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공자들이 최초로 직접 소개한 노벨문학상 수상자와 작품 들
이런 기본적인 목표 아래 이 책은 먼저 노벨문학상 수상작들을 학문 분야별로, 즉 문학, 역사, 철학으로 분류했다. 이와 함께 문학작품을 중심으로 소설, 희곡, 시, 역사, 철학 등의 장르로 재분류하고, 다시 장르마다 시대별로 작품을 배치하여 독자들이 수상자들의 작품을 장르별·시대별로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고자 했다. 특히 작품에 대한 체계적인 정보를 원하는 독자들을 위해 국내 번역서 목록도 1901년부터 연표를 작성해 실었다. 해마다 노벨문학상 수상작에 대한 관심이 높은 국내 독자들에게 흥미로운 작가 소개와 유용한 작품 소개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
김규종,기영인,김소임,김영민,김영주,박병덕,변춘란,소명선,송병선,오보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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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책을내면서
제1부소설
아나톨프랑스의『페도크여왕의통닭구이집』
-삶과사랑그리고문학의공간
이규현·서울대불어불문학과강사
펄벅의『대지』
-중국농민의초상
허정애·경북대영어영문학과교수
보리스파스테르나크의『지바고의사』
-시대와불화했던러시아지식인의운명과사랑
김규종·경북대노어노문학과교수
장폴사르트르의『구토』
-사람들의오만과사물들의반란
오은하·연세대불어불문학과부교수
미하일알렉산드로비치숄로호프의『고요한돈강』
-카자크비극의현장성을담은대서사
변춘란·번역가
가와바타야스나리의『설국』
-비현실의공간과상징적미의세계
정향재·한남대일어일문학전공교수
알렉산드르솔제니친의『이반데니소비치의하루』
-자유를향한몸짓과역사의불안
이강은·경북대노어노문학과교수
하인리히뵐의『여인과군상』
-“살만한나라,살만한언어”
정인모·부산대독어교육과교수
가르시아마르케스의『백년의고독』
-마술적사실주의의효시이자백미
송병선·울산대스페인중남미학과교수
윌리엄골딩의『파리대왕』과『자유추락』
-작가의자기출몰
이석광·경상국립대영어영문학부교수
토니모리슨의『빌러비드』
-미국노예제에대한반성을통한인종적화해모색
한재환·경북대영어영문학과교수
오에겐자부로의『만엔원년의풋볼』
-폭력으로점철된일본의근현대사재조망
소명선·제주대일어일문학과교수
귄터그라스의『양철북』
-현실과환상의변증법으로그려낸20세기독일역사와소시민사회비판
박병덕·전북대독어교육과명예교수
가오싱젠의『영혼의산』
-나를찾아가는여정
기영인·경북대미주유럽연구소전임연구원
오르한파묵의『내이름은빨강』과『순수박물관』
-문학과타예술장르와의경계허물기
이난아·한국외국어대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강사
르클레지오의『조서』와『사막』
-문학이라는꿈,시적모험,관능적희열을향한도주의몸짓
오보배·강원대불어불문학전공교수
스베틀라나알렉시예비치의『전쟁은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와『체르노빌의목소리』
-유토피아의붕괴와작은인간의목소리
윤영순·경북대노어노문학과교수
가즈오이시구로의『남아있는나날』
-‘영국보다더영국적인’영국과세계주의문학
김영주·서강대영문학부교수
