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우수한 말 (평양문화어에서 험한 재미를 파헤치다)

세상에서 가장 순수하고 우수한 말 (평양문화어에서 험한 재미를 파헤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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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북한 당국은 인민들이 ‘불순하고 너절하며 역스러운 괴뢰말’에 끌리는 것이 몹시 못마땅하지만, 이유는 잘 모르는 듯하다. 아니, 설사 이유를 짐작했다 하더라도 이제까지 해왔던 대로 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을 찾지 못할 것이다. 노동신문을 위시한 북한의 언론 매체들은 달라진 인민들의 눈높이에 맞춰 시각과 영상 측면에서는 변화를 시도해 왔지만, 언어 측면에서는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 중요한 말과 글이 침식되면 체제가 흔들릴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다. 무엇보다 지난 80년 동안 충분히 효과적으로 정권을 지탱해왔던 방법을 이제 와 새삼스레 바꿀 이유도 없다고 여길 것이다. _정소운(저자, ‘맺는말’ 중에서)
저자

정소운

첫남북회담이열렸던1971년에태어났다.1996년부터현재까지통일부에서일하면서30년동안거의매일노동신문을읽었다.외국어공부하듯북한말을익혔고,눈에걸리는단어와구절은업무수첩귀퉁이에적어놓곤했다.수십차례남북회담과행사에참여했으며,남북의현장에서마주친북한사람들과많은대화를나누었다.남북의사전과기사데이터베이스를훑는것은때때로업무였지만대체로취미이기도했다.결국북한이란텍스트를제대로읽어내는일이란공사公私를따지기어려운일생의과제가되어버렸다.그리하여보고서로쓰자니하찮고그대로묻어두기에는조금아까운,짬짬이모아두었던북한말의사연과이력을책으로엮어보았다.비록특수자료의오랜족쇄는벗었다해도‘노잼’을한도초과한노동신문을굳이찾아읽을리없는남한사는보통사람들의눈높이에맞추었다.보다많은사람들이북한을더잘알게되기를,갈라진시대의언어에서나름의영감을받을수있기를바라서다.

현재통일부국립평화통일민주교육원에서근무하고있으며,저서로공무원글쓰기의기본과태세를다룬《글,공무원답게쓰기》(2024)가있다.

목차

시작하는말_8

1장순수의신화
내가하면문화,남이하면잡탕

‘다듬은말’의왕국 _17
오락가락외래어다듬기 _25
‘갑툭튀’사자성어 _48
아리송한한자어 _61
너무문화적인이름 _76
아주각별한줄임말 _91


2장우수의신화
다를수록더우월해지는민족어

맞지않는맞춤법 _103
같은말,다른뜻 _116
다른말,같은뜻 _134
다르게쓰는외국이름 _146
낯설기만한우리말 _155
차이나는말투 _166


3장예절의신화
적에게지킬예의따위는없다

도덕과언어예절 _177
예의바른호칭이란 _186
속담으로조롱하기 _203
대인민잡도리 _219
찰진욕설과막말 _229
‘말폭탄’의진짜쓸모 _243


4장사상의신화
오직수령을위해복무함!

‘북조선시대’의말 _261
면면히이어지는핵심어 _290
묵은말의재활용 _302
김정은만의‘시대어’ _312
말로거두는정신승리 _332
기묘한전설의고향 _346


5장통제의신화
선을넘는말,허공에뜬말

남북,서로를이르는말 _363
남에서북으로묻어간말 _376
북에서남으로넘어온말 _391
잘못알려진북한말 _403
쓸수없는북한말 _413
존재하지않는말 _425

맺는말:움직이지않는‘노잼’의성_435

출판사 서평

사상을재운용어부터막말과욕설의대환장파티까지…,
노동신문80년으로살피는‘평양문화어’의이력과민낯

북한은남한을‘세상에둘도없는언어오물장’이라고욕한다.외래어와한자어,줄임말과신조어가뒤섞인‘잡탕’남한말은너무‘저열하고역스러워’서그말을쓰거나퍼뜨려‘순수하고우수한평양문화어’를오염시키는자는최고사형에처하겠는법도만들었다.그렇다면우리의표준어에해당하는‘평양문화어’는어떤말인가?북한당국이그토록자랑하는북한말은지난80년간남한말과얼마나많이달라지고,어떤방향으로뻗어나갔는가?

