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미돌로지 :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

페미돌로지 : 아이돌+팬덤+산업의 변신

$18.00
Description
국가와 젠더의 경계를 넘는 아이돌,
저항하고 소비하는 팬덤,
친밀성을 파는 엔터 산업.
‘아이돌과 함께 변화를 꿈꾸는 팬’은 가능한가?
이제 아이돌은 우리의 삶을 구성하는 어떤 것이 되어 있다. 우리의 감정, 섹슈얼리티, 그리고 욕망은 이미 아이돌을 매개로 생산되고 조정된다. 이 고도화된 유기체 상품에 대해 대중을 현혹하는 헛것이라고 폄하하거나 공허한 내면을 지닌 소수만의 향유물이라고 외면할 수 없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이돌은 현재 우리가 즐길 수 있는 유일한 문화가 아니고 가장 중요한 문화도 아니지만, 우리 삶의 기반인 유희와 정치와 윤리를 (재)규정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대면해야 하는 것이 되었다.

어제의 아이돌이 오늘의 아이돌이 아니듯, 아이돌을 둘러싼 환경 또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BTS를 대표로 하는 케이팝 아이돌은 국가와 젠더의 경계를 넘어선 지 오래며, 아이돌과 팬덤은 성공이라는 공통 목표를 향해 열정적·헌신적으로 노력하고 육성·관리하는 것을 규율화함으로써 결국은 자본-산업과 공모한다. 한편으로는 소비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저항하는 팬덤, 콘텐츠를 넘어 친밀성을 파는 엔터 산업이 등장한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시대에 차별과 자본에 맞서 ‘아이돌과 함께 변화를 꿈꾸는 팬’은 가능할까? ‘페미돌로지(Femi-dology)’는 페미니스트의 시각에서 분석하는 아이돌로지(Idology)라는 뜻이다. 이 책을 쓴 13명의 페미니스트에게서 그 가능성을 찾아보자.

저자

류진희,백문임,허윤

기획:류진희
건국대학교글로컬캠퍼스교양대학교수.『양성평등에반대한다』(공저),『문학을부수는문학들』(공저)

기획:백문임
연세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임화의영화』,『월하의여곡성』

기획:허윤
부경대학교국어국문학과교수.『남성성의각본들』,『문학을부수는문학들』(공저)

저자:이지행
미디어문화연구자.중앙대학교공연영상창작학부강사.『BTS와아미컬처』

저자:김주희
덕성여자대학교차미리사교양대학교수.반성매매인권행동이룸운영위원.『레이디크레딧』

저자:미쉘조
토론토대학교동아시아학과조교수.『GenreWorlds:GlobalFormsandMillennialSouthKoreanCinema』(근간)

저자:김경태
퀴어문화연구자.중앙대학교영상예술학박사.『한국퀴어영화사』(공저)

저자:장지현
연세대학교문화인류학과석사.「3세대아이돌산업의친밀성구조」

저자:김수아
서울대학교언론정보학과/여성학협동과정교수.『핵심이슈로보는미디어와젠더』(공저)

저자:강은교
이화여자대학교여성학과석사.페미니스트연구웹진『Fwd(fwdfeminist.com)』운영

저자:고윤경
서울대학교여성학협동과정박사과정.「탈주와저항:한강의『채식주의자』에나타난여성의‘되기’」

저자:장민지
경남대학교미디어영상학과조교수.『섹슈얼리티와퀴어』,『여자들은집을찾기위해집을떠난다』

저자:신윤희
서강대학교신문방송학과석사.『팬덤3.0』

목차

책을펴내며

1부불타오르는한류
1장미디어와팬덤의담론전쟁/이지행
2장초국적한류와걸그룹노동/류진희
3장탄광과클럽/김주희

2부트랜스하는케이팝,퀴어링하는젠더
4장무해한오빠에서의리있는남자로/허윤
5장청춘의퀴어링,글로벌대중문화의꿈/미쉘조
6장동아시아베어남성댄스팀의걸그룹커버댄스/김경태

3부친밀성을살게요
7장“항상함께할거예요”의이면/장지현
8장저항하는팬덤과소비자-팬덤의모순적공존/김수아
9장아이돌의자필사과문:소비하는팬덤,소진되는팬심/강은교

4부여덕,팬덤그리고코로나19
10장다시만나는여덕,소녀시대GL팬픽/고윤경
11장미스/터트롯과여성/중년팬덤의탄생/장민지
12장코로나19이후의팬덤/신윤희


