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즈란 무엇인가 : 자본주의를 넘어서 삶의 주권 탈환하기

커먼즈란 무엇인가 : 자본주의를 넘어서 삶의 주권 탈환하기

$17.00
Description
각자도생 자본주의에 균열을 내다
커먼즈 이론과 운동을 망라한 담론 지도
최근 여기저기서 자주 들려오는 개념 가운데 하나가 '커먼즈(commons)'다. 익숙지 않아서 그렇지 아주 낯선 개념은 아니다. 커먼즈는 그동안 공유지, 공유재, 공동자원 등으로 번역되었고, 역사학자 피터 라인보우는 '커머닝(commoning)=공통화하다'라는 동사로, 안토니오 네그리는 '공통적인 것(the common)'이라는 추상명사로 대신하기도 한다. 《커먼즈란 무엇인가》는 '공유자원'이라는 정의가 근대적 인식론의 산물이라고 비판하며, 커먼즈는 단순한 물리적 공간이 아니라 자본주의적 생산관계를 넘어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안내하는 전환의 패러다임이라고 주장한다. 글쓴이는 인류학과 역사학의 문헌자료를 연구하며 얻은 역사 속 커먼즈와 자신이 직접 참여관찰한 동아시아 커먼즈 운동 현장에 이르기까지, 수천 년간 커먼즈의 일부로 살아온 민주의 양식을 촘촘히 재구성한다. 이 책은 커먼즈 운동과 이론을 망라한 담론 지도라 할 수 있다.

커먼즈의 핵심은 자원이 아닌 삶의 주권을 지키려는 자율성, 기꺼이 의존하며 살아가는 돌봄과 상호의존성, 타자와 연결되어 있다는 공통의 감각이다. 커먼즈는 21세기에 새롭게 등장한 운동이 아니다. 수천 년간 이어진 민중의 살림살이 방식이었다. 그런데 지금 커먼즈를 이해하기 어려운 까닭은 자본주의가 의도적으로 커먼즈를 해체하고, 오직 상품 교환 관계만을 지배적인 관계로 강제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상품과 화폐 관계 아래 지워진 커먼즈의 반짝임을 알아차리고 자본주의에 빼앗긴 자율성을 되찾자고 말한다. 지금 여기서, 유토피아를 상상이 아닌 현실의 일로 만들 수 있을까? 사회 전환의 패러다임을 찾는 독자에게 이 책은 커먼즈의 더 큰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다.
저자

한디디

저자:한디디

자신이문학소녀인줄로착각하고국어국문학과에진학했다.시네마테크가만들어지고《키노》가발간되던시대적분위기에휩쓸려영화공부를하고싶었으나IMF외환위기에휘말려생계/부채탕감형임금노동자/가장이됐다.퇴근후이런저런공부모임과사회운동에참여했으며‘디디’라는활동명을사용한건아마이즈음부터.12년간의임노동자생활을과히때려치우고늦깎이유학을결심했다.문화연구와커뮤니케이션,인문지리와도시연구라는학제안에서철학과인류학을기웃거렸고,커먼즈와프레카리아트라는키워드로동아시아도시운동현장에참여해연구했다.2022년말,〈PracticingUrbanCommonsBetweenAutonomyandTogetherness:AGenealogicalAnalysisoftheUrbanPrecariatMovementsinTokyoandSeoul〉로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인문지리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불안정노동자,현장연구자,무산자,커머너.본명은한경애.

목차


책을펴내며
프롤로그커먼즈의감각되살리기

1부커먼즈로감각하는세계
1.근대적인식론을통해보는커먼즈
2.세계와우리를생산하는활동,커먼즈

2부커먼즈를해체하고만든각자도생의사회
3.커머너들은어떻게임노동자가되는가
4.커먼즈가불탄자리에세워진인형의집
5.욕망은왜화폐를향하게되었는가

3부지금여기서,커먼즈
6.세계짓기의새로운방법론,커먼즈운동
7.가난한여성들의즐거운커머닝,난곡희망의료협동조합
8.함께살림하기를통한집/가족의커머닝,빈집
9.도시를둘러싼이중가치투쟁,경의선공유지
10.자본,국가,공동체를넘어잉여를나누는금융실험,빈고

에필로그목적없는세계에서함께춤을추듯이
주+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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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커먼즈이론과운동을망라한담론지도

