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생각하다 잃어버린 것들

당신을 생각하다 잃어버린 것들

$16.00
Description
〈당신을 생각하다 잃어버린 것들〉은 담양과 멜버른을 오가며 포착한 다양한 삶의 풍경들과 부유하는 감정들이 담겨 있다. 특히 '봄부터 함께한 새싹이 독립을 선언'하듯 어른이 되면서 겪은 한 작가의 내면의 아픔과 순수한 시선은, 거리의 나무와 꽃, 풀, 그리고 조용히 앉아 있는 동물들의 움직임을 포착하며 슬픔 속에서도 빛나는 풍경을 이룬다. 자연을 순수한 시각으로 바라보려는 작가의 노력이 그의 글에 녹아 난다.
작가는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흘려 보낸 시간동안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었는지 스스로에게 물었다. 그리고 이 책을 통해 그 물음의 대답을 속 시원히 털어냈다.
저자

최한수

담양의풍경을닮고자하는작가.호주에서의생활을마치고담양에서요리사이자농부로자연과소통하며청년기를보내고있다.길을걷다뒤돌아보는것을좋아하고그길위에서생각난당신의목소리를좋아한다.그리고쓸쓸한나무와사람에게유난히약한모습을보인다.

목차

프롤로그:데구루루돌이굴러간다

1.꽃을꺾는일을멈추었다
2.비닐하우스에비가내리치는순간
3.도착시간이다가온다
4.무엇을의미하는지헷갈리듯
5.미아
6.전쟁터
7.선물
8.날찾는소리
9.가끔빨간신호등을건넌다
10.적응
11.같은내일
12.혼자보내는시간
13.가끔익숙한하루를마주하기도하나요
14.좁은자유
15.좁은자유2
16.무니
17.이상에부딪혀본걸로충분할까요
18.어떤문장
19.어느산언덕
20.불씨
21.죽음이피는꽃
22.무슨색의꽃잎을피울지,어떻게생긴열매가익을지는중요하지않다
23.익숙해지지않는것
24.간격
25.세수
26.늦은여름어느바다
27.착한척
28.달을보지못했다
29.버스터미널
30.어떤관계
31.삐걱이는숨소리
32.그냥그리워하기로했다
33.어떤만남
34.알수없는감정을안고사는일
35.꽃샘추위
36.마음이바뀌지않는시간
37.적당히비가내리고
38.기다린다는건
39.혼자가좋다는거짓말
40.내가가진타인
41.저별이내것이길바라는마음
42.집이라부르기로했다
43.소나기
44.방황의끝
45.다시일어설수있는힘
46.유통기한3개월
47.서로다른방향을향한다
48.우리아저씨
49.찬바람
50.모두제잘못입니다
51.무언가장담하는일
52.허무한것들이내는소리
53.지나갈시간
54.봄부터함께한새싹이독립을선언한다
55.뒤를바라보는것
56.마음이바뀌는시간
57.버티는사람
58.오늘은일하지말고놀까요
59.뒷모습
60.자연스러운것
61.이불
62.나는지금보다더외로워지고말거야
63.그곳
64.그곳2
65.시골향수
66.어떤소리들은놓치고살기아까울때가있다
67.히비스커스
68.욕심을냈습니다

에필로그:그저적은것이누군가에게닿기까지

출판사 서평

책속에서

별들이무수히빛나던날,잊지못할선물을받았다.받은건반드시돌려줘야한다는이유로선물을기분좋게받지못한다.가진것을베풀거나순수한마음으로선물을건넨적도없는것같다.도움이필요한사람에게는낯을가린다는이유로선뜻나서지못한다.이런나지만많은선물을받아왔다.
---p.12

해가뜨지않은시간,방정리를마치고터미널로향했다.창밖의널브러진소들과드넓은대지를구경하며2시간이지났다.걱정했던것보다는참을만한드라이브였다.환승센터에내려두번째버스를탈때는엉덩이가힘없이축처져있었다.잔디밭을거닐며신선놀음에빠진소들을부러운눈빛으로내려다보았다.잠에들기위해눈을감으면쨍한햇빛이커튼을지나얼굴에쏟아져내렸다.
---p.25

