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 속에서 봉기하라 :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저항법

이불 속에서 봉기하라 : 생존을 위한 최소한의 저항법

$18.42
저자

다카시마린

(高島鈴)
작가,아나카페미니스트이자중세사회사연구자.한신대지진이일어난1995년도쿄에서태어났다.유년기에9·11테러,초등학교졸업할무렵에리먼사태가터졌다.중학교를졸업할때는동일본대지진이일어났으며,외모에콤플렉스를느끼는‘추형공포증’을앓고있다.즉‘시대의나쁜흐름’속에서자기자신이주체로서무언가를선택한경험이거의없는세대의한명이다.그는자기삶의궤적을통해불평등,혐오,차별,가난등사회문제가어떻게개인의문제로바꿔치기되는지를예리한언어로드러낸다.나아가삶을옥죄고위협하는‘권력’을최대한탐색하고물리치는것에서사회를바꿀혁명이시작되며,각자자신만의저항방식을찾아보자고독려한다.그가찾은저항방식은글쓰기다.《분게이》《유레카》《주간분슌》《시몬느》등의유력잡지에꾸준히기고하고있으며,이책으로2023년기노쿠니야인문대상을수상했다.중세사회사연구분야에서는본명인스기우라린(杉浦鈴)으로활동하고있다.

목차

한국어판독자를위한서문
서문

1부모든권력을거절하라:아나카페미니즘
거절의언어
매순간변하는현상이되고싶다
내가아나카페미니스트가된이유
나는써야만한다
죽고싶은,죽이고싶은마음은사람을살리는데쓰자

2부함께화를내자:진정한시스터후드
‘여성끼리’라는말은그만!
케이크는던지지말고전부먹는다
얻어맞으면되받아치겠다
세상에는더,더,더많은길이필요하다

3부나는‘거울아,거울아’가싫다:외모지상주의
웃는유랑자,저항하기위한파괴
그열차에는타지않아도된다
도시의뼈를주워라

4부이불속에서봉기하라:신자유주의와능력주의
테트리스에몰두하는헛된시간에대해
머그잔은깨졌고,욕실타일은오늘도네모나다
나는,꼭행복해야하는가
셀프인터뷰

5부꼼짝할수없는밤을위해:정신건강과우생학
조현병이추가되다
젠장,미안해,괜찮아,괜찮아
새벽3시40분,가장괴로운시간

6부음악을깔아주면눈물이나는가:가부장제와국가주의
새해에는비즈니스호텔로도망친다
느슨한합의로마구확대되는것
눈앞의풍경을의심하라

7부밈처럼변한사회:통념과의례
총구앞에서계속춤추기
반反생일파티주의
두사람의역사

8부소리지르지못하는존재들을위해:애도와기도
전철에서눕는사람,볼탕스키의신화
변두리의유령들
죽은이와의합의

마치며
옮긴이의말

출판사 서평

★★★2023년기노쿠니야인문대상수상작★★★
★★★일본에서엄청난화제를불러온,95년생신예작가다카시마린의첫에세이집★★★

“살아가는것이곧저항하는것이다.
웅크린이불속에서도혁명은가능하며,
나는당신이꼭살아있기를바란다”

시궁창같은현실에답답하고숨막히지만
‘이불밖은위험한’모두를위한최소한의저항법

“경제활동에참여하지않고쉬는2030청년63만명”“6개월이상사회적관계없이집에만머무르는고립청년54만명”…….“이불밖은위험해”라는말이유행할정도로청년층에서번아웃과무기력을호소하는경우가늘고있다.한국뿐아니라중국에서는바닥에누워아무것도하지않는청년층을일컫는‘탕핑족(?平族)’이란말이유행하고,일본에서는히키코모리인구가146만명으로추산된다.고립청년,탕핑족,히키코모리…….무엇이전세계청년들을이불속에웅크리도록몰아세우는가.

저자다카시마린은이불속에웅크린한명으로서놀라운제안을건넨다.이불속에무기력하게웅크리고있어도,‘생존’하는것만으로도부조리한사회에서혁명을일으킬수있다는것이다.저자는청년들을무력감으로내모는신자유주의와능력주의,젠더차별과사회구조적폭력을날카롭게비판하며‘이불속’을최후교두보로삼고저항하자고뜨거운응원을보낸다.저자의주장은일본에서엄청난화제를불러일으켰고,일본의대표서점기노쿠니야는2023년최고의인문서로《이불속에서봉기하라》를선정하며‘기노쿠니야인문대상’을수여했다.그간대상을받았던사사키아타루의《잘라라,기도하는그손을》,가라타니고진의《철학의기원》,가토요코의《왜전쟁까지》등걸출한사상가,비평가등의뒤를1995년생의젊은작가가이은것이다.그는다음과같이수상소감을남겼다.

