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없는 노동 :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과 미세노동의 탄생

노동자 없는 노동 : 플랫폼 자본주의의 민낯과 미세노동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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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인공지능, 자율주행, 자동 안면인식 등 스마트한 디지털 라이프가 하루가 다르게 세상을 바꾸고 있지만, 이것을 가능케 한 것은 알고리즘이 아니다. 지구 반대편에서 단순 라벨링 작업을 하는 불안정한 지위의 노동자들이 있고, 푼돈을 받고 육체를 갉아먹는 그 노동이 스마트한 세상을 만들고 있는 것이다. 저자는 이 같은 크라우드노동의 실태를 고발하고 세계 자본주의의 현주소를 폭로한다. 나아가 이 파멸적 혁신에 맞서 더 공정한 노동을 보장받을 방법을 모색한다.

저자

필존스

노동의미래,기후변화대응법,경제계획을연구하는‘오토노미Autonomy’의선임연구원이며‘오토노미디지털허브AutonomyDigitalHub’의일원이다.불안정노동,클릭노동,크라우드노동의실태와이를개선하기위한정책을연구하며,〈런던리뷰오브북스LRB〉〈가디언Guardian〉〈뉴스테이츠먼NewStatesman〉〈노바라미디어NovaraMedia〉등에정기적으로기고하고있다.

목차

서문메커니컬터크:미세노동의탄생
1장실리콘밸리의잉여
2장인공지능혹은인간지능?
3장서비스형인간
4장지워지는노동
5장미래는배제된사람들손에달렸다
후기미세노동이만드는유토피아
감사의말
주석

출판사 서평

자동화된미래와새로운직업세계뒤에숨은잔혹한진실!
디지털사회가맞이하게될새로운형태의노동,그악몽같은미래

“오늘날디지털사회를가능케하는것은‘인공지능’이아니다.
푼돈을받고보이지않는곳에서일하는‘인간지능’작업이다.”

인공지능시대를뒷받침하는
‘보이지않는노동’과지워져가는노동자

앞으로우리는인공지능의도움없이는하루하루살아가기힘든시대를맞이하게될것이다.무인매장에가면따로계산하지않고도자동으로결제가이루어지고,자율주행차가택시와트럭운전사를대체하고,AI가의사보다더정확하게환자를진단하는것이당연한세상이될것이다.거미줄처럼얽히고설킨알고리즘이우리의신체와공간,사회를칭칭감고서,마치생각하는기계처럼작동할것이며,컴퓨터가만들어낸지능이흡사공기처럼의식하지도못할만큼당연하게취급될것이다.

하지만이환상의눈부신껍데기를들추면그이면에는소멸직전까지착취당하고있는비참한노동자들이있다.풍요롭고스마트한세상,모든것이디지털화된편리한세상은사실상극소수IT공룡기업이내세우는환상이거나,닿을수없는신기루이다.이책은오늘날스마트한디지털라이프를가능케한원동력이우리가생각하는최첨단인공지능이아니라푼돈을받고육체를갉아먹는노동이라는사실에초점을맞춘다.검색엔진,앱,스마트기기의배후에는언제나노동자가존재해왔으며,이들은글로벌시스템의변방으로밀려나인공지능을훈련시키기위한목적으로단몇분,몇초안에끝나는초단기작업,즉미세노동을하고있다.이들은끊임없이취업과실업의상태를오가면서하루에수십,수백개의회사를위해일하는“잉여인간”이되어가고있다.

인공지능의허상뒤에숨겨진
데이터노동자의현주소

세계최대난민촌인케냐다다브의막사안으로한여성이걸어들어간다.여러대의컴퓨터가설치되어있는이곳에서이여성이하루동안하게될일은도시에서촬영된동영상에“집”“가게”“자동차”같은라벨을지정하고,짧은녹취록을만들고,알고리즘에게각양각색동물사진을식별하는방법을알려주는것이다.이런‘클릭’노동은작업시간이아닌완료한작업건수를기준으로임금을받기에불안정하고몹시고되다.하지만번듯한일자리를찾기힘든이곳주민들이선택할수있는극소수의‘공식’노동에해당한다.

저자는아프리카를비롯해라틴아메리카,중동,아시아같은범남반구에위치한저개발국가들을중심으로,이른바‘클릭경제’가바꿔가고있는오늘날노동과노동자의모습을보여준다.플랫폼을통해불안정한지위에서수행하는단순작업-‘미세노동’에의존하는이들은전세계적으로가파른증가세를보이며약2000만명에이르고있다.미세노동을중개하는사이트덕분에가장큰수혜를입은기업이바로현대자본의총아인아마존,테슬라,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구글,애플등이다.저자는이들기업이어떻게빠른시간에가공할만한방대한데이터를축적해왔는지를추적한다.

