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 코리아 : 주변화된 성적 주체들의 한국 근현대사

퀴어 코리아 : 주변화된 성적 주체들의 한국 근현대사

$35.00
Description
역사의 기록에서 소외되거나 누락된, 그리고 주변화되었던
한국 근현대사 속 퀴어들의 불안정했으나 역동적이었던 삶을 생생하게 드러낸다!
이 책은 한반도의 역사와 문화를 비규범적 주체와 퀴어 분석의 관점에서 다시 생각하기 위해, 역사학, 문학, 문화연구, 영화학, 인류학 등 다양한 학문의 각기 다른 위치에 있는 연구자(북미와 한국에서 교육받은 한국인, 백인 미국인, 한국 디아스포라, 대만 출신의 비백인) 들이 쓴 아홉 편의 글을 묶었다.
성소수자의 삶은 한국의 근대성에 대한 역사 기록에서 대부분 누락되었고, 종종 암암리에 퀴어성을 국가적·종교적·성애적/젠더적 자아의 집단적 이미지에 대한 이질적이고 위협적인 존재로 여겼다. 식민 지배 아래 근대적 민족주의에서부터 권위주의 시대의 반공주의, 현대의 신자유주의적 지구화와 난동꾼 자경주의 시대의 국가 안보에 이르기까지 어떤 방식으로 표현되든, 38선의 양쪽과 디아스포라에서의 집단적 생존을 위한 반복된 투쟁은 젠더변이와 동성애 등 비규범적인 삶의 형태를 평가절하하고 비인간화하는 경향을 보여왔다. 이 책에서는 비규범적 주체가 국가 폭력과 언론의 심문, 사회적 낙인, 문화적 소외, 경제적 빈곤에 지나치게 노출되어온 방식을 강조함으로써, 퀴어의 불안정한 존재 방식을 다룬다. 분명 개인의 젠더와 계급, 섹스, 지향, 세대, 지역 등에 따라 경험이 다르겠지만, 한국인 LGBTI들은 동성애 혐오와 트랜스 혐오, 유독한 남성성, 여성 혐오 등 주변화의 압력이 퀴어(와 다른 소외된 시민)의 심각하게 높은 자살이나 자해를 조장하는 사회 속에 살면서 무수한 장애물에 직면했다. 민주적 제도가 명목상으로 개인의 필요와 욕구를 표명하도록 하는 절차적 메커니즘을 제공하는 오늘날에도, 한국에서 LGBTI로 산다는 것은 모든 것을 아우르는 정체성을 가시적으로 드러내거나, 권리 기반의 인정 정치에 관여하는 것 이상을 수반한다.
이 책은 이러한 비규범적 섹슈얼리티와 젠더변이 들이 겪은 사회문화적 불안이 가득했던 순간을 상기시키는 역사화된 설명을 제공하며, “비규범적 표현과 욕망을 모두 침묵시키고 지우고 동화시키려는 권력의 장”에서 이들 과거의 지속적인 영향을 살펴본다. 이를 위해 면밀한 독해, 아카이브 연구, 시각적 분석 및 문화기술지적 현장 연구와 같은 학제 간 방법론을 사용하여 그동안 잘 연구되지 않은 한국에서의 퀴어성의 재현과 이러한 재현이 자주 가족 및 공동체의 이상화된 관념을 공고히 하거나 혹은 개발이나 시민권 등의 경로를 강요하는 데 착취적으로 악용되었던 과정을 추적한다. 아울러 비규범적 주체와 젠더변이에 대한 담론과 실천의 도구주의적 성격을 탐구함으로써, 민족주의적 궤도와 이와 유사한 균질화하는 권력의 작동을 진전시키는 경향을 가져온, 기존의 특권적이지만 제한적인 형태의 지식에 도전한다.
또한 이 책은 종속된 사람과 집단 들이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지배 양식을 어떻게 가로질러 왔는지 조명하면서, 오늘날 절망의 정치에 휘말린 개인과 집단에게 긍정의 힘을 불어넣는 서사를 제공하고, 새로운 형태의 친밀성, 생존을 위한 의미 있는 연대, 더 인도적인 삶의 양식을 창출할 잠재력을 제시하고자 한다.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를 배제하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오늘날 한국에서 퀴어 주체들의 역사적인 의미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고자 한다.
저자

토드A.헨리

1972년에태어나1996년조지워싱턴대학교국제관계학과를졸업하고,?1999년일본조치(上智)대학교에서국비유학생으로석사를마친후,2006년캘리포니아대학교로스앤젤레스캠퍼스(UCLA)에서역사학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콜로라도주립대학교조교수,하버드대학교?한국학연구소연구원을거쳐현재캘리포니아대학교샌디에이고?캠퍼스(UCSD)역사학과부교수로재직중이다.?저서로는『서울,권력도시:일본식민지배와공공공간의생활정치』(2020)등이있으며,한국권위주의시기(1948∼1993)퀴어역사에관한책두권을준비하고있다.2023년에는홍민키?감독과「낙원」이라는단편영화를제작했다.

