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 : 발견과 몰입의 순간

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 : 발견과 몰입의 순간

$19.00
Description
수집이 미지의 세계로 나를 이끌었다
대한민국 1호 ‘역사 컬렉터’ 박건호의 색다른 역사와 수집 이야기
미스터리한 백두산 정계 지도 〈임진목호정계시소모〉, 교훈비로 변신한 황국신민서사비, 스스로 자기를 노비로 파는 문서 속 소녀 순심의 손도장, 3·1운동 당시 일장기를 재활용한 태극기 등, 모두 글쓴이 박건호가 모은 역사 자료다. 박건호는 자료를 수집해 그 속에서 역사를 찾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대한민국 1호 ‘역사 컬렉터’다. 역사 컬렉터는 사전에 없는 낱말로 ‘골동품 수집가’가 불편해서 그가 새로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신이 수집하는 물건을 골동품으로 정의하기가 적절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역사에서 거시적 관점의 통사 못지않게 역사 속 개개인의 삶을 살펴보는 미시 생활사도 중요하다는 생각으로 30년 동안 역사 자료를 수집해 왔다. 수집품들은 수많은 역사를 담은 거대한 저수지다. 그는 집요함과 예리함, 그리고 따뜻한 시각으로 이 저수지에서 역사를 길어 올린다. 《역사 컬렉터가 사는 법》은 역사가 묻고 수집이 답하는, 또는 수집이 묻고 역사가 답하는 둘의 아름다운 대화를 담았다. 이를 통해 역사와 수집이 얼마나 아름답게 조화를 이룰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저자

박건호

저자:박건호
1969년경남밀양에서태어나자랐다.서울대학교국사학과를졸업하고한국외국어대학교대학원정보기록학과에서기록학을공부했다.명덕외국어고등학교를시작으로지금은강남대성학원에서학생들에게역사를가르치고있다.몇년전부터는한국외국어대학교정보기록학과객원교수,국가기록원민간기록물수집자문위원으로도활동하고있다.1990년대에전국역사교사모임에서<국사수업자료집>,<노래와소리로보는우리역사>,<주제별슬라이드수업자료집>등다양한교육자료를만들어보급해역사교사들에게신선한자극을주었다.《우리아이들에게역사를어떻게가르칠것인가》(공저),《컬렉터,역사를수집하다》,《역사컬렉터,탐정이되다》를썼고,tvN<유퀴즈온더블록>,MBC<선을넘는녀석들>등여러방송프로그램에출연했다.

목차

책을펴내며
프롤로그역사컬렉터와수집

1.누구에게나처음은있다
모래사장에서만난신석기시대
대지마감자와일본
애간장타는한여름의가뭄
벽걸이텔레비전대신그림한점
아내가폭우를맞으며갤러리에간이유
본격적으로수집을시작하다

2.생계형컬렉터가사는법
수집의즐거움이궁핍함을이긴다
컬렉터의속내
박물관으로떠나보낸내수집품
김소월이사준밥,김환기가따라준술
딸아이를반기문장학생이라하는이유

3.역사컬렉터로살다보면
아내의극비프로젝트
안중근대신이완용이라니
이완용은제주가고김부귀는서울오고
나의민화수복기
범죄인명부에서발굴한독립유공자

4.컬렉터의필수관문,경매의세계
경매,그오묘한세계
내가수집하지않는것
나는무엇을수집하는가
역사의오류를담고있는자료
수집품의가격은어떻게결정될까

5.수집품이들려주는역사
일장기를재활용한태극기와탄피재떨이
송황순의<추억록>과해방직후연호
세상에서가장슬픈사인
“송종섭은인민을착취한적이없습니다.”
《음악주보》에서우연히만난금수현
미스터리한백두산정계지도-<임진목호정계시소모>(1)
세장의쌍둥이지도-<임진목호정계시소모>(2)

6.수집을통해배우는삶의지혜
쓸모없음의쓸모
더욱날카롭게,더욱정교하게
어디서무엇이되어다시만나랴
너와내가함께했을때인생은온전해진다
경계를벗어나야그너머가보인다
하루하루가곧소중한역사다