찾아보기

출판사 서평

아이돌문화의젠더를묻다
‘페미돌로지(Femi-dology)’는페미니스트의시각에서분석하는아이돌로지(Idology)라는뜻으로,이책의기획자들(류진희,백문임,허윤)이만든조어다.‘아이돌로지’는2016년아이돌연감을기획,출간한아이돌음악전문웹진『아이돌로지』에서따온것으로,‘아이돌학(學)’혹은‘아이돌연구’를말한다.이책은저자들이2019년11월부터2020년10월까지진행한컬로퀴엄‘페미돌로지:아이돌문화의젠더를말하다’의결과물이다.
이제아이돌은우리의삶을구성하는어떤것이되어있다.우리의감정,섹슈얼리티,그리고욕망은이미아이돌을매개로생산되고조정된다.이고도화된유기체상품에대해대중을현혹하는헛것이라고폄하하거나공허한내면을지닌소수만의향유물이라고외면할수없는것도이때문이다.아이돌은현재우리가즐길수있는유일한문화가아니고가장중요한문화도아니지만,우리삶의기반인유희와정치와윤리를(재)규정하기위해서는반드시대면해야하는것이되었다.
특히‘페미니즘리부트’이후아이돌문화의가장중요한축인여성팬덤안에서이런저런자성과비판이대두되고있는상황은정교한페미돌로지담론을요청하고있다.“페미니스트팬”이라는얼핏모순적인자의식이등장한것도여성팬덤과남성아이돌로대표재현되는아이돌문화가여성혐오를재생산하는구조와무관하지않다는성찰이공론화되었기때문이다.이때탈덕도하지않고“경계감찰”로서로를공격하지않으면서여전히아이돌과교
감하는팬덤은가능할까?

‘아이돌과함께변화를꿈꾸는팬’은가능한가?
어제의아이돌이오늘의아이돌이아니듯,아이돌을둘러싼환경또한빠르게변화하고있다.BTS를대표로하는케이팝아이돌은국가와젠더의경계를넘어선지오래며,아이돌과팬덤은성공이라는공통목표를향해열정적·헌신적으로노력하고육성·관리하는것을규율화함으로써결국은자본-산업과공모한다.한편으로는소비하면서다른한편으로는저항하는팬덤,콘텐츠를넘어친밀성을파는엔터테인먼트산업이등장한것이다.이러한변화의시대에차별과자본에맞서‘아이돌과함께변화를꿈꾸는팬’은가능할까?
이책에실린글대부분은아이돌연구가사실은팬(덤)연구라는점에주목해그역능(力能)과더불어모순과착종을분석하고있다.우선류진희의「2장초국적한류와걸그룹노동」은초국적한류에서유독걸그룹에게엄격하게적용되는민족국가적정체성의규율을지적하는한편,1990년대이후대중문화의주역으로서걸그룹과여성팬이동시대의여성청년으로함께성장해왔다는점을강조한다.
하지만김수아의「8장저항하는팬덤과소비자-팬덤의모순적공존」은팬이소비자정체성을더강하게내면화할때일어나는산업과의공모관계에초점을맞추면서,아이돌과팬이공통적으로“같은것”을바라고있다는공동체성자체에문제를제기한다.이때‘같은것’은능력과경쟁에기반을둔신자유주의적성공이다.아이돌과팬덤은성공이라는공통목표를향해열정적,헌신적으로노력하고육성,관리하는것을규율화함으로써결국은자본-산업과공모한다.
장지현의「7장“항상함께할거에요”의이면」역시아이돌과팬의관계에기반이되는친밀성이오늘날어떻게아이돌산업의원동력이자산업전체를작동시키는기제가되었는가를분석한다.과거와비교할때팬은다양한플랫폼에서훨씬많은콘텐츠를통해아이돌과친밀성을느낄기회가많아졌지만,역설적이게도팬이자발적으로만들어내는창작물은매니지먼트사의승인을받지못하는‘비공식’이란낙인이찍혀정당성을상실하게되었다.
한편소비자로서팬덤의파워와자가당착을동시에보여주는흥미로운사례로강은교는「9장아이돌의자필사과문:소비하는팬덤,소진되는팬심」에서‘자필사과문’을분석한다.낭만주의적“진정성”의이상과신자유주의적노동윤리인“성실함”이결합한손글씨사과문은팬덤의행위성을증대시키기도하지만,소비자정체성을강화한다는점에서팬덤역량을축소할위험도내포한다.