제2부희곡
사뮈엘베케트의『몰로이』와『고도를기다리며』
-존재에대한반추
김소임·건국대영어문화학과교수
해럴드핀터의「생일파티」,「마지막한잔」,「축하파티」
-정치성과성정치성사이에서생성된정치극
정문영·계명대영어영문학과명예교수
제3부시
W.B.예이츠의「호수의섬이니스프리」
-자연과동화되는삶에서지혜와평화를갈망하다
윤일환·한양대영어영문학과교수
이오시프브로드스키의『존던에게헌정하는대(大)비가』
-정치적아웃사이더의철학적순례
이대우·경북대노어노문과교수
셰이머스히니의『어느자연주의자의죽음』
-현실의비전으로서의응시의연단과예술적재현
김영민·동국대영어영문학과명예교수/항주사범대석좌교수
루이즈글릭의『야생붓꽃』
-상처에서피어난시의언어
정은귀·한국외국어대영미문학문화학과교수
제4부역사·철학
테오도르몸젠의『로마사』
-문학과역사내러티브의교차와맞물림
최호근·고려대사학과교수
앙리베르그손의『창조적진화』
-물질을가로지르는생명의불꽃
주재형·단국대철학과교수
미주
참고문헌
노벨문학상수상자연표
-책의구성과내용
제1부소설
아나톨프랑스의『페도크여왕의통닭구이집』:삶과사랑그리고문학의공간
-이규현·서울대불어불문학과강사
1921년프랑스의노벨문학상수상작가인아나톨프랑스는독서가이면서드레퓌스사건당시에밀졸라와함께대표적인비판적지식인의대열에합류한참여지식인이자사회주의자다.박학,재치와비꼼,사회정의에대한열정,명료한고전적문체로생전에는이상적인프랑스문인으로추앙을받았다.『페도크여왕의통닭구이집』도제도와도덕,또한탐욕스러운성직자,수다스러운박학자등모든것을비꼬고조롱한다.
펄벅의『대지』:중국농민의초상
-허정애·경북대영어영문학과교수
펄벅은1938년중국여성농민을다룬소설『대지』로미국여성작가로는처음으로,미국작가로선세번째로노벨문학상을받았다.노벨문학상위원회는수상이유에대해“인종을분리하고있는큰장벽을넘어인류상호간공감을나누는데선구적인역할을한주목할만한작품들과위대하고생동감있는언어예술을창조하려는인간의이상을향한노력”때문이라고하면서아울러구체적인작품으로는“중국농민의삶에대한풍부하고충실한서사시적인묘사와전기체의걸작”즉,소설과전기라는두가지종류의문학장르를거론하고있다.
보리스파스테르나크의『지바고의사』:시대와불화했던러시아지식인의운명과사랑
-김규종·경북대노어노문학과교수
현대러시아의시인이자소설가로1958년노벨문학상을받은보리스파스테르나크는한국독자에게도친숙한편이다.친숙한이미지의근원이전쟁과혁명그리고역사와사랑을바라보는주인공의복잡다단하고입체적인관점을담은장편소설『지바고의사』를통해서라기보다는데이비드린감독의1965년할리우드영화「닥터지바고」의영향이클것이다.『지바고의사』는스탈린격하운동이시작된1956년출간됐지만,동서냉전속에서정작소련에선출간이불허되었다.이듬해이탈리아를시작으로1958년18개언어로번역되고노벨고르바초프시절인1987년출간금지가풀렸지만자신은이념적갈등과정신적인혼란속에1960년세상을떠났다.이데올로기를넘어원작에담긴문학적?예술적향수와성취,그리고시대를관통하는통찰력과인간내면을풀어가는작가의솜씨에매료된것은데이비드린감독만은아닐것이다.
장폴사르트르의『구토』:사람들의오만과사물들의반란
-오은하·연세대불어불문학과교수
장폴샤르트르는1964년『구토』로노벨문학상수상자로발표됐지만수상을거부했다.거절은수상보다더큰반향을일으켰다.거절의이유는냉전시기한쪽진영과동구권체제에저항하는작가들에게만노벨상의국한되어“작가는제도화되어서는안된다”는신념에위배되며,자신이언제나공식적인영예를거부해왔다는두가지였다.『구토』는주인공의광기를다루지만사실은작가자신의심리적문제를해결하려는투쟁이었지도모른다.사르트르는문학적?철학적으로는알베르카뮈와함께실존주의작가로평가됐다.철학자와문학가로양립하면서샤르트르는젊은이들의우상이었다.
