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과연치유받았을까?
당사자가솔직하게쓴난임이야기.결혼1년차이던2017년1월,순조롭게첫시도만에임신에성공했지만머지않아계류유산으로끝났다.그뒤로유산의트라우마를극복하려면아이를낳는것밖에없다고집요하게생각했다.임신실패를알리며와르르쏟아지는붉은피를여지없이아홉번째보던날,난임의세계에진입했다.체외수정시술에서과배란을네번거치고동결배아를4회이식했으며,그중세번은착상했지만끝내계류유산으로종결됐다.마지막과배란시도회차에서이식한신선배아로‘마침내’2019년11월안정적인임신을확인할수있었고이듬해7월아기를낳았다.하지만이책은‘그동안의고생이하나도생각안날정도로행복하다’식의난임극복서사가아니다.지금은“운좋게”아이를낳아기르고있지만,더할나위없는현재의행복이외롭고무참하던과거의자신까지구원할수는없었다고고백하며“나는과연치유받았을까?”라고묻는다.
자연임신이어려워보조생식기술의도움을받는여성들이세상의기준에따라‘임신이되지않는자기몸’을미워했다면,페미니스트로정체화한지은이는자신을이중으로미워했다.임신이어려운자기몸과그몸을혐오하는자기자신.그의세계는난임으로무너졌고,내던져진상황에극한으로휘둘렸으며,대립하고불화했다.지금은아이를낳았지만,외롭고힘든시기에자신을돌보지못한데대한회한을느끼며,과거의그성마르고불안정한여성은이미자신으로부터멀어져이제는챙겨주고싶고자꾸마음이쓰이는사람이됐다.“‘상처받은치유자(Woundedhealer)’가되고싶은건지도모르겠다.”
당사자의해방서사
페미니즘리부트가한창이던2017년부터그의몸은임신과유산,난임을차례대로겪으며곤경에처했다.난임시술에매달리는삶이란간단히말하자면밑지는인생이었다.남들이성장이라는관점에서진로와인생의거창한목표를두고고민할때,눈에보이지도않는자궁에서벌어지는이벤트에전전긍긍하면서할수있는노력이란음주를자제하고회사다니듯주기적으로난임클리닉을방문하며난포상태를확인하는것이었다.돌잔치에초대받으면이루말할수없는신경과민의상태에시달리는삶이었다.
난임의경험으로소외와고독을느꼈지만,위로받을만한텍스트가없었다.사회는난임을겪는사람들을마음대로재현하고규정했다.난임의고통은이상적으로여기는관계의단절이자끊임없이타자화되는형벌로부터비롯됐다.어느덧난임이라는객관적조건에서오는고통보다‘말할수없는고통’이더커졌다.그사이그는“비밀스럽고희미한개인”이되어갔다.‘이렇다’가아닌‘이래야한다’에갇혀나를잃기도,쥐어짜기도하며.
이책은당시의자신을있는그대로드러내고자애쓴결과물이다.지은이는난임을당사자의언어이자페미니즘의시각으로바라보면서비로소해방될수있었다고털어놓는다.“임신이되면되는대로,안되면안되는대로,여성의몸으로살아가면서홀로감수해야하는이야기가차고넘친다.나는이것들을모조리가시화하고싶었다.유난으로보일지몰라도,여성의삶은여전히더언어화돼야한다고믿으며.”
페미니즘의시선으로난임바라보기
지은이에게난임으로부터의자유란아이를낳은‘극복서사’가아니라,여성의몸을끊임없이타자화하고도구화하는세상의잣대에물음표를만드는것이었다.바로‘페미니즘’,페미니즘의시선으로난임을바라보기.그는페미니스트로서,체외수정시술을받으며자기몸을소외시켰던시간을다시소환했으며살풀이하듯과거의자신을대면했다.고통스럽기도,해방감을느끼기도한과정이었다.그리고이과정은4부로구성된이야기에고스란히드러난다.
지금의남편을만난때부터아이를낳고키운지3년이된때까지대체로시간순서대로펼쳐지는이야기는임신과출산,그리고난임에대한지은이의생각이변화하고성장하는과정이다.특히,거듭되는체외수정실패로“신경쇠약직전”에내몰린그가여러계기로“이제,배짱두둑하고영리해질때다”라며‘스스로구원하라’는성찰에이르는장면은그정점이다.“어느순간난임병원에가는것이일상에서가장중요한일이되면서,생기지않는아이에게인생포인트가있는나머지그밖의삶의영역을부차적으로여겼다는사실을새삼느꼈다.중요한건임신그자체가아니라좋은삶을사는거였는데.‘내가지나치게비관한건아닐까?’라며마음속숨어있던좋은삶에대한욕구들이떠오르는듯했다.”
“아이를낳았지만,나는여전히맘카페보다불다방(난임커뮤니티)이익숙하고편하다”라는고백또한공감능력의성장을보여주는한장면이다.지은이가이를편하게느끼는까닭은어느덧난임경험이정체성의일부가됐기때문이며,비록같은처지는아닐지언정그들과같은입장이되는건가능하기때문이다.지은이는그들의이야기를접하면서비로소나만벗어났다는착각에서벗어날수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