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어느 가족을 통해 본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내면풍경 | 개정판)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 (어느 가족을 통해 본 일제 강점기 지식인의 내면풍경 | 개정판)

$19.00
Description
나경석과 나혜석 남매를 중심으로 만나고 헤어진 식민지 치하 지식인들
‘역사적 평가대상’ 이전 일상인의 얼굴로 그려지는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
물산장려운동을 주도했던 아버지 나경석은 좌절한 사회주의자이자 화학자였다. 아버지의 누이동생 나혜석은 한국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였다. 아버지의 오랜 친구로 한때 저자에게 영어 과외를 해주던 이는 춘원 이광수였다. 처녀 시절 이야기를 들려줄 때마다 어머니가 먼 곳을 응시하듯 회고한 남자는 소설가 심훈이었다.

원로 영문학자 나영균이 쓴 이 책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은 일제 강점기 전형적인 한반도 지식인으로 살다간 아버지에 대한 회고록이자 당대 엘리트 가정의 일상을 보여주는 값진 기록물이다. 동시에 거미줄처럼 촘촘히 연결돼 있던 그 시절 정계·문화계 인사들의 면면을 일상 속 개인의 얼굴로 그려낸 보기 드문 성과물이다. 아버지 나경석과 고모 나혜석의 생애를 중심축으로 진행되는 이야기 속에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접한 근현대사 속 인물들이 ‘역사적 평가 대상’ 이전의 지극히 개인적인 표정으로 여기저기 등장한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저자의 영어 과외 선생이기도 했던 춘원 이광수, 나혜석의 친구이자 이광수의 아내였던 허영숙, 아버지와 함께 3·1운동을 모의했던 김성수와 송진우, 한때 어머니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소설가 심훈, 아버지의 사회주의 운동 시절 동지인 김사국 김약수 박열, 아버지와 함께 병실에서 만났던 신익희와 저자의 집에서 미군 장교들과 어울려 춤추던 거물 간첩 이강국의 애인 김수임, 고모부였던 김우영과 대학 시절 저자의 은사였던 박마리아….
역사가 한 사람 한 사람이 걸어간 삶의 집적물이라면, 이 책 《일제시대, 우리 가족은》은 완전하게 매듭짓지 못한 일제 강점기를 좀 더 냉정하게 평가하는 데 매우 의미 깊고 희귀한 저작이다.
저자

나영균

저자:나영균
1929년만주봉천에서태어났다.1949년이화여자대학교영어영문학과를졸업하고같은학교대학원에서석사학위를받았다.이후미국문화원장학생으로미국캔자스주립대대학원으로유학을떠났다.귀국직후부터1994년정년퇴임하기까지,이화여대영어영문학과교수로재직하며‘영미소설’등을강의했다.문학평론가와미술평론가로도활동하면서셰익스피어학회이사장·한국현대소설학회회장을역임했고,1993년에는여성최초로한국영어영문학회회장에당선되었다.1994년국민훈장모란장을받았다.

목차

개정판서문5
저자서문10
1장_나의아버지,나경석15
2장_폭풍이몰아치기전27
3장_사회주의자가된식민지유학생43
4장_고모나혜석과3·1운동61
5장_꿈과이상을좇던시절87
6장_치열했던현실참여,그리고좌절117
7장_만주봉천에서시작한새로운생활139
8장_나혜석,시대를앞서간여인175
9장_일본이물러서기까지219
10장_6·25전쟁257
11장_다시찾은서울283

출판사 서평

수원나부잣집아들,일본으로유학을떠나다

저자나영균의아버지나경석은어떤인물인가.3·1운동직후작성된조선총독부신상조사서에는‘강도·살인미수,보안법위반’이라는악의적인죄목아래‘고려공산당소속의공산주의자로치열한배일사상을소유하며그고취에노력중’이라고묘사되어있다.그러나딸이기억하는아버지는자애롭고담담한사람이었다.청년시절일본경찰에게쫓기거나미행당하던경험을들려줄때조차원한이나적개심을드러내지않은채매우유머러스하게때로는해학적인어투로이야기했다.

나경석은수원나부잣집의아들로태어났다.지역토호였던할아버지나기정은한일강제병합이있던해인1910년,이제막스무살이된아들나경석을일본으로유학보낸다.부유한집안이거나전통적인양반가문에서태어난식민지청년들이비슷한길을떠났지만,그것은다른의미에서험난한인생행로의시작을의미했다.당대많은유학생청년들과마찬가지로나경석은도쿄에서사회주의사상에깊이빠져들었다.특히일본의무정부주의자로이름이높았던오스기사카에大杉榮를만나면서그의사상에심취한다.

교과서밖으로나온사람들의이야기.
경험자의목소리로들려주는‘그때그곳’사람들의목소리

책은나경석이남긴글과당대역사자료,저자인나영균이보고듣고기억하는시대상황이맞물리며정밀하고생생한풍경을만들어낸다.
유학생시절생디칼리슴적사회주의혁명을꿈꾸던아버지나경석이조국으로돌아와‘변절자’라는비난을감수하면서까지물산장려운동을주도하고좌절하게되는과정,천부의예술적감성을지녔지만파란많은삶을이어간나혜석의예술세계와저자가직접본고모의모습,황해도명사십리에서처음만난이후저자에게영어과외를해주기도했던춘원이광수와그를볼때마다느끼던이상한감정,이기붕의아내이자이화여대부총장으로있던박마리아의숨겨진가족사등을저자나영균은담백하고쓸쓸한어조로이야기한다.

여기에저자가어린시절을보낸1930년대만주봉천의풍경과경기고녀에입학하기위해돌아온1940년대초서울의삶.태평양전쟁시기일제의한반도수탈행태,해방공간에서6·25로이어지는숨가쁜현대사를저자나영균은정직하고세밀하게복원해낸다.

과거를솔직한눈으로되돌아볼때거기에오버랩되는것은지금이곳우리의초상이다.사람은자화상을그릴대자신을이상화하려는경향이있다.그러나이상적인자화상은현재의처신이나장래를설계하는데아무런도움도되지않으며오히려해로울수가있다.-‘저자서문’중에서

역사가한사람한사람이걸어간삶의집적물이라면,이책《일제시대,우리가족은》은완전하게매듭짓지못한일제강점기를좀더냉정하게평가하는데매우의미깊고희귀한저작이다.더구나그때그시간이‘지금여기’우리의삶을굴절시키는무시못할짐으로작용하고있다면이와같은개인사가이제야읽힌다는게오히려때늦은감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