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교통 : 교통학자 조중래의 마지막 인터뷰

시민 교통 : 교통학자 조중래의 마지막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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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지금 교통정책에 시민의 자리가 있어요?
시민 스스로 관료와 전문가의 기득권에 맞설 힘을 길러야 해요.
오랫동안 계량 분석 방법과 시뮬레이션으로 교통 문제를 다뤄온 교통학자 조중래와 함께 현행 예비타당성조사 모델이 지닌 논리와 전제, 그리고 편향성을 이야기한다. 이야기는 정부에서 추진하는 GTX 계획이 불확실한 수요 예측 위에 놓여 있으며, 수도권 중심주의라는 잘못된 국토발전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시작해, 교통 정보 공개의 필요성까지 이어진다. 그 과정에서 정치인-공무원-전문가 카르텔의 실상이 낱낱이 드러난다. 이 깊고 진솔한 인터뷰의 결론은, 현행 예비타당성조사가 거짓말이니 하등 쓸모없다는 주장이 아니다. 예비타당성조사도 하나의 모델에 따른 결과에 불과하므로, 교통정책의 의사결정 과정에 더 많은 민주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민주주의를 위해서 시민 스스로 관료와 전문가의 기득권에 맞설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이다.
조중래는 1990년대 중반 최초로 서울시의 가구통행실태조사를 실시함으로써 현재 사용되는 가장 대표적인 교통실태조사의 토대를 만들었다. 2000년대 초 자동차의 배출가스를 실증적으로 측정하기 위한 모델링을 시도했으며, 마지막까지 해외의 교통수요 모델링 소프트웨어를 뛰어넘는 도구를 개발하고 확산하는 데 애썼다. 그 이전에는 한국의 공해 문제를 사회문제로 인식하도록 노력한 환경운동의 선구자 중 한 명이었다. 조중래는 암 투병 중에도 ‘동료 시민을 위해’ 이 인터뷰를 강행했으며, 인터뷰를 마치고 한 달 뒤 별세했다.
저자

조중래,김상철,전현우

교통학자.서울대에서산업공학을전공했으며민청학련사건에연루되어강제징집당했다.전역후국내첫환경운동단체로알려진'공해연구회'를동료들과함께만들어1979년온산공단현장조사를시작으로산업화시대의그림자인산업재해문제를공론화했다.우리나라최초의공해병소송으로알려진'상봉동진폐증피해자박길래씨사건'을지원하기도했다.전문적인환경운동의필요성을느껴미국에서교통공학박사학위를받고명지대교수에임용되었다.더불어서울시정개발연구원도시교통연구부장으로일하면서최초의실증적인교통량조사인'서울시교통조사데이터베이스구축방안연구'(1995)를진행했으며,이후국가수준의교통데이터베이스구축사업에서가구통행실태조사를맡아연구했다.이연구들은자신이가지고있는실증적방법에대한신념을보여주는것으로외국의모델을무비판적으로가져와사용하는한국교통정책의관행을바꾸는데이바지했다.2008년정부의'한반도대운하를반대하는전국교수모임'출범때구체적인비용과시간을근거로운하보다철도가물류에더욱유리하다는점을발표한것도같은맥락이다.2012~2015년서울메트로사외이사로활동했다.정년퇴임후오랫동안염두에두었던교통과관련한시민운동을하려했지만,지병인암이재발해2022년5월22일별세했다.

목차

프롤로그교통정책에시민의자리는있는가

첫째날어떤교통학자의자기-되기
둘째날거대한교통계획은어떻게재난이되는가
셋째날교통시설투자편익분석워크숍(1)
넷째날교통시설투자편익분석워크숍(2)

에필로그시민의교통을위하여

[자료]교통시설투자편익산정의문제점과개선방안
[참고자료]알아두면좋은교통관련웹사이트
[동료시민에대한조사]조중래선생님을떠나보내며
[단체소개]공공교통네트워크

출판사 서평

조중래가누구야?

책을만들면서가장많이들었던질문이“조중래가누구야?”이다.대답을이이야기로시작해본다.2022년에넷플릭스드라마로58회백상예술대상TV부문남자조연상을받은조현철배우의수상소감이화제였다.

“아빠가지금보고있을지모르겠는데아빠가조금만눈을돌리면마당창밖으로꽃이보이잖아.그거할머니야.할머니가거기있으니까아빠가무서워하지않았으면좋겠고,죽음이라는게나는그렇게생각하는데그냥단순히존재양식의변화인거잖아.작년한해동안내첫장편영화였던<너와나>라는작품을찍으면서나는분명히세월호아이들이여기에있다는것을느낄수있었어.나는이들이분명히죽은뒤에도여기있다고믿어.그러니까아빠무서워하지말고.마지막시간아름답게잘보냈으면좋겠습니다.소란스러운일들잘정리하고금방가겠습니다.편안하게잘자고있으세요.사랑합니다.”
여기에등장하는“아빠”가조중래선생이다.당시선생은몇년전앓았던암이재발해죽음을앞둔상태였다.

