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

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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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죄 의식과 부끄러움이 낳은 서정시
시대에 일그러진 시인의 초상 담아
1990년 『창작과비평』 봄호에 「수배일기」 연작 6편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한 조성국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귀 기울여 들어 줘서 고맙다』(문학들 시인선 013)를 펴냈다. 네 번째 시집이라지만 그의 원체험이라고 할 만한 시편들이 빼곡해 마치 첫 시집 같다. 고향 염주마을 회상과 고등학생 때 겪은 5월 항쟁 그리고 대학 시절의 수배와 감옥 생활에 이르기까지 총 61편의 시가 5부로 구성돼 있다.
저자

조성국

전라도광주염주마을에서태어났다.1990년『창작과비평』봄호에「수배일기」연작6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다.지은책으로는시집『슬그머니』,『둥근진동』,『나만멀쩡해서미안해』와동시집『구멍집』이있고평전『돌아오지않는열사청년이철규』등이있다.

목차

5 시인의말

제1부제이야길귀기울여들어줘서고맙다
12 월하月下전상서
14 수혈
16 횡액
18 내나이를물으니까
20 광주천
22 후일담
24 내몸엔유골냄새가산다
26 그해1
27 그해2
28 서평
29 잿등고개남새밭
30 조등에스치는인기척
31 빛고을재활원
32 암매장
34 별책
36 어떤눈물
39 여전히시민군이필요하다
40 어느늦은봄밤의풍습
42 살아남은자모두상주가되는달

제2부동사무소직원이야물딱지게박아놓은호적초본속의염주마을
44 똥뫼들봄
45 칠뜨기
47 쏙독새
49 구린내물씬거리는아재를반색하는까닭
51 뒷고샅
53 짚봉산
54 당산나무
56 연꽃방죽
58 버스정류장에서생긴일
60 콩쿨대회
61 밤불축제
63 짚봉터널
64 고샅끝집
65 옛집에들다

제3부스멀스멀뒤밟아오는낯선그림자두엇
72 먼길
74 천렵
76 장수하늘소
78 하얀방
79 비상
81 복내가는길
82 도끼질
83 길갓집
85 하이바
86 유치장
88 면회
90 출옥
92 또,악몽
94 사회과학서점문밖
95 어떤문상
96 장어빚

제4부머지않아우리가옛이야길하며밝게웃는
100 잠행
101 장대비
103 어버이날
105 가족사진
106 방을구하며
107 내친구양기창
109 푸른生
111 여자의향기
113 가물치낚시
114 편지한통
116 행주집일박
118 악몽

제5부내등마을들입의살구나무청솔양옥
120 도라지꽃
122 정령
124 정화
126 평정
128 봄날은핀다
130 식경
131 뽕나무가쓰러졌다
133 행정실
135 일기
136 학부모
137 까치
139 기숙사
140 야외수업
141 소피아
143 내등마을들입의살구나무청솔양옥
145 이런하룻밤을잤다

148 발문너무많이기억하는자_김형중

출판사 서평

“총맞은/총을맞아주는/지독한봄날의어슴새벽/장전된제총의방아쇠를끝끝내당기지도않았던최후의//일각!//거기에서부터나는,/나의생은다시시작되었으니까/당연히대답이시퍼런청춘에가까워진다”(「내나이를물으니까」부분)

조성국시인이“나이를말할때면”한참이나젊어지는이유다.“시인의나이는바로1980년5월27일의도청에서멈춰버렸다.”(김형중,문학평론가)그는어미새가새끼새에게물고기한마리를부리로건네주는모습을보고“천변좌로/적십자병원응급실로주먹밥챙겨들고/솔래솔래헌혈하러오던옛사람”(「광주천」)을떠올리고,“화장한아버지의유골을받으러”간수골실에서육신이타는냄새를맡고“국군통합병원과505보안대와/접근하면발포한다는국가안전기획부담장/경고의표식이/붉게새겨진잿등고갯길에서”맡았던“살타는냄새”(「내몸엔유골냄새가난다」)를떠올린다.
그러니까5월항쟁의기억은끝내벗어날수없는,그러나벗어나려고발버둥칠수밖에없는시인의굴레다.“굳이내가이본적의도시를/한번도떠나지못하는/끝내저버리지못한까닭이있다면”(「수혈」)
제1부‘제이야길귀기울여들어줘서고맙다’에는5월항쟁에대한기억을다룬시편들이모여있다.제2부‘동사무소직원이야물딱지게박아놓은호적초본속의염주마을’은그가유소년기를보낸고향마을에대한시편들이다.“들멧쥐들이고구마무광을두레밥인양오순도순갉아먹”고,“젖니갓돋은각뿔의동부레기/아지랑이콧김을/씩씩뿜어대고/밭갈채비하던망백의양주도버들개지마냥하얗게/새하얗게부풀어오른살갗각질을긁어”(「똥뫼들봄」)대는장면들은지금의광주염주동아파트촌에서는더이상찾아볼수없는풍경이다.
그시절들은“쟁기질부사리를부리던/두발양반”이날품을팔게되고,“징울리던너부실댁”(「연꽃방죽」)이이십리나되는양동시장닭전머리를오가며생선리어커를끌게되는시절을넘어역사의뒤안으로사라졌다.
제3부‘스멀스멀뒤밟아오는낯선그림자두엇’과제4부‘머지않아우리가옛이야길하며밝게웃는’에는1980년대그의청년기기억이담겨있다.조시인은1986년행방불명되었다가의문사당한이철규열사와조선대학교교지인「민주조선」을함께만들었다.

“외마디비명/그사람이내지른것같아/하루에도몇번씩눈물치받치는/아아되돌아보면/흔적조차없는발자국을끝도/갓도없이찍고가는”(「먼길-80년대풍경1」부분)

수배시절과대공분실,광주교도소등에얽힌시인의초상은그야말로우리가지나온일그러진시대의초상과겹친다.시인은배달오토바이헬멧을보고백골단의‘하이바’를떠올리고,발전기를돌려천렵을하다가대공분실의전기고문을떠올린다(「천렵」)마지막제5부‘내등마을들입의살구나무청솔양옥’에는장년이된그가대안학교행정실장으로일하던시절의기억을담았다.

조성국의80년대소재시편들은이른바386세대인사들이배나오고돈많은586(곧686)이되고,신자유주의가극성을부리고,박근혜가사면되고,전두환이사과없이죽은2020년대에다시읽는80년대풍시편들이다.그러니까지난시대가한시인의영혼을어떻게저토록고통스럽게만들수있었는지,그시대를다시소환해우리앞에재전시하는시,부끄러움속에서그시절들을반추하게하는시,그것이조성국의시편들이다.
너무많은기억으로고통받는자에게치유는정당하다.그러나나는또한쉽게치유를말하는자들(특히시인들)을그리믿지않는편이다.자랑스러워하는자들보다부끄러워하는이들을,맹목적인이들보다자꾸뭔가캥기는마음을품고사는이들을더믿는다.그래서나는너무많이기억하는자조성국이“여전히죄를짓고있다는생각”속에서“아무래도중요한일,한두가지쯤꼭빼먹은것”같다는캥김속에서,서서히치유받기를바란다.
-김형중문학평론가

조성국시인은광주염주마을에서태어났다.1990년『창작과비평』봄호에「수배일기」연작6편을발표하며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시집『슬그머니』,『둥근진동』,『나만멀쩡해서미안해』,동시집『구멍집』,평전『돌아오지않는열사청년이철규』등을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