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경찰하는 마음

여성, 경찰하는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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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주명희

『여성,경찰하는마음』저.

목차

1부여경하는슬픔:차별과차이사이그어디쯤

1장여자랑은말이안통해,남자경찰로바꿔요
들어오지말라니더들어가겠습니다
나를만나려면경제팀쌈닭을찾으세요
내장탕이요?좋죠.갑시다!
안정적인직업이라서경찰한다는그말
‘왕초보’딱지를떼던날
나는더단단해질것이다
여경은반드시열정을증명해야하지
연대그리고제복의힘덕분에,다시!

2장내가먼저정의가되어야했다
고맙다,스물둘의이지은!
면접장에서선보인뒤돌려차기
장쾌한활극‘경찰청사람들’을꿈꾸다
출산휴가들어가던날
차별은폴리스라인밖으로
왜지금고백하냐고묻는이들에게
20대여경의쇼트커트잔혹사
홍등가에첫둥지를튼김순경

2부경찰하는기쁨:모두의아픔과고통이지워지는그어디쯤

3장한사람의노력으로세상을바꿀수있다
정인이의스웨터
세상이좋아지고있다는증거가되고싶다
여자형사라서여자편에서는겁니까
은혜도모르는못된딸이경찰이되었습니다
여기여자가어딨습니까,경찰이지!
내가있어야할곳은지구대!
아이야,경찰서에온사실조차잊으렴

4장마음이뜨거워서경찰이된여자들
맨날시체보고피보고할수있겠어?
나는아프리카유엔경찰이다
권력,제가탐해도되겠습니까?
작은힘으로큰힘을제압하라
꿀벌의실종과여경
함께하면오래멀리갈수있다
나의타임리프이야기
지구대,명품드라마는있다

출판사 서평

“여기여자가어딨습니까,경찰이지!”
우리가귀기울여들어야하는담대한목소리

추석날이었다.명절이니경찰관도쉬라고하는건지날씨도좋고신고도없고모든게평온하기만했다.그즈음‘00음식점에서남성두명이주인을괴롭힌다’는내용의112신고가떨어졌다.현장에도착하니남성두명이인도경계석에걸터앉아있었다.경찰관을발견한가해자중한명이나를보고“여자다!”라고큰소리쳤다.나는더크고단호한목소리로말했다.“여기여자가어딨습니까!경찰이지!”(-본문중에서)

이책의필자로참여한김소영경찰관의이야기이다.‘경찰은곧남성’이며,여성경찰은경찰이기전에여성으로보인다는것,여경에대한우리사회의인식은딱이만큼인지도모른다.김소영경찰관은이렇게대응한다.“여기여자가어딨습니까!경찰이지!”그녀의외침에어떤숙연함마저느껴지는건,차별에대한저항과경찰에대한당당한자부심이우리마음에공명을일으키기때문이아닐까.

하버드대최초여성학교수를지낸저명한심리학자캐롤길리건은《담대한목소리》(생각정원펴냄)에서우리사회가‘여성의목소리’에주목해야한다고말한다.오랜세월동안인류는여성성과남성성으로나뉘면서남녀모두‘자기목소리’를잃고상처입고불행해졌다는것.그리하여차별을반대하는여성의몸짓과저항하는‘목소리’에귀기울일때비로소인류가행복한사회로나아갈수있다는것이길리건박사의주장이다.

이책은70여년대한민국경찰역사처음으로여경들의한목소리를담았다.경찰조직안팎에서일어나는여경에대한편견과차별,혐오의모습들,남성의수가압도적인조직에서여경들대부분은첫발을내디딜때부터경찰에걸맞지않은사람,남자경찰과다른‘그밖의’존재로간주되어왔다.이때문에환영받지못했을뿐만아니라역량을발휘할기회조차제대로얻지못했다.경찰이란특수성으로,차별에대한여경들의항의마저‘관습에어긋난다’하여무시되어온현실에서이책은그간우리사회에보이지않았던여경의존재를분명하게보여준다.

마음이뜨거워서경찰이될수밖에없었던그녀들,
진정한페미니즘의길을보여주다

그렇다고이책이무시무시한페미니스트여경들의투쟁기는아니다.지구대순경부터형사,기동대,무술교관,서장까지다양한직군에서일하는여성경찰의하루하루일상을중심으로펼쳐진다.한밤중난동을부리는피의자를제압하고,폭력남편에게서피해자아내를보호하고,폭발물제거에앞장서고,마약사범을새벽까지추격하고,학대받는아동을안전하게피신시키는등.여느경찰과다름없는모습이다.