조중래선생은1990년대중반최초로서울시의가구통행실태조사를실시함으로써현재사용되는가장대표적인교통실태조사의토대를만들었다.2000년대초자동차의배출가스를실증적으로측정하기위한모델링을시도했으며,마지막까지해외의교통수요모델링소프트웨어를뛰어넘는도구를개발하고확산하는데애썼다.그이전에는국내첫환경운동단체로알려진‘공해연구회’를동료들과함께만들어공해문제를사회문제로인식하도록노력한환경운동의선구자중한명이었다.

교통학자조중래의마지막인터뷰
이책을기획한공공교통네트워크와조중래선생과의인연은2021년가을네차례의세미나로시작되었다.선생은정부에서추진하던GTX계획이불확실한수요예측위에놓여있으며,수도권중심주의라는잘못된국토발전방향을가지고있음을시종일관설득력있게보여주었다.그리고이부분에대해공공교통네트워크와같은시민단체가지속해서관심을가져야한다고강조했다.

공공교통네트워크는조중래선생과의만남이이어지기를원했고,선생에게2022년‘시민교통강좌’를제안했다.하지만답은곧바로오지않았다.어렵게연락이이어진2022년2월,오래전에앓았던암이재발했음을알게되었다.선생에게남은시간은고작두달정도에불과했다.서둘러선생의강좌를구술방식으로정리하자고제안했고,선생은어려운상황에서도흔쾌히승낙했다.4월초까지네차례의인터뷰가진행되었다.특히상황이갑자기안좋아졌던3월말“다른건몰라도구술작업은마치고가야겠다”라며연락을주어4시간에가까운인터뷰를이틀에걸쳐진행하기도했다.한달뒤인5월22일,선생은세상을떠났다.그총4일,8시간의‘마지막인터뷰’를정리한결과가《시민교통》이다.

조중래선생을인터뷰한공공교통네트워크의김상철,전현우는이렇게회고한다.
“생각해보면2021년8월에서2022년4월까지의만남은별것아닐정도로짧았다.그래서추억이니뭐니하는말도쑥스럽다.하지만시종일관침착하고치열하고정확하고근본적이었던선생의태도에우리는크게감동했다.무엇보다선생은교통정책의근저에민주주의가자리잡고있으며,이를위태롭게만드는관료와전문가의기득권에맞서시민스스로힘을길러야한다는신념을가진민주주의자였다.이런강렬함은오랫동안기억에남을것이다.”

지금교통정책에시민의자리가있어요?

어떤문제는너무일상적이어서문제인지모르고넘어가기도한다.교통문제가그렇다.교통문제를일으키는교통환경은인간이만들었는데도,자연환경처럼주어진것으로생각하는경향이크다.교통환경이여타인공환경과다른독특함이있어서가아니라,시민의공적경험에‘내가결정할수있는대상’으로등장한적이거의없어서다.즉,교통환경을만드는교통정책은민주주의의대상이된적이별로없다.
이책은오랫동안계량분석방법과시뮬레이션으로교통문제를다뤄온교통학자조중래와함께현행예비타당성조사모델이지닌논리와전제,그리고편향성을이야기한다.이야기는정부에서추진하는GTX계획이불확실한수요예측위에놓여있으며,수도권중심주의라는잘못된국토발전방향을가지고있다는것에서시작해,교통정보공개의필요성까지이어진다.그과정에서정치인-공무원-전문가카르텔의실상이낱낱이드러난다.이깊고진솔한인터뷰의결론은,현행예비타당성조사가거짓말이니하등쓸모없다는주장이아니다.예비타당성조사도하나의모델에따른결과에불과하므로,교통정책의의사결정과정에더많은민주주의가필요하다는것이다.그리고그런민주주의를위해서시민스스로관료와전문가의기득권에맞설힘을길러야한다는것이다.

GTX,정치인-공무원-전문가카르텔의본보기

광역급행철도(GTX)는한국의대규모교통사업이어떻게만들어지는지를볼수있는최적의사례다.GTX구상이구체적으로등장한계기는당시경기도지사에출마한김문수의공약이었다.김문수는도지사가되자대한교통학회에GTX의필요성에대한정책연구를의뢰하고,대한교통학회는2007년11월17일,3개노선에14개정류장을포함한구상을내놓는다.사실상한국에서가장큰교통학회가필요하다고했으니수많은학술적논쟁은생략될수밖에없는상황이만들어졌다.여기에2008년경기남부지역광역교통망구상연구용역이추가로수행되었고,사회적편익이2조원에달한다는연구결과가나왔다.