오늘당장은시내로나가는버스가없어무작정걸었다.죽은캥거루를무심히지나치고,찢어진타이어에앉아숨을돌려가며걸음을멈추지않았다.으스스한도로에는지나가는차들도드물었다.휑한길바닥에바람이지나는모습과아슬아슬도로끝에걸친내가더해졌다.캐리어바퀴의덜그럭소리를끄는이는나하나뿐이다.
---p.43

내왼쪽손목엔세미콜론타투가새겨져있다.세미콜론타투를새기는건우울증이나자살충동,약물중독등으로어려움을겪는사람들에게희망과사랑을주는의미로알려져있다.내가타투를새긴이유는세상에알려진의미와다르다.스스로목숨을끊은사람들을향한애도의표시이자자살충동을막아주는방어막이다.
---p.54

늘같은자리에있는산과같은방향으로흐르는개울가.개울가를따라가면데이지꽃,산딸기,매실나무가나온다.작은동네를한바퀴,두바퀴아무생각없이걷는다.한발자국만내디디면세상과만날듯이가까워진것같다가어떨때는현실이아닌공간에있는것같기도하다.순수한시각으로꽃과나무를바라볼때는세상과가까워졌다고느꼈다.반대로틀에박힌생각을할때는세상과멀어진기분이었다.
---p.88

글쓰기관련책이나시집을읽다보면순수한시각이중요하다는말을자주한다.동심으로돌아가아무편견없이사물을보는것.나는그게어떤건지잘몰랐다.이론은이해했지만머릿속에있는지식을걷어내고세상을처음마주한듯바라보는게가능하다고생각하지않았다.조용히내무의식에들어온편견과쓸모없는지식들을걷어낼수없었다.그것들은물건이나동물,사람등눈에보이는모든것을정확히볼수없게했다.
---p.147

운전석앞범퍼에서쿵하는소리가들렸다.확인해볼겨를도없이빠른속도로집으로향했다.정작내가도착한곳은집이아닌동네뒷산이었다.늦은밤,산을둘러싼빨갛고파란불빛.어수선한분위기속,나는초록색바구니가달려있는리어카앞에발걸음을멈췄다.
---p.169

담양과화순의경계를지키는산에두지역의경찰관,소방관이모여있다.그들은나를데리고산을이리저리돌아다녔다.나는몇발자국내딛지못하고줄곧담배를태웠다.30분만찾아보겠다면서떠난형사님이다가왔다.
---p.201

누구나그렇듯내게도최선을다해한사람을사랑하던때가있었다.그녀와헤어진이후,나는우리의사랑역시흔한사랑이야기중하나일거라고생각했다.하지만그렇지않았던것같다.그녀와의추억이쉽게잊혀지지않았다.그추억들은시간이지나며하나둘사라지거나조각조각나뉘었지만여전히마음한구석에저장되어있다.이조각난기억들마저잊기에는그순간이그리울때가있다.
---p.233

최근서해갯벌이세계유산으로지정됐다.멸종위기에놓인철새들의쉼터로서중요한역할을한다는이유였다.뉴스를통해이소식을들은나는철새의하루를상상했다.긴비행동안한번밖에못쉬는새가안쓰럽게느껴졌다.하지만그하루를내기준에맞추면안됐다.철새들에게는그시간이알맞은휴식이었다.철새가안쓰러워야할때는잠시라도쉴공간이사라지거나휴식시간이없을때해도늦지않는다.나는함부로철새의하루를무시했다.
---p.241

친구를찾아갔지만날보지못했다.나역시제대로볼수없었다.우리사이가조금씩멀어지고있는게느껴졌다.만질수없을만큼멀어질까두려워팔을쓰다듬었다.손등의털은팔꿈치까지길게자라있었다.바람을느끼고흙을만지던날들을그려보았다.
---p.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