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서사가만들어내는새로움
그러나이야기는낯선그림을소개하고읽어주는데서멈추지않는다.추천사를쓴강화정교수의말처럼저자안민영에게“그림을읽는일은그림의선과색,구성,작가만의독특한화풍을알아채는것을넘어선다.화가의마음을읽고,생애를읽고,그가살아간역사를읽는일이다.안민영은하나의그림을온전히읽어내기위해온힘을다한다.경계의화가가남긴흔적을찾기위해국내외아카이브를뒤지고경매사이트를살피며,화가의남겨진가족을만난다.”이러한노력으로이쾌대의1957년작<3·1봉기>속‘태극기’가1959년작품에서는‘自主’(자주)깃발로바뀌고,미처완성하지못한채북으로간임군홍의<가족>속에세사람이아니라‘다섯명’이있으며,<딸>을그린박경란의아버지가독립운동가박창빈이라는사실을밝혀낸다.“빈칸이많은‘경계의화가’의행적은성실한저자덕분에또한칸채워”지고있는셈이다.
또한저자가“만들어내는특유의서사덕분”에경제의화가들은새로운정감으로주조되기도한다.흔히우리가알고있는이응노의대표작은<군상>이고도미야마다에코의대표작은<광주의피에타>이다.둘다5·18광주항쟁을표현한작품이다.그런데저자는<군상>보다<자화상>을앞세운서사를통해‘동백림사건’으로생의정점에서방향이바뀐이응노의삶을조명하며,<광주의피에타>와더불어제시한<국화환영>서사를통해한국이라는지역을넘어서는아시아차원에서의‘일본군국주의문제’를직시한다.
“미술에세이이자역사책이며좋은역사교재”
저자안민영은현재고등학교에서역사를가르치는교사다.“유적지답사다니고박물관가는것이좋아서남들보다조금늦은나이”마흔이넘어서미술사대학원에진학했다.대학원에서한국근현대시기미술사를공부했다.논문을쓰기위해70여년전한국근현대미술가들의자료를읽을때면소설가김연수의《네가누구든얼마나외롭든》에서읽은말이떠오르곤했다.“이세상에무의미한것은하나도없다.이세상은온통읽혀지기를,들려지기를,보여지기를기다리는것들천지였다.”소설가의말처럼여러나라에흩어져있는한국근현대미술가들의자료는“읽혀지기를,들려지기를,보여지기를”기다리며잠들어있었다.“생채기가득한흔적이지만그저역사의소용돌이에휩쓸리지만은않았다.고뇌하고저항한흔적은미술가들의일기,기고,미술작품으로남았다.이자료들은개인의기록이며역사의기록이다.”
이책은전국역사교사모임회보〈역사교육〉에2020~2021년연재한글을대폭수정보완한것이다.연재당시그림을역사교재로삼아깊이있게역사를읽어내는모습은많은이들의찬사를받았다.어떻게하면그림으로역사를읽고학생들에게생생한역사를만나게할지고민하는역사교사들이생겨났다.한국근현대역사서로서이책의면모는화가들의정체를표현하는키워드를통해서확인할수있다.이쾌대=한국전쟁시기전쟁포로,임군홍=한국전쟁과분단,변월룡=휴전협정,박경란=소련유학생,신순남=고려인강제이주,전화황=재일조선인,김용준=월북화가,이응노=동백림사건,도미야마다에코=5·18광주항쟁과‘위안부’.강화정교수의말처럼“이책은미술에세이이자역사책이며좋은역사교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