실제로최근몇년동안구글,아마존,테슬라,알리바바,페이스북같은거대IT기업이가장핵심적인사업전략으로키워온것이데이터의상품화다.하지만이과정에서미세노동중개사이트를통해일하는노동자가늘어나는현상은화려한21세기자본주의의성공신화와는거리가멀다.AI의연산인프라를만드는일을수행하는노동자들은빅토리아시대영국과19세기나폴리거리에서나볼수있던충격적인생존투쟁의현장으로내몰리고있다.이들은인간이아니라연산인프라로취급받고있으며,초단기데이터작업속에서자신들이누구를위해,무엇을위해일하고있는지조차알수가없다.

“데이터가플랫폼의생명줄임에도우리는데이터가생성되는과정에는별로관심이없다.우리가아이폰을볼때그하드웨어는눈앞에실물로존재하기때문에그것을생산하기위해필요한노동을생각할수있다.하지만아이폰의소프트웨어속을흐르는데이터는볼수도만질수도없다.그래서데이터역시생산의대상이라는데까지는생각이미치지않는다.(…)인간의손과정신이만들어낸것을영리한기계의작품으로착각한다.”_본문중에서

노동시장변화로지워지고짓밟히는노동자

21세기는금융위기와만성적경기침체속에서민주적제도가속속붕괴하고시시로기후재앙과긴축재정에시달리는시대다.여기에코로나팬데믹으로전세계수많은노동자가봉쇄령이나감염에의해장·단기적으로출근하지못하는상황이되어,자본입장에서는인간의노동력이얼마나불안정한수익창출수단인지확인하는기회로삼았을테다.최근전세계적으로제조업에서‘서비스업’으로노동자가대거이동하며고용이정체된현상에대해저자는우려의목소리를높인다.왜냐하면2030년까지서비스업을중심으로전세계노동의절반가량이자동화될위기에직면했기때문이다.그결과예전에는적절한수준으로임금이지급됐던일이앞으로는자연스럽게비공식화되고여러건의작업으로쪼개져건별로형편없는임금이지급되는불안정한형태로변질될것이다.심지어임금과권리의기본요건을정해놓은제도의간섭도받지않게될것이다.

“뉴욕의작은회사가오늘은나이로비에서프리랜서녹취록작성자를고용하고,내일은뉴델리에서또다른프리랜서를고용할수있다.이때는사무실이나공장을차릴필요가없고,현지규정에간섭받지않으며,웬만해서는현지에세금도내지않는다.”_본문중에서

이렇게임금,개인의권리,능력등이짓밟히는현실이야말로현재자동화가서비스업에진짜로끼치는영향이지만,자동화시스템도입을주장하는이론가들이외치는말들,이른바일자리가전례없는수준으로줄어들것이라는자극적인말들에노동자들이피부로겪는현실은묻히기일쑤다.이책에서는이같은일자리종말은그저연막일뿐,실제로우리눈앞에서펼쳐지고있는현실은점점더많은서비스직일자리가긱노동,미세노동,크라우드노동으로변질되고,심지어그런‘일자리’란것들조차사실상실직과다를바없는수준이라는걸깨닫게될것이다.

더나은세상을향해진격할역사의주체는
플랫폼자본이아닌플랫폼노동자가될것이다

만일노동이놀이가된다면,그래서열심히일하는것이딱히일하는것처럼느껴지지않는다면어떨까?실제로이책에서소개하고있는대부분의미세노동중개사이트들은세련된청년들이소파에서노트북을이용하는사진을걸어놓고만일우리의멋진신경제에도여전히노동이존재한다면그것은비디오게임을하거나옷을사는것처럼재미있는활동일것이라고사람들에게암시를건다.심지어‘노동’이나‘노동자’라는표현이이런분위기를망치기라도하는것처럼오직‘이용자’‘작업자’‘플레이어’같은용어를사용한다.저자는이런행태야말로미세노동을마치어떤포부를갖고도전해볼만한멋진일처럼보이게함으로써노동과놀이의경계를모호하게만드는수법에지나지않으며,노동의정체성이모호하게느껴지는이시대에는새로운저항의방식을모색할수있어야한다고독자들을설득해나간다.오늘날미세노동이전세계로확산되는현상은그것이건전한노동시장을형성하고있는증거가아니라,앞으로우리모두가처하게될위기의불길한징후로봐야하며,이제라도우리가미세노동의충격적인생존투쟁현장을자세히들여다보는게중요한이유라고설명한다.