이성애적욕망을거스르는팬덤의탄생
한국아이돌시스템은이성애적욕망을중심으로구성되었다고알려져있다.하지만그것을거스르는팬덤의양상은도도한역사를갖고있으며,초국적한류팬덤과조우할때상당한가시성을획득한다.우선오랫동안터부시되었지만여성아이돌팬덤의핵심을구성하고독특한문화를만들어온여덕(여성아이돌의여성팬)이있다.
고윤경의「10장다시만나는여덕,소녀시대GL팬픽」은2010년대이후SNS를중심으로네트워크를구축하면서적극적이고집단적으로나타난여덕에주목해이들이생산하고향유하는GL(Girls’Love)팬픽을통해여성간사랑,즉레즈비어니즘(lesbianism)에대한호기심과판타지를분석한다.여기에서예컨대소녀시대와같은대표적여성아이돌의팬픽은“여성을대상화하는남성중심적이성애질서에자의식을갖는인물로여성스타들을등장시킨다.그리고이들에게레즈비어니즘을통한성적쾌락과오르가슴을예비”한다는점에서성적차이를발굴하고생산하는창의적인서사놀이가된다.
허윤은「4장무해한오빠에서의리있는남자로」에서해외팬에게케이팝이구현하는아시아남성의신체가퀴어한것,즉서구의헤게모니적남성성에대한도전이나승리로받아들여지는것과달리한국의맥락에서는케이팝규범성을충실히수행한결과라고주장한다.“색다른연출과퍼포먼스가중요하기때문에다양한남성성을기획,실험해볼수있는케이팝장(場)안에서퀴어함은곧헤게모니”이기때문이다.허윤은한국의강고한민족주의와호모포비아를건드려서비난받았다가다시가장으로서책임감과동료에대한의리,자수성가의진정성등한국의남성성규범을충실하게이행하는모습을통해성공적으로복귀한박재범의사례에주목한다.
해외팬가운데동아시아게이남성들에주목한김경태의「6장동아시아베어남성댄스팀의걸그룹커버댄스」는케이팝걸그룹의커버댄스를통해이들이어떻게이성애규범적인남성성의프레임을넘어설뿐아니라,걸그룹에게요구되는“의무적귀여움”(‘애교’라는성애화된귀여움)을패러디하는가를분석한다.특히탈성애적존재로낙인찍혔던비만한“베어(bear)”남성들의커버댄스는원본을완벽하게복제하는데관심이없는(실패를의식하지않는)아이와같은천진난만한이미지를극대화하면서“자연스러운귀여움(돌봄및친밀성과연동된)”을내세운다.김경태는여기에서“케이팝걸그룹이상징하는신자유주의적성공과그것을확대재생산하는진보적역사에제동을걸며대안적인정치를상상”하는새로운공간을발견하고자한다.


버닝썬게이트:불타는태양아래‘살아있는시신’의경제
한편한국아이돌문화의가장어두운측면을적나라하게보여준‘버닝썬게이트’를언급하지않을수없다.김주희의「3장탄광과클럽」은버닝썬의“얼굴마담”이라자칭했던승리의“얼굴성(faciality)”이여성대중에의폭력을통한치부(致富)를보증하는수단으로활용된이사건의정치경제를분석한다.김주희는버닝썬의실질적운영회사인전원산업이정부의석탄산업육성시기의동원탄좌에뿌리를두고있으며,탄광산업이어떻게여성들의성과노동을착취하면서운영되었는지,그리고이후호텔유흥업으로비즈니스의중점을옮겨가면서고도성장기기생관광및성매매관광산업정책과어떻게연루되었는지를추적한다.이어버닝썬게이트를계기로강남클럽문화가성별화된대중동원(테이블-고객-남성/플로어-미끼상품-여성들)과여성의성을매개로한폭력을통해구축되었음을규명한다.
김주희는버닝썬게이트를“전원산업이라는재벌기업은정치권과결탁해경제발전이라는목표를설정하고탄광촌의노동자가족,유흥업소여성등먼저희생당해도괜찮은존재를앞세워부를축적했다.그리고마침내2018년글로벌대중스타승리의얼굴을안전장치로내세워여성대중을‘죽일권리’를행사”한것으로정의한다.그러면서“승리의얼굴은21세기한류전성기의새로운광맥이되어한국여성을시신화하는약탈메커니즘으로작동하고있다.여성들의대규모팬덤과환호로만들어진승리의얼굴성은그를둘러싼여성들을시신화해수익을창출할수있는미래가능성으로계산되는것이다.아직남아있는소수의승리팬들은“위대한개츠비의삶을꿈꾸었던승리가개츠비의운명처럼비극적인상황을맞이”한것을안타까워하고있다.하지만이들은개츠비를신비롭게만든것은개츠비자신이아니라,그가매일밤열었던성대한파티에모여든사람들이었음을아직깨닫지못하는것같다.승리는이파티원들에게성별질서를부여했고,국적을초월한남성들의엔터를위해여성을미끼로던졌다.이모든파티를설계한전원산업은또다른광맥을찾느라분주할것이다“라고일갈한다.