목차

한국어판머리말
토드A.헨리지음/정성조옮김

감사의말
토드A.헨리지음/이호림옮김

서론퀴어코리아
-참여의장을향해
토드A.헨리지음/이호림옮김

제1부식민지와후기식민지근대성의규율할수없는주체들

제1장식민주의드래그의의례(儀禮)전문가들
-1920년대조선의샤머니즘적개입들
메로즈황지음/이시마옮김

제2장이성애제국에서퀴어의시간을이야기하기
-이상의「날개」(1936)
존휘티어트리트지음/이호섭옮김

제3장사랑을문제화하기
-식민지조선의친밀성사건과동성간사랑
첸페이전지음/백종륜옮김

제4장전시체제하의여성성과징후로서의동성애
하신애지음/정성조정리·진행

제5장여장남자가노래하는국가서사
-영화「남자기생」과1960년대한국의젠더와섹슈얼리티정치
김청강지음/이동윤옮김

제6장교훈담이된퀴어의삶
-한국권위주의시대의여성호모에로티시즘과이성애가부장주의적상상
토드A.헨리지음/차영화옮김

제2부탈권위시대의시민과소비자,활동가

제7장한국남성동성애의세얼굴
-보갈,이반,신자유주의적게이
조성배지음/허성원옮김

제8장티부(티나는부치성)피하기
-생존하기위해자신을감추는한국의젊은퀴어여성들신라영지음/부영옮김

제9장번호이동과성전환
-주민등록제도,국민국가그리고트랜스/젠더
루인지음/정성조정리·진행

미주
참고문헌
찾아보기

지은이소개
옮긴이소개

출판사 서평

이들퀴어와같은비규범적성적주체가국가폭력과언론의심문,사회적낙인,문화적소외,경제적빈곤에노출되어온사실을거의처음으로드러낸연구가시도된것은매우의미있는일이다.이책의글들은비규범적섹슈얼리티와젠더변이역시생명정치적가족주의와신자유주의적개인주의라는자본주의발전의두가지모순된힘의산물이라는것을보여줌으로써한국인들이미처생각하지못했던한국사회와근대화의역사를다른각도에서보여준다.
―김동춘·성공회대교수

이책은독자를탐정으로만든다.처음엔사건을의뢰하러탐정사무소를찾아갔지만막상탐정사무소에들어서고보니그곳엔내가그토록찾던증거들이가득하다.눈앞의종이한장을무심결에들었다가그만주저앉고만다.한국역사가이렇게흥미진진했다고?그동안주류사회는‘다이내믹코리아’를떠들어왔지만탐정이된독자들은이내눈치챌것이다.우리의역사가퀴어한삶이얼마나역동적으로엉킨‘퀴어코리아’였는지를.저자들의다양한이력과생생한연구활동이그대로담겨있기에독자들도역사의숨겨진뒷장을열어보는기쁨을만끽할수있다.독자들이탐정처럼새로운세계를만나고,자기만의답을찾을수있는책,너무나도기다렸던책이마침내우리에게왔다.
―한채윤·비온뒤무지개재단상임이사

이책의구성과내용은

제1부식민지와후기식민지근대성의규율할수없는주체들

제1장식민주의드래그의의례(儀禮)전문가들
-1920년대조선의샤머니즘적개입들

제1장은샤머니즘에대한글로,훗날한국인의본질적인정신으로묘사되었지만그동안잘연구되지않았던이민속종교가제국주의권력자와식민화된민족주의자모두의규율적상상속에서행했던역할을입증함으로써중요한지점을밝혀낸다.조선총독부경찰의감시와조선지식인의지적심문아래에서주술사와점쟁이,여성예능인의퀴어성을,영적치유의대중적관행을미신으로치부했던엘리트지배적이고남성지배적이었던식민지근대성의공식을교란하는능력으로위치시킨다.저자는식민지규율과민족주의정치의강력하지만모순된역동을폭로하는대중적무속인의전복적성격을강조하며샤먼들에게정신적/의례적행위주체라는특권적지위를부여하고,제국주의신민이자문화민족주의의상징으로서샤먼들이퀴어적근대의가능성을담고있는반규범적보고(寶庫)를창조했다고본다.

