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풍문부터 실록까지 괴물이 만난 조선

괴물, 조선의 또 다른 풍경 : 풍문부터 실록까지 괴물이 만난 조선

$17.00
Description
“조선에 괴물이 살았다!”
스무 괴물과 만나는 낯선 조선
《조선왕조실록》을 살피면 ‘괴물’이 계속해서 언급된다. 신화나 옛이야기 따위를 인용하는 것은 물론이고, 괴물과의 만남을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고민한다. 이런 이유로 조선 괴물 이야기는 당시의 구체적인 생활상과 사회상, 문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을 포함해 각종 사료에서 찾은 스무 괴물을 중심으로 조선의 풍경을 색다르게 그려낸다. 백과사전식 서술에서 벗어나 당시의 문화부터 역사까지 아우른다는 데 의의가 있다.

조선에 괴물이 살았다. 허무맹랑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삼천리강산을 누빈 괴물들의 이야기가 계속해서 등장한다. 그 기록이 매우 구체적이어서 눈길이 간다. 어떤 괴물은 백성의 마음을 흔들었고, 어떤 괴물은 궁궐을 뒤집어놓았으며, 어떤 괴물은 이역만리에서 흘러와 백두대간의 산중왕으로 군림했다. 왕과 신하, 백성은 누가 어떤 상황에서 괴물을 만났는지, 그 괴물은 왜 나타났고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지 등을 놓고 고민했다. 그래서 조선의 괴물 기록을 보면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사회상, 세상을 이해하는 관념과 문제의식 등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이 책은 《조선왕조실록》부터 《열하일기》까지 각종 사료에서 발굴한 스무 괴물을 중심으로 조선을 이야기한다. 2007년부터 한국 괴물들을 채집, 소개해오고 있는 작가 곽재식이 기존의 백과사전식 서술에서 벗어나, 조선을 만나는 새로운 소재로서 괴물 이야기를 풀어간다. ‘도깨비’, ‘흰 여우’ 등 친숙한 괴물들뿐 아니라 ‘삼구일두귀(三口一頭鬼)’, ‘녹족부인(鹿足婦人)’ 등 낯선 괴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 속에 담긴 조선의 다양한 풍경을 그린다. 여기에 조선 팔도 어디에 괴물이 살았는지 한눈에 보여주는 〈조선괴물지도〉와 각국의 신화를 한국풍으로 재해석해 표현하는 삽화가 곰곰e(김진영)의 그림이 더해져 보는 맛을 더한다.

저자

곽재식

저자:곽재식
2006년웹진《거울》에발표한단편소설〈토끼의아리아〉가MBC단막극프로그램〈베스트극장〉에서영상화된이후작가로꾸준히활동하고있다.소설《신라공주해적전》,《지상최대의내기》,《가장무서운이야기사건》,과학논픽션《괴물과학안내서》,《곽재식의세균박람회》,글쓰는이들을위한책《삶에지칠때작가가버티는법》,《항상앞부분만쓰다가그만두는당신을위한어떻게든글쓰기》,한국의다양한괴물을소개한책《한국괴물백과》등을썼다.2007년부터개인블로그에‘괴물백과사전’이라는제목으로한국옛기록속의괴물에관한소재를수집,공유해오고있다.

목차

머리말│낮의역사,밤의이야기가된조선의괴물들

1장괴물은백성의말을먹고자란다
삼천리강산을누빈괴물들
전쟁으로쇠락한지네호텔:오공원(충청도)
할리우드영화와통하는조선괴물이야기│지네와두꺼비가한판대결을벌이다│벌레를각시로부르는해학│오공원은어디에
천하의전우치를골린여우:흰여우(전라도)
여우는많고구미호는드물다│20세기대중문화가키운스타│고구려와백제를농락한흰여우│전우치와흰여우,서로속고속이다
풍년과흉년을예언한행운의편지:삼구일두귀(전라도)
머리는하나요입은셋이라│민심을어지럽힌일기예보│조선판행운의편지│조선백성의생활상을담다
가뭄과홍수보다혹독한농부의적:강철(경상도)
조선을대표하는괴물│폭우를내리거나햇볕을내리쬐거나│철을먹는조선판키메라│“강철이지나간곳은가을도봄과같다”
남해를붉게물들인별:천구성(경상도)
하늘을날아다니는강아지│악한괴물이땅을덮치다│붉은바다의공포│좋은손님,나쁜손님,이상한손님│조선천문학의자존심│별이된기대승의혼
고래기름보다좋은인어기름:인어(강원도)
우리인어이야기의서늘한맛│사람같기도짐승같기도│진주눈물을흘리는교인│강치는비밀을알고있다

