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의 힘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한 114일)

현장의 힘 (신라대 청소노동자와 함께한 11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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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신라대 청소노동자의 114일간 농성 투쟁 기록이자, 풋내기 노조 활동가의 성장기!
2021년 1월 신라대학교는 학내 청소노동자 51명에게 전원 해고를 통보했다. 청소노동자 대신 교직원이 자발적으로 청소함으로써 학교 예산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한 것이다. 이러한 결정의 배경에는 학령인구 감소로 인한 지방대 재정 위기가 있었다. 2월 23일 청소노동자는 해고에 맞서 대학 본부를 점거하고 파업 농성을 시작했다. 2012년(9일)과 2014년(79일)에 이은 세 번째 농성 투쟁이었다. 두꺼운 패딩을 입고 시작한 농성이 반소매 티셔츠를 입을 때까지 이어졌고, 114일간 농성 끝에 6월 16일 해고 철회와 직접고용을 쟁취했다. 신라대 청소노동자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의 진짜 사용자는 용역 업체가 아니라 원청(학교)이라는 사실을 투쟁으로 증명했다.
글쓴이는 대학 졸업 뒤 직업 정치인이 되기 위해 정당에서 일하다 그만두고, 2020년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 상근 활동가로 취직했다. 그리고 곧바로 신라대 청소노동자 농성 투쟁에 노조 조직부장으로 투입되었다. 이 풋내기 조직부장은 집회에서 발언자의 이름을 제대로 소개하지 않아 조합원에게 혼이 나거나 겨울철 농성 들어가면서 아무 준비도 하지 않아 덜덜 떨며 밤을 새웠다. 그러나 자신의 무심함과 실수로 인한 주위의 온갖 타박에도 우직하게 자기 역할을 해내며 끝까지 농성장을 지켰다. “이 책은 신라대 청소노동자의 114간 농성 투쟁 기록이면서, 풋내기 노조 활동가의 현장 일기 같은 것이다.”
저자

배성민

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사무국장.
1986년부산에서태어났다.대학졸업뒤직업정치인이되기위해정당에서일하다그만두고,2020년부산일반노조상근활동가로취직했다.2021년114일간의신라대청소노동자농성투쟁에노조조직부장으로참여했다.
《성매매안하는남자들》을여럿이함께썼다.

목차

추천의말
책을펴내며

1.해고예고
첫만남
2012,2014
시작
준법투쟁
농성초짜

2.점거농성
학습권보장학생집회
신임총장
어려운숙제
위기의지방대
퇴거및업무방해금지등의가처분소송
수련회
차례

3.직접고용
진퇴양난
딜레마
연대,힘,고민
사람정현실
강성투쟁과속도조절투쟁
신의한수
승리
지방에도사람이산다

주요투쟁일지
연대의말/외면하면안되는소중한분투의기록

출판사 서평

신라대청소노동자의114일간농성투쟁기록
2021년1월신라대학교는학내청소노동자51명에게전원해고를통보했다.청소노동자대신교직원이자발적으로청소함으로써학교예산을절감하겠다고발표한것이다.이러한결정의배경에는학령인구감소로인한지방대재정위기가있었다.교육부가발표한2019년‘학령인구및입학가능학생수감소추이’에따르면,2000년도부터출생아수가급격하게줄고있으며그에따라학령인구도지속해서감소하고있었다.2024년에는입학정원이12만4,000명,2030년에는9만7,000명이미달해심각한상황에이른다고진단했다.신라대또한2020년신입생미충원인원이250명발생했는데2021년은더많을것으로예상했다.신라대총장은대략500여명의학생이최종등록하지않으리라예상돼특별한조치가필요했다고역설했고,그첫번째조치가청소노동자해고였다.
2월23일청소노동자들은해고에맞서대학본부를점거하고파업농성을시작했다.‘학교가어렵다는이유로청소노동자를제일먼저자르는것은부당하며,학교경영은청소노동자가안했고저출산으로인한학령인구감소도청소노동자탓이아니기때문’이었다.2012년(9일)과2014년(79일)에이은세번째농성투쟁이었다.두꺼운패딩을입고시작한농성이반소매티셔츠를입을때까지이어졌고,114일간농성끝에6월16일해고철회와직접고용을쟁취했다.신라대청소노동자는간접고용비정규직노동자의진짜사용자는용역업체가아니라원청(학교)이라는사실을투쟁으로증명했다.그동안건국대,동국대등에서도청소노동자가투쟁으로직접고용을쟁취했지만,신라대처럼10여년동안세번의농성투쟁을벌인경우는처음이었다.