미하일숄로호프의『고요한돈강』:카자크비극의현장성을담은대서사
-변춘란·번역가
미하일숄로호프는사회주의권작가로선여러모로독특하다.1925∼1940년에걸쳐쓴대하소설『고요한돈강』으로사회주의혁명시대의숱한독자를매료시키면서젊은시절에‘사회주의적문호’의반열에올랐다.1965년노벨문학상수상은그정점이었다.냉전기소련에서노벨문학상을받은보리스파스테르나크나알렉산드르솔제니친과달리숄로호프는냉전속에서양진영모두에서공인을받았다.소련의노벨문학상수상자가운데유일하게소련공산당의공식승인을받은작가로남았다.소설의배경인돈강유역의광활한초원은돈카자크가20세기초까지자신들의독특한전통을지키며살아왔으며작가자신의정체성과관련이있다.그는혁명초기프롤레타리아문학과결이다르다는지적을받으면서독자적인재능을인정받았다.
가와바타야스나리의『설국』:비현실의공간과상징적미의세계
-정향재·한남대일어일문학전공교수
1968년도노벨문학상을받은가와바타야스나리는일본인으로는처음노벨문학상을받았다.스웨덴한림원은노벨문학상선정이유로“일본인의마음의정수를뛰어난감수성으로표현한서술적기교의탁월함”을꼽았다.“국경의긴터널을빠져나오자설국이었다”는소설의첫문장은두고두고감각적인문체의전형으로꼽혀왔다.어려서겪은육친의연이은죽음으로인한공포,대학시절사귀던여성의파혼통보로인한상처는가와바타를평생따라다닌그림자였다.패전뒤에는일본의전통미,일본의문화,일본인의감성을느낄수있는작품들을다수발표하면서‘고전회기’의시기를보냈다.사물의존재그자체,또는도덕과허무를뛰어넘은세계가가와바타문학의궁극적인종착점이었다고할수있다.서구사조의도입과함께일본문학의세계화에도기여했다는평가다.
알렉산드르솔제니친의『이반데니소비치의하루』:자유를향한몸짓과역사의불안
-이강은·경북대노어노문학과교수
알렉산드르이사예비치솔제니친은“러시아문학의불굴의전통인도덕적힘을계승”했다는평가를받아1970년『이반데니소비치의하루』로노벨문학상을받았다.이반부닌,보리스파스테르나크,미하일숄로호프에이어러시아문학가로서는네번째수상이었는데솔제니친은,출국을하는것은가능해도귀국은허락하지않겠다는당국의압박에시상식에참석하지못했다.대신스웨덴한림원에보낸수상강연에서“예술과문학이구원의힘을가지고있지만,우리는마치귀한것을손에쥐고도그쓰임새를모르는사람들처럼그진정한가치를제대로평가하지못하고있다”고비판했다.솔제니친은예술속에구현된미가사람들사이의가치대립과파멸적분열을극복하고세계를구원할수있다고강조한다.예술적창조자는거짓을이기는힘을가지고있기때문이라고설명한다.수상작은솔제니친자신이겪었던오랜투옥과탄압의경험을담았다.아이러니컬한것은현대사의질곡속에서이러한고난의삶을살던솔제니친이권력의폭력과악에대해분노하는대신문학과예술에의한세계의구원이라는다소신비주의적이고미학주의적인기대를품었다는것은의외이자다소‘순진한’모습으로까지비친다.하지만이러한그의호소는오히려더욱강렬해보인다.
하인리히뵐의『여인과군상』:“살만한나라,살만한언어”
-정인모·부산대독어교육과교수
독일전후문학을대표하는작가하인리히뵐은1972년에『여인과군상』으로노벨문학상을받았다.이작품은뵐의작품을총정리하는대작으로평가받는다.하인리히뵐은제2차세계대전때참전했다가동부전선과서부전선에서부상과질병에시달렸지만살아남았으나큰아들을폭격으로잃었다.이런경험은1968년프라하를방문했다가‘프라하의봄’을목격한것과함께뵐의작품세계에상당한영향을미쳤다.이는작가의사회참여의지로이어졌다.뵐은전후서독사회가경제재기에만치중해사회에서인간성이사라지는것을안타까워하며독일인의양심을일깨우는일에자신의작가정신을아낌없이쏟아부었으며,솔제니친과김지하시인의구명운동에나서기도한실천적문학인이다.
