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에서 - 문학들 시인선 21

흙에서 - 문학들 시인선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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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송만철 시집 『흙에서』
흙에 선 자의 간고한 노래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송만철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신산스러운 농촌의 삶을 전라도 입말로 생생하게 그려온 시인의 그동안 행보는 여전하지만[“요양원으로 간 원산 할매 집” “문지방에 걸린 방 빗자루야/토방 핸삐짝에 굴러다닌 신발짝아/먼지 들썩거린 물레에 멈춰버린 바람아”(「이 집」)], 이번 시집에서는 흙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뭇 생명들의 몸짓을 있는 그대로 감각화한 시편들이 새로운 특장으로 다가온다. 시인도 이제 이순을 지난 것이다.

“밭뚝질이 무엇이랴/대밭질이 무엇이랴//지땅에서 해름판을 낚아챈 소가 냅따 튀어가는 집/마당에 할매가 받아놓은 깅물통 바닥까지 핥던 소//부릅뜬 눈으로 어둑한 애양깐으로 가고”(「그 때」 부분).

사람살이 가축살이 온갖 일이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배부르게 먹고 푹 잘 수 있는 처소일 것이다. 그 근원을 헤칠 때 이 세계는 사달이 난다. [“논둑길 고랑길 제초제로 누렇게 말라버린 길들뿐인디”(「절박」), “들이닥친 순사들에 밥상 뒤엎어지고 끌려간 큰아부지”(「여순항쟁」)]

시인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혹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목청보다는 사람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길들을, 뭇 생명들을 소환한다.

햇살이 꿰어찬 산들바람아 인자 어디로 갈래 새들아//숲이 베어지고 칠퍼덕한 나무들/토막쳐진 봄여름가을겨울//산길이 뚫리며/길이 길이 길들이 사라졌구나//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사람만이 희망이다, 고!(「길이」)

21세기 농촌의 피폐한 현실을 증언하고 문명과 위정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견지해온 시인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자연과 우주 앞에 겸허히 서 있다.

눈이 있어 눈만 떠 온 날들이 얼마나 귀가 막히냐/인자, 눈 감고 귀동냥으로 연명하리라//이 들판 저 냇가 햇살도 귀로 만져 보리라/하루내 비안개 깔린 산녘도 귀로 보아 두리라(「이순」)

말이 필요 없습니다/뭐라고 한 줄 끄적대는 것도 큰 죄입니다//눈 내린 산에 그냥 그대로 눈(目)멀랍니다(「눈, 희나 흰」)

송만철 시인은 1957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1996년 『불교문예』로 등단해 시집 『참나리꽃 하나가』, 『푸른 빗줄기의 시간』, 『엄니』, 『들판에 다시 서다』, 『물결』을 펴냈으며 송수권시문학상(남도시인상)을 수상했다.
저자

송만철

1957년전남고흥에서태어났으며1996년『불교문예』로등단했다.시집으로『참나리꽃하나가』,『푸른빗줄기의시간』,『엄니』,『들판에다시서다』,『물결』이있으며송수권시문학상(남도시인상)을수상했다.현재농민으로살아가고있다.

목차


5시인의말
11식칼
12봄기척
13이순耳順
14생들아
15그때
16기다림
17연기緣起
18묵묵默默
19한넋
20그림
21오딜게
22열망
23가리다
24간절함
25두할매
26순연純然
27삶
28사라진
29가자
30봐
31바굿뎅이
32밤이
33때가
34결의決意
35멀지라
36이,뭐꼬
37어디로
38여순麗順항쟁
39부엉이
40밤근무
41눈雪
42우주야
43비상
44바람아
45강진하네가
46나그네
47항쟁抗爭
48죽창
49역설逆說
50폿죽이
51몰랑집
52항꾸네
53아부지
54째보집
55동네한바퀴
56눈,희나흰
57빨래터
58절박切迫
59산바래기
60시방
61길이
62이집
63장골
64새
65막심莫甚
66비참悲慘
67똥
68그어디나
69저먼
70비장悲壯
71풍경風磬이
72강리江里
73엄니가
74신
75덕산포구
76구운夢
77땔감아
78어쩌리까
79닥쳤다
80이변異變
81지랭이들아
82확!
83봄빛

87발문다시흙에서_송한울

출판사 서평

추천사

송만철시인,그가그토록돌아가고자하는세상은어디일까.그가찾고있는세상은시에서나생에서나하나일것이다.그것은불교적시원과맞닿아있다.그곳은“절골무당개구리울음으로실버들에물결치던바람”(「봄기척」)이이는곳이고,“이들판저냇가햇살도귀로만져보리라”(「이순」)던순간이다.그곳은결코높은곳깊은데에있지않다.그가숨쉬고밥먹고일하고잠자는일상과평상심에있다.그곳은결코돌아갈수없는과거도아니고,생각으로나갈수있는미래도아니다.“새끼밴돼지막뽀짝감나무를휘감다돌아보는연기”(「연기」)의순간인것이다.이연기緣起의순간외에여기에더무엇이있으며,무엇이더필요할까.그래서그는“흙에서먹을것을일궈내는발따죽이고싶”(「간절함」)기만한데,그곳은결코과거회귀여서는갈수없는곳.그곳을저리그리워하는시인은“섬에서오는첫차에서”지금막“내린저사람”(「기다림」)이리라.언제나변하고변하는것만이진리인이곳.우리가죽어돌아갈곳도살아돌아올곳도바로‘지금여기’다.“몰악시런겨울바람에길을떠도는저거렁뱅이”(「나그네」)가오늘도걷고걷는곳이다.
-이봉환(시인)

『흙에서』에는시간속에서소멸하는‘현재’라는찰나의많은풍경이담겨있다.침묵속에서삶이라는투쟁을이어가고있는생명들,폐허로전이되어가는삶의공간들,그리고그너머에파괴적인현대문명의잔상들….이번시집은지난시집『물결』과매우흡사한느낌이지만면밀히들여다보면더욱간결한문체를사용하고있으며,현재에집중하고있는시인의시선을느낄수있다.변함없이흐르는자연과시간,점점사라져가는농촌사회,파괴적변화에의해망가져가는자연,이사이에엉망이되어버린세계를뒤로하고중심을잡고자신의삶을열어가려는시인의간고함이있다.
-송한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