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가게 이야기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구멍가게 이야기 (마트와 편의점에는 없는, 우리의 추억과 마을의 이야기가 모여 있는 곳)

$28.00
Description
구멍가게 오십여 곳의 진한 이야기가 담긴 르포르타주이자
우리 삶의 바탕이 된, 소소하지만 소중한 것들의 근현대사
정확하고 빠르고 편리하게 변해가는 세상, 구멍가게는 이제 없어져도 그만인 구시대의 추억거리에 불과한 걸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2년여에 걸쳐 구멍가게 백여 곳을 방문하고 오십여 곳의 가게 주인과 마을의 단골손님들을 인터뷰해, 살아 펄떡이는 진짜 이야기를 길어냈다. 그 과정에서 생겨난 사회문화적 맥락이나 역사적인 변천에 대한 궁금증은 각종 매체와 사료로 채웠다.
구멍가게는 택배대행, 은행, 술집, 놀이터 등 마을에서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일상의 역할을 해내는 멀티플렉스이자 주민들의 사랑방이다. 그 과정에서 서로의 소식 정보를 나누고 마을의 가치관을 전승하는 이야기판을 형성하며, 공동체와 바깥세계를 이어주는 연결점이 되기도 한다.
구멍가게가 이런 역할과 위상을 가지게 된 것은 사실 가게 주인들의 감정노동과 노련한 처세술 덕분이다. 저마다 가진 곡진한 사연을 듣고 있노라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 공감이 되기도 한다. 그렇기에 이 책은 ‘그렇게/그럼에도 삶은 계속된다’는 것을 새삼 일깨워주는 삶의 치유제이기도 하다.
저자

박혜진

누군가의인생에귀기울이는일은가치가있다.스무살무렵충북단양으로떠난학술답사에서입으로말하는이야기에처음으로감동을받았다.많이배우지도,많이갖지도못한산골노인의삶과마주하며나자신을들여다보던순간을잊지못한다.
이후문학에대한열망으로대학원에진학해고전소설을전공하면서한편으로우리옛글을문화산업에연계하는일을해왔다.그바탕에는늘이야기가있었지만성과물이나올때마다왠지모를아쉬움이남곤했다.
그러던중이야기가살아있는현장으로직접나서보자는제안을받았다.구멍가게찾아다니기는그렇게시작되었고,비로소다시이야기자체에집중할수있었다.그시간을거치면서누군가의삶에귀기울이는일이온전히내중심에자리하게되었다.
이책은혼자서마음에만간직했던감동을세상에꺼내놓는작업이다.내가느꼈던평범하지만충만한삶의이야기에많은이들도공감하기를바라면서.

목차

프롤로그:새로쓰는구멍가게

1부구멍가게는어디에있을까
1장동네안구멍가게
연산상회를찾아서|마을속으로|나는우체통뜯어가지마라그랬어|가게전화?마을전화!|
택배도되나요?|할머니의수상한거래|연산상회잇템|긍게영감앞에죽으야혀

2장길위의정류장가게
정류장옆구멍가게|코리안타임버스|와룡마을버스알리미|옥찬수퍼동광고속정류소|
사라진버스표와간판|그냥갈수없잖아|내가우리아저씨부를때는박씨아저씨야
|쉼터|구멍가게의어원

3장학교앞문방구가게
군것질천국|꼬마도둑|눈이붐빈다|구멍가게CCTV|문방구와놀잇감|
주사위를열심히굴리면착한어린이가됩니다|학교앞작은학교|밤은없고낮만있으믄쓰겄다

2부구멍가게가걸어온길
4장마을공동가게에서구멍가게로
새로운발견|구판장에서점방으로|잘사는마을의조건|공동구매의원조,부녀회가게|
문밖으로나온여성,부인상회|잘되는가게의비결|36.5℃마을정보통|창살없는감옥이야

5장구멍가게는어떻게살아남았을까
야속한관계,모기|구멍가게잔혹사|아름다운상생|변신의귀재,농협마트|외길인생,구멍가게|
구멍가게에는있고농협마트에는없는것|왕자네가게와피아노
|쉼터|슈퍼마켓의역사

6장구멍가게의변신,이름으로말하다
슈퍼인가편의점인가|겉다르고속다른태양수퍼|변화의현장,장성군북하면약수리|
막다른골목,슈퍼에서마트로|유통의새바람,편의점|구멍가게,그다음장|늦게찾아온봄
|쉼터|사라진구멍가게