가르시아마르케스의『백년의고독』:마술적사실주의의효시이자백미
-송병선·울산대스페인중남미학과교수
남미콜롬비아의작가인가르시아마르케스는20세기후반세계문학의대표자로통한다.‘20세기의세르반테스’라고불리며스페인어권의가장위대한작가로우뚝섰다.살만루슈디와토니모리슨,주제사라마구화함께‘마술적사실주의’라는현대예술사조를이끌었으며그최고봉에자리잡았다.1967년에출간된대표작『백년의고독』은전세계독자를사로잡은‘세계화’된소설이자현대의고전으로평가된다.1982년노벨문학상을수상에영향을준작품이다.그의‘마술적사실주의’와‘스토리텔링’기법은20세기후반의세계문학에큰영향을끼쳤다.복잡하고실험적인경향으로일반독자의외면을받던세계문학은마르케스의작품덕에새로운활기를찾았다.고전이나대작이어렵고심각한게아니라진지함과장난의경계를허물면서정치·사회·경제적문제들을문학적상상력과결합해재미있게풀어나갈수있음을보여주었다.
윌리엄골딩의『파리대왕』과『자유추락』:작가의자기출몰
-이석광·경상국립대영어영문학부교수
윌리엄골딩은1983년『파리대왕』으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윌리엄골딩은자기모순적인인물이다.그는보편상식이나인습을인식하고따르면서도불편한감정을늘가지고있었다.이러한모순적성향이그의창작력을촉발시켰으며,그의소설의구성에깊이배어있어서골딩은작품창작에서그틀을벗어나지못했다.과학적합리성과감성의갈등,종교적감성이배어난불가지론적갈등,그배면에있는자신을포함한인간에대한불신과인간악의횡행을묘사하고자하는욕구를억누를수없었던것이다.그는내적인자아와싸우면서늘상념에사로잡혀있었고,끓어오르는불안과염려,불만등이엄습해오는순간을경험했다.이런복잡한내적경험이『파리대왕』과『자유추락』으로이어진것으로보인다.
토니모리슨의『빌러비드』:미국노예제에대한반성을통한인종적화해모색
-한재환·경북대영어영문학과교수
토니모리슨은1993년『빌러비드』로노벨문학상을받았다.『빌러비드』는미국노예제동안생긴상흔이노예제가끝난후에도지속되어그희생자들의괴로움뿐만아니라그선조들의고통을다시소환하는복잡하고스펙트럼이넓은시대적배경을보여준다.그러나노예제도의참상뿐아니라식소와같은용감한노예의저항적삶과강렬한사랑,흑인공동체에서일어나는내부갈등,즉시기와질투그리고용서와자비의문제도다루고있다.또한백인노예주중에서도인자한백인과학교선생과같은사악한백인그리고노예제도를거부하고폐지운동을위해힘쓰는인물들도자세히다루면서잘못된제도속에서갈등하는여러인간군상들의모습을그려내고있다.그러면서모리슨은흑인과백인모두에게노예제를잊어서는안된다는중요한메시지를전달한다.
오에겐자부로의『만엔원년의풋볼』:폭력으로점철된일본의근현대사재조망
-소명선·제주대일어일문학과교수
오에겐자부로는1994년『만엔원년의풋볼』로일본에서두번째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만엔원년의풋볼』에대해,철학자이자문예비평가인가라타니고진은폭력적인피가흐르고있는네도코로집안의100년의역사는일본근대사그자체를의미한다고한다.또한네도코로혈족의폭력적인것의계보가모두아시아와관련되어있음을지적하면서,오에겐자부로는전후일본의담론공간에서금기시되었던제국주의와아시아주의를둘러싼담론을소설의영역을통해서해방시키고자한것으로해석하고있다.그의작품은언제나현실적인문제와결부되어있고,현대사회뿐아니라인류의미래문제로연결되어인간회복과인류구원의비전을제시한다.
