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만한 놈이 나타났다 (손병현 소설집)

쓸 만한 놈이 나타났다 (손병현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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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5·18민주화운동’, 그 연민을 넘어선 성찰
임철우·송기숙·최윤·한강·공선옥·김경욱·정찬 등
‘오월 문학’의 계보를 잇는 손병현의 소설집
소설가 손병현이 두 번째 소설집 『쓸 만한 놈이 나타났다』(문학들)를 펴냈다. 이전에 낸 장편소설 『동문다리 브라더스』가 1980년 5·18민주화운동, 그 주변부 인물들의 삶을 담아냈다면 이번 소설집은 항쟁 당사자와 그 가족들의 삶을 절절하게 풀어내고 있다. 당연하게도 그간 오월 관련 소설들이 보여 주었던 ‘고발, 트라우마, 연민’ 혹은 ‘관습’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그것들을 넘어서는 지난 40년의 긴 성찰 또한 돋보인다.
저자

손병현

1972년경기도가평에서태어났다.1999년〈광주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작품집『해뜨는풍경』,장편소설『내곁에유령』,『동문다리브라더스』등이있다.

목차

민주유해자 9
배고픈다리밑에서홍탁 31
광수 51
생선매운탕 75
아버지의잠바 101
태극기아래서 125
쓸만한놈이나타났다 155
광장 177

해설세월에맞서소설쓰기김형중 198
작가의말 206

출판사 서평

‘폭력을견딜수있었으나치욕은뇌를파먹었다’
소설「민주유해자」의주인공홍철은새내기대학생시절에상무대영창을경험한다.작은화장실이딸린교실크기의공간속에서150명가량의남자들과수감되었다.옆사람과살을맞닿은채정좌를하고하루를보내야했던그들은순번에따라이름이호명되면한사람씩불려나가‘북한의지령을받았느냐’‘김대중과사전모의를했느냐’등의질문을받았고,혹독한고문을당한다.발가벗겨진채로아무런저항도하지못하고주먹과몽둥이로복날의개처럼두들겨맞았다.폭력은견딜수있었으나수치와치욕은홍철의뇌를파먹었다.일주일만에간신히풀려났으나상무대영창안의지옥같은일주일은홍철의남은삶을두고두고갉아먹는암덩어리가되었다.

“…부르르-문자한통이들어왔다.또한명의동지가임대아파트화단으로떨어져내렸다는부고였다.홍철은휴-깊은숨을내쉬었다.아파트베란다를밟고올라서는그길이얼마나멀고힘들었을까.필시그도술의힘을빌렸을것이었다.베란다로떨어져내린그는살아남은자의형벌때문에환청을앓고있었다…”

홍철만이지옥의통로를기어간건아니다.자살한그의동지또한잔인무도한계엄군에맞서민주주의를지키고자목숨을걸었던‘민주유공자’였다.그러나“옆집에서총소리가들린다며여러차례흉기로위협해몇차례구속까지”됐을정도로주변인을수없이괴롭히는‘민주유해자’가되어버렸다.살아있는한그트라우마에서벗어나지못할것이라는걸알기에그는집행을앞둔사형수의심정으로아파트난간을올랐을것이다.홍철이어두컴컴한방안에앉아지난날의목을비틀듯소주병을돌려따는소설의첫장면에서독자는어렴풋이홍철이앞으로어떻게되리라는것을예상하고야만다.

‘5·18민주화운동’,그연민을넘어선성찰
지난40년동안5·18을기념하기위한과정은지난한부침을거듭했다.‘기념투쟁기’나‘이행기정의’라고부르는그40년동안,“민주유공자들이민주유해자가되는경우또한적지않았다.그와같은사실들에대한정직하고도성찰적인기록,그러나손쉬운매도나비난보다는그럴수밖에없었던상처의크기를부각시키려는사려깊음,그런미덕”(김형중문학평론가)이이번소설집에담겨있다.
다른소설「배고픈다리밑에서홍탁」이나「태극기아래서」등은1인칭화자의자전적고백의형식을취하고있다.전자는인터뷰어앞에서발화된인터뷰이의독백형식을취하고있고,후자는작품후기에밝히고있듯실제‘오월어머니’두분과의전화인터뷰를토대로쓰였다.말하는자의경험과구체성이살아있어당시의생생한아픔을전달해준다.
혹자는묻는다.아직도‘오월문학’이쓰여야하는가?그렇다.문학은단순히기억을저장하려는세월의힘에맞서우리를그시절,그현장으로데려다주는강력한기능을하는무기로작용한다.혹자는말한다.세손가락을치켜들고민주주의를위해피를흘리고있는미얀마시민들을보면1980년광주가떠오른다고.아주먼옛날이라고여겼던일들이한순간오늘의일로다시살아난다고.

“흔히‘말로할수없는’고통에‘말의형식’을부여하려는시도가바로‘문학’이라고들말한다.그렇다면5·18을여전히앓고있는이들의입을대신해그고통에말의형식을부여하려는시도는여전히필요하다.그런시도를일컬어우리는‘오월문학’이라불러왔고,소설의경우임철우·송기숙·최윤·한강·공선옥·김경욱·정찬같은작가들로이루어진빛나는성좌를일종의문학적계보로서확보하게되기도했다.그리고신작소설집『쓸만한놈이나타났다』를읽어보니손병현작가가하고있는작업도바로그와같다.나는이작가가부디오래오래5·18에대해,아니5·18에‘대해서만’쓰는작가로남아주었으면싶다.”(김형중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