커먼즈는흔히‘공동체일원이함께소유하고관리하는공유자원’으로알려져있다.저자는커먼즈를단순한물리적공간이아니라자본주의적생산관계를넘어새로운삶의방식으로안내하는전환의패러다임으로제시한다.이책은커먼즈이론과운동을망라한담론지도라고볼수있다.저자는인류학과역사학의문헌자료를연구하며얻은역사속커먼즈와직접참여해관찰한다양한동아시아커먼즈운동현장에이르기까지,수천년간커먼즈의일부로살아온삶의양식을실뜨기처럼촘촘히이책에담았다.더불어한국의맥락에서동시대의커먼즈운동현장의목소리를포착한다.한국의커먼즈운동은급격한경제성장과도시화과정에대항하며등장했다.빌딩과아파트가즐비한서울의이면,내쫓기고소외된사람들의연결과연대에주목한다.도시빈민여성들이서로를돌보고살리기위해자발적으로꾸린난곡희망의료협동조합,젠트리피케이션에내몰린시민들이모여‘서울의26번째자치구’를선언한경의선공유지,집이부동산자본이된서울한복판에서기꺼이서로를환대한빈집,금융이라는새로운커먼즈를발견한공동체은행빈고까지.한국의커머너는지금여기서,자신이원하는삶과관계를구체적으로조직한다.

타자와연결되는상호의존의실천

커먼즈는땅이나자연물같은물질보다는‘사회적관계’에가깝다.사랑,우정,친밀감,대화를떠올려보자.대화를나눌때우리는새로운생각을생산하고,공통된결론에도달하며,나름대로그대화를향유한다.우리는대화를‘소유’할순없다.그러나분명히대화에참여한사람들은대화를나누기전과다른생각과연결감을느낀다.커먼즈도마찬가지다.함께공통된활동을하는관계에서만커먼즈를향유할수있다.커먼즈는공통의관계를만든다.“함께섞이고나누는활동”이핵심이다.

1부에서저자는근대적인식론을바탕으로하는기존의이론이커먼즈를'인간(공동체)이이용하는객체'로축소했음을비판한다.또한“국가와시장을두기둥으로하는근대자본주의체제내에서어찌어찌살아남을수있는제3의영역으로”커먼즈를한정한다면,국가와시장이커먼즈를파괴한역사를이야기하지못한다고지적한다.2부는커먼즈가해체된역사를추적한다.자본주의의성장이커먼즈를울타리치고사유화하는과정이었음을밝히고자본주의발상지인영국에서일어난인클로저,마녀사냥이민중들이함께꾸린마을기반을해체한과정을세밀하게따라간다.특히커먼즈의핵심주체였던여성들이내몰리고,재생산과돌봄노동이사적영역으로축소되었는지,커먼즈해체와여성억압의역사가교차하는지점을주목할만하다.

다시삶의주권을회복하는커먼즈운동이필요하다

3부는커먼즈운동을8가지키워드를통해소개한다.다시삶의주권을되찾기,소유의새로운형식발견하기,생산과나눔의새로운방식창안하기,삶을되살리는살림살이회복하기,지역에뿌리내린특이성을구성하기,삶을순환시키며'우리'를새롭게발명하기,급진주의와수정주의라는이분법을넘어서기,이데올로기와정체성으로부터탈주하기.이키워드는단순히선언적인의미가아니다.1970년대여성운동,프리소프트웨어운동,남아메리카와스페인의협동조합,인도의토종씨앗커먼즈의방법론이다.인간이오랫동안유지해온생명의그물을끊으며탄생한자본주의는세계를고갈시키고있다.개개인으로파편화된삶,극단적인불평등,인류의생존을위협하는생태위기를겪으며현대사회의삶의방식이지속불가능함을무시할수없게되었다.이책은“너무나불안한삶속에서우리는현재를음미할여유,삶의활력,함께사는능력,삶을스스로통치하는자율성,새로운삶을구성할상상력을잃어”가는현실앞에절망하지않는다.인간과비인간생명을상품화해유지되는자본주의의균열을낼수있을까?“사회적·생태적붕괴가가시화되는현재상황은”새로운삶의양식을요구한다.커먼즈를울타리치고자본주의적욕망을구성하는일련의과정에서도많은이들이지배권력에대항해커먼즈를지켜왔다.