귄터그라스의『양철북』:현실과환상의변증법으로그려낸20세기독일역사와소시민사회비판
-박병덕·전북대독어교육과명예교수
귄터그라스는1959년발표한『양철북』으로1999년노벨문학상을받았다.노벨문학상심사위원장호라스엥달은축사에서“『양철북』은20세기독일소설의재탄생을의미한다”며“그라스는미학적으로나정치적으로나일체의금기를넘어섰고,모든기대를뛰어넘었다”고칭찬했다.현실에비판적으로참여하는양심적지식인의역할을충실하게해온그라스에게정치는‘이성에호소하는영역’이었고,문학은상상력을토대로한‘환상적리얼리즘의영역으로서로구분됐다.귄터그라스는어린시절나치즘때문에고통스러운체험을하면서이른바‘불에덴아이’가되었다.이때문에그는이데올로기때문에목숨을잃은수많은재능있는사람을대신해서글을쓴다는의식을잊지않았으며,독일내의온갖정치?사회적현안에대해항상이의를제기하고해결을위해맞서는‘전투적지식인’으로활동했다.
가오싱젠의『영혼의산』:나를찾아가는여정
-기영인·경북대미주유럽연구소전임연구원
가오싱젠은1940년중국에서태어났지만1988년정치적인문제로프랑스에망명해1998년프랑스국적을얻었다.『영혼의산』으로2000년중국어권작가로는처음으로노벨문학상을받았다.프랑스에서는훈장을주었지만중국에서그의작품은금서로지정되었으며,노벨문학상수상자선정을비난했다.그는노벨문학상수상소감에서“문학이가능하지않던시기에비로소문학이얼마나근본적으로필요한것인지깨닫게됐다”고술회했다.가오싱젠은『영혼의산』에서이야기나인물?배경묘사없이의식의흐름이나2인칭서술같은실험적인기법을동원했다.
오르한파묵의『내이름은빨강』과『순수박물관』:문학과타예술장르와의경계허물기
-이난아·한국외국어대터키·아제르바이잔어과강사
2006년노벨문학상을받은터키(튀르키예)작가오르한파묵은신작소설을발표할때마다새로운형식과기법을선보인것으로명성을얻어왔다.기존소설의틀을의도적으로해체하는동시에자신이기존에선보인소설형식이나기법을다른소설에똑같이사용하지않기위해고민해왔다는평가다.그의고민은서구의포스트모더니즘이론과맞닿아있다.그는자신의작품에포스트모더니즘의여러기법을적용시켜소설자체의다양성을가능하게하고소설의외연을넓혀왔다.오르한파묵의작품에서포스트모더니즘의여러기법이총망라되어실용화된사례는숱하게발견할수있다.소설장르는서양에서전래된것이지만오르한파묵은서양의새로운기법을수용하여터키의역사와이스탄불의현재를담아소설을완성해왔다.이는동·서양문화의절묘한만남의소산이다.동양문화의장점과서양문화의장점을고루취해이를슬기롭게결합해창조해낸결과물이라고할수있다.
르클레지오의『조서』와『사막』:문학이라는꿈,시적모험,관능적희열을향한도주의몸짓
-오보배·강원대불어불문학전공교수
2008년스웨덴한림원은그해의노벨문학상수상자로『조서』와『사막』을쓴프랑스설가르클레지오가선정됐다고발표하면서“새로운출발,시적모험,물질적도취의작가,지배문명너머또그아래에서인간을탐사한작가”라는찬사를보냈다.다양한변화를거듭하면서도한결같은신념을바탕에둔르클레지오의문학세계를절묘하게압축한표현이다.르클레지오는최근까지‘노매드’의삶을유지하고있으며,수많은여행은작가르클레지오와그의문학의탄생에중요한밑거름이되고있다.그는타자의문제와자전적글쓰기라는두기둥을바탕으로서구문명에대한반성과성찰을시도한다.
스베틀라나알렉시예비치의『전쟁은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와『체르노빌의목소리』:유토피아의붕괴와작은인간의목소리
-윤영순·경북대노어노문학과교수
벨라루스작가스베틀라나알렉시예비치는2015년‘목소리소설’이라는새로운장르를개척해소비에트와포스트소비에트시기의비극적사건을새로운관점에서서술한다는평가를받으면서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노벨상위원회는“작가의다성악적글쓰기,우리시대의고통을담아낸기념비적문학과용기”를노벨상시상이유로발표했다.알렉시예비치는기존의문학장르와변별되는독특한글쓰기방식과첨예한역사인식,적극적인정치적입장의표명으로많은독자와비평가들의관심을끌고있다.『전쟁은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와『체르노빌의목소리』는바로그가시도한목소리소설들이다.
