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아랫장 주막집 거시기들 (손병현 소설집)

순천 아랫장 주막집 거시기들 (손병현 소설집)

$16.00
Description
세계의 패배자들이여, 남도로 오라
남도를 ‘기념비적 장소’ 대신
‘생동하는 공간’으로 되살려 놓은
뛰어난 재담꾼의 탄생
그동안 문학에서 ‘남도’라는 공간은 “5ㆍ18민주화운동이나 10ㆍ19여순사건으로 표상되어 온 국가 폭력의 증언 장소, 고귀한 상징성을 보존한 채 화석화되어 가는 장소, 누군가에게는 죄책감과 부끄러움을 환기하는 장소, 그래서 함부로 입에 올리기 부담스러워 어떤 자격의 증명을 거쳐야 하는 장소”(김영삼 문학평론가)였다. 그래서인지 역설적으로 이 장소성은 숭고한 이름으로 전시되거나 기념비적 공간으로 유폐되어 함부로 손댈 수 없는 어떠한 것으로 고정되어 있었다.
저자

손병현

1972년경기도가평에서태어났다.1999년〈광주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다.작품집『해뜨는풍경』『쓸만한놈이나타났다』,장편소설『내곁에유령』『동문다리브라더스』등이있다.

목차

갑숙씨는괴로워 9
길위의남녀 41
트럭 67
순천아랫장주막집거시기들 93
포커페이스 119
목어 149
一國의詩人 229

해설못난놈들은서로얼굴만봐도흥겹다_김영삼 262
작가의말 287

출판사 서평

남도는더이상‘기념비적장소’가아니다
이번소설집에서손병현작가가주목하고있는것은숭고한이름으로남아있는전시장이나기념비적인공간의남도가아니라남도라이름지어진경계속에서살아가고있는이들의삶과언어에서보이는생기와활력,그리고유대와환대의정동들이다.남도인의삶에는그어떤증명도요구하지않는무조건적환대라는말이무색하지않을정도로포용력이깃들어있다.
‘거시기’들의술자리에서여순사건을이야기할때,“자신의두아들을죽인좌익학생을사형직전에살려내셔서양자로삼아키우셨”(102쪽)다는손양원목사의일화가언급되는것은우연이아니다.원수에대한복수대신그들을통해죽은자식들의삶을대신하게한목사의모습은절대적환대에가깝다.그리고이는봉만과같이‘못보던낯짝’을‘문목’의후배라는설명만으로포용하고안아준순천장터의지워진문지방과‘거시기들’의열린마음과공명한다.
생각해보면‘순천아랫장주막집거시기들’라는모임의이름에는○○라이온스클럽,○○향우회,○○전우회○○지부,○○종친회등과같은명칭에서느껴지는지역권력의냄새나그주변부를둘러싼감투싸움의냄새가전혀느껴지지않는다.누구나,어떤것도,어떤사건도거시기가될수있으니까말이다.
그러니까이‘거시기’라는말은지시대상의불분명함을대신하는표현이아니다.이‘거시기’는수많은복합감정들이응축되고뭉쳐진언어화가불가능한정동들의이름이며,명함이나직함에얽힌사회·경제적위계가지워진꼭대기아래사람들에대한총칭이며,합리성이나효율성으로일컬어지는경쟁논리가포착할수없는삶의방식을포괄하는관계성의표현이다.(아는지모르겠지만,이‘거시기’는사투리가아니다.)굳이이‘거시기들’을다른말로표현하자면(작가의전작에기대어),‘형제들(brother)’이라고할수있겠다.

한뛰어난재담꾼의탄생
역설적이게도손병현작가는그동안5ㆍ18민주화운동을소재로한장편소설『동문다리브라더스』와소설집『쓸만한놈이나타났다』를펴낸바있다.이번소설집은‘오월문학’에대한작업을꾸준하게이어오던손병현작가의새로운변신이라면변신이라고할만하다.눈앞에서펼쳐지는것같은그입담과뚝심은그대로인채말이다.
타자를환대하는모습을보여주기위해작가는‘가난’이라는장치를소설에부착한다.일찍이그가타워팰리스고시원을소재로한장편소설『내곁에유령』과젊은이들이곤혹스럽게직면한현실들을그려낸소설집『해뜨는풍경』에서익히사용했던장치이며,우리들에게도결코낯선단어가아니다.가난은익히많은현대작가들의제재였다.전통문화체험관의구박덩어리황국장(「갑숙씨는괴로워」)이나서울살이의매정함과건조한인간관계를극명하게보여주는낙오자,패배자로표현되는인간의군상들(「포커페이스」)또한낯설지않다.환대이전에는당연히쓰라린패배와낙오의경험이공유되기때문이다.적자생존이라할수있는도시정글에서살아남았다는건승리가아니라다음의도전을끝없이받아들여야한다는의미다.
만약여기에서이야기가그쳤다면손병현의소설은전작의서사와공명하는수준에그쳤을것이다.그러나손병현의소설은여기서한걸음더전진하여,새로운장소성과언어를찾아낸다.그곳은“서울중심의공화국에서고향을떠나도시로갔던이들이뒤에남겨둔그장소가버려지고잊힌장소가아니라,들여다보면그곳이바로생명력이넘치는풍요와삶의활기가돋는환대의장소”다.세계의패배자들이여,남도로오라고유혹하는이소설집을통해남도는더이상‘기념비적장소’로희석화되지않고‘생동하는삶의공간’으로거듭난다.독자는한뛰어난재담꾼의탄생을목도하게될것이다.
손병현작가는경기도가평에서태어났다.1999년〈광주일보〉신춘문예에당선되어작품활동을시작했으며소설집『해뜨는풍경』,『쓸만한놈이나타났다』,장편소설『내곁에유령』,『동문다리브라더스』등을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