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scription
시 쓰기의 치열한 고투는
사랑하기와 한몸
박노식 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사랑하기와 한몸
박노식 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박노식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문학들 시인선)을 펴냈다. 사랑에 대한 시 64편을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절로 나누어 담았다. 그에게 사랑은 시 쓰기의 치열한 고투와 한몸으로 읽힌다.
“벼락 맞은 나무처럼 누워서/빗소리를 듣는” 것은 “아직도 기다려야 할 사람이 있고/시를 오래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얻기까지 “세상은 쓸쓸하고 사랑은 멀고/꺾인 꽃은 또 꺾이고/나의 노동은 감옥”(「이른 아침, 멍하니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다」이다.
시인에게는 이처럼 사랑을 기다리는 일과 시를 쓰는 행위가 한가지다. 이것은 시집 뒤표지에 실린 곽재구, 고재종 시인의 ‘표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시인이다. 아침에 눈 뜨면 시를 쓴다, 꽃이 피면 시를 쓰고 바람이 불면 시를 쓴다. 길에서 만난 눈송이에게, 새털구름에게, 물 위에 뜬 산그늘에게 인간의 시를 들려주는 그의 모습은 따뜻하고 평화롭다. 우리의 서정시가 피워 낸 한 송이 들꽃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곽재구 시인)
“박노식에겐 시가 사랑이고 사랑이 곧 시다. 박노식의 한 편 한 편의 시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울렁거리고, 서럽고, 맹렬하고, 지독히 아픈 사랑의 고백이다. 그 한 편 한 편 사랑의 고백은 다시 시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그 대상을 향한 마음에서 모든 시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고재종 시인)
하지만 사랑은 멀고, 시 또한 멀리 있으니 시인은 불화할 수밖에. 시인은 그 연원을 유년의 ‘그늘’에서 찾는다. “내 시의 처음은 그늘에서 왔다/이른 자의식은 끔찍한 독백을 낳는다”
본래 독백 혹은 내밀한 자기 고백은 자조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달빛이 부서지는/대숲 속에서 웅크렸으므로 환희가 없고” “말로 살지 못해서/나에겐 시가 없다”(「꿈속의 옹달샘처럼」)
그런 그가 중년이 된 어느 날 고물상에서 주워 온 둥근 시계를 벽에 걸어두고, 그것의 실존만큼이나 늦어버린 자신의 시 쓰기를 걱정하고 다짐한다.
어느 날 고물상에서 주워 온 둥근 시계를 흰 벽에 걸어두고
금 간 유리를 서너 번 다독여 주었더니 바늘이 움직였다
저것이 나를 끌어당기거나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 늦어버렸으니, 내 시의 씨앗이
저 시간 속에서 얼마나 버틸까 걱정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꿈에서 만난 옹달샘을 나는 믿는다
쉼 없이 토해내는 아픈 물방울들은 아름답다
진지하니까 늘 새로운 것처럼
새로우니까 내가 살아가는 것처럼
- 「꿈속의 옹달샘처럼」 부분
그러니까 그의 시 쓰기는 오래전 잃어버린 ‘환희’와 ‘말’을 되찾는 일이다. 독백에 섬세한 체험이 들어설 때, 어떤 본연의 깨침이 들어설 때 사랑의 감옥, 시의 감옥에서 사계절을 끙끙 앓는 시인의 시에 돌연 생기가 돈다.
“시는 오지 않고/기다림마저 떠나버릴 때/어느 고적한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렸지/눈을 뜨니까 그가 몰래 와서/내 곁에 누워 있었던 거야”(「시가 찾아오는 순간」)
“작은 꽃씨 하나도/견딜 수 없을 땐 터진다/통곡은 이처럼 자기를 깨부순다/빛나는 연애는 여기에 있다”(「빛나는 연애」)
시도 아닌 것을 붙들고 애걸복걸할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시가 기다림마저 떠나버릴 때에야 새들의 노랫소리처럼 곁에 와 있다는 깨달음, 작은 꽃씨 하나도 견딜 수 없을 때 터지듯이 자기를 깨부술 때에야 빛나는 연애가 있다는 깨달음, 이것이 그의 시가, 사랑이 세상과 화해하는 비밀이다.
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았다.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지금은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벼락 맞은 나무처럼 누워서/빗소리를 듣는” 것은 “아직도 기다려야 할 사람이 있고/시를 오래 써야 하”기 때문이다. 그것을 얻기까지 “세상은 쓸쓸하고 사랑은 멀고/꺾인 꽃은 또 꺾이고/나의 노동은 감옥”(「이른 아침, 멍하니 까마귀 울음소리를 듣다」이다.