통일부에서30년간일해온저자정소운이북한말의이력과현실을생생하게들려준다.‘평양문화어에서험한재미를파헤치다’라는부제를단이책은‘민족어’를표방하며북한당국이진행해온언어정책의근간부터오직수령을위해복무하는북한만의사상용어,비슷하거나정반대로쓰이는남북의말,재미와농담의자리를대신하는막말과욕설의대환장파티가총망라된다.
이책을쓰기위해저자가기본자료로삼은것은80년치의‘로동신문’(이하노동신문)이다.저자는1996년부터통일부에서일하며매일노동신문을읽어왔다.업무로혹은개인적인호기심으로노동신문을읽다가눈에걸리는단어나구절이보이면업무수첩귀퉁이에적어두고는흡사외국어를공부하듯북한말사전을펼쳐정확한뜻을익히는한편북한통신사와선전매체,방송에나온다른용례를찾아보았다.또수십차례남북회담과행사에참여하고남북현장에서마주친북한사람들과의대화를통해북한어의실제를두루취재했다.그렇게차곡차곡모은북한말의사연과쓰임이이책의바탕이된셈이다.

갈라진시대의언어를배우는일,
우리의현재와미래를설계하는가장단단한길

현재남북언어의이질화는매우우려스러운상황에직면해있다.과거남한에서유행처럼번졌던북한말에대한호기심은오래전에사그라들었다.2023년12월김정은이‘적대적두국가론’을선언한이후북한에서는‘대한민국’국호외에는모든것을부정하고금지한상태다.
그래서,저자는이책을썼다.점점벌어지는두세계사이의거리를조금이라도메울가장좋은도구는바로말이라고믿기때문이다.이곳의평범하고자유로운영혼들이서로의말에대한이해를통해쌓아올릴총체적지식과역량이야말로분단의최종모습을결정할가장단단하고유용한무기라고믿기때문이다.

사상을재운용어부터막말과욕설의대환장파티까지…,
노동신문80년으로살피는‘평양문화어’의이력과민낯

북한은남한을‘세상에둘도없는언어오물장’이라고욕한다.외래어와한자어,줄임말과신조어가뒤섞인‘잡탕’남한말은너무‘저열하고역스러워’서그말을쓰거나퍼뜨려‘순수하고우수한평양문화어’를오염시키는자는최고사형에처하겠는법도만들었다.그렇다면우리의표준어에해당하는‘평양문화어’는어떤말인가?북한당국이그토록자랑하는북한말은지난80년간남한말과얼마나많이달라지고,어떤방향으로뻗어나갔는가?

통일부에서30년간일해온저자정소운이북한말의이력과현실을찬찬히들여다본신간《세상에서가장순수하고우수한말》을펴냈다.‘평양문화어에서험한재미를파헤치다’라는부제를단이책은‘민족어’를표방하며북한당국이진행해온언어정책의근간부터오직수령을위해복무하는북한만의사상용어,비슷하거나정반대로쓰이는남북의말,재미와농담의자리를대신하는막말과욕설의대환장파티가총망라된다.
이책을쓰기위해저자가기본자료로삼은것은80년치의‘로동신문’(이하노동신문)이다.노동신문은1945년11월'정로'라는이름으로창간된조선노동당기관지로,1950년부터는단하루도휴간하지않고매일6면을발행해왔다.특정단어의의미와무게,사용빈도를측정하기에더없이이상적인자료다.저자는1996년부터통일부에서일하며매일노동신문을읽어왔다.업무로혹은개인적인호기심으로노동신문을읽다가눈에걸리는단어나구절이보이면업무수첩귀퉁이에적어두고는흡사외국어를공부하듯북한말사전을펼쳐정확한뜻을익히는한편북한통신사와선전매체,방송에나온다른용례를찾아보았다.또수십차례남북회담과행사에참여하고남북현장에서마주친북한사람들과의대화를통해북한어의실제를두루취재했다.그렇게차곡차곡모은북한말의사연과쓰임이이책의바탕이된셈이다.

‘순수’와‘우수’의신화를퍼뜨려라!
북한은1966년부터한자어와외래어대신고유어를살린다는기치아래‘말다듬기’를시작했다.‘달린옷’(원피스),‘손기척’(노크)같은북한만의단어가이렇게나왔다.민족어의‘우수성’을강조하면서표기법과단어들의의미도의도적으로달리했다.‘화페’(화폐),‘웨침’(외침),‘립장’(입장)같은표기가자리잡았고,‘방조’‘희한’‘상시’처럼남북간쓰임이다른단어들도생겨났다.이렇게달라진말은남북간교류에서적잖은오해와왜곡을부르는요소로작용하기도했다.저자는접촉이활발하던시기,남북사이에서수시로불거진용어해석문제나직접맞닥뜨린크고작은해프닝을통해언어이질화가불러오는여러문제를다층적으로짚어낸다.