도시의불평등에맞서는한국의커머너들

한국은일제강점기와한국전쟁을거치면서민중들이공유하고있던삶의공통기반이무너졌다.급속도로투기적도시화가진행되었다.한국의자생적커먼즈운동은우리사회가장취약한부분,도시빈민의삶과맞닿아있다.이책은자본주의사회의불안정성을함께해결하고자하는커먼즈실험,다시삶의주권을찾으려는다양한시도를다룬다.땅도,돈도없는우리는무엇을커먼즈로나눌수있을까?1970년대,가난한난곡지역에서도시빈민주부들이모여난곡희망의료협동조합을만들었다.의료체계를가장절박한자원으로인식하고,마을을돌며조합원가입을설득하고자원활동을통해협동조합을운영했다.도시빈민여성들에게“함께관리하거나나눌수있는자원은애당초없었”다.이들은바로새로운돌봄관계,그리고커머너인자기자신을커먼즈로만들었다.‘빈집’은“그저전셋집을빌린후그곳을주인없는집,모두함께살수있는공유지로선언”하고누구나함께사는커먼즈로만들었다.‘공동체은행빈고’는출자금을모아커먼즈를확장하는데에사용한다.한국의커먼즈운동의궤적을따라가다보면우리자신,우리의관계가커먼즈가될수있음을발견할것이다.노들장애학궁리소고병권의추천사중“유토피아는없다,커먼즈가있을뿐이다”라는말처럼커먼즈운동의의의는현재성에있다고볼수있다.

공동체는커먼즈를소유하지않는다,커먼즈가공동체를만든다

커먼즈운동을공동체운동과무엇이다른가?커먼즈는전통적인마을공동체를이상향으로삼는게아닐까?저자는공동체의중요성을강조하면서도단호하게위계와동질성으로묶인공동체를비판한다.예를들어자본주의가불안정성을나눌수있도록허용한유일한집단인핵가족은“내부의재산과구성원의안전을지키는것을최우선의목표로삼는배타적집단“이라고볼수있다.저자는핵가족뿐아니라사회문제를해결하기위해만들어진대안적공동체또한내부의위계와불평등을인식하지못했다고지적한다.“커머닝은공동체를만드는활동일뿐아니라공동체를외부에개방하고타자와의관계속에서공통성을재구성하는수행적실천”이다.역사적으로도“전통적커먼즈는뚜렷한경계를가진공동체라기보다여러그룹이서로연동되고겹치는네트워크”였다는저자의설명은,커먼즈가공동체를넘어서는실천임을시사한다.

이책에등장하는커먼즈사례는완벽하고이상적인평화로운공동체와는거리가멀다.의견차이로격렬한논쟁을벌이기도하고,새로운사람이참여하면불편함을내비치기도한다.모두에게돌봄과가사노동은공평하지않고,커먼즈를유지하는살림에무관심한구성원을설득하는노력도필요하다.하지만평등한관계를만들기위한노력을멈추지않는다.예를들어,경의선공유지는사적인관계에고립되지않기위해공간을열어두고자했고,서울의재개발현장에서내쫓긴철거민과도시난민을초대한다.경의선공유지의활동가는공유지구성하는일상의정치가바로커머닝의활동이라고보았다.“경제적기반도,감수성도,세대도,젠더도다른사람들,어쩌면어떤공통의이해도,공통감각도갖지않은사람들이서로를함께살아가야할동료-시민으로발견해야“하는부단한노력이야말로커먼즈내부의투쟁이다.하지만이러한노력없이는아무것도변하지않는다.결국에부단한‘마주침’과‘오염’을통해점점커머너가되는과정이야말로커먼즈의핵심이라고볼수있다.커먼즈운동은고립되고안전한공동체보다는더많은사람을커먼즈의세계로초대하는일이다.

커먼즈는생각보다가깝다

이책의목적은우리안에커먼즈를알아차리자는제언이다.커먼즈의핵심은자원이아닌삶의주권을지키려는자율성,기꺼이의존하며살아가는돌봄과상호의존성,타자와연결되어있다는공통의감각이다.커먼즈는21세기에새롭게등장한운동이아니다.수천년간이어진민중의살림살이방식이었다.커먼즈를이해하기어려운것은자본주의가의도적으로커먼즈를해체했고,오직상품교환관계만을지배적인관계로강제하기때문이다.저자는상품과화폐관계아래지워진커먼즈의반짝임을알아차리고자본주의에빼앗긴자율성을되찾자고말한다.지금여기서,기꺼이서로를내어주며연결되는커먼즈운동을통해,풍요로운생산과나눔의유토피아를상상이아닌현실의일로만들수있다고말한다.커먼즈를단순히공유지나작은자율지대로상상해온독자들에게이책은커먼즈의더큰가능성을보여줄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