“저는‘생존은저항이다’라는슬로건을걸고여러분을삶으로선동합니다.저를포함해매일이불속에힘없이누워주먹을쥘수밖에없는사람들이야말로혁명의주체라고믿습니다.”

그가말하는혁명은가장소외되고배제된약자까지참여할수있는최소한의저항에서시작한다.비인간적인경쟁,차별,배제에짓눌린채자기비하에빠진이들에게그자신의잘못이아니라고위로하면서,사회적모순에대해자기생각을차근차근정리하는것이저항의시작이라고설득한다.사회와마찰을느끼며존재하고있다면그것만으로도함께저항할수있는단초가될수있으며,격렬하게앞장서는이들뿐아니라오늘하루를겨우살아가는모두가참여할수있는혁명이참된혁명이라는것이다.이불속에웅크린이들의삶에대한허무감과고통을외면하지않으면서,생존하는것만으로도존재의의미는충분하며,저항의마음을품고조금씩나아가자고격려한다.《이불속에서봉기하라》는오늘도이불밖현실이두려운독자에게계속살아갈용기와희망을전할것이다.

기왕태어났으니다른사람을위해,조금이라도이세상을더나은방향으로움직이자.자기자신에게살의를내뿜지말자.목을감싼손을풀고,천천히사회를향해주먹을고쳐쥐자.온갖것들로인해궁지에몰려이부자리위에드러누운채꼼짝하지못하는몸은,당신의의지하나로봉기에참여시킬수있다.나는당신과함께그런투쟁을해보고싶다.-본문중에서

올해가장기다렸던저자의책.이토록다정하면서도긴박한선동을달리알지못한다.-‘기노쿠니야인문대상선정의변’중에서

신자유주의,능력주의,젠더차별,가부장제…
아나카페미니스트로서
정상성을강요하는일상의모든권력을거부한다!

저자는이불속혁명을위해자신을‘아나카페미니스트’로정체화했다고밝힌다.‘아나카페미니즘(AnarchaFeminism)’은젠더평등을위해아나키즘이바탕에있어야한다고주장하는페미니즘의갈래다.반강권주의를특징으로하는아나키즘은가부장제,자본주의,가족주의등개인을억압하는모든권력에반대하며,아나카페미니즘은권력을‘마초이즘’으로규정하고권력관계밖개인의자유로운연대를지향한다.그는그냥페미니스트거나아나키스트이기만해서는약자의입장에놓인삶을광범위하게끌어들일수없으며,두사상이혁명의“양쪽바퀴를하나씩맡아야한다”고역설한다.

구체적인저항방식으로글을쓰기로한저자는신자유주의,젠더차별,국가주의,외모지상주의와정상성을강요하는일상의권력을세밀하게표현하고해체함으로써자신의저항을시작한다.저자가풀어내는구체적인일상이야기는일본이라는시공간을넘어한국의독자에게도가닿는다.

그는특정젠더간의결합만인정하는결혼제도를부정하며,젠더정상성범주에서벗어난이들을소외시키는통념과편견에맞선다.세상에는‘여자와여자의,퀴어와퀴어의훨씬더많은이야기’가필요하며,‘다양한모습으로살아갈길이있다’고말할언어가절실하다는것.사회의뿌리깊은외모지상주의에도정면으로이의를제기하며“자신의외모를싫어하는채로도쉽게살아갈”만큼외모의사회적의의가한없이가벼워질미래를그린다.한편능력주의신화가퍼져있는사회에서열심히살지못해스스로를비하하는마음을솔직히토로하며능력주의를넘어선연대와희망을이야기한다.그는“쓸모없는사람에게차가운세상을옳지않다”면서아무것도하지못하더라도‘생존을손에서놓지않는선택은훌륭하며,너무도장하다’고능력주의에짓눌린사람에게진심어린마음을전한다.정신질환에대해다루는부분에서는사회적낙인과제도적뒷받침의부재를예리하게지적한다.

가부장제와국가주의를고찰하는내용도인상깊다.〈기생충〉(2019)에등장하는‘산수경석’을통해영화속계급논리를넘어서는가부장제를논하고,일본사회가모호하고애매한개념인‘기모노’를‘전통민족의상’으로내세워일본내다양한문화를지우고,단일한‘일본인’개념을막연히긍정하게한다고비판한다.일본의일왕제에대한비판도날카롭다.일왕의궁중제사를지내는궁전인‘다이조큐’를“가부장제와국가권력,전쟁에대한책임,인간을지배하는폭력의상징인동시에그폭력들을무비판적으로보존·계승하는행위의상징”이라규정하고일왕제를전면거부한다.이외에도리베카솔닛,록산게이,가네코후미코,데이비드그레이버등의사상에대해서도이야기하며독자를방대한사유의세계로안내한다.