제2장이성애제국에서퀴어의시간을이야기하기
-이상의「날개」(1936)

제2장에서는민족주의적인해석을넘어서기위해,퀴어적시간(queertime)개념을적용하여이상의1936년단편소설「날개」를독해한다.저자는작품자체의분리된시간성을강조하고,이것이후기식민주의적및퀴어문체론의중층결정된중첩성을폭로한다고주장한다.또한이모더니즘소설이가지는이동적성격을중시하면서,경성역시계와같은공공의아이콘에배태된식민지근대성의이성애-선형적시간(straighttime)이식민지수도인서울과제국의메트로폴리스동경을넘나드는저자의소요하는움직임을강조하는제목인「날개」에서어떻게끊임없이변위(變位)되는지를보여준다.이러한규율할수없는실천을통해남성화자‘나’와그의아내는일제식민지지배자와조선민족주의자모두에의해제도화된권력체계인일부일처제와재생산섹슈얼리티의이성애규범적생애주기에서가까스로일탈하게된다.

제3장사랑을문제화하기
-식민지조선의친밀성사건과동성간사랑

제3장에서는식민지근대성아래에서의퀴어적표현에대해엘리자베스포비넬리의친밀성사건(intimateevent)이라는개념을차용하여20세기초반이라는격변기에생산된,친밀성사건으로서의사랑에관한공적논의와문학적재현들을살펴본다.더욱중요하게는,낭만적사랑에대한식민지적개념화에서동성간사랑이라는개념이어떻게작동했는지를살펴본다.서양에서일본을거쳐조선에도착한낭만적자유의표현은문명과계몽의근대화체제아래에서보급된성과학적틀에의해심각하게구속되었다.1910년대부터1930년대까지의한국문학과미디어재현에대한분석에서남성작가들이성과학의과학적패러다임아래에서자신들이“도착적”인것으로보게된것을회피하는방법으로동성간친밀성을정신화했다는것을보여주며,여학생들의동반자살과같은여성호모에로티시즘의해방적(또는자기논리적)으로보이는묘사가실제로는식민지근대성의(재)생산적목표의안티테제로간주된삶의궤적으로서의성인여성들의레즈비어니즘을어떻게좌절시켰는지를드러낸다.

제4장전시체제하의여성성과징후로서의동성애

제4장에서는1930년대후반과1940년대초반조선문학계의퀴어한저변을탐구한다.전시체제기황민화정책이민족적정체성에대한위협이었던것만큼이나식민지여성들이영위해왔던근대적정체성에대한위협이기도했음을지적하며,나아가제국의프로파간다의서사내부에는뜻밖에도동성연애로표상되는근대적여성성의기억/결속이‘씨스타’의형상을띤채출몰함으로써제국을향한대응의기반이되었음을보여준다.비록이러한여성동성애적관계가대중동원의정상화된명령아래에서더욱멸시되어왔지만,이러한관계는식민지말기의여성지배와주체성에대해중요한실마리를던져준다고본다.박태원의소설「미녀도」와장덕조의단편소설「행로」에서볼수있듯이,전시체제기젠더수행의주요한동인(動因)으로작용했던것은오히려과거에이들이향유했었던근대적문화에대한욕망이자,아울러이러한욕망을고수하기위하여형성된‘동성연애’의결속일수있었다.

제5장여장남자가노래하는국가서사
-영화「남자기생」과1960년대한국의젠더와섹슈얼리티정치

제5장에서는1960년대후반과1970년대초반의B급영화들,이인기있지만덜연구된장르에주목해당대코미디영화에등장하는여장남자가냉전체제한국대중문화의반헤게모니적기저를어떻게노출했는지보여준다.박정희체제의젠더와섹슈얼리티정치는이성애-가부장적이고자본주의적인발전주의체제를확고히지지했지만,그것이표현되는방식은이데올로기에서벗어나기도했던것이다.따라서‘퀴어’또는젠더부조화적요소들을지니고있는많은1960년대젠더코미디영화들에주목해,성적정상성에기초한민족적개발이데올로기가어떻게시각매체를통해서사회와문화에침투할수있었는지살펴본다.특히심우섭감독의「남자(와)기생」(1969)이이성애규범적회복과퀴어적전복이불편하게뒤섞인해결불가능한“젠더트러블”의사례임을보여준다.