가즈오이시구로의『남아있는나날』:“영국보다더영국적인”영국과세계주의문학
-김영주·서강대영문학부교수
2017년10월스웨덴한림원노벨상위원회는그해노벨문학상수상자로일본계영국작가인이시구로가즈오를선정했다.가디언에따르면노벨상위원회는1982년첫소설『희미한언덕풍경』부터2015년에발표된『파묻힌거인』에이르기까지일곱편의장편소설로이시구로의소설이“위대한정서적인힘”으로우리가“세계와연결되어있다”는환상과“그아래의심연을드러낸다”는것을선정이유로꼽았다.이러한평가는한마디로아우를수없을정도로깊고다채로운이시구로의문학적특징을잘포착하면서그의소설에일관되게내재한독특한상상력과주제의식을잘보여준다.
제2부희곡
사뮈엘베케트의『몰로이』와『고도를기다리며』:존재에대한반추
-김소임·건국대영어문화학과교수
1969년에노벨문학상을수상한사뮈엘베케트는이방인으로통했다.인구의90퍼센트가가톨릭교도인아일랜드더블린남쪽에서개신교도로성장했다.그의작품세계를지배한고독,소외,분열,단절은이런어린시절에서비롯했을것이다.모교의대학교수로일했지만그는1931년대학에사표를내고괴로운6년을거친뒤1937년프랑스로이주했다.이방인의경력이다.제2차세계대전중레지스탕스에가담했다가살아남았다.그뒤1949년희곡『고도를기다리며』와소설『몰로이』,『마욘죽다』를프랑스어로썼다.모국어인영어로글을쓰면스타일에집착하게될것을경계해불어로작품을쓴것이다.1969년노벨상수상뒤에도예술실험을계속했다.소외와이방인그리고실험의예술가인셈이다.
해럴드핀터의「생일파티」,「마지막한잔」,「축하파티」:정치성과성정치성사이에서생성된정치극
-정문영·계명대영어영문학과명예교수
사뮈엘베케트와더불어부조리극으로명성이높은해럴드핀터는「생일파티」,「마지막한잔」,「축하파티」등희곡으로2005년노벨문학상을받았다.영국런던의이스트엔드에정착한유대인이민자집안에서태어나북부해크니에서성장한핀터는청소년기에제2차세계대전의피란과대공습으로인한공포와불안,좌절감을생생하게경험했다.이런성장과정은어떤체제도지지하지않는‘반대자(dissenter)’로서의핀터의문학관을형성했다.심지어열두살에유대교도거부했다.핀터의배우와극작가로의수업시대인1950년대를배경으로한자전적소설『난쟁이들』에등장하는유대인청년들,특히냉소적인마크길버트를보면해크니시절“본능적아웃사이더”였던핀터의모습을발견할수있다.
제3부시
W.B.예이츠의「호수의섬이니스프리」:자연과동화되는삶에서지혜와평화를갈망하다
-윤일환·한양대영어영문학과교수
윌리엄예이츠는1923년노벨상위원회로부터“고도의예술적인양식으로전체나라의영혼을표현한,영감을받은시”라는평가를받으며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호수의섬이니스프리」는자연과동화되는삶에서지혜와평화를갈망하고있다.그는작품에서끊임없이자신에대해말한다.그에게작품과생애는쉽게나누어지지않는다.1890년대예이츠는지상에뿌리를둔경험의삶을넘어서는미학적삶을추구한다.빅토리아시대중산층의삶을경멸하고,과학,산업화및물질주의에대해불신하며,변덕스러운삶보다영원한예술을중요시한다.또한예술작품이도덕성이아니라전적으로작품의완성도에의해평가되어야한다는신념을갖고있었다.