<책속으로>
실질적으로글로벌한영향력을지닌초국적케이팝팬덤이등장한것은BTS팬덤인아미가시초라고볼수있다.단순하게는글로벌대중음악지형에서BTS가차지하고있는산업적위치를보면알수있다.BTS는2018년첫빌보드앨범차트1위를시작으로현재까지총5개앨범의빌보드앨범차트1위와6곡의빌보드싱글차트1위를이뤄냈다.이것은서구언론이“비틀스이후가장빠른밴드기록”으로조명할만큼대중음악사에서의미있는기록이다.시장점유율과정보분석을제공하는세계적분석기업닐슨이발표한2020년상반기미국음반시장보고서에따르면,이기간에미국에서가장많이팔린앨범이BTS의『MapoftheSoul:7』이며,아티스트순위로는드레이크와아리아나그란데,테일러스위프트같은슈퍼스타를제치고BTS가전체2위에올랐다.(19~20쪽)

BTS팬덤의대항담론적실천은주로온라인을통해펼쳐진다.이는뉴미디어의영향력이커지는상황에서레거시미디어와뉴미디어사이의담론경쟁의역학을관측할수있다는점에서의미가있다.뉴미디어시대의쌍방향적커뮤니케이션특성덕에기존의비평가나기자가했던문화매개자역할은이제온라인인플루언서나팬덤으로확대되었다.미디어융합이가속화되고기술과산업,수용자관계가재정립됨에따라전통적인문화매개자가비평적권위를업고담론장에행사해온영향력이줄고,문화현상의주체인소비자와팬덤의내부자적관점이중요해졌다.BTS팬덤의대항담론적실천은,주로팬덤공동체안에서스타나서사에
관한해석과추리를공동의놀이로즐기던팬덤문화가이제공론장에서지배담론에대항하는담론을생산하는행위로확대된사례로서중요성을가진다.(48쪽)

요컨대걸그룹은탈성애적이어야하면서성애적이어야한다는여성청년을향한모순,그리고혐오와멸시뿐아니라숭배와찬양까지도포괄하는여성혐오가가장먼저적용되는존재이다.이잔혹한과정에서스러져간별들이어렵지않게,그리고고통스럽게떠오른다.이러한동시대적감각에서여성팬들은특정인에대한신속한배제를결정하기보다긴장을견디며경합을겪어내는실천을해나가기를,그리하여저멀리반짝이는존재로서가아니라‘지금-여기’에서여성,아이돌이수많은여성청년과더불어이시대를무사히건너가기를바란다.그많은백래시(backlash)에맞서전진과후퇴를반복하더라도,누군가를향한보답없고경계없는사랑만이‘다시만난세계’를가능하게할것을믿으며.(67~68쪽)

전원산업이라는재벌기업은정치권과결탁해경제발전이라는목표를설정하고탄광촌의노동자가족,유흥업소여성등먼저희생당해도괜찮은존재를앞세워부를축적했다.그리고마침내2018년글로벌대중스타승리의얼굴을안전장치로내세워여성대중을‘죽일권리’를행사했다는것이버닝썬사태를다루는이글의요지다.승리의얼굴은21세기한류전성기의새로운광맥이되어한국여성을시신화하는약탈메커니즘으로작동하고있다.여성들의대규모팬덤과환호로만들어진승리의얼굴성은그를둘러싼여성들을시신화해수익을창출할수있는미래가능성으로계산되는것이다.아직남아있는소수의승리팬들은“위대한개츠비의삶을꿈꾸었던승리가개츠비의운명처럼비극적인상황을맞이”한것을안타까워하고있다.하지만이들은개츠비를신비롭게만든것은개츠비자신이아니라,그가매일밤열었던성대한파티에모여든사람들이었음을아직깨닫지못하는것같다.승리는이파티원들에게성별질서를부여했고,국적을초월한남성들의엔터를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