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 적응기 : 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 (개정판)

한옥 적응기 : 전통 가옥의 기구한 역사 (개정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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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정기황

저자:정기황
각시대의문화가새겨진공간과도시를계보학적으로연구하는연구자이며,이를기초로공간을설계하는건축가다.근대서울의도시건축적응과정을연구해박사학위를취득했고,현재(주)시시한연구소와(사)문화도시연구소에서사회적소외계층에건축서비스(공간)를제공하는‘집짓기’,아동·청소년건축교육프로그램인‘건축학교’,장소인문학적도시건축연구등을하고있다.도시사회운동이자커먼즈운동인경의선공유지시민행동의공동대표(2015~21),지역문화예술커뮤니티인공유성북원탁회의의공동위원장(2017)으로활동했다.

목차

개정판을펴내며

들어가며/한옥이란무엇인가
1.자연의시대/지붕의재료로구분하는집
2.이양의시대/민족정체성을위한(조선)집
3.절충의시대/근대도시의탄생과(도시)집
4.전통의시대/정치적언어로서의한옥
5.적응의시대/만들어지는전통으로서의한옥
나오며/집은어떻게진화하는가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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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서평

‘신흥목공소’는한옥일까,아닐까?

소설가박완서는서울시성북구동선동과보문동에서오래거주했다.그의마지막장편소설『그남자네집』은동선동한옥에서의생활을바탕으로한다.“50년대초,내가결혼해서시집살이를한동네는좁고꼬불탕한골목안에작은조선기와집들이처마를맞대고붙어있는오래된동네였다.”박완서가살았던동선동집인근의신흥목공소는“조선기와지붕만겨우남겨놓”은채90여년동안여전히그자리에서있다.신흥목공소는동서방향의블록구조모서리에위치해‘가각전제(街角剪除)’라는근대적도시계획법이적용되어모서리가사선으로잘린필지에놓여있다.따라서한옥도네모반듯한정형이아니라비정형이다.

국립국어원〈표준국어대사전〉에따르면,한옥은“우리나라고유의형식으로지은집을양식건물에상대하여이르는말”이다.“고유의형식”을무엇으로정의하느냐에따라달라지는매우폭넓은개념이다.하지만지금의보통사람들이지닌한옥에대한인식은조선시대기와집정도다.신흥목공소는기와집이지만,조선시대기와집과는다르다.그렇다면신흥목공소는한옥일까,아닐까?
‘한옥’이라는말은개항이후1908년에정동지역에서양옥,일본가옥(일옥)과구분하기위해처음사용되었고,1970년대에정부와언론등에서적극사용하며전통가옥을통칭하는용어로자리잡았다.조선시대기와집은소수의양반만이사는큰규모의주거양식이었고,현재서울에남아있는기와집대부분은일제강점기에지어진규모가작은기와집이다.일제강점기한옥은조선시대집과달리,인구급증과심각한주택난으로밀도가높아지고생활방식이바뀐도시에적응하며개발된‘도시한옥’이다.박완서가살았던동선동집과신흥목공소는모두도시한옥이다.

지금의한옥붐은2000년대초에도시한옥이주였던북촌과인사동에대한보존계획에서시작되었다.이어서전주한옥마을,서촌등오래된한옥주거지가주목받았다.더불어한옥관련한각종법제가만들어지고,한옥용어에대한정의가수립되고,한옥관련국가정책연구가이루어졌다.하지만여전히한옥은짓고관리하는데비용이많이드는,소수만이누릴수있는고급주택이다.현대판양반가옥이나다름없다.따라서우리에게익숙한,수백년의주거문화와새로운주거문화사이에서거주자의필요에따라적응해온도시한옥은전통가옥이아닐수도있다.

전통의보존에는형식보다중요한것이있다

현재우리가북촌등에서보는한옥은이도시한옥인데도,우리의관념속한옥은팔작지붕의기와집즉조선시대양반가옥이다.왜이런현실과관념의괴리가발생했을까?도시연구자이자건축가인저자는그이유를밝히기위해한반도전통가옥의역사를꼼꼼하게되짚는다.건축기술적측면뿐아니라한반도의기후와지형,그리고집과건축에대한사회문화권력의개입측면까지두루살핀다.그가사회문화적측면까지두루살핀까닭은,그동안한옥이국가,정부,정치,교수,전문가,건축(가)등에의해조선시대양반가옥의‘형태’를표본으로해서정의되고보존되면서많은문제를낳았기때문이다.이렇게국가나엘리트가한옥/전통의형식에만집착하는태도는건축계의가장큰논쟁이자거의유일한논쟁이었던부여박물관(김수근설계)논쟁에서대표적으로드러난다.

