인의또다른분신으로읽어도무방하다.신성불가침의영역혹은절대적인진리혹은모두가바라는보편적인세계와그것과는전혀다르게진행되는인간살이의괴리사이에서,시인은노트르담대성당벽에새겨진‘아나키아’라는단어를매개삼아한국전쟁과5월항쟁그리고아이들과의부대낌을한편한편의시로빚어냈다.이번시집은‘아나키아적줄타기’인셈이다.
이효복시인은전남장성에서태어나조선대국문과를졸업했다.1976년『시문학』에「눈동자」를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시집『풀빛도물빛도하나로만나』(공저)를펴냈고,국어교사로아이들을가르쳤다.현재한국작가회의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