“플랫폼들이기술적경이라는찬사를받으며첨단기업의이미지를유지하고계속해서수익을창출하려면노동자들이눈에보이지않고서로에게서단절돼야한다.(…)미세노동은노동시장에서노동자들이서로단절된세상을실현함으로써노동조합,노동자문화,노동자보호장치가빠진자본주의,다시말해자본을위협할수있는노동자가존재하지않는자본주의라는신자유주의적환상의정점을구현한다.”_본문중에서

지금까지는미세노동사이트가내건공허한약속때문에,혹은비밀유지계약등으로재갈을물리는법적·소프트웨어적장치때문에노동자들이조직화되지못하고그어떤파업이나집단행동도일어나지않은것이사실이다.하지만지금처럼성장둔화와고용이회복될기미가없는시대에는실업이사라지지않고그저허울만바꾼채불안정성,불완전취업,노동빈곤의상태가그대로유지될게분명하다.그렇기에앞으로이들의목소리는단순히일자리보장,임금인상에만머물지않고기본적인생존권요구(주거,의료,수도,전기등)로자연스럽게확대될것이다.지난10년간자본주의를넘어세상에대한유토피아적상상을한사람은많았지만‘과연누가그런세상을실현할것이냐’는문제에대해진지하게고민한사람은많지않았다.이책은더나은세상을향해진격할역사의주체가그동안잉여로간주되어온수많은사람들,임금노동의언저리에있는플랫폼노동자들에게서터져나올것이라주장하며,현재의배제된사람들에게서시작될투쟁이좀더확실한비전이되기위한대안을모색한다.

1장‘실리콘밸리의잉여’에서는실리콘밸리기업들이인공지능개발을위해어떻게인력을이용하는지,그실태를낱낱이파헤친다.구글,페이스북,아마존,테슬라등의기업들은노동자를고용하는대신메커니컬터크나클릭워커같은‘미세노동사이트’를통해초단기작업을대량으로맡기고거기서이득을취하는데,이들사이트에는의뢰인의신원이명시되지않기때문에어떤기업이어떤목적으로일을맡겼는지확인이불가능하고,무엇보다필요할때(초,분,시간단위로가능)만노동력을저렴하게뽑아쓸수있기에기업들은이런장점을톡톡히누리고있다.

2장‘인공지능혹은인간지능?’에서는인공지능뒤에숨겨진은밀한자동화세계에관해살펴본다.거대IT플랫폼기업이내세우는자율주행차,클라우드컴퓨팅,스마트비서등최첨단기술이사실은완전히자동화된시스템이아니라,저숙련서비스노동과의긴밀한공조없이는불가능하며,문제는이들의노동이실직과거의다를바없는‘일자리’로전락하여임금,권리,능력등이무참히짓밟히고그어떤보호장치나복지도기대할수없다는점이다.

3장‘서비스형인간’에서는현대의플랫폼자본주의가과거의자본축적체제들과다르게노동자들을어떻게포획하는지보여준다.저자는미세노동이야말로오늘날전세계에펼쳐진취업이라는사막에서기회의오아시스가아닌신기루일뿐이라며구체적인증거들을제시한다.더나아가미세노동의현실이무임금생존투쟁의현실과다른점은무엇인지,미세노동을통해기술을습득하고혜택을받을수는있는지,미세노동이연대와조직화를막고있진않은지등에대해답을찾아나가야새로운저항의방식을모색할수있다고독려한다.

4장‘지워지는노동자’에서는생계를위해하루하루미세노동을전전하는노동자들이오히려그작업들때문에심각한노동의위기를불러일으키는아이러니한현실에관해살펴본다.사실상미세노동사이트가목표로하는것중하나가노동자들에게노동과정전반을감추는것뿐만아니라노동자들을서로에게서떼어놓는것이기도하다.이는노동자들의투쟁을미연에방지하기위한것인데,저자는오히려이러한미세노동의특징이자본주의신화의허망함을폭로함으로써새로운세상의도래를암시하는희망으로바라볼수도있다고전망한다.

5장‘미래는배제된사람들손에달렸다’는현대자본주의에서점점중요해지는플랫폼노동자들이시도해볼만한실천행동들을제시한다.20세기와같은노동운동을재현하는것이불가능한지금,기후재앙과팬데믹이자본주의지옥을만들어가고있지만,지금이야말로오랫동안희망이없다고여겨졌던사람들에게희망을걸어야한다고말하여,미래는현재의배제된사람들의손에달렸다고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