에필로그수집이미지의세계로나를이끌었다

출판사 서평

탄핵의추억

“2017년도달력의마지막장인12월달력의‘20일’에빨간표시가되어있다.그아래에는‘제19대대통령선거일’이라고적혀있다.대통령선거때문에임시공휴일로정해진것이다.그런데그날은제19대대통령선거일,즉공휴일이되지못했다.2016년10월말부터시작된‘촛불항쟁’과그에따른박근혜대통령탄핵·파면때문이다.실제19대대선투표는따뜻한봄날인이듬해5월9일실시되었다.이런맥락에서저달력자체가역사적유물이되고말았다.촛불항쟁과대통령탄핵·파면이라는격동의역사를달력은조용히증언하고있는셈이다.”(143쪽)

박근혜대통령탄핵·판면으로‘역사의오류’를담게된2017년도달력,미스터리한백두산정계지도<임진목호정계시소모>,고등학교의교훈비로변신한황국신민서사비,스스로자기를노비로파는문서속소녀순심의손도장,3·1운동당시일장기를재활용한태극기등,모두글쓴이박건호가모은역사자료다.박건호는자료를수집해그속에서역사를찾고이야기로풀어내는대한민국1호‘역사컬렉터’다.역사컬렉터는사전에없는낱말로‘골동품수집가’가불편해서그가새로지었다.아무리생각해도자신이수집하는물건을골동품으로정의하기가적절치않았기때문이다.그는역사에서거시적관점의통사못지않게역사속개개인의삶을살펴보는미시생활사도중요하다는생각으로30년동안역사자료를수집해왔다.수집품들은수많은역사를담은거대한저수지다.그는집요함과예리함,그리고따뜻한시각으로이저수지에서역사를길어올린다.《역사컬렉터가사는법》은역사가묻고수집이답하는,또는수집이묻고역사가답하는둘의아름다운대화를담았다.이를통해역사와수집이얼마나아름답게조화를이룰수있는지볼수있다.

미스터리한백두산정계지도

조선과청은1712년국경답사후세운백두산정계비에새긴“西爲鴨綠東爲土門(서위압록동위토문)”중‘토문(강)’의해석을둘러싸고대립했다.청은중원을차지한뒤에도본거지인만주지방을그들의발상지라여겨성역화했다.그런데조선인일부가두만강을건너인삼을캐고사냥을하거나,심지어살인사건이발생하는등청과종종갈등했다.청은양국국경을명확히하자고제안했고,숙종38년인1712년조선대표박권(朴權)과청대표목극등(穆克登)이백두산일대를답사하고정계비를세운다.그런데정계비가세워지고한동안별문제없다가170년정도가지난1880년대에접어들면서갑자기간도가양국간분쟁지역이되었고,그것을규명하기위해백두산정계비가소환되었다.
저자는2016년4월하순어느경매에서이와관련한지도<임진목호정계시소모(壬辰穆胡定界時所模)>(컬렉터정계지도)를낙찰받는다.진품일까?이게진품이라면백두산정계당시여정을그린지도최초발견이된다.그는탐구에나섰고,그과정에서이와비슷한지도2장을더찾아낸다.하나는1890년프랑스공사관통역서기관으로조선을방문한동양학자모리스쿠랑(MauriceCourant)이당시수집해간우리나라고서가운데《천하제국도(天下諸國圖)》라는지도책에실려있는<임진목호정계시소모>(모리스쿠랑정계지도)다.다른하나는서울대규장각한국학중앙연구원이소장하고있는《여지도(輿地圖)》라는지도책속에있는<임진목호정계시소모>(규장각정계지도)다.
비슷하지만이지도들은크기,지명표기,묘사등에차이가있다.특히진품여부를가를‘토문강’표기에서결정적차이를보인다.컬렉터정계지도가토문강은“??江”이라고정확히표기한반면,규장각정계지도는“玉門(옥문)”,모리스쿠랑지도는“玉關(옥관)”으로표기했다.후대에베껴그리면서‘토’를‘옥’으로,‘문’을‘관’으로잘못썼다고추정할수있다.그렇다면이지도들이만들어진순서는컬렉터정계지도-규장각정계지도-모리스쿠랑정계지도가될것이다.그림과글씨수준역시컬렉터정계지도가가장뛰어나다.컬렉터정계지도는그림이나글씨가가장세밀한편으로,백두산천지표현만보더라도먹으로대충칠한다른지도들과달리천지의일렁이는물결까지표현하고있다.그렇다면컬렉터정계지도는1712년백두산정계비를세울당시에그려진것이맞을까?저자는단정할수없다고말한다.최근에발견된역사기록에부합하지않는점들이있기때문이다.
이처럼이책은넘어지고일어나고또넘어지고일어나기를반복한어느역사컬렉터의좌충우돌기록이다.저자는이좌충우돌의역사자료수집기를통해모르는역사를새롭게공부할수있었고,인생의교훈을배울수있었다고고백한다.