2장상감마마를지켜라
궁전을뒤흔든괴물들
왕건으로이어지는용의계보:용손(경기도)
고려판《오디세이아》│관세음보살을닮은용의딸│힘을합쳐늙은여우를잡다│왕건의할머니가해적이라면
부처가된세조의경고:생사귀(전라도)
조선을뒤흔든어느군인의꿈│〈인터스텔라〉를뛰어넘는4차원의신비│저승사자는무슨옷을입었을까│짐승이지키고공무원이다스리는저승│“임금이장영기때문에안심할수없다”
성종의관심을끈땅속귀신:지하지인(서울)
조선제일의귀신이야기│귀신도총과대포는무서워│상반신은없고하반신은있다│뼈만남은두다리│폴터가이스트,또는가스중독
중종을떨게한연산군의그림자:수괴(서울)
수괴의등장│겁에질린군인들│왕이거처를옮기다│정현왕후의트라우마│백성의고통을살피지않는정치
인종이죽자나타난검은기운:물괴야행(황해도)
단군의사당을찾아서│노한신령들이전염병을퍼뜨리다│정치가혼란하고민심이흉흉하니
사도세자를향한저주:도깨비(전라도)
임금의아들을노리다│도깨비의두얼굴│한·중·일의이매망량│네모습을밝히거라│밀레니엄도깨비
정조의마음을어지럽힌사슴과곰:녹정과웅정(경상도)
역모에매인삶│음모의근거지가된지리산선원촌│신선이된최치원,사람이된사슴│《정감록》에서시작된가짜뉴스│고대북방문화의흔적

3장국경으로는막을수없다
바다를건너온괴물들
조선의빅풋은벽곡의달인:안시객(강원도)
영생,축복인가저주인가│수준이다른원조자연인│원숭이도아니고빅풋도아니고│파란털의수행자가전하는교훈
바다건너거인의나라:거인(강원도)
역사와전설의공동작업│신라부터조선까지계속된거인이야기│조선의키클롭스는네덜란드인?│혐오라는이름의거인
행운의상징,불행의상징:금두꺼비(강원도)
다민족국가고구려와두꺼비│금두꺼비의어두운역설│갑작스러운행운이죽음을부르다│금두꺼비를조심히다룰것
전쟁을끝낸사슴발의여인:녹족부인(평양)
사슴발의부인과아홉아들│시대를초월한평화의상징│인도에서찾은녹족부인의흔적│1,000년만에부활하다
코끼리,얼룩말그리고불가살이:박과맥(평안도)
죽지않는괴물│코가긴짐승떼│총을쏘아맥을잡다│골칫거리맥,불가살이가되다│호랑이와표범을잡아먹은박
호랑이를떨게한사자:산예(함경도)
현실과상상의경계│춤추는사자│사막을건너한반도로│호랑이를떨게한산중왕
만인의피를마신뱀:만인사(함경도)
용왕의아들,이무기가되다│사람말을하고구슬을품은│뱀괴물사냥법│신령처럼모신업│미지의세계를탐험하라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삶의현장에서만나다”
백성을웃고울린괴물들
이책은총3장으로구성되는데,각각의주제는‘백성과괴물들’,‘왕과괴물들’,‘외국에서온괴물들’이다.수많은백성이조선각지에서괴물을만났다.이때의만남은단순한목격이나조우가아니었다.백성은세상을이해하고예측하기위해괴물의존재를믿었고,그믿음이강할수록괴물은백성의삶에큰영향을미쳤다.
이러한상호작용은먹고사는일을놓고가장활발히벌어졌다.농업이나어업과관련된괴물이야기가많이전해지는이유다.하늘에서내려와밥을많이얻어먹은대가로일기를예보해준삼구일두귀,가뭄과홍수를불러와재앙으로받아들여진‘강철(?鐵)’,바다를붉게물들여물고기를죽이는‘천구성(天狗星)’,양질의기름을짜낼수있어좋은돈벌이수단이된‘인어(人魚)’등이대표적이다.
흥미로운점은괴물들의이야기가매우입체적이라는것이다.먹고사는일에더해삶의현장에서겪고느낀것들이괴물이야기에녹아있다.예를들어강철이야기는임진왜란으로형성된피폐한정서가깔려있다.“강철이지나간곳은가을도봄과같다”라는속담은아무리공들인일이라도큰재앙이닥치면별수없다는뜻으로,전쟁이라는파괴적상황에부닥친백성의허무함이느껴진다.
이처럼괴물이야기는백성의처지에서조선을바라보게한다.옛사람들은자신의세상을어떻게이해했는지,그실마리를사람아닌존재,즉괴물이품고있는것이다.

