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감정학 (1980년 5월 광주는 인간의 모든 감정이 촉발된 시공간이었다)

오월의 감정학 (1980년 5월 광주는 인간의 모든 감정이 촉발된 시공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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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조진태 시인(5·18기념재단 상임이사)이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문학작품을 통해 성찰한 『오월의 감정학』(문학들)을 펴냈다. 저자는 ‘오월 광주’가 인간의 모든 감정이 촉발된 시공간이었고, 그것을 가장 잘 드러내 주는 것이 바로 문학작품이라는 점에 주목했다. “현장 경험을 감각화하는 기억 매체”가 바로 문학작품이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 책이 문학작품을 대상으로 한 평론집이나 비평서인 것은 아니다. 이 책에는 시와 소설 등 문학작품 외에도 사건 관련 구술이나 사료적 기록이 적잖이 등장한다. 저자는 이 기록들에서 분노와 공포, 슬픔과 기쁨 등 인간의 감정이 어떻게 촉발되며, 그 감정의 무늬가 어떻게 언어로 표현되어 읽는 이들과 공감을 이루는지를 살피고 있다.
저자

조진태

1984년시무크지『민중시』1집에「어머니」,「우리들이살아가는것은」등을발표하며등단했다.시집으로『다시새벽길』,『희망은왔다』를펴냈다.광주전남작가회의회장을역임했으며현재5·18기념재단상임이사로일하고있다.

목차

책을펴내며 4


제1부
시로읽는5월의절대공동체 13
오월기억투쟁,슬픔의힘 40
더많이오월을감각하는일,사랑과공감 63
도래할절대공동체-오월의일상과숭고 88

제2부
오월을이야기하는방법-오월의문화화 115
전승할이야기로서오월의담론을위하여-두개의봉우리들 129
기억투쟁으로서오월의문화예술 153
하나의전형,전야제 177

제3부
자명한오월에파문을내야할5·18문학상 203
문학의방외자가던지는‘김현의오월문학’에대한몇가지물음들 219

출판사 서평

-‘오월광주’는감성의시공간
문학작품통해‘오월의공감’성찰


조진태시인(5·18기념재단상임이사)이1980년5·18민주화운동을문학작품을통해성찰한『오월의감정학』(문학들)을펴냈다.저자는‘오월광주’가인간의모든감정이촉발된시공간이었고,그것을가장잘드러내주는것이바로문학작품이라는점에주목했다.“현장경험을감각화하는기억매체”가바로문학작품이라는것이다.
그렇다고이책이문학작품을대상으로한평론집이나비평서인것은아니다.이책에는시와소설등문학작품외에도사건관련구술이나사료적기록이적잖이등장한다.저자는이기록들에서분노와공포,슬픔과기쁨등인간의감정이어떻게촉발되며,그감정의무늬가어떻게언어로표현되어읽는이들과공감을이루는지를살피고있다.

그런데나는우리의대표적민요아리랑이갖는그토록피끓는전율을광주에서처음느꼈다.단전단수로광주전역이암흑천지로변하고방송국,파출소등이불타도청앞광장으로손에손에태극기를흔들며모여드는군중들이부르는아리랑가락을깜깜한도청옥상에서혼자들으며바라보는순간,나는내피속에무엇인가격렬히움직이는전율을느끼며얼마나하염없이눈물을흘렸는지모른다
-김충근,「금남로아리랑」부분,『5·18특파원리포트』

어떤극단의상황에놓인인간(들)의행동을유도하는것이이성적판단이아니라감성적공감능력에서비롯되는것(데이비드흄)이라면그것을가능케한당시시민들의‘현장감정’은무엇이었을까.어떤인간적동기가그들을밀어붙여서‘절대공동체’를이룰수있도록한것일까.
-본문15?16쪽