적에게베풀‘례의도덕’따위는없다
잊을만하면나오는북한의막말성명에깜짝깜짝놀라는남한사람들에게는다소의외로여겨지겠지만북한은‘언어례절’을매우강조한다.그래서‘동무’나‘선생’같은사회적호칭뿐아니라‘여보’나‘~아버지’같은사적호칭에대해서도수시로참견을해댄다.노동신문에서는나이가많다고,직급이높다고해서반말을쓰는건‘비도덕적인처사’라고반복적으로강조한다.다만그‘례의도덕’은교화하고길들여야할내부인민에게한정될뿐이다.
상대가적일경우두눈을의심케할막말과조롱,욕설을퍼부어대는건북한을대표하는신문이라고해서다를게없다.적국의대통령과유력정치인이름뒤에붙는‘놈’과‘년’부터‘병신’‘망나니’‘인간추물’‘저능아’‘늙다리미치광이’‘갈보’‘기생화냥년’까지,이들멸칭과어우러지는‘죽탕쳐보이라에처넣자!’‘각을뜨자!’‘압연기에밀어넣어편포짝으로만들자’같은분노의서술어들까지….최고지도자가던진땔감에신문기사가불을붙이고전국남녀노소가일제히떨쳐나참여하는막말과욕설경진대회의효용은뚜렷하다.조지오웰의《1984》에서사람들이매일함께‘2분의증오’시간을가진후‘빅브라더’에대한애정을확인하듯,북한의말폭탄축제역시체제에대한충성과증산결의로마무리되는건너무나자연스럽고당연한수순이다.

사상을채워넣은말들과경계를넘어버린말말말!
‘평양문화어’에는3대세습을넘어4대세습까지준비하는북한체제의특성을인정해야비로소이해되는말들도적잖다.대표적인예가‘태양’이다.북한에서이단어는보통명사가아니라김일성과그직계를부르는고유명사에가깝다.‘태양절’(김일성생일인4월15일)‘주체의태양’은김일성을의미하고,김일성사후김정일에게는‘향도의태양’‘선군태양’이라는수식어가붙었다.‘21세기의태양’‘주체조선의태양’은남한단체와재외동포집단에서김정은에게붙인호칭이라고선전한다.
그런가하면‘인민대중제일주의’나‘과학기술룡마’‘청년강국’같은김정은만의시대어,‘절대병기’‘력대급’‘최고존엄’‘결사옹위’‘선차적으로’처럼부지불식간에남북서로에게묻어간말들,‘뚱뚱한남자’‘정보접근’‘한류韓流’처럼북한내에존재할수없는말들의면면을살펴보는것도이책을읽는재미와의미를더한다.

갈라진시대의언어를배우는일,
우리의현재와미래를설계하는가장단단한길
오랜시간북한관련업무에종사하며북한말의안팎을살펴온저자는말한다.‘언어는인식의도구이자그인식자체이지만,북한에서는당국의언어가사람들의세계를규정한다’고.하지만그토록엄격하게통제해온문화어의성벽여기저기에도균열과틈은점점더크게생기고,웃음도재미도없는낙원은여러모로취약해질수밖에없다.위에서내려주는말을고분고분따르는대신자유분방하게진화해,80여나라250여곳세종학당과세계1,300여개대학에서가르치는언어로자라난‘잡탕’남한말이야말로정반대의본보기는아닐까.
현재남북언어의이질화는매우우려스러운상황에직면해있다.과거남한에서유행처럼번졌던북한말에대한호기심은오래전에사그라들었다.2023년12월김정은이‘적대적두국가론’을선언한이후북한에서는‘대한민국’국호외에는모든것을부정하고금지한상태다.
그래서,저자는이책을썼다.점점벌어지는두세계사이의거리를조금이라도메울가장좋은도구는바로말이라고믿기때문이다.이곳의평범하고자유로운영혼들이서로의말에대한이해를통해쌓아올릴총체적지식과역량이야말로분단의최종모습을결정할가장단단하고유용한무기라고믿기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