3부구멍가게들여다보기
7장구석구석클로즈업
시간은쌓인다|숨은공간찾기|유리문진열장과잠금장치|여럿이함께|나만의비밀번호|
그들만의포스트잇|홍보는셀프|DIY술탁자|맨날이사만했제,비워주라그름비워주고
|쉼터|구멍가게와부업의세계

8장눈깔사탕에서컵라면까지
오래된히트상품|옷만없고모든게다있는거여|하나물고십리가는눈깔사탕|007돈사탕을찾아라!|
구멍가게1세대과자|새우깡은현금판매합니다|정(情)의한류,초코파이|석빙고아이스케?과칠성사이다|
라면전성시대|그리고문명이,문화가,신비가있었다

9장담배와함께한육십년
구멍가게아이콘|담배,상품이상의상품|구멍가게가곧담배가게|담배는어떻게공급되었을까|
약국에서담배를?|잘나가도함께,못나가도함께|담배외전|서울처녀의냉장고|담배가맺어준인연|
아구발없으면이장사못해요
|쉼터|우리담배의변천사

4부구멍가게,치열한삶의현장
10장구멍가게,주막을품다
소문난술안주|하루세번술참|흙묻은장화|키핑도되나요?|첨에는독아지다부서서팔았지|
행운을소주뚜껑속에서|풍류주막|트러블메이커|술팔아번돈은귀신도맘대로못쓸거예요
|쉼터|구멍가게와나눔

11장구멍가게와쩐(錢)의전쟁
돈때문에울고돈때문에웃고|갈등의씨앗,외상장부|삼태마을다이어리|개구쟁이석이의외상|
속이쓰려간이녹는다|어쩔것이여냅둬|애증의화투판|놀이와노름사이|
긍게여자도강하믄다그러고살아,남자지지않애
|쉼터|구멍가게와셈

12장구멍가게에서찾은삶의무늬
살아온일을생각하믄아실아실해|나도가이내때는웃는게인사였어|우리동네멀티플렉스|
너와나의연결고리|곽속에들어도큰소리하지마라|내가그?게고생을타고난사람인갑서라|
남도나처럼,나도남처럼|비를기다리는사람들

에필로그:숙제를마치며

구멍가게목록

출판사 서평

정확하고빠르게변해가는세상에서
사람의시간을찾다

하루가다르게더욱더정확하고빠르고편리하게변해가는세상.이제는기술의진보와변화가우리의편의를넘어선느낌마저들고,도리어그를따라가지못하는것같아조급하고불안하기까지하다.‘아날로그’와‘레트로’가유행하는것은아마그때문일것이다.잠시나마세상의속도에서한발물러나여유있고넉넉하게‘사람의시간’을가지고픈마음말이다.2021년봄에tvN에서방영하고있는〈어쩌다사장〉역시그런욕구에부응한프로그램이다.사십대이상이라면으레갖고있을동네구멍가게에대한추억을자극하면서힐링의시간을제공하는것이다.
그런데구멍가게라는공간이그저구시대의추억거리에불과한걸까?이런의문을가진지은이들은그에대한답을찾고자우리의일상속에서구멍가게가있어온모습,구멍가게가짊어져온역할들을되짚어보고싶었다.이렇게시작된‘구멍가게답사프로젝트’의결과물이자,이를바탕으로얻은새로운생각들을담은것이바로이책《구멍가게이야기》다.

구멍가게의진짜이야기는어디에있을까?

구멍가게를바라보는세간의시각은크게두가지다.하나는경제적측면에서몰락해가는골목상권의일부로보는시각이다.변화하는유통환경의대표적인피해자로구멍가게를꼽곤하는것이다.또다른시각은,구멍가게를우리일상의일부로기억하며따뜻했던행복이서린한편의동화같은추억으로보는것이다.
《구멍가게이야기》의지은이박혜진,심우장은여기에구멍가게의인문학적존재방식을더해좀더입체적으로구멍가게를조명하고싶었다.그해법은다름아닌사람살이에서찾을수있다.일정하게거리를둔타자의시각이아니라,주인공들의목소리에귀기울이는것이다.그래서생각해낸최적의방법이현장속으로직접들어가보는것이었다.
그전부터인터뷰등을통해마을사람들의‘이야기’를아카이빙하는학술활동을해왔던지은이들은,그렇게잘세팅된‘공식적’인활동으로는사람들의진솔한이야기를끄집어내기어렵다는문제의식을공유했다.그래서공적인지원을받지않고시골마을을돌며구석구석숨은구멍가게를예고없이찾아다녀보기로마음을모았다.