이렇게아카데믹을우회한정치적요구가거세지자2009년4월국토교통부에건의하는방식으로수도권GTX를국가계획에반영하기위한절차가시작된다.2010년에한국교통연구원이발표한대심도GTX의타당성조사결과에서비용편익비가1.17로나왔다.이를바탕으로국토교통부는2011년GTX3개노선을국가기간교통망계획제2차수정계획에반영했고,그해9월에현대산업개발컨소시엄이총4개노선에대한사업제안서를제출했다.3개노선의총사업비만13조원에달하는대규모사업이2007년대한교통학회의용역발표에서시작돼C노선추진이확정되기까지걸린시간은12년에불과했다.

조중래선생은“GTX는굉장히잘못된정책”이라고단호하게말한다.잘못된‘교통시설편익산정모델’을써서비용편익비를산정했으며,지방과수도권의격차를훨씬더크게벌려놓는원인이될수있기때문이다.선생이말하는잘못된모델은현재한국에서편향적으로사용되는비용절감접근법(Cost-SavingApproach)을가리킨다.‘속도’위주의이접근법을사용하면사전타당성조사결과와실제시행시결과사이에큰차이가발생한다.용인,의정부,우이경전철이이를증명한다.선생은소비자잉여접근법(ConsumerSurplusApproach)을대안으로제시한다.이책의3,4부에해당하는‘셋째날’과‘넷째날’인터뷰에서이방법론을집중적으로비교분석한다.

GTX가일으킬‘지방과수도권격차’문제에관해서는조중래선생의이야기를직접들어본다.
“저는거기에동의못해요.왜냐하면도시는천천히모양을갖춰나가요.10년이걸릴지50년이걸릴지몰라요.그런데당장급하다면서단기적으로처방해버리면누가책임져요?그럼도시는제대로형성될수가없어요.예를들면이런거죠.서울로출퇴근가능하다고해서집값이싼동탄으로이사했는데실제로와보니불편해서못살겠어.그럼다시서울이나서울에서더가까운곳으로이사가야하는데거긴집값이비싸요.이문제를정부가해결해줘요?도시가천천히모양을갖추면서안정화돼야사람들도서서히그도시에정착할수있어요.그런데단기처방만믿고들어온사람들은불편하면또당장나가려고해요.그렇게되면아무것도제대로못해요.그냥혼란만생기죠.”

툭툭튀어나오는재밌는이야기들

인터뷰는시종일관진지하지만,조중래선생의경험을이야기할때재밌는이야기들이툭툭튀어나온다.민청학련사건으로강제징집되었다가제대뒤‘공해연구소’만든얘기,환경공부하러유학갔다가주택공부로바꾼얘기,돌아와다시교통연구자가된얘기,공무원들과다툰얘기,그래서지자체용역사업은안하고R&D사업만한얘기등.그가운데선생이서울시시정개발연구원에있을때(1997년)발표한‘2011서울도시기본계획’을둘러싼공무원들과의소동을직접옮긴다.

조중래:도시계획파트에서담당했는데그중교통을제가책임지고있었죠.도시계획파트에서서울지하철노선을쌍안경모양으로그려서올려놨더라고요.여의도를중심으로오른쪽으로한바퀴뺑,왼쪽으로한바퀴뺑도는모양으로.그래서내가“아니이게뭐죠?”라고했더니,여의도주변을둘러싼역세권,생활권패턴을고려해서그렇게그렸다는거예요.내가지하철수요분석하면이렇게안나온다면서반대했어요.근데그그림을당시도시국장이엄청나게좋아한거야.
김상철:그림이예쁘니까요.
조중래:그렇죠.그게지하철이어서교통파트책임자인내가발표하게끔돼있었어요.바꾸자,말자실랑이를벌이다가아예빼기로했죠.그런데발표당일발표문을보니까그그림이딱들어가있어.위에서그냥밀어붙인거죠.도시국장이그냥하라고해서“전못합니다”하고그냥나와버렸어요.발표장에서.
김상철:황당했겠네요,공무원들은.
조중래:난리가났죠,도시국장이.
김상철:어떻게수습됐어요?
조중래:날찾으러다니고막난리가났어요.그래서어떻게수습했냐?제가발표문에서그것만쏙빼고얘기하고발표를끝냈죠.
김상철:뒤져보면그그림이남아있겠네요.발표자료였으니까.
조중래:있겠죠.내말은전문가를싸잡아비난하는게아니라,일부전문가의일에대한접근법이문제라는거예요.특히내가평생을봐온교통,도시쪽전문가들이항상공무원을바라보고있어요.돈이거기서나오니까.어떻게보면설계는미리공무원이다하고그설계에맞는기반데이터를전문가가만들어주는모습이너무많이보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