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동가들 : 위기와 비관에 맞선 사람들

활동가들 : 위기와 비관에 맞선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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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위기와 비관의 시대, 설득하고 비판하며 세상을 흔드는 이들
가난한 사람을 악마화하고, 파업에 국가폭력으로 대응하며, 혐오 세력이 퀴어의 생존을 위협하는 시대에 '위기'는 분명해 보이고 현실을 '비관'하기는 쉽다. 그 분명하고 쉬운 길 앞에서 설득과 비판을 택하고 결국엔 세상을 흔드는 사람들이 있다. 『활동가들』은 '현장의 위기'에 맞서 '혁명'을 경험하고, '이제 사회운동은 망했다'라는 비관에 맞서 '다음 세계'를 그리는 활동가 11명의 이야기를 전한다. 지치지 않고 뚜벅뚜벅 나아가는 이 젊은이들의 이야기는 한국 사회 문제의 최전선이며, 한국 사회운동에 관한 작은 지도이다. 책에는 '강철의 활동가'라는 이미지와 달리 노는 게 진짜 좋고 반려묘와 함께하며 육아를 고민하는 여느 사회인과 다름없는 '직업 활동가'의 일상도 담겨 있다.

『활동가들』은 비영리 사회운동 교육단체 '플랫폼씨'에서 기획한 '활동가를 만나다' 인터뷰 시리즈를 재구성했다. 이제 막 활동가라는 직업을 알고, 활동가의 일과 일상이 궁금한 신입 활동가 3명이 노동조합, 여성단체, 반빈곤단체, 시민사회단체 등에서 일하는 젊은 활동가들을 만나 직접 질문하고 답을 들었다.

저자

보리,현빈,현창

플랫폼씨돋움활동가를거쳐노조에서일을시작한초보활동가.최근에서야땅에발딛고살기시작해서인지습관들이기의어려움을실감하는중.좋은활동을지속할수있는동인은관계.인터뷰하면서운동에대한결심이확고해짐.나에게사회운동이란‘더많은이들과함께할멋진과정’이다.

목차

책을펴내며

금방사라지는죽음을고민하다_김윤영(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
보편적노동조건은플러스알파가아니니까_밍갱(한국여성노동자회)
소양강퀴어상에무지개를_이효성(지역퀴어문화축제)
공정담론을넘어서려면_공성식(민주노총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갈등과간극의해결_진재연(방송미디어비정규직및불안정노동활동가)
운동을횡단하는연대_박상은(플랫폼씨)
매일매일혁명을_박장준(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
100%비공개의원칙은없다_김예찬(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모두가불편하지않은웃음을_빼갈(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
내가나를활동가로호명하는것_신지영(직장갑질119)
뜻이있는활동가는마침내_홍명교(국제연대활동가)


출판사 서평

젊은활동가들이있는현장,한국사회위기의좌표들

반빈곤,여성노동,퀴어축제,지역난개발,비정규직노동,필수노동,알권리,미디어액티비즘,페미니즘,노동조합없는작은사업장,국제연대….이책의젊은활동가들이당사자와함께변화를도모하는다양한현장과의제는한국사회의첨예한문제와맞닿아있다.그들이있는곳은한국사회라는지도위에찍힌위기지점의좌표다.

불쌍한사람이라는프레임에부합하지않는빈민을악마화하는사회에서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김윤영활동가는모두가덜위험한사회로함께가야합리적이라고말한다.밍갱활동가는쌍용차사태의국가폭력을경험하며운동에확신을가지게됐다.현재는페미니즘적가치를지향하는동시에다른의제들에대한비판적의식을견지하며한국여성노동자회에서활동한다.이효성활동가는제주퀴어문화축제,춘천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에참여했고,정의당중심으로활동한다.지역활성화를명분으로진행하는난개발에맞서운동의현장그자체인지역에서더넓은사회운동을그리고있다.민주노총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공성식활동가는기형적구조속에서차별받는비정규직노동자의정규직화,열악한노동조건을감내하는필수노동자조직화등공공부문노동운동의전망과구체적인정책을만들어간다.방송미디어산업의청년노동자들은자신의업에애정있지만인생이갈려나가는듯한느낌을받으며일한다.진재연활동가는노동자간갈등과간극의해결및전체운동과의접점을염두에두고방송비정규직운동의다음스텝을고민한다.

케이블설치기사,콜센터상담원,방송스태프등이조합원인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에서6년동안조직과정책을맡은박장준활동가의현장은전국에흩어져있는200개에가까운간접고용비정규직사업장이다.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김예찬활동가는산업재해관련정보의실질적접근성제고,국회의원의정활동자료기록,여러운동영역과협업하는정보공개청구등에함께하며모두의알권리를위해활동한다.퀴어가쉽게자신을드러낼수없고혐오에생존이위협받는세상이다.빼갈활동가는여성주의를바탕으로미디어액티비즘을실천하는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에서콘텐츠를제작한다.신지영활동가는직장갑질119오픈채팅방에서익명의사람들과노동상담을한다.그리고노조밖의수많은노동자가기존노동조합에접근하기어렵다는점에착안하여대안이될수있는새로운모델을고민하고있다.