그속에서여경들은조직내에서스스로성추행의피해자였음을아프게드러내고,부당한차별에목소리를크게내고,불의에두려워하지않으며,자신도여성이면서여성을혐오했던과오를고백하고,민원인을무시한것에반성하는등경찰의권위마저경계한다.경찰이먼저정의로워야만“서민,피해자,아동,핍박받는여성들에게자신들이진심어린동반자,연대자가될수있다.”라는믿음때문이다.

캐럴길리건박사는말했다.“권력을남용하지않고,차별하지않으며,도움이필요한사람을외면하지않을것,무엇보다도움이필요한사람무리에서자기자신을빼놓지않을것.즉자기다움과인간다움을회복하고잘못된권위에저항하는것이진정한페미니즘이다.”23인여경들이풀어내는담담하고솔직한이야기는진정한페미니즘이가야할길이무엇인지되돌아보게한다.

당신이생각하는여경은없다
여경,경찰과세상을바꿔놓을신선한힘!

“이딴걸여경이랍시고뽑아가지고,세금아깝게!”
“이건여경이해결못해.남자경찰관으로바꿔요.”
“여경이과연그자리에갈수있겠어?”
“여긴남자들만근무해요.왜오려고하죠?”
“여경은일편한부서에서내근하며승진이나하려고하지.”

여경은우리사회곳곳에서일어나는남녀차별이슈한가운데있다.‘정의구현=힘=남성’이라는뿌리깊은편견은애초부터여경을무용한존재로바라보게한다.지난2019년에일어난‘대림동경찰폭행사건’이대표적예이다.사건영상은‘술취한피의자도제압하지못하는여경’이란제목으로SNS와각종사이트,유튜브,공중파방송까지도배되었고,여경무용론으로번졌다.영상내용이조작되었음이밝혀졌지만,진실은가짜의속도를따라가지못하고묻혀버렸다.결국이사건은‘여경’이란말에덧씌워진차별과혐오로인해,‘대림동여경사건’으로굳어져버렸다.

한가지다행인점은이사건을계기로당시경찰조직내여경들의공부모임인‘젠더연구회’에서여경에대한혐오를멈추라는성명을발표,여경들의목소리가세상에나오기시작했다는것이다.연구회는2017년“여성이라서차별과불평등을겪을때함께이야기할경찰선배가왜없을까?”라는물음을던진여경들이주축이되어만들어졌다.이후조직안에‘성평등한문화’를만들자는취지로독서와세미나활동을이어오는한편,현장에서만나는여성피의자,여성피해자등다양한층위의여성에대해경찰조직이할수있는역할을고민하고있기도하다.

연구회에서이책을기획한것은조직안팎에서문제의식을공유하고해결방안을고심할때더나은,좋은세상을만들수있다는믿음때문이다.그간드러나지않았던여경의과거와현재의이야기를통해남성중심적인조직과우리사회에균열을내고,나아가동시대여성과경찰동료,국민에게용기와지지,연대의메시지를던지고자한다.궁극적으로는우리모두를힘들게하는‘젠더갈등’을해결하기위해서는,여성또는남성에게서원인을찾을것이아니라문제가어디서비롯되었는지함께돌아보자는데진정한의의가있다.

“여경이여럿모이면자연스레차별에대한이야기를나누게된다.얼마나부당한차별을받았고,성희롱을많이당했는지이야기하며분노한다.그런차별에도불구하고왜경찰조직에남아있는지물으면대부분비슷하게답한다.우리사회에여경이없으면안된다는것!지구대에서여경은기본적인치안수요를감당하는것외에여성피해자와가해자관리,아동청소년보호에결정적인역할을할뿐아니라업무,행정절차상에공정성을높인다.경찰조직내공적인의사결정과정에여성의의견이없다는것은시민절반의의견이무시된다는뜻이기도하다.여경이‘여성을대변한다’는것은우리사회에서엄마,여자친구,딸과같은다양한역할의의견이반영된다는것과같다.나또한지구대와경찰서에서또는각지방청에서,사건처리과정중여성에게꼭필요한부분들이배제되는것을직접목격했다.내가이조직에서나갈수없는또하나의이유가여기있다.”(-본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