풋내기노조활동가의성장기
글쓴이는대학졸업뒤직업정치인이되기위해정당에서일했다.2018년에는부산사하구의회구의원선거에한정당의후보로출마했다.오래전부터꿈꾸었던풀뿌리진보정치인의길을실현하기위해서였다.후보7명중뒤에서3등,2,278표(6.1%)를받았다.
선거결과를보고낙담했지만,실낱같은희망을발견하고선거가끝나자마자지역곳곳을다니며진보정당을동네에뿌리내리기위해발로뛰었다.그러던어느날버스노동자한명이찾아왔다.지방선거때눈여겨봤다며어려움을털어놓았다.버스노동자는부당징계로해고될상황에놓여있었다.향후활동에관해서이런저런조언을했다.그와함께부당징계에반대하는손팻말을들고회사앞에서시위하기도했다.하지만버스노동자는투쟁을접고징계를받아들였다.당시글쓴이는진보정당정치인임에도불구하고노동문제를깊게알지못했다.그래서부당징계에대응하는법적인검토와다양한활동방법을제시하지못했다.손팻말을들고시위몇번하면회사가징계를철회할줄알았다.결국버스노동자는글쓴이가제안한방식에한계를느끼고투쟁을포기했다.
이일을겪고나서문득세상을바꾸자는자기말이사람들에게제대로먹히지않겠다는생각이들었다.지금까지진보정치인으로성장하지못하는원인을국회의원한명없는당의문제로생각했는데자신에게있음을발견했다.
그뒤정당활동을그만두고,2020년부산지역일반노동조합상근활동가로취직했다.이대로계속정치인으로살아봤자사람들에게울림을줄수없다는마음이컸기때문이다.노동자와민중의삶을세세하게알지못하면서자기를빛내는정치활동을계속이어가는것은무의미했다.
취직뒤곧바로신라대청소노동자농성투쟁에노조조직부장으로투입되었다.이풋내기조직부장은집회에서발언자의이름을제대로소개하지않아조합원에게혼이나거나겨울철농성들어가면서아무준비도하지않아덜덜떨며밤을새웠다.그러나자신의무심함과실수로인한주위의온갖타박에도우직하게자기역할을해내며끝까지농성장을지켰다.
글쓴이가함께농성하면서만난청소노동자들은‘불쌍한어머니’가아니었다.청소노동자들은골수학생운동권출신의조직부장보다전문적인투쟁경험이있었다.냉철하게점거계획을짜고,방송에적극적으로인터뷰하길원하며,‘일못’인그를다그치는투쟁전문가들이었다.20대의글쓴이는아마도노동자를지도하는활동가를꿈꿨을테다.그러나30대의그는조직된청소노동자들에게노동운동에대해지도받고혼나는“초짜”노동운동가였다.그는이책을쓰면서“농성현장에서내가배운것이과분할정도로많다는사실을깨달았다.”
이책은신라대청소노동자의114간농성투쟁기록이면서,풋내기노조활동가의성장기이다.