말씀하신필수노동자범위에우리노조의조합원대부분이해당해요.코로나19는그동안잘안드러났던필수노동자의열악한노동조건이드러나는중요한계기였고요.또한재난시기에도작동해야만하는필수서비스의생산과공급이지금처럼시장과민간중심으로이루어져야하는지,아니면공공부문중심으로가야하는지의쟁점도나타났습니다.(공성식/민주노총전국공공운수사회서비스노동조합)

예전에여수산단의공장에서일하다가돌아가신분이있었어요.사람이가까이가면기계를멈추게하는안전장치가있는데,안전장치가작업속도를늦춘다고안전장치를꺼놓고작업하다가사람이로봇팔에맞아서죽었어요.그런데그사업장에서똑같은작업에사람을구하면서구인공고에“쉬운일”이라고소개하고있더라고요.(김예찬/투명사회를위한정보공개센터)

상담받는분이생각하는문제는직장내괴롭힘인데,상담하다보면근로계약서미작성,노동시간위반,임금체불까지다있죠.5명미만사업장노동자면직장내괴롭힘,부당해고구제신청,주52시간상한제,연차,휴업수당,연장·야간·휴일근무수당등의법조항이적용안돼요.직장내괴롭힘으로상담을시작했는데근로기준법위반사항이많은5명미만사업장이면이제‘직장내괴롭힘이냐,아니냐’보다‘이상황을어떻게해결할것인가’가더큰문제가되죠.(신지영/직장갑질119)

사회운동은망했다는비관,과연그럴까?

사회운동전체의연대를중요시하고,조직이아니라운동전체를살리는방식으로운동해야함을강조하는플랫폼씨박상은활동가는“활동가를하려는사람들이함께학습하고,정파에갇히지않는대중운동을할수있도록길을만들자는취지에서사회운동활동가의재생산구조”(139쪽)를고민한다.“사회운동의정치적·이념적구심을다시구축해야합니다.‘다른세계로길을내는활동가모임’이라는네트워크를통해구축해보고싶고,때로는‘기후정의동맹’이라는틀을통해시도하고싶어요”(281쪽)라고말하는홍명교활동가는사회운동의변곡점을만드는과정에서자만하고싶지않고,비관에빠질생각도없다.

이들뿐만이아니다.『활동가들』에는조직이어떤점에서부족했는지,그중에서도잘한점은무엇이고,앞으로어떻게나아가야하는지비판적으로성찰하는활동가의목소리가있다.전체운동을조망하며장기적관점속에서움직여야함을인지하는활동가의고민,정세를분석할수있는관점및이를바탕으로한문제제기를위해정치철학을공부하는활동가의모습도찾아볼수있다.현장의활동가들은비관에빠지지않았다.그럴틈도없이사회와조직과개인에끊임없이질문을던진다.또한사람을조직하고갈등을조직하며나아간다.비관은비관하는자의것이었을뿐,우리사회나사회운동의것인적이없었다는사실을일선의젊은활동가들은선명하게보여준다.

선거를몇번치르고나니까당이너무국회중심이고지역에뿌리를잘내리지못했어요.오히려지역의역량이중앙에동원되는방식으로운영되더군요.당장눈에보이는양적확대보다는시간이좀걸리더라도조직력을탄탄하게갖추는것이중요했어요.그런상황을보며정당활동가로서저는정의당에지역이야기가가장필요하다고생각했어요.그래서의도적으로지역이야기를많이했죠.(이효성/지역퀴어문화축제및진보정당활동가)

방송비정규직운동은전체운동안에서우리가어떤위치에있는지,전체운동은방송비정규직노동자의상황과운동의현실이어떤지함께고민하고접점을만들어나가면좋겠어요.예를들면,저는주말에집회를거의못나가는데,그러면농담으로“나는상암동골짜기에있느라고전체운동이어떻게돌아가는지몰라”라고말해요.전체운동안에서장기적전망을두고내가하는활동을고민하는게아니라,그냥단체안에만갇혀있다는느낌이들때가있거든요.저의운동에관한이야기일수도있지만,방송비정규직운동의현실일수도있죠.(진재연/방송미디어비정규직및불안정노동활동가)

솔직히자본의모든내용을다이해해야정세분석할수있는것은아니에요.그래도‘난민문제를어떻게볼것인가?’,‘비정규직노동시장2중3중4중구조를어떻게볼것인가?’라는질문은정치철학이있어야만제기할수있거든요.‘능력주의를어떻게볼것인가?’라는질문도정치철학이정말중요해요.활동가는반드시자신의정치철학을구축하고계속공부해야합니다.(박장준/더불어사는희망연대노동조합활동가)

강철의활동가보다는갓생사는활동가

“너안된다,쉬어야한다,건강챙겨라”(김윤영),“아무튼코어근육은미리챙기셔야합니다!”(박상은),“네가행복해야운동도오래해”(신지영)라고동료에게말하는이들은더이상강철의활동가에지향을두지않는듯하다.

