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이 고양이를 울고 갔다 - 문학들 시인선 20

배고픔이 고양이를 울고 갔다 - 문학들 시인선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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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송태웅

1961년전남담양에서태어나고전남대국문과를졸업했다.계간『함께가는문학』시부문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시집으로『바람이그린벽화』,『파랑또는파란』,『새로운인생』등이있다.현재는지리산의천은사와화엄사사이에있는마을에서노고단을올려다보며살고있다.

목차


5시인의말

제1부
13배고픔이고양이를울고갔다
14새들은고양이들은
15두메부추
16아침산책
18견두산맥을바라보며
20모래들에게묻는다
22에릭사티
24노고단오르는길
26전어
28숲속길
30입추
32석탑
34보칼리제
35저녁화엄사

제2부
39불켜지않은등대-땅끝1
41몽돌해변에서
42섬
43먼곳보다더먼-땅끝2
44평균율
46바다보다더먼마을-땅끝3
47강아지와강아지
48아침바다-땅끝4
50벚나무한그루
52심야에내리는비
54네숨소리로밀생하는은빛멸치떼-땅끝5
56이유기
58압해도

제3부
63귀명창-문척1
64야행-문척2
66참회-문척3
67불꽃놀이-문척4
68너없는빈집에서-문척5
70혼자잠든남자-문척6
72문척작은다리-문척7
74송광사일박
76각황전
78천은사가는길
80천은저수지
82보성강변을지나며
84자귀꽃1
86자귀꽃2
87단풍나무들

제4부
93새들은
94알렉산드로스라는이름의새
95새와나
96휘파람새
98토요일의명상
100봄날들
101백로白露
102와온바다
104사람의아들
1061989년5월어느날로부터온편지
107봉성산공원에서
108토란잎에뒹구는물방울하나
110심야의편의점
112꽃과쇠
113무당새날아오는오후

117해설섬에서다시‘섬’을노래하는21세기의노마드_김규성

출판사 서평

‘나’를유령처럼살게하는사회
체험적사유돋보이는송태웅시집
『배고픔이고양이를울고갔다』

바람소리가대숲을/쓸고갔고/배고픔이고양이를울고갔다/추위가보일러를건드리다갔고/나는한사코당신을울지않았다//내가당신을울면/당신은전깃줄에매달려감전당한/전기공처럼/위태로워질것이기에
-「배고픔이고양이를울고갔다」전문

대숲에바람이불고고양이울음이들리다만다.한겨울추위에보일러가그르렁거리다만다.어떤이유에서인지나는한사코울음을참고있다.내가울면당신이“전깃줄에매달려감전당한/전기공처럼”위태로워질것이기에.표면의상황은이렇다.하지만그사고현장에시인도있었을까하는상상에이르면이짧은시의공명에돌연몸서리치게된다.어떤장례도흔한장례는없다.화재진압에나선소방관이죽거나다치고,어느날멀쩡하던육교가내려앉아행인이사망한다.이때의파국은동행자를,독자를그냥통과하지않는다.죽은자와살아남은자의경계가실존의명분을뒤흔들기때문이다.

무릇좋은시는그시인의삶에서탄생한다.“나는한사코당신을울지않았다”라고썼지만,이것은억지다짐,시인의역설일것이다.그이유를시인은당신이위태로워지기때문이라고썼다.내가울면당신은물론나도,또우리가살고있는그어떤당위도끝장나고말것이다.당신이한순간뜨거운불에감전사한어느날,홀로돌아와맞는한겨울밤생의위태로운파장.그파장이부조리한들판의칼바람이되어독자를실존의영역으로급격히몰아세운다.이시는시인의체험에서나왔다고한다.‘나―당신―전기공’,시인은그주체를치환함으로써서로다른‘나’,우리들의경계를아프게되묻고있다.

최근나온송태웅시인의네번째시집『배고픔이고양이를울고갔다』(문학들)를읽으며떠올린생각이다.한때중등학교국어교사였던시인은지금전라도구례의지리산자락에서홀로살고있다.이번시집에화엄사,천은사,노고단은물론이고구례문척을소재로한연작시가등장하는배경이다.시인은얼마전까지완도땅보길도에서기간제교사로도활동했다.주말마다구례와보길도를오가며쓴시편들도이시집의다른한축을이루고있다.

보길도바닷가마을폐가안방에걸린가족사진을보며,이미떠나고없는자들과임시거주자인자신의삶을파도에씻기는몽돌에비유한시「몽돌해변에서」는수묵화처럼농담이깊고시적성취감이높다.(“바닷물에몸씻는돌들은바닷가마을빈집들의안방에걸린가족사진속의얼굴들이었다몽돌들도한때는가족사진속의얼굴들처럼이목구비가선연했을텐데”).

이시집에서또도드라지는것은‘새’다.피아골을비추는산불감시용시시티브이의화면을매개로실상과허상,존재와비존재의문제를노래한「새와나」가대표적이다.(“정지된화면이아니라는것을증명이라도하려는듯이새두마리가쓱지나갔다//새는어디서와서어디로나는가새는실체인가그림자인가”)「몽돌해변에서」와「새와나」그리고죽은자와살아남은자의경계를노래한표제작의공통점은,그의시들이존재하나존재하지못하는현실의부조리를아프게들여다보고숙고하게만든다는것이다.그것을유령들의노래라고이름붙일수도있겠다.존재하나존재하지않는것처럼비치는시시티브이속의새와나의세계.진짜와가짜,진실과허구의세계.

시인은그경계를서성이며질문하는자다.나와당신을유령처럼살게만드는이거대한세상의거울을향해말이다.체험에서비롯된시적사유가돋보이는이번시집의저자송태웅은1961년전남담양에서태어나전남대국문과를졸업했다.계간『함께가는문학』신인상을수상한이후시집『바람이그린벽화』,『파랑또는파란』,『새로운인생』등을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