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지구 아내와 나 - 문학들 시인선 22

달과 지구 아내와 나 - 문학들 시인선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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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삶에 대한 지극한 사랑과 섬세한 감성
한종근 첫 시집 『달과 지구 아내와 나』
한종근 시인의 첫 시집 『달과 지구 아내와 나』가 ‘문학들 시인선’으로 출간됐다. 시인이 살고 있는 담양 거처 ‘창인당’에서 늙으신 어머니를 봉양하고, 그 어머니를 여의고, 아내와 함께 살아가는 일상을 진솔한 서정으로 노래했다.
늙고 병든 부모를 둔 자식은 잠에서 깨어 물 한 모금 마실 때도 “불안이 식도를 타고 올라온다//쥐눈이콩처럼 누운/어머니의 발은 아직 따뜻하고/가만히 주름 많은 이마에 입을 맞춘다”(「부재」).
“쥐눈이콩처럼 누운/어머니”는 대체 어떤 어머니일까. 아주 작고 동글동글한, 만지면 어디론가 금세 굴러가버릴 것 같은, 그러나 아주 단단해서 옹골지기 그지없고, 이제는 늙으셔서 아주 검고 어둡지만 또한 깊디깊어 측량할 길 없는, 그런 어머니는 아닐까.

“사과를 갈아서/삼베에 밭친다//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고 했는데/그 손가락 열 개가/사과를 쥐어짠다//열아홉 소녀 같은/하얀 속살의 사과가//단물 쪼옥 빠지고/갈변해/쭈그렁 망태기로 남는다”(「어머니」)

이번 시집을 읽다 보면 사물과 사람에 대한 섬세하고도 극진한 태도야말로 시인의 제일 덕목이라는 생각이 든다. 병실에서 링거를 맞고 있는 화자가 간호하다 잠든 아내와 한 침대에 누워 ‘수액’을 매개로 별과 별 사이의 중력과 인력과 사랑을 노래한 표제작은 한종근 시인의 시적 특장을 잘 드러내 준다.
수액이 떨어져 내 몸속으로 들어오는 것을 “중력 때문이 아니라/내가 당기고 있어 그렇다”“별에만 중력이 있는 것 같지 않다/무엇이 무엇을/누가 누구를/끌어당기지 않는다면/서로 끌리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는 진술은 곧 나와 아내 사이의 인력으로 심화, 확장된다. “수액이 내게 끌려/관을 타고 내려오듯/아내에게 끌린 나는/그녀 뛰는 맥박에서 떨어지지 않으려고/꼬옥 끌어안는다”(「달과 지구 아내와 나」)
시인의 섬세한 감성과 지극한 사랑은 과장 없이 담담하고 진솔한 기술이 아니었다면 독자에게 전달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번 시집에 가족 이야기만 담긴 건 아니다. 광주 5월이며 세월호, 철탑 시위 등 사회적 문제를 바라보는 시인의 시편들이 3부에 실려 있다.
한종근 시인은 전남 강진에서 태어나 1980년대 중반 놀이패 ‘신명’에서 활동하며 청년기를 보냈다. 2020년 『시와문화』로 등단했으며 한국작가회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저자

한종근

전남강진에서태어나1980년대중반놀이패‘신명’에서활동하며청년기를보냈다.아내를만나고전남대대학원에서희곡을공부하다가시를쓰기시작했다.‘명금문학’동인활동을했고,2020년『시와문화』로등단했다.한국작가회의회원,광주전남작가회의회원이다.

목차

5 시인의말

제1부어머니
13 부재
14 대문산목욕탕에서
17 어머니
18 연화마을의여름밤
20 하늘을짊어지다
22 부처와예수,그사이늙은엄마
24 늙으믄물팍이귀를넘는다
26 모르는사람은모른다
28 닻줄
30 온기
32 무생채를무치려다
34 산벚꽃이필때
36 냄비세트

제2부달과지구아내와나
41 노란칫솔
42 아내생각
44 창인당
46 건넛산에백로가난다
48 달과지구아내와나
50 마른겨울
52 그치
54 불을켠다
56 눈사람이돌아가는곳
58 빈방
60 출발FM과함께
62 찰나
64 고동댁의덕담
65 얄팍하게깎인

제3부로드킬
69 맹랑孟浪
70 로드킬
72 목단강도라지꽃
74 레바논사람나왈마르완의유언
76 연화마을봄꽃놀이
78 너도알아야하지않겠느냐
80 그렇게사는당신에게
82 철탑에올라간남자와사회적거리두기
84 염소가전하는말
87 되풀이하여씹는
88 폭우
90 자물신
92 털어보면
94 하루살이

제4부청보리한움큼
99 꽃잠
100 청보리한움큼
102 봄,잔디밭은
104 오래된집툇마루에앉아
106 엽기獵奇
108 개와나그리고여자와갈치
110 회색늑대
112 눈빛만파랗게남았다
114 개미지옥
116 비가우리를만나게한다
118 쏟아지는것은비가아니다
120 마당쓸다보면
122 소나기
123 아침식탁에서도道를생각하다

127 발문정제된언어,무의식의공간_이효복

출판사 서평

추천사

모성신화의신적공간인창인당에서한종근은안방의이야기와앞마당에서눈에보이는풍경을묘사한다.신화적서사의서정이다.그의시선은어머니와나와아내에게집중한다.내밀한자기희생적삶을사는한종근의슬픈시선은구들방에불을지피며어머니의숨소리와온기를아우른다.지금은아내의숨소리가나를보듬는다.바람이불고자연그대로흩날리는산벚꽃의생명력과서사적심상이어우러지며풍경을만난다.흩날리는것들은다시모아져뿌리를내리고싹을돋고꽃을피운다.순환의생명력이갖는보편적이룸이다.한종근의시는우주적속살이고삶의피인것이다.
-이효복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