어느순간나는쫓아오는공수부대원에게붙잡히고말았다.잡힌즉시머리,어깨,몸통,다리할것없이온몸에진압봉과군홧발이쏟아졌다.이빨하나가부러져나가고머리가터지고피가흘렀다.그러다가잔뜩짓밟혀한풀꺾인우리를놔두고공수부대원이시위대를잡으러달려갔다.잡혀서맞는사람,쫓기는사람,쫓아가는공수부대원들이뒤섞여주위가아수라장이었다.그틈을타서나는죽을힘을다해도망쳤다.죽을고비를넘겼다는안도감이들면서공수대들에대한분노가치밀어올랐다.큰길에서는아직도많은시민들이죄없이두들겨맞고끌려가고있었다.도저히참을수가없었다.할수만있다면공수부대놈들을모조리잡아다가죽이고싶은심정이었다.
-『광주5월민중항쟁사료전집』(풀빛,1990)중에서

대한민국국군의반인륜적이고비인간적인폭력만행은야만그자체였다.현장사람들은분노한다.비탄은분노의감정으로승화되었다.물론두려움과공포가왜없겠는가.
공감감정은순식간에집단화하고집단화한분노는두려움과망설임을차단해주었고대담한용기를불러일으켰다.
-본문26?27쪽

저자는당시의현장감정을가장감각적이고집약적으로보여주는것으로시를꼽는다.“시문학(문학)은영상기록,구술기록과함께오월의현장경험을감각화하는주요기억매체이다.(…)반성과성찰을위한기억투쟁이지속적인상징화를통해사건의의미를현재화하는일이라면기억을위한문화적서사로서시문학은기억매체의감각화를통해잊지말아야할고통과더불어단번에절대공동체의신기루를경험하는상상력의길과접속하는방법이기도할것이다.”

(전략)
우리는왜총을들수밖에없었는가
간단하다대답은아주간단하다

피의값은외상이없다!

집단적분노는총을들어맞서게하였지만애시당초가공할대한민국최정예부대의물리력을당해낼수는없다.그러나이연약한물리력이마침내“대한민국이라는국가가원래가지고있던관념,몸에밴폭력성을,폭력으로국민들에게뭔가를강요할수있다는생각자체를불가능하게만들어”(최정운)버린것이다.그것이바로절대공동체의힘이었다.
-본문28?29쪽

저자가‘오월의감정’에주목한이유는거시적성찰과는별개로미시적성찰또한중요하다는판단때문이다.올해로‘5·18’은42주년을맞았다.새로운세대들에게그것은먼옛날의이야기다.오월을“당파적이해를초월하여삶의다양한영역에서회상하고상상하도록”하려면“기억매체”를통해“현재의것으로재구성하는일”이중요하다.“감정에문장이새겨진다”고시작하는다음구절의울림이절절하다.

감정에문장이새겨진다.이문장들은기억과함께생동하는역사적문장으로서언제어디서나5월의가치들을되새기도록추동할것이다.참담과숭고를감각하는행동의원천이될것이다.(…)현실은항상망각의야생에놓여있기때문이다.
-본문18쪽

공감은연민에머물지않는감정이다.타인의고통을이해하고자기에게도있음직한아픔만을느끼는연민은그연민을통해자신의안온함을자각하는것에머물따름이다.타인의고통을감각하면서그고통과연대하는행동이공감이다.스스로가존엄한인간임을확인해준게사랑의감정이라면공감은짐승이아닌인간이어떻게행동해야할지를가르는준거였다.
-본문83쪽

저자는오월항쟁당시조선대국문과1학년이었다.항쟁이후살아남은자의부끄러움을견딜수없었던그는‘조지형’이라는필명으로오월을형상화한시「일어서라꽃들아」를인쇄하여학교와광주시내에살포했다가구속됐다.‘광주젊은벗들’을결성해시낭송운동과시화전을열기도했으며,노동운동과진보정당설립에도땀을흘렸다.1984년시무크지『민중시』1집에「어머니」등을발표하며등단해시집으로『다시새벽길』,『희망은왔다』를펴냈다.현재5·18기념재단상임이사로일하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