미라클모닝,바디프로필,N잡이갓생(GOD+生)의상징일지언정갓생의전부는아닐것이다.활동가의일상을통해우리는다른차원의갓생을발견할수있다.활동가는일과일상에서시간운영의통제력이높다.본인이하는일의내용과해야하는이유를충분히이해한다.몸에착붙는느낌을받으며일한다.댄스팀멤버로서는무대가해방감을선사하고저항이자연대가된다.자전거여행을즐기고자전거로출퇴근하며도시공간과따릉이에대해고민한다.물론,익히알고있는대로활동가는일이많고바쁜직업이다.돈이나명예가뒤따르지않는다.그런데도활동가가왜계속이일을하는지궁금한이들에게소개한다.삶의주도권을가지고재미와의미를찾아일하는오늘날활동가의일상을.

제가활동처음에시작할때친구들이직장에많이들어갔어요.몇년동안그친구들이“지금내가돈을받으면서일하긴하는데,무슨일하는지잘모르겠다”라는얘기를많이했어요.반면저는처음들어왔을때부터지금까지내가무엇을하는지정확하게알고왜이걸해야하는지대부분이해하며해왔다고생각해요.자아실현,효능감같은거창한단어보다는,‘내가지금땅에발이닿았는지안닿았는지’헷갈리는상황을겪지않은것같다고말하고싶어요.(김윤영/빈곤철폐를위한사회연대)

정말많은운동이문화적인요소는물론이고인식의틀조차남성중심적으로움직이는경우가많아요.보편적인이야기를하더라도남성을전제로하고요.노동자라고얘기할때도보통사람들이상상하는,은연중에전제된모습은‘남성노동자’의모습이죠.제가하는운동에스스로착달라붙기어렵게만드는요인이었어요.그런데페미니즘활동하면서부터나의관점으로바라보고운동을얘기할수있게됐죠.같이공부해나가면서‘무엇이옳은방향일까?’끊임없이고민했어요.함께공부하고고민해서만들어낸의제로활동하는건처음이었죠.그느낌을저는‘착달라붙었다’라고표현해요.(밍갱/한국여성노동자회)

큐캔디는아이돌NCT의체리밤으로유명합니다.큐리밤이라고불리기도해요.제가좋아하는노래나춤은자주바뀌긴하는데,눈이오는날에차별금지법댄스파티에서〈거침없이〉라는노래에맞춰셔츠를벗어서돌리는안무를했던기억이나네요.파워풀해서좋아하는안무입니다.(빼갈/성적소수문화인권연대연분홍치마)

2023년,한국사회운동의최신지도

엮은이들은책을펴내며“단절을깨고사회운동안에서암묵적으로공유했던지식과고민을나누며,활동에새로혹은다시참여하고픈사람들과소통하려는시도다.사회운동이무엇인지,활동가란뭐하는사람인지를활동가의삶을통해보여주고싶다.”(6쪽)고말했다.

활동하면서기억에남는‘첫번째경험’,활동가에게필요한‘자질’,활동을‘그만두고싶었을때’등은활동에새로참여하고픈사람들이가장궁금했을내용이다.더욱구체적으로퀴어문화축제를준비하는활동가가혐오를직접마주했을때드는생각,말해도듣지않는상대에게끊임없이주장하고설득하는어려움,노동조합밖에서관련정책연구를하는것과노동조합에서정책담당자로활동하는것의차이등을묻고답했다.경험을바탕으로한이야기를읽다보면엄청나게현실적인동시에꽤매력적인활동가라는직업의윤곽이어느정도보이기시작한다.

한편『활동가들』은사회운동을추억하는이들에게현재의사회운동,활동가들이무엇을고민하는지알수있도록한다.2023년의젊은활동가들은정파에갇히지않는사회운동‘활동가재생산구조’를만들고자한다.사회운동에필요한‘10년의테제,20년의비전’을제시하기위한초석을다지고자한다.활동가라는‘직업’에대한숙고도놓치지않는데이는운동의지속가능성측면에서시사하는바가크다.사회운동을고민하는사람들이건강하고안정적으로일할수있도록,다양한성향의차이를존중하고조화롭게일할수있도록,단기간에빠르게소진되지않도록하는것을운동전체,조직,활동가개인등다양한층위에서고민한다.

위기의현장,망했다는비관그위에11명의활동가가그린경험과고민의조각을맞춰가다보면『활동가들』의큰그림이보인다.아마도그건한국사회운동의최신지도일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