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 (김은숙 시집)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 (김은숙 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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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입동 근처를 서성이며 생애의 날들을 짚어보는 詩들
김은숙의 여섯 번째 시집. 5년 만에 발간한 이번 시집은 34년간 몸담아온 교직을 마감한 개인 생활의 변화와 50대에서 60대로 넘어가는 심정적, 신체적, 생애적 변화, 아울러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적 대전환의 시기를 건너며 일상적 삶의 의미를 다시 들여다보고 새긴 시들이 수록되어 있다.
저자

김은숙

충북청주에서태어나충북대학교국어교육과,인하대학교대학원에서공부했다.1996년《오늘의문학》으로작품활동시작,『아름다운소멸』,『손길』,『부끄럼주의보』등5권의시집과산문집『갈참나무숲으로』를펴냈다.충북작가회의,내륙문학회회원이며,제13회내륙문학상을수상했다.

목차

제1부아무도울지않았다

죽비소리
입춘
그럴수가없다
그림자계절
난독의시간
우기를건너는법
이제가을이오리라
입추
이가을
아무도울지않았다
지나온시간이따끔거렸다
입동채비
입동무렵
누군가의맨발
나의부음을받고
그렇게많은날이갔다

제2부남아있는체온을모아

동백의말
목련안부
구름의안부
꽃눈
잠시
하늘의음률
길마가지꽃
덜컹거리는우기
매미
곤두박질이먼저
쑥부쟁이꽃에가시가
달의환담
화살나무
미동산수목원에서
사려니숲
그숲에서옹이의문장을만났다
남아있는체온을모아

제3부그저녁바람의노래

문밖에서
무심천바람의노래
낯선바람이부는곳에서
치명적대화
반나절
푸른사내와의조우
61년생김은숙1
61년생김은숙2
호르몬유감
손을보다
그사람은모르게
쓸쓸한농담
심장에귀를대고
사랑은어디에서오는가
눈물나는당도
엄마를팔았다

제4부언젠가봄날에

우리
달안절
쥐똥나무꽃
도롱뇽과장독대가주인
뒤에서걷다
매생이집가는길
이목삼거리
이정골돌장승
묵직한문장을읽다
종이약국
껌먹는두더지
고두미출판사
정북동토성에노을지다
어쩌면지금도봄
언젠가봄날에

□해설
강찬모|징후로서의‘통증’이시와삶에재분배되는과정

출판사 서평

김은숙시인의시에는“가을의심장에귀를대고/흐느껴”우는언어가있다.“혼자늙어가는저녁”이있고,오래걸어서“붉고넉넉한노을의시간”까지온뜨거운발자국이있다.그런가하면“한그루적막으로서있는때죽나무의지긋한균형”같은것도있다.그런김은숙시인의시들중에‘입동무렵’에가있는시여러편이눈에띈다.남루한흔적과누추한눈물의시간을지나“굽은등에핏줄처럼새겨진가을지문을만지며”입동근처를서성이는시들.그런시들이가리키는시간은눈물도울음도침묵인시간,섣부른언어도기약도허락하지않는시의시간이다.그장엄한시간은시인의시정신이“투명하고짱짱한얼음같은정신”과맞닿아있다는걸알게한다.─도종환(시인)

김은숙의이번시집은‘계절’이시가되고‘가족’이시가되고세상에방치된‘변두리’가시가되어마침내삶에포섭된모든생명들의미세한떨림까지시의‘안쪽’으로독백한다.속으로아픈통증은소리없이강하고물리적치료가불가한난해하고고약한거소에심연으로존재한다.그래서아프다.특히표제인『그렇게많은날이갔다』는온축(蘊蓄)된시간에대한종언이아니라현재의자리에서기왕의시간을묻고천착하는회고적현실환기의의미를갖는다.미끄러진것처럼보였던시간의흐름을예리하게관찰하는생생한마음의‘행적(行跡)’이다.그행로에는신비를허락하지않는화석화된적층의시간속에호흡하는많은사연이‘염장(鹽藏)’되어있다.─강찬모(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