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삶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섬세한 감성
한종근 첫 시집 『달과 지구 아내와 나』
한종근 첫 시집 『달과 지구 아내와 나』
한종근 시인의 첫 시집 『달과 지구 아내와 나』가 ‘문학들 시인선’으로 출간됐다. 시인이 살고 있는 담양 거처 ‘창인당’에서 늙으신 어머니를 봉양하고, 그 어머니를 여의고,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진솔한 서정으로 노래했다.
늙고 병든 부모를 둔 자식은 잠에서 깨어 물 한 모금 마실 때도 “불안이 식도를 타고 올라온다//쥐눈이콩처럼 누운/어머니의 발은 아직 따뜻하고/가만히 주름 많은 이마에 입을 맞춘다”(「부재」).
“쥐눈이콩처럼 누운/어머니”는 대체 어떤 어머니일까. 아주 작고 동글동글한, 만지면 어디론가 금세 굴러가버릴 것 같은, 그러나 아주 단단해서 옹골지기 그지없고, 이제는 늙으셔서 아주 검고 어둡지만 또한 깊디깊어 측량할 길 없는, 그런 어머니는 아닐까.
“사과를 갈아서/삼베에 밭친다//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는데/그 손가락 열 개가/사과를 쥐어짠다//열아홉 소녀 같은/하얀 속살의 사과가//단물 쪼옥 빠지고/갈변해/쭈그렁 망태기로 남는다”(「어머니」)
이번 시집을 읽다 보면 사물과 사람에 대한 섬세하고도 극진한 태도야말로 시인의 제일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화자가 간호하다 잠든 아내와 한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매개로 별과 별 사이의 중력과 인력과 사랑을 노래한 표제작은 한종근 시인의 시적 특장을 잘 드러내 준다.
수액이 떨어져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중력 때문이 아니라/내가 당기고 있어 그렇다”“별에만 중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무엇이 무엇을/누가 누구를/끌어당기지 않는다면/서로 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진술은 곧 나와 아내 사이의 인력으로 심화, 확장된다. “수액이 내게 끌려/관을 타고 내려오듯/아내에게 끌린 나는/그녀 뛰는 맥박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꼬옥 끌어안는다”(「달과 지구 아내와 나」)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지극한 사랑은 과장 없이 담담하고 진솔한 기술이 아니었다면 독자에게 전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 가족 이야기만 담긴 건 아니다. 광주 5월이며 세월호, 철탑 시위 등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편들이 3부에 실려 있다.
한종근 시인은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1980년대 중반 놀이패 ‘신명’에서 활동하며 청년기를 보냈다. 2020년 『시와문화』로 등단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늙고 병든 부모를 둔 자식은 잠에서 깨어 물 한 모금 마실 때도 “불안이 식도를 타고 올라온다//쥐눈이콩처럼 누운/어머니의 발은 아직 따뜻하고/가만히 주름 많은 이마에 입을 맞춘다”(「부재」).
“쥐눈이콩처럼 누운/어머니”는 대체 어떤 어머니일까. 아주 작고 동글동글한, 만지면 어디론가 금세 굴러가버릴 것 같은, 그러나 아주 단단해서 옹골지기 그지없고, 이제는 늙으셔서 아주 검고 어둡지만 또한 깊디깊어 측량할 길 없는, 그런 어머니는 아닐까.
“사과를 갈아서/삼베에 밭친다//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는데/그 손가락 열 개가/사과를 쥐어짠다//열아홉 소녀 같은/하얀 속살의 사과가//단물 쪼옥 빠지고/갈변해/쭈그렁 망태기로 남는다”(「어머니」)
이번 시집을 읽다 보면 사물과 사람에 대한 섬세하고도 극진한 태도야말로 시인의 제일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화자가 간호하다 잠든 아내와 한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매개로 별과 별 사이의 중력과 인력과 사랑을 노래한 표제작은 한종근 시인의 시적 특장을 잘 드러내 준다.
수액이 떨어져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중력 때문이 아니라/내가 당기고 있어 그렇다”“별에만 중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무엇이 무엇을/누가 누구를/끌어당기지 않는다면/서로 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진술은 곧 나와 아내 사이의 인력으로 심화, 확장된다. “수액이 내게 끌려/관을 타고 내려오듯/아내에게 끌린 나는/그녀 뛰는 맥박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꼬옥 끌어안는다”(「달과 지구 아내와 나」)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지극한 사랑은 과장 없이 담담하고 진솔한 기술이 아니었다면 독자에게 전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 가족 이야기만 담긴 건 아니다. 광주 5월이며 세월호, 철탑 시위 등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편들이 3부에 실려 있다.
한종근 시인은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1980년대 중반 놀이패 ‘신명’에서 활동하며 청년기를 보냈다. 2020년 『시와문화』로 등단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달과 지구 아내와 나 - 문학들 시인선 22
$1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