이야기가필요하다.여자와여자의,퀴어와퀴어의.‘여기에길이있어’라고이야기할언어가이세상에는너무도부족하다.이세상에서가장격렬한불길의소용돌이부터버스정류장벤치에이르기까지,모든풍경을다시이야기해야만한다.한두개로는부족하다.몇천개,몇만개가필요하다.-본문중에서

“아나키(anarchy)란보이지않는타자의의지를존중하는일이다”
죽은이들의목소리를진지하게다시서술할책임에대하여

책의마지막부인〈8.소리지르지못하는존재들을위해:애도와기도〉에서저자는게임〈나이트인더우즈(Nightinthewoods)〉를소개하며죽은이들,배제된타자의목소리를지워버리는폭력을고찰한다.게임의배경은과거엔번성했지만현재는망해버린탄광촌‘포섬스프링스’.일자리가사라지고절망감이도저한이곳에서향토사를연구하는사학회가컬트집단을조직해마을이번영했던과거‘영광의역사’를부활시키려하고,주인공무리는죽은탄광노동자‘리틀조’의유령을뒤쫓는다.저자는‘포섬스프링스’에서과거일어났던파업한탄광노동자학살사건,허술한관리로인한대규모폭발사고등사학회가내세우는영광의역사에가려진죽은이들,즉‘유령’의존재들을상기하며,불안한삶의조건에내몰린주인공무리도자본가와권력에의해밀려난‘예비유령’으로지칭한다.유령의발자취를좇던게임속‘예비유령’들은결국유령의편에서게된다.

저자는논의를확장해간접민주주의에서와달리집단주의적아나키스트들은합의를형성할때백명이면백명,천명이면천명사이에서가능한한모두가합의할수있는타협점을추구하며,시간이아무리걸리더라도끊임없이맞춰나간다고소개한다.인류학자이자아나키스트활동가데이비드그레이버가일반화한구체적합의절차도자세히전하며죽은이들을포함한합의형성의가능성을타진한다.저자는기록에서누락될법한죽은이들,‘유령’(또는타자)의목소리를산사람이‘앰프’가되어대신전해야한다고주장한다.죽은이의흔적과마주쳤다면,그목소리를진지하게다시서술할책임이각자에게있다는것.그는자신이할수있는범위내에서는죽은이/타자의목소리를전하는데성실하고싶다고하며,“아나키(anarchy)란보이지않는타자의의지를존중하는일”이라정의한다.저자의논의는자연스레현재우리사회의‘유령’들을돌아보게한다.

“우연히살아남았다.”2016년‘강남역살인사건’에서나온이말은빈번한페미사이드범죄,사회구조적원인으로인한참사로오늘날‘예비유령’들의처지와감각을대변하고있다.제대로애도받지못하는죽음들과“사람이‘살아있다’는것의가치를완전히무시하는것으로밖에보이지않”는지금사회에서무엇을해야할지,《이불속에서봉기하라》는독자에게시급하고중요한화두를던지고있다.

채집할수있는사람이적은목소리일수록,채집한사람이앰프가되지않으면그목소리는사회에서간과되고만다.인생에서언젠가스쳐지나는죽은이.그것은가까운사람일때도있고한없이먼사람일때도있다.하지만그런죽은이의흔적과마주쳤다면(목소리를들었다면),그목소리를자신의힘으로진지하게다시서술할책임이있다.-본문중에서

“이렇게모든사람에게다정한책은처음이었다”
2023년기노쿠니야인문대상선정의변

-올해가장기다렸던저자의책.아무리미약하더라도삶의온갖장면에끼어드는권력에조금이라도대항하는모든행위를,항거의뜻을품고그저생존하는것자체를저항이라고부르고혁명적행동이라고단언한다.이는타인을위해조금이라도세상을더나은방향으로움직여나가기위함이다.이토록다정하면서도긴박한선동을나는달리알지못한다.

-이책은이부자리밖으로빠져나올수없는극한의상태를아는바로그사람에게살아있어달라고손을내밀고,함께봉기하자고외친다.아나키스트나페미니스트가아니더라도,살아가는데어려움을느끼는사람이라면여하튼읽어보기바란다.올해최고의‘부적’이다.

-건강하고건전해서도리어장벽이높은평균적인‘평범함’에서사실대다수는벗어나있지않은가.그사실에괴로워하는사람도,내면의힘을믿는사람도읽어주기바란다.이렇게모든사람에게다정한책은처음이었다.

-사회와자신사이의충돌에대해철저하게고찰하여쓴에세이집.저자는‘삶의괴로움’이라는말로정리해버리지않고,누구나‘살아갈수있는’사회를추구하는자세를견지한다.사는것이괴롭고힘든일이많은세상에서좌절직전까지가더라도자신의언어를갈고닦아날카롭게반격의기회를노리는,그야말로‘뼈를깎아’나온듯한문장에전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