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속에서
하긴,선량한사람들을잡아가두고살육까지서슴지않은인간을어떻게온전한정신으로이해할수있을까.폴포트의크메르루주가자행한대량학살은그규모와잔혹함에있어서도히틀러에버금가는것이었다고하지않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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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사내가순백의아오자이를얇게오려내어삶은듯한국수면을한움큼집어들었다.길쭉한대나무그릇에면을넣어서끓는물속에잠깐담갔다가꺼냈다.살짝물기를뺀뒤한사람이먹을만큼씩을고운빛깔의사발에연신담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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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옛적에,적들이이곳바다로쳐들어왔다.그러자,하늘에서어미용과그새끼들을내려보냈다.용들은입에서수천개의보석을뿜어냈다.보석들은곧바다위에서거대한바위로변했다.적의배들은그바위에부딪혀지리멸렬했다.적이물러간뒤용들은모두그곳에남아있기로했다.그뒤로사람들은용들이내려온곳을가리켜‘하롱(下龍)’이라고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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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놀란표정을짓자,그는술술자신의과거를털어놓기시작했다.예상했던대로록씨는혼혈이었다.미국인아버지와베트남인어머니사이에서태어났다고했다.아버지가NBC방송국의엔지니어여서남부럽지않은생활을영위하던그의가정에어둠의그림자가드리워진건어느날아버지가자기나라로훌쩍떠나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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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은속이꽉찬친구였다.그는‘옌바이’라는도시에서고등학교를졸업하고혼자서박하로왔단다.일찍이뜻한바가있어학교에서배운짧은영어를밑천삼아투어가이드로나섰다.물어보나마나,본의꿈은십중팔구자신의투어사무실을여는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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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여직원을향해싱긋웃어주고는호텔을나섰다.버스를기다리면서나는지난일들을하나씩곱씹어보았다.그러고보니,내가잘한일이라고는하나도없었다.공원에서젊은공안에게겁없이대든일이나,여관에서숙박부를쓰지않은일이나모두변명의여지가없는행동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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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우리는베트남이란나라를잘알지못한다.애써알려고도하지않는다.양국간의교류는한쪽으로기울어진저울추와도같다.베트남은드라마와K팝등을앞줄에세워한국의문화를받아들이고있는반면에한국은베트남의문화를소개하는데상대적으로너무인색한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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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곳곳에서는새들이쉴새없이노래했다.보물찾기를하듯찾아세어보니새장이무려다섯개나되었다.모두시장에서사온거란다.좀처럼달아나지않는시름을잊고자이집의주인은저렇게많은새들을키우고있는건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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썩내키지는않았지만,나는그녀의제안을받아들였다.하이반고개에빨리가고싶어서나는안달이나있던참이었다.여자가운전하는오토바이뒷자리에오른다는게살짝자존심에금이가는일이긴하나,그래도남자들보다는조심스럽게운전할것이라믿고그잘난자존심은잠시내려놓기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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