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우리 마음에 심어놓은 별이 있어요 - 문학들 시인선 29

당신이 우리 마음에 심어놓은 별이 있어요 - 문학들 시인선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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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이념적 표상 대신
삶의 구체성에 주목한
최미정 시인의 제3시집
2009년 계간 『문학들』 신인상으로 작품활동을 해온 최미정 시인이 세 번째 시집 『당신이 우리 마음에 심어놓은 별이 있어요』(문학들 刊)를 펴냈다. ‘그늘의 미학’이랄까. 다양한 인물의 삶을 그리면서 시인이 주목하는 것은 개인적인 혹은 역사적인 ‘상처’다. 시로 쓴 인물화라 할 수 있을 정도의 시적 성취다.
이 시집에는 ‘복순 언니’ 외에도 ‘아버지’, ‘경자’, ‘연희 언니’, ‘휠체어에 앉아 있는 여자’, ‘영심이 아버지’, ‘흥섭이 엄마’ 등등 다양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이들은 모두 신산한 삶을 살았거나 살고 있거나 생의 마지막에 깃든 자들로서 소박하면서도 순정한 민중의 형상을 지닌다. 그리고 “아들이 총살당하고/전쟁 중 남편이 불난 집에서 가고/연기 속으로 하나, 둘 사라지는 사람들”(「도트무늬 할머니」)이 말해주듯이 이들은 쉽게 상처받는 존재들이다.
시인은 이들의 삶을 연민과 사랑의 시선으로 안아준다. 시인의 관심사는 오직 구체적 인간을 향하는데, 시인의 내면 풍경은 인간의 빛과 그늘로 가득하다. 인간의 빛이라고 하면 “하나, 둘씩 튀어 오르는 은백색 숨결들”(「화신花神」)과 같은 인간 본연의 순수한 아름다움이겠고, 인간의 그늘이라면 ‘줄장미’를 보고도 “줄을지어사람들을열중쉬어로세워놓고처형했던”(「줄장미」) 학살극을 떠올릴 수밖에 없는 역사의 수난에서 비롯되는 상처일 것이다. 시인은 인간 본연의 아름다움을 관통해버린 역사의 총구를 들여다본다.
시집 3부 〈꽃초〉는 주로 한국 현대사의 비극적인 사건인 한국전쟁, 제주4ㆍ3항쟁, 5ㆍ18민주화운동의 역사적 상처를 다루고 있다. 이는 한국 민중의 수난과 죽음에 대한 위무와 제의다. 뿐만 아니라 ‘꽃’이라는 식물성의 이미지는 동물성의 육식세계에 대립하며 불꽃 이미지와 결합하여 저항의 의미지로 변주된다. 〈꽃초〉에서 주목해야 할 작품은 「검은 여」, 「검은 방-다랑쉬굴에서」, 「파랑새 없다」 등 제주4ㆍ3항쟁을 다루고 있는 시들과 「동 틀 무렵」, 「줄장미」, 「미궁의 입구」, 「경자 she remembers」 등 5ㆍ18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는 시들이다.
식물성은 동물성의 세계, 즉 역사의 폭력이 난무하는 남근 중심의 세계로부터 벗어나는 해방과 구원의 미적 이미지다. 최미정의 시가 드러내는 식물성의 언어와 사랑은 이질적인 복수(複數)로서의 민중의 형상을 포용하는 시적 감수성의 산물이라는 의의를 지닌다. 시인이 구사하는 식물성의 언어는 동물성의 역사에 대항하는 시인 고유의 미적 방식인 것이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민중에 대한 시인의 사랑이 동일성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인은 동일성의 사유가 아니라 이질적인 상태 그대로의 인물을 구현해낸다. 우리에게 익숙한 기존의 민중적 표상이 아니라 인물의 구체적 개별성을 표현하려 한다는 점에서 이번 시집의 가치가 더욱 크다.
저자

최미정

전남순천에서태어나전남대불문과및동대학원을졸업했다.2009년『문학들』신인상을수상하며등단했다.시집『검은발목의시간』,『인공눈물』을펴냈다.

목차


5시인의말

제1부모닝콜
13모닝콜
14개나리
16감자꽃
18찔레꽃
19부레옥잠
20팔손이
22수세미
23중알배기
24도트무늬할머니
25동백,업다
26배나무그늘에게
27화신花信

제2부부적
31서쪽
33파수꾼
34대기실
35봄눈
36컴퍼스로즈
38스위치백
40한식
41다녀오겠습니다
42서랍에갇히다
43로그아웃
44침묵의무게
45구름이엿보았던,

제3부꽃초
49정오
503월
51검은여
53검은방-다랑쉬굴에서
54파랑새없다
56부적·4
57지는노을속에서도아이들은한뼘씩키가자라지
58신발은가라앉지않는다
59동전을던지다
60동틀무렵
62줄장미
63미궁의입구
64경자sheremembers
65고인돌공원
66부겐베리아

제4부검은방
69움푹한
70트럭
71벚꽃엔딩
72우산
73개망초꽃
74연필화
76옷의고고학
78가위손
79꼬리를자르다
80철산동
82쪼리가있는열람실
84날개들에게

제5부옥춘당
89옥춘당
90고대지식형태의메아리
91태풍지나간뒤
92미시령옛길
93고비
94오렌지와브릭사이,
9520200401장례식장
96옛날맛깨옥춘
97죽음의춤
98티벳
99출장보톡스
100이어도

105해설민중들의형상과식물성의사랑_박대현

출판사 서평

추천사

최미정시인은민중들의구체적형상에주목한다.그것은추상화되고조작된틀에의해형성된이미지가아니라민중의개별적삶에착근한이미지다.그의시는주로인물을다루고있고인물이거쳐온신산한삶에집중하는데,주로가까운친족과이웃을중심으로하여삶의막바지에도달한한국민중의신산했던삶을그려내거나여전히부대끼는삶의현장을포착한다.시로쓴인물화라할수있을정도의시적성취로서민중의서사를견인하는힘까지갖추고있다.무엇보다중요한것은민중에대한시인의형상화는동일성의틀을강요하지않는다는사실이다.알랭바디우의말을변용하자면,시인은타자를있는그대로함께존재하기위해서타자를공략하는시적언어를구사한다.시인은동일성의틀이아니라이질적인상태의민중을있는그대로마주보고구현해낸다.그의시는기존의민중적표상이아니라인물의구체적개별성에기대고있는것이다.
-박대현(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