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그는시인이다.
아침에눈뜨면시를쓴다,꽃이피면시를쓰고바람이불면시를쓴다.초승달이산마을을찾아올때시를쓴다.장맛비에거미줄을비운거미를생각하며시를쓰고며칠간거미가굶을것을생각하며시를쓴다.그의시에세상을향한선언이나양심을위한인간의고백같은고상한몸짓은없다.오직시와자신만의대면이있을뿐이다.시인은종일시의얼굴을매만져주고시는시인의주름살을쓰다듬는모습이펼쳐진다.영원하지않으므로우리가여기있다고얘기하는그의시는품격있는위로를준다.이위로야말로시가지상의생명에게전하는신성이라할것이다.길에서만난눈송이에게,새털구름에게,물위에뜬산그늘에게인간의시를들려주는그의모습은따뜻하고평화롭다.우리의서정시가피워낸한송이들꽃의모습이라할것이다.
-곽재구시인
박노식에겐시가사랑이고사랑이곧시다.박노식의한편한편의시는사랑의대상에대한울렁거리고,서럽고,맹렬하고,지독히아픈사랑의고백이다.그한편한편사랑의고백은다시시일수밖에없다.바로그대상을향한마음에서모든시가흘러나오기때문이다.그사랑이실제인물이거나아니거나,시는이미상상력의가공을거치기에,다다르거나가닿을수없는사랑의환상이기도하리라.나이육십세를넘어서까지사랑의환상을지속시킬수있다는것은축복이다.하지만박노식의사랑의우울과서러움은이게또한지옥이되기도하는걸어떡하랴.
-고재종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