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캡슐 (박정인 시집)

웃음 캡슐 (박정인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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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박정인 시인의 첫 시집 『웃음 캡슐』
반짝거리지 않아도 빛을 품을 때
우리는 저마다 삶의 주인이 된다네
시간을 거꾸로 살 수 있다면 어떤 풍경이 떠오르는가. 영화 〈벤자민 버튼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에서 촉발된 박정인 시인의 상상력은 2010년 칠레에서 광산 붕괴로 매몰됐던 광부 33명을 구해낸 ‘구조용 캡슐’에 이른다. 이름하여 「웃음 캡슐」이다.
“스무 살 인생이 기쁘지 않는 아이들”이 “너른 세상을 발견하게” 되고 “행복한 적이 없다는 할머니”가 “우울증 걸린 하늘”을 걷어내고, “술기운으로 소리 지르는 슬픔들”이 “꽃피는 기쁨으로 바뀔지도 몰라”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우산 없이 나서야 하는 인생의 빗길에서/물 젖은 종이처럼 후줄근해질 때/반드시 정차하는 무료 응급 캡슐 차/소나기 타고 나타날지도 몰라”

이런 점에서 시인은 절망보다는 희망을 꿈꾸는 낙관주의자다. 박 시인의 첫 시집 『웃음 캡슐』(문학들 시인선 028)은 슬픔과 아픔을 절규하기보다는 그 이면에 숨어 있는 본질을 응시하며 우리의 삶을 위로해준다.
어느 날 시인은 흠집 나고 귀가 늘어진 낡은 구두를 보고 속삭인다. “많은 날을 걸어 알게 되었지/빛나는 존재는 어둠이 필요하다는 걸/텅 빈 품 안에서 빛으로 말해/발이 주인이 아니라/신이 주인이라고”, “반짝거리지 않아도 빛을 품은 나”를 발견할 때 우리는 저마다 삶의 주인이 되는 거라고(「낡은 구두의 노래」).
이처럼 맑고 따스한 심성은 곧잘 동화적 상상력으로 확장된다. 홍시를 매단 감나무를 보고 “고개 끄덕이니 따뜻해와요/비도 가리고 바람도 막았어요/그 마음 하늘에 올라/함박눈으로 내려와요”(「윤순 씨네 감나무」)도 그렇지만, 어느 날 박물관에서 만난 ‘나무새’에 자신의 꿈을 투영한 「노도새」는 아련하면서도 그윽한 정취를 자아낸다.
“노도 위에 나무새 살았네/걷지 못하는 소녀 날게 했다는//휠체어 타고 온 소녀가 말했네/‘넌 날 수 있어’/소녀를 기다리며/밤이나 낮이나 나는 연습을 했네” “안 되니까 네가 필요했다 말하는 노도새/소녀의 휠체어가 되어 날아다녔네”
이러한 박 시인의 시적 특성을 김규성 시인은 ‘맑고 따뜻한 내공의 향기’로 분석했다.
“박정인의 언어는 그 표현과 내면의 정서가 일치한다. 화려한 수식이나 교묘한 언어유희를 멀리하고, 언어와 감정의 절제를 바탕으로 뿌리 깊은 진실을 추구하기 때문에 그의 시는 자연스럽고 순수하다.”
박정인 시인은 1961년 전남 장성에서 태어나 전남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했다. 1998년부터 ‘사래시’ 동인으로 활동했으며 2021년 『작가』로 등단했다.
저자

박정인

1961년전남장성에서태어나전남대국어교육과를졸업했다.1998년부터사래시동인으로시의언저리를맴돌다2021년『작가』로등단했다.

목차

5 시인의말

제1부
13 아로니아,로즈마리
14 연곡사동부도를보고오던날
16 늙은구두의노래
18 웃음캡슐
20 비결
21 그믐
22 강진청자박물관앞푸조나무의슬픔
24 입에서두꺼비가튀어나왔다
26 식혜
27 우린딱다른사람만큼만특별해요
28 억울이라는쓴풀
30 건망증시대
32 소탈이무탈이었다
33 초식공룡이그리워졌다
34 돌멩이는돌멩이의속도로간다
35 슬픈냄새

제2부
39 은목서는은목서의말을하고
40 윤순씨네감나무
42 나무에부려놓았다
43 꽃을묻다
44 그릇앞에서
45 다른그늘
46 빛이되는얼굴
47 겨울산
48 신시도휴양림에서
50 파는풀이되기로했다
51 분꽃
52 고마리꽃
53 꽃은섬을만들지
54 일림산철쭉밭에서

제3부
59 허들링
60 윤달
61 아직은아니라고
62 슬픈봄날서근,외로운봄날서근
64 감나무1
66 감나무2
67 섬돌
68 텅빈위로
70 찻집여인
71 콘트라포스토
72 노도路새
74 4월제주
75 드론일기
76 순덕씨의기억법
78 안부를묻다
79 목련화
80 그녀의해방일지

제4부
85 박물관에서
86 지리산이었다
87 모과나무그늘아래서
88 삭금마을에서
89 무창포에서만난사람들
90 칠월칠석날밤
92 마이산탑사에서
94 저절로지어지는절
96 닳아가며닮아가는자갈돌처럼
98 불회사에서
100 인순이동생
102 산이보이는카페가빌려온것들
104 진주귀걸이소녀가늙었을때
106 그날이좋았어요

109 해설맑고따뜻한내공의향기_김규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