태극기를배경으로술집에서만세를부르는남자들

2015년광복절을약두달앞둔6월에저자는온라인경매에올라온흥미로운사진한장을발견했다.남자십여명이태극기두장을배경으로술집에서만세를부르고있는사진인데,해방의기쁨을표현한것으로보였다.마치“조선독립만세!”라고외치는것같다.저자는확신을가지고경매에참여해5만원에낙찰받았다.며칠뒤우편으로도착한사진을확인하니,국민복을입은남성이여럿인걸로보아태평양전쟁이후,즉1940년대에촬영한게분명했다.남성들중간중간에있는여성들은복장으로보아일본여성같은데,이술집에서일하는접대여성일것이다.그런데사람들뒤에걸려있는태극기가뭔가이상했다.
아뿔싸!분명컴퓨터화면으로보았을때는태극기였는데,실물을보니사진위에손으로선몇개를그어그린태극기였다.즉,사진속태극기가아니라사진바깥에서누군가가가필해서일장기를태극기로바꾼것이었다.누가어떤의도로저렇게그려넣었는지는알수없다.이로써내가했던모든추측은다뒤집혔다.
이게원래일장기라면,1940년대당시전시상황에서이렇게환하게축하해야할일이무엇이었을까?누군가의생일이나승진을축하하는자리였을까?그렇게보기에는표정이너무격하다.일본군이싱가포르나필리핀을함락했다는뉴스를듣고환호하는것은아닐까?단몇개의선으로사진이담고있는역사가완전히달라질수있다는사실이흥미롭다.일장기일때는일본군의승리를상징하는사진이될수있고,몇개의선을쓱쓱그려넣어태극기를만들면일본의패망과해방의기쁨을상징하는사진이될수있다.그러므로정신을바짝차려야한다.매의눈으로날카롭고정교하게사실을규명해야한다.
수집은자신과의싸움이다.안목을기르기위해끊임없이자신을벼려야하고,늘인내해야하며,기회가왔을때주저없이결단해야한다.이책은이세기둥위에서아슬아슬하게균형을잡고서있는한역사컬렉터의고군분투기이기도하다.

책자체가하나의컬렉션

박건호의전작《컬렉터,역사를수집하다》(2020)와《역사컬렉터,탐정이되다》(2023)가수집보다역사에중심을두었다면이책은거꾸로역사보다수집에중심을두었
다.강연이나독자와의만남에서수집에관한질문이적지않았기때문이다.이책은그질문들에대한답변이라고해도무방하다.그래서이책에는그가모은60여점의역사자료가컬러사진으로실려있다.책자체가하나의컬렉션인셈이다.
책에실린컬렉션을보면금방눈치챌수있듯이박건호가모으는자료는색다르다.오래되고유서깊은서화와각종기물로서희소적·미술적가치를지닌물품인‘골동품’과는거리가멀다.“그는‘무엇을수집하는가?’라는질문에역사적의미와이야기를풍부하게담은자료,역사의변화를보여주는자료,벼락같이‘발굴의즐거움’을안겨주는자료,프로파간다를통해사실을가리고왜곡하는자료들을수집한다고말한다.저자가수집품에서역사를끝까지추적해들리지않았던,묻혀졌던사람들의목소리를끝내수면위로끌어올린힘은여기에서출발한다”(박찬희박물관연구소장).