제6장교훈담이된퀴어의삶
-한국권위주의시대의여성호모에로티시즘과이성애가부장주의적상상

제6장은권위주의시대한국에서의여성호모에로티시즘의역사적의미를살펴본다.이성애가부장적인서사의정상화와여성동성애적친밀성이라는소위파괴적인하위문화사이의긴장감을드러낸다.1950년대부터1980년대까지발행된주간지와대중잡지를활용해,섹스와젠더의이분법에대한의료화된관념을기초로삼은동성결혼에대한언론보도가호기심있는폭넓은독자층을즐겁게하는강렬한이야기를생산하는동시에이들을훈계하는역할을수행했음을보여준다.이러한선정적인보도들은,비록그숫자는미미했지만여성-여성결합을한국사회의건강과부에대한위험으로규정하여,퀴어의삶을수단적으로재현하고,이를통해비순응적인주체들의삶을억누르고자했다.이러한비순응적인여성들에대한일탈과범죄,비극에대한진부한서술로채워진선정적인기사들은사회변화와문화적변동으로혼란스러운시기에이성애가부장주의와민족국가주의적결합을고취시키는데도움을주었다.

제2부탈권위시대의시민과소비자,활동가

제7장한국남성동성애의세얼굴
-보갈,이반,신자유주의적게이

제7장에서는남성동성애에대한문화기술지를구체화하면서,생명정치적가족주의와신자유주의적개인주의라는자본주의발전의두가지모순된힘이1970년대이후한국게이남성의주체성을형성해왔음을보여준다.우선,저자는한국의경제성장기를후발발전주의,자유주의,신자유주의라는세시기로구분하고,그위에‘보갈’과‘이반’,‘신자유주의적게이’라는남성동성애의세가지얼굴을배치한다.‘얼굴’이라는은유가한국게이들이지금까지거부당해왔다는지표일터인데,그들이이성애핵가족에기반을둔사회속에서인간으로서사회적인정을받지못해왔음을보여준다.유교적생명정치와도덕적가족가치체제라고부르는것이지배하는사회질서속에서게이는변태성(perversity)으로존재해온것이다.이들은이분법적젠더체제를교란하고국가가민족국가로존속할수있는바탕인부계가족의재생산을방해한다고여겨진다.하지만국민생활의기둥으로간직되어온이성애핵가족은남성이동성애적욕망을표현하고비규범적친밀성을형성하는방식을제한하는역할을해온것이다.

제8장티부(티나는부치성)피하기
-생존하기위해자신을감추는한국의젊은퀴어여성들

제8장에서는한국의LGBTI인구중더욱불안정한일부인젊은퀴어여성들의젠더화된실천과체현된주체성에대해검토한다.부르주아남성과비교했을때물질적으로지원받기위해가족구성원들에게더욱의존할수밖에없었던노동계급레즈비언여성들에게1997년IMF라는사회경제적변화가어떻게더더욱부정적인영향을끼쳤는지를보여준다.레즈비언여성에게퀴어성을공개적으로전시하는것은가족으로부터의소외와사회적거부라는낙인을찍는시선,경제적고통의불안정한경험에시달리게한다.젊은여성의비가시성에대한욕망을한국에서의동성애규범적동화나퀴어자유주의의출현을나타내는탈정치적관행으로독해하는것이아니라,이를퀴어,특히하층계급인이들의정서적·물질적안녕을계속도외시하는탈권위주의체계의문제적증상으로파악한다.젊은레즈비언들의젠더변이적인표현이이성애적표상화로현저하게변화한이유는LGBTI에대한법적보호를제공하는데실패한동성애혐오적인제도에서비롯되었다고본다.

제9장번호이동과성전환
-주민등록제도,국민국가그리고트랜스/젠더

제9장에서는주민등록증과주민등록번호를통해국민국가가젠더를두개로통제하는방식과주민등록번호의의미를둘러싼경합을읽으며,국민국가,주민등록번호그리고성별의의미를트랜스젠더의맥락에서파악하고,트랜스젠더들의호적상의성별변경이가지는의미를모색한다.조선왕조부터식민지시대까지이제도의기원을추적하면서,주민등록제도는박정희의통치기간에뿌리내렸고,공산주의의동조자로고발된개인에대한국가주도의폭력으로이어졌다고본다.이인구통제메커니즘은시간이흐르면서한국의군징병제와노동동원,가족등록,의료규제의체계와깊이뒤엉키게되었다.생물학적성이이형적이라는(그리고최근까지도,변할수없다는)관념이여전히이국가제도를구성하고있는한,남성과여성사이의엄격한경계에부합하지않은몸들은혹독한시선과다양한형태의물질적·정신적고통에직면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