논쟁은부여박물관이일본신사의입구인도리이(鳥居),일본신사의지붕끝장식인지기(千木),사무라이장수의투구인카부토(兜)등일본의조형적특성을닮았다는것에서시작되었다.1967년에왜색이있는국립박물관이라며수많은기사와건축계의비난이쏟아졌고,문교부장관이일본식이라고밝혀지면철거하겠다는소견을발표하기에이르렀다.부여박물관을설계한김수근은일본신사를닮았다는사실은인정하지만,“이건축양식은원래백제에서일본으로전수된우리문화고유의것”이고,“부여박물관에소장된토기의그림무늬에서이같은선을발견,설계에원용한것”이라고주장했다.그러나당시백제연구자이자부여박물관장인홍사준과국립박물관미술과장최순우는전수되거나고유한것이아니라고반박했다.

이런논란에도부여박물관은거의그대로유지되었다.다만이런시선이부담스러웠던정부는도리이를닮은입구를등나무로가렸다가몰래철거했고,지붕을한식기와로덮었다.이렇게한국건축계최대의전통논쟁은국가사업이어서인지,김수근이건축계의실력자여서인지알수없지만형식논란으로빠르게끝나버렸다.당시건축계의전통논쟁은역사의식이나역사관과는거리가멀었던것으로보인다.

이책은저자의석사학위논문〈자하문길주변지역의도시건축적응유형연구〉(2008)와박사학위논문〈서울도시한옥의적응태〉(2015)에기초한다.석사학위논문은대한건축학회에서우수석사논문상(2008)을수상했고,박사학위논문은2015년한국건축역사학회에서발표한3편의박사학위논문중하나였다.석박사논문모두자료조사량에서압도적우위에있었다.저자는“조금과장해말하면,조사과정에서서울에있는한옥은다봤을것”이라고자부한다.

한옥은사용을위해존재한다

저자는움집에서시작하는한반도집의역사를5개의시대로나누어구성한다.자연-이양-절충-전통-적응의시대다.그리고이들시대를관통하는키워드로‘적응(Adaptation)’을설정한다.적응은본질적으로수동적인내부변형적현상인순응(adjustment)과는분명히구분되는능동적개념이다.적응은“적절하고유익하게환경에대처할수있는역량으로서,외부세계의현실에적당히맞추는활동과환경을바꾸거나더적절하게통제하기위한활동을포함”한다.또한“개인과환경사이에존재하는‘함께어울림(adaptedness)’의상태를의미하기도하고,그러한상태로이끄는심리적과정을의미”하기도한다.나아가적응은외부환경을수정할수있는역량과능력을증진하는기반이다.가옥분석에서적응은가옥사용자가각시기생활문화,기술문화,법제도등외부환경의변화에따라능동적으로가옥을유지하거나바꾸는활동과행동을의미한다.그리고이런적응과정의의미가담긴형태를‘적응태’로규정한다.

조선시대에는백성들의집에관심을두지않았고,일제강점기에는개발업자들에의해도시한옥이대량개발되었다.해방후정부주도로아파트(단지)가공급되면서주거가획일화되었고,한옥은전통이데올로기로활용되었다.한옥은돈없이는서비스를제공하지않는건축으로부터외면당했고,전통과민족을앞세워정통성과권력을유지하려는이들의수단으로전락했다.하지만이와중에도한옥에거주하고한옥을사용하는사람들은필사적으로변화에‘적응’하며새로운한옥을만들었다.이렇게만들어진한옥적응태가미학적·건축적·경관적으로완벽한것은아니다.적응태는정답이나고정불변의법칙이아니다.그것은한옥에서살아온사람들의치열한삶과문화가축적된역사의한단면이고,더나은공간이되기위한발판이다.기와가덮인팔작지붕이아니더라도,이것이한옥이고전통이다.

그동안한옥은국가,정부,정치,교수,전문가,건축(가)등에의해조선시대양반가옥의‘형태’를표본으로해서정의되고보존되었다.그러나이제우리가주목해야할한옥은사용자의필요에따라적응을거듭하는‘삶으로서의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