시인에게는 이처럼 사랑을 기다리는 일과 시를 쓰는 행위가 한가지다. 이것은 시집 뒤표지에 실린 곽재구, 고재종 시인의 ‘표사’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그는 시인이다. 아침에 눈 뜨면 시를 쓴다, 꽃이 피면 시를 쓰고 바람이 불면 시를 쓴다. 길에서 만난 눈송이에게, 새털구름에게, 물 위에 뜬 산그늘에게 인간의 시를 들려주는 그의 모습은 따뜻하고 평화롭다. 우리의 서정시가 피워 낸 한 송이 들꽃의 모습이라 할 것이다.”(곽재구 시인)
“박노식에겐 시가 사랑이고 사랑이 곧 시다. 박노식의 한 편 한 편의 시는 사랑의 대상에 대한 울렁거리고, 서럽고, 맹렬하고, 지독히 아픈 사랑의 고백이다. 그 한 편 한 편 사랑의 고백은 다시 시일 수밖에 없다. 바로 그 대상을 향한 마음에서 모든 시가 흘러나오기 때문이다.”(고재종 시인)
하지만 사랑은 멀고, 시 또한 멀리 있으니 시인은 불화할 수밖에. 시인은 그 연원을 유년의 ‘그늘’에서 찾는다. “내 시의 처음은 그늘에서 왔다/이른 자의식은 끔찍한 독백을 낳는다”
본래 독백 혹은 내밀한 자기 고백은 자조적일 수밖에 없다.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일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달빛이 부서지는/대숲 속에서 웅크렸으므로 환희가 없고” “말로 살지 못해서/나에겐 시가 없다”(「꿈속의 옹달샘처럼」)
그런 그가 중년이 된 어느 날 고물상에서 주워 온 둥근 시계를 벽에 걸어두고, 그것의 실존만큼이나 늦어버린 자신의 시 쓰기를 걱정하고 다짐한다.
어느 날 고물상에서 주워 온 둥근 시계를 흰 벽에 걸어두고
금 간 유리를 서너 번 다독여 주었더니 바늘이 움직였다
저것이 나를 끌어당기거나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을 알았지만
너무 늦어버렸으니, 내 시의 씨앗이
저 시간 속에서 얼마나 버틸까 걱정할 때가 있었다
그러나 꿈에서 만난 옹달샘을 나는 믿는다
쉼 없이 토해내는 아픈 물방울들은 아름답다
진지하니까 늘 새로운 것처럼
새로우니까 내가 살아가는 것처럼
- 「꿈속의 옹달샘처럼」 부분
그러니까 그의 시 쓰기는 오래전 잃어버린 ‘환희’와 ‘말’을 되찾는 일이다. 독백에 섬세한 체험이 들어설 때, 어떤 본연의 깨침이 들어설 때 사랑의 감옥, 시의 감옥에서 사계절을 끙끙 앓는 시인의 시에 돌연 생기가 돈다.
“시는 오지 않고/기다림마저 떠나버릴 때/어느 고적한 곳으로 나를 데려가는/새들의 노랫소리가 들렸지/눈을 뜨니까 그가 몰래 와서/내 곁에 누워 있었던 거야”(「시가 찾아오는 순간」)
“작은 꽃씨 하나도/견딜 수 없을 땐 터진다/통곡은 이처럼 자기를 깨부순다/빛나는 연애는 여기에 있다”(「빛나는 연애」)
시도 아닌 것을 붙들고 애걸복걸할 때는 들은 척도 하지 않는 시가 기다림마저 떠나버릴 때에야 새들의 노랫소리처럼 곁에 와 있다는 깨달음, 작은 꽃씨 하나도 견딜 수 없을 때 터지듯이 자기를 깨부술 때에야 빛나는 연애가 있다는 깨달음, 이것이 그의 시가, 사랑이 세상과 화해하는 비밀이다.
박노식 시인은 광주에서 태어나 2015년 『유심』 신인상을 받았다. 시집 『고개 숙인 모든 것』 『시인은 외톨이처럼』 『마음 밖의 풍경』을 펴냈으며, 지금은 화순군 한천면 오지에서 시 창작에 몰두하고 있다.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을 수혜했다.
길에서 만난 눈송이처럼 - 문학들 시인선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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