책속에서

역사컬렉터로서나는옛물건을통해그시대를만난다.옛자료는몇백,몇천년전혹은몇십년전에이곳에살았던사람들과지금살고있는사람들,살아갈사람들을연결한다.옛자료자체가역사다.그러므로내가수집하는자료는<독립선언서>나<대한민국임시헌장>처럼반드시‘큰(big)’문서일필요는없다.평범한시민의메모한장,월급명세서,한국전쟁때쓴군인의일기장등‘작은(little)’문서에도역사가깃들어있기때문이다.그렇다고개별자료가그것을생산한시대의역사전체를보여준다고말하지는않겠다.그것은오만한태도다.전체역사속에서자료들이위치하는맥락을찾아야하고,자료를생산한사람의정치적성향이나처한위치등을종합적으로파악해야한다.그런뒤에자료속에서의미있는내용을골라내퍼즐조각을맞춰야한다.(20~21쪽)

이런경험때문이었을것이다.나는진정한컬렉터의조건이뭐냐는질문에공식적으로는“곤궁함을이길수있는열정을가진사람”이라고답한다.하지만속으로는늘다른답변을되뇐다.
‘대출을해서라도수집해본경험을한번쯤은가진사람이죠.’(59쪽)

한국경매시장에서가장인기있고비싼글씨는누구의것일까?아마많은독자가추사김정희를떠올릴것이다.추사의글씨는대략1억원안팎에거래된다.안중근의사의글씨가격은추사를훌쩍뛰어넘는다.기본이수억원이다.한국의서예시장에서특이한점은김정희를제외하면대부분정치인이나유명기업인의작품을선호한다는것이다.예술성보다는역사성을더중요하게평가한다.(85쪽)

내가수집한자료가운데복식변화를담은사진들이있다.오래전여성들이관광이나계모임에갈때공식적외출복장은한복이었다.연례행사니만큼한복은최고의예를갖춘다는뜻이었을것이다.그런데어느순간한복사이에양장이하나둘나타나기시작한다.그리고과도기를지나면한복은거의없어지고양장으로바뀐다.내가수집한사진들에서는1960년대중반부터1970년대중반까지가과도기다.이런사진들을통해생활속에서한복이밀려나는과정을이해할수있다.한걸음더나아가왜하필1960년대부터그런변화가생겼는지그이유까지규명할수있을것이다.(129쪽)

2017년도달력의마지막장인12월달력의‘20일’에빨간표시가되어있다.그아래에는“제19대대통령선거일”이라고적혀있다.대통령선거때문에임시공휴일로정해진것이다.그런데그날은제19대대통령선거일,즉공휴일이되지못했다.2016년10월말부터시작된‘촛불항쟁’과그에따른박근혜대통령탄핵·파면때문이다.실제19대대선투표는따뜻한봄날인이듬해5월9일실시되었다.이런맥락에서저달력자체가역사적유물이되고말았다.촛불항쟁과대통령탄핵·파면이라는격동의역사를달력은조용히증언하고있는셈이다.(143쪽)

이문서왼쪽의“自賣小女順心(자매소녀순심)”밑에순심의수장이보인다.실제손을대고그린것으로보이는데정말로소녀의손크기다.이문서에순심의아비는등장하지않는다.부모의강요나주위의부추김때문인지자신의결단인지알수없지만,소녀순심은이렇게가족의생존을위해노비의길을선택했다.
세상에서가장슬픈사인이다.(171쪽)

이렇게비슷한방식으로만들어진세장의지도중토문강을정확히표기한컬렉터정계지도가옥문이나옥관으로발전시킨나머지지도들보다시기적으로가장이르고,원본에가장가깝다고평가할수있다.따라서사료적가치역시가장크다.이것이세장의비슷한백두산정계지도를검토·비교해내가내린결론이다.자기소장품이라고자화자찬한다는핀잔을들을지모르겠지만사실은사실이다.그림과글씨수준역시컬렉터정계지도가가장뛰어나다.컬렉터정계지도는그림이나글씨가가장세밀한편으로,백두산천지표현만보더라도먹으로대충칠한다른지도들과달리천지의일렁이는물결까지표현하고있다.(205쪽)

‘추억의4학년’사진도그렇다.나는사진판매자가부여에서수집했다는말을철석같이믿었다.그래서판매자가설정한부여또는충청권의경계를한치도벗어나지못했다.그결과경계너머에있는학교들을살펴볼생각을못했고,끝까지답을못찾았다.그러나내친구는진작에다른가능성을생각했다.어차피일제강점기중학교가그렇게많지않으니하나하나다찾아보는길을택했고,얼마뒤해답을발견했다.한정된틀속에서만사유하면결코답을찾을수없다.해답을찾으려면때로는수고로움을감수하면서틀을넘어서야한다.그경계를과감히벗어났을때,그때비로소‘경북중학교’가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