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송만철 시집 『흙에서』
흙에 선 자의 간고한 노래
흙에 선 자의 간고한 노래
전남 보성에서 농사를 짓고 살아가는 송만철 시인의 여섯 번째 시집이다. 신산스러운 농촌의 삶을 전라도 입말로 생생하게 그려온 시인의 그동안 행보는 여전하지만[“요양원으로 간 원산 할매 집” “문지방에 걸린 방 빗자루야/토방 핸삐짝에 굴러다닌 신발짝아/먼지 들썩거린 물레에 멈춰버린 바람아”(「이 집」)], 이번 시집에서는 흙에 뿌리박고 살아가는 뭇 생명들의 몸짓을 있는 그대로 감각화한 시편들이 새로운 특장으로 다가온다. 시인도 이제 이순을 지난 것이다.
“밭뚝질이 무엇이랴/대밭질이 무엇이랴//지땅에서 해름판을 낚아챈 소가 냅따 튀어가는 집/마당에 할매가 받아놓은 깅물통 바닥까지 핥던 소//부릅뜬 눈으로 어둑한 애양깐으로 가고”(「그 때」 부분).
사람살이 가축살이 온갖 일이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배부르게 먹고 푹 잘 수 있는 처소일 것이다. 그 근원을 헤칠 때 이 세계는 사달이 난다. [“논둑길 고랑길 제초제로 누렇게 말라버린 길들뿐인디”(「절박」), “들이닥친 순사들에 밥상 뒤엎어지고 끌려간 큰아부지”(「여순항쟁」)]
시인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혹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목청보다는 사람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길들을, 뭇 생명들을 소환한다.
햇살이 꿰어찬 산들바람아 인자 어디로 갈래 새들아//숲이 베어지고 칠퍼덕한 나무들/토막쳐진 봄여름가을겨울//산길이 뚫리며/길이 길이 길들이 사라졌구나//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사람만이 희망이다, 고!(「길이」)
21세기 농촌의 피폐한 현실을 증언하고 문명과 위정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견지해온 시인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자연과 우주 앞에 겸허히 서 있다.
눈이 있어 눈만 떠 온 날들이 얼마나 귀가 막히냐/인자, 눈 감고 귀동냥으로 연명하리라//이 들판 저 냇가 햇살도 귀로 만져 보리라/하루내 비안개 깔린 산녘도 귀로 보아 두리라(「이순」)
말이 필요 없습니다/뭐라고 한 줄 끄적대는 것도 큰 죄입니다//눈 내린 산에 그냥 그대로 눈(目)멀랍니다(「눈, 희나 흰」)
송만철 시인은 1957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1996년 『불교문예』로 등단해 시집 『참나리꽃 하나가』, 『푸른 빗줄기의 시간』, 『엄니』, 『들판에 다시 서다』, 『물결』을 펴냈으며 송수권시문학상(남도시인상)을 수상했다.
“밭뚝질이 무엇이랴/대밭질이 무엇이랴//지땅에서 해름판을 낚아챈 소가 냅따 튀어가는 집/마당에 할매가 받아놓은 깅물통 바닥까지 핥던 소//부릅뜬 눈으로 어둑한 애양깐으로 가고”(「그 때」 부분).
사람살이 가축살이 온갖 일이 중요하겠지만 그보다 더 근원적인 것은 배부르게 먹고 푹 잘 수 있는 처소일 것이다. 그 근원을 헤칠 때 이 세계는 사달이 난다. [“논둑길 고랑길 제초제로 누렇게 말라버린 길들뿐인디”(「절박」), “들이닥친 순사들에 밥상 뒤엎어지고 끌려간 큰아부지”(「여순항쟁」)]
시인은 ‘만물의 영장’이라는 사람 혹은 ‘사람만이 희망이다’라는 목청보다는 사람으로 인해 사라져버린 길들을, 뭇 생명들을 소환한다.
햇살이 꿰어찬 산들바람아 인자 어디로 갈래 새들아//숲이 베어지고 칠퍼덕한 나무들/토막쳐진 봄여름가을겨울//산길이 뚫리며/길이 길이 길들이 사라졌구나//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사람만이 희망이다, 고!(「길이」)
21세기 농촌의 피폐한 현실을 증언하고 문명과 위정에 대해 비판적 시선을 견지해온 시인은 이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스로를 성찰하면서 자연과 우주 앞에 겸허히 서 있다.
눈이 있어 눈만 떠 온 날들이 얼마나 귀가 막히냐/인자, 눈 감고 귀동냥으로 연명하리라//이 들판 저 냇가 햇살도 귀로 만져 보리라/하루내 비안개 깔린 산녘도 귀로 보아 두리라(「이순」)
말이 필요 없습니다/뭐라고 한 줄 끄적대는 것도 큰 죄입니다//눈 내린 산에 그냥 그대로 눈(目)멀랍니다(「눈, 희나 흰」)
송만철 시인은 1957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1996년 『불교문예』로 등단해 시집 『참나리꽃 하나가』, 『푸른 빗줄기의 시간』, 『엄니』, 『들판에 다시 서다』, 『물결』을 펴냈으며 송수권시문학상(남도시인상)을 수상했다.
흙에서 - 문학들 시인선 21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