“궁궐의담을넘다”
임금의마음을어지럽힌괴물들
임금이라고괴물에게서자유로운것은아니었다.예를들어성종은영의정정창손과호조좌랑이두의집에나타난귀신‘지하지인(地下之人)’의처리를놓고신하들과열띤토론을벌였다.이외에도《조선왕조실록》에는인종이눈을감은날검은기운인‘물괴야행(物怪夜行)’이서울을휘감아백성이두려움에떤이야기,일군의인물이도깨비를동원해사도세자를암살하려다가적발되어영조의분노를산이야기등이실려있다.
그중가장눈에띄는것은아무래도중종을시름에잠기게한‘수괴(獸怪)’다.영화〈물괴〉의소재로도유명한수괴는1511년과1527년궁궐한복판에갑자기나타나조정을발칵뒤집었다.기록을보면개처럼생겼고말처럼컸다고하는데,정현왕후가무서워해거처를옮기면서소문이널리퍼졌다고한다.
이책의저자는수괴의등장을연산군과연관짓는다.정현왕후는연산군을친자식처럼키웠지만,결정적인순간그를몰아내는데가담했다.삐뚤어진연산군에대한죄책감과절대권력자라도하루아침에쫓겨날수있다는두려움이뒤섞여복잡한감정을품었을법하다.수괴의등장은이러한감정이폭발하는데방아쇠처럼작용,정현왕후를공포에떨게한것아닐까.저자는‘개처럼생겼다’는기록에도주목한다.연산군은궁궐에서수많은동물과사냥개를키웠는데,그중몇마리가주인을잃으며근처산이나숲으로달아났다가돌아온것아니겠냐는것이다.
저자는마지막으로한가지더그럴듯한추측을한다.1511년수괴가처음등장하기며칠전기록을보면궁궐근처민가들에서큰불이났다고쓰여있다.이때백성의절망은뒷전이고권력을둘러싼아귀다툼을벌이느라정신없던높으신분들의눈에불을피해궁궐로들어온떠돌이개가괴물처럼보인것이라면어떨까.
이처럼괴물이야기는권력자들의생각과감정을드러내는동시에,권력은누구를위해어떻게쓰여야하는지에대한백성의바람을담고있다.

“괴물에게국경은없다”
바다건너,사막건너조선에온괴물들
아무리폐쇄적인국가여도문화의흐름은막을수없다.괴물이야기도마찬가지다.외국괴물이야기가한국에전해지며어떻게변형되었고무엇이유행했는지밝힐수있다면,당시한국인의성향과문화를이해하는데큰도움이될것이다.
그렇다면조선에는어떤외국괴물들이들어왔을까.가장먼저‘금두꺼비’를꼽을수있다.부의상징으로너무나익숙해대개우리토종괴물로생각하지만,금두꺼비는고대중국의‘항아(嫦娥)’설화가원조다.‘산예(?猊,사자)’도마찬가지다.북청사자놀음같은전통사자춤속사자의모습은인도의불교문헌에영향받은것이다.
자연스러운문화교류라기보다는국가정책의결과로조선에소개된괴물도있다.바로사람1만명을잡아먹었다는‘만인사(萬人蛇)’다.이괴물은원래여진족계통의북방이민족사이에서유명했다.그런데세종의북방개척으로조선에그이야기가흘러들어온것이다.만인사는사람1만명의피가뭉친‘만인혈석(萬人血石)’을품었다는데,다양한세력이끊임없이충돌한북방의처절한역사가녹아있는듯하다.
이처럼괴물이야기는당시국가간문화교류의흔적과그역사적맥락을품고있다.이는주변과상호작용하는,흔히생각하지못한조선의색다른모습을잘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