이오시프브로드스키의『존던에게헌정하는대(大)비가』:정치적아웃사이더의철학적순례
-이대우·경북대노어노문학과교수
1987년『존던에게헌정하는대(大)비가』로노벨문학상을받은이오시프브로드스키는다중정체성을보유한다.유대인이며,러시아시인이자,미국의에세이작가다.그는영어로시를쓰면서도자신을이중언어의시인으로생각하지않고영작시를차라리하나의게임처럼여겼으며,언어적으로나문화적으로러시아인이었다.브로드스키는20세기러시아문단에소비에트권력이만들어낸망명문학이라는기이한문학현상속에서그희생자이자대표작가로자리잡고있다.그의시는주변적일상에서출발하는작품유형이많지만,당시소련시인들에게는매우낯선비러시아적요소로넘치는형이상학시유형이대부분을차지한다.
셰이머스히니의『어느자연주의자의죽음』:현실의비전으로서의응시의연단과예술적재현
-김영민·동국대영어영문학과명예교수/항주사범대석좌교수
북아일랜드의벨파스트에살던셰이머스히니는1972년‘피의일요일’사건이후남쪽의아일랜드공화국으로옮겨시를썼고,아일랜드공화국으로이주한지23년뒤인1995년에『어느자연주의자의죽음으로“일상의기적과살아있는과거를찬양하는서정적아름다움과윤리적깊이의작품”이라는상찬을받으며노벨문학상을수상했다.그의시세계는북아일랜드의사회적·정치적인동요와소용돌이를목격한뒤시적인현실의비전을재현하여아일랜드그리고전세계적으로숭고한어둠을파헤쳐메아리쳐울리게하고있다.
루이즈글릭의『야생붓꽃』:상처에서피어난시의언어
-정은귀·한국외국어대영미문학문화학과교수
2020년노벨문학상을받은루이즈글릭은120년이넘는노벨문학상의긴역사에서여성시인으로서는1996년폴란드의비스와바쉼보르스카에이어두번째수상자다.스웨덴한림원은“꾸밈없는아름다움을갖춘확실한시적목소리로개인의존재를보편적으로그려냈다”고평가하면서명징함을특징으로하는글릭의시세계를높이평가했다.“꾸밈없는아름다움”을갖춘시라는말은시에드리워진온갖오해들,가령수많은언어적장식과기교가동원되는아름다운형식이라는오해를풀고시가무엇인지에대해다시생각하게한다.어려운단어가없고소박하고단정한글릭의시는자기내면의어둠과이세계의불행들을고요히응시하면서,그응시를먼신화의세계까지확장하여지금의현실과겹쳐놓는다.
제4부역사·철학
테오도르몸젠의『로마사』:문학과역사내러티브의교차와맞물림
-최호근·고려대사학과교수
독일의역사가이자문헌학자인테오도르몸젠이『로마사』로1902년노벨문학상을받은것은당시로서는하나의스캔들이었다.그해노벨문학상후보34명중에는톨스토이외에도이미세계적으로명성을누리던쟁쟁한거장이포함되어있었기때문이다.그럼에도노벨상선정위원회는“몸젠의『로마사』가역사서술의예술적경지를생생하게보여주는탁월한거작이기때문”이라고선정이유를밝혔다.무엇보다첫출판한지150년이지난지금까지도판을거듭하면서여러언어로번역되고애독되고있다는사실이몸젠과『로마사』의가치를잘보여준다.
앙리베르그손의『창조적진화』:물질을가로지르는생명의불꽃
-주재형·단국대철학과교수
프랑스철학자앙리베르그손은1907년출간한『창조적진화』로1927년노벨문학상을받았다.『창조적진화』는20세기초인간정신문화의높은성취를표시하는독특한저작으로,러셀,사르트르등의몇몇예외가있긴하지만베르그손이후노벨문학상을수상한철학자는거의없다.베르그손의철학은치밀하고정교한철학적사유와아름답고인상적인예술적언어이미지간의감탄스러운균형위에서있다.오늘날에는이러한균형을찾아보기어렵다는점에서『창조적진화』는20세기초인간정신문화의높은성취를표시하는독특한저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