우리가잘몰랐던농성장의일상
어느날노조위원장이조합원들에게4월봄꽃이피기시작했으니수련회를가자고제안했다.위원장은수련회를빙자해아름다운산에서기분을전환하자고했다.현장간부들은모두결사반대했다.농성투쟁중에학교를비우고놀러가는게말이되냐며따졌다
“위원장님,농성투쟁중에놀러가는게말이됩니까?우리투쟁지금깜깜하고앞도보이지않는데농성장비우고놀러가도되는겁니까?조합원들에게말해도찬성할사람아무도없을겁니다.어떤수를쓰든빨리투쟁을마무리하고싶어하는사람들에게농성장비우고놀러가자고하면찬성하겠습니까?”
노조위원장이말했다.
“현장간부들이이렇게조급해서되겠습니까?농성투쟁우리첫눈올때까지느긋하게해야합니다.지금하던대로하다보면총장도백기들고항복하는그날이반드시옵니다.그러니깐첫눈올때까지투쟁한다생각하고하루정도밖에서바람쐬고옵시다.하루기분전환하고나면더힘내서투쟁할수있을겁니다.저만믿고하루농성장비우고수련회갑시다.”
‘농성투쟁’하면흔히분노와슬픔을떠올린다.하지만인생에희노애락(喜怒哀樂)이있듯이농성에도기쁨과즐거움이있다.신라대청소노동자들은농성장에서직접고용이라는결과만목빠지게기다리지않았다.하루하루를의미있게보내기위해애썼다.함께자고,밥해먹고,산책하고,토론하고,연대투쟁에나서고,콧바람쐬러수련회를다녔다.복직한지금,조합원들은농성할때가즐거웠다는말을많이한다.글쓴이는바로이것이대학본부로비에서114일을버티게한‘현장의힘’이아니었을까회고한다.
우리는노동자들의농성현장을얼마나알고있을까?미디어가비추는긴장가득한모습은농성장의일부분일뿐이다.농성장,특히장기농성장은투쟁하는노동자들에게먹고자고이야기나누는일상공간이다.이책은우리가잘몰랐던공간에서벌어지는일상을생생하게보여준다.

지방에도사람이산다
신라대청소노동자전원해고는지방대위기의예고편에불과하다.대학교육연구소의연구보고서〈대학구조조정현재와미래〉에따르면입학가능인원(입학자원)은2021년약43만명에서2040년28만명으로급감하는것으로나타났다.이는수도권대학과지방국립대입학정원이약26만명이란점을고려하면지방사립대전체가몰락할수있음을보여주는수치다.‘지방대는벚꽃피는순서대로망한다’라는말처럼이미폐교가진행중이다.2000년대이후문을닫은대학18곳중지방대가무려17곳에달한다.
폐교되면정규직인교직원조차해고를피하지못한다.하지만사립학교교직원은사립학교연금법혜택을받는노동자로서고용보험등사회보장적용에서제외된다.지난10년간수천명의사립학교교직원이임금체불로거리에나앉고있지만정부정책지원은전혀없는것이현실이다.
지방대위기는지역경제와도밀접하게연결돼있다.규모가작은도시일수록대학이지역에미치는영향이크다.군단위지역의경우,대학한곳이지역소득·고용의9퍼센트를차지한다는연구결과도있다.강원도강릉시관내대학생의소비지출규모는연간1,600억원이다.시전체예산10퍼센트를넘는규모다.강릉시전체인구에서대학생이차지하는비중은전국평균의2.5배가넘는다.실제로지난2018년한국은행보고서〈지역대학의위기와지역경제의활성화〉에따르면,최근5년간강릉지역대학생3,600명이감소하면서연간소비지출규모가278억원줄었다.대학이사라진도시의장래는어둡다.전북남원은2018년서남대폐교이후20대를중심으로인구유출이가속화됐다.2017년8만3,500명이었던인구는2020년기준2,500명가까이감소했고,지역경제는침체에빠졌다.지역경제가나빠지면지역인재가수도권으로더빠져나가면서격차는더벌어진다.남아있는지방대학의경쟁력도떨어지면서끝내폐교절차를밟는악순환이계속된다.
이처럼지방대위기는그곳에서일하는대학노동자들의생존권문제다.대학하나가무너지면노동자뿐만아니라학생과지역주민의생존권또한박탈된다.지금과같은추세로간다면신라대와같은사례는우후죽순처럼생겨날것이고,희생자로학내에서가장약한처지에있는비정규직노동자가가장먼저지목될것이다.
지방에도사람이있고,지금그들이생존권을지키기위해몸부림치고있다.글쓴이는투박하고솔직한문장으로지방대위기책임을그들에게떠넘겨서는안된다는메시지를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