구멍가게오십여곳의진한이야기가담긴르포르타주이자
우리삶에바탕이된,소소하지만소중한것들의근현대사

구멍가게현지답사는2011년11월부터2014년6월까지진행되었다.답사지역은전라남도로한정했는데,비교적변화가느린농촌에는아직마을공동체가살아있어서오래된가게가남아있을가능성도크다고판단했기때문이다.그렇게전남지역22개시군에위치한구멍가게백여곳을방문했다.마을공동체의일원으로마을과일상을함께해온가게라야의미가있기때문에이삼십년이상한자리를지켜온가게에주목한결과,최종적으로오십여곳에서가게주인과단골손님을대상으로깊이있는인터뷰를할수있었다.그렇게날것그대로의펄떡이는진짜이야기를모을수있었다.
그렇게시간이쌓이자어느덧구멍가게는막연하게그렸던처음의모습과많이달라져있었다.닳아빠진문턱에스민숱한사람들의발걸음,찌그러진막걸릿잔에밴이야기들이구멍가게가단순히아름다운서정이아닌핍진한생활의현장임을말해주었다.그러한과정을반복하는중에또다른많은의문과공백이생겨나기도했는데,주로구멍가게의현재를있게한이전의사회문화적맥락이나역사적인변천에관한것들이었다.이런문제는다양한기사와사료를조사하고정리하면서채워나갔다.

택배,은행,술집,놀이터…우리동네멀티플렉스

구멍가게는단순히물건만파는곳이아니다.우체국ㆍ택배업체와마을을이어주는운송대행사,외상은물론돈을빌려주기도하는마을은행,마을입구에서버스를기다리는정류장,아이들의놀이터이자어른들의놀이판,안주가무상ㆍ무한리필되는술집등,마을공동체의구심점이자연결점으로서다양한역할을하고있었다.
이처럼구멍가게는마을의멀티플렉스적기능을수행하는데,그모두를아우르는가치가있다.바로마을공동체에이야기판을제공한다는것이다.주민누구나스스럼없이들르는곳이다보니마을의‘사랑방’이되는데,이를통해서로의소식과정보를공유하고나아가마을의규칙과가치를유지하고전승하는장이된다.
구멍가게가마을공동체라는네트워크의중심인셈인데,공동체내의다양한관계들이연결되는지점인동시에외부세계와의연결이이루어지는네트워크의결절점,즉허브(hub)라고할수있다.그덕분에마을은닫힌공동체에머무르지않고외연을확장할수있었다.
구멍가게의이러한역할과위상은,감정과이성을적절히통제하며중심과주변,사람과사람사이의경계에서아슬아슬한중간자의역할을잘해왔기때문에가지게된것이다.그렇게되기까지가게주인은마을공동체의일원에속하면서도거기에서늘한걸음떨어져있는주변인이어야했다.

“뭐든지소식정보를들으려면여기를와.여기를한일주일간빼먹잖아?그러면마을에서초상나도몰라.오늘뭐결혼식있어도모르고.여기서정보가흘러가고정보가나오고.여기와서아저씨들이‘오늘은뭔일없어요?’물어.며칠안온사람은뭔일있었냐고묻고.옛날에이장님들도오면오늘죽산일보,죽산소식뭐냐고그러고.”
-담양〈영천리구판장〉주인아주머니(163쪽)

“잘해준것없어.잘해준것이아니라내가더잘해부러.저가농협있잖아요.저리가믄다믄십원이라도싼건사실이여.근디구태여그리안가지.여기서가져가.
…긍께나도모르겄어.저리가믄싸고그렁게간단헌디.나도모르겄어.미스테리여.”
-보성〈미력슈퍼〉단골아저씨,마트를두고왜굳이더비싼이곳에오냐는질문에(190쪽)

책의구성

이책의목차에는답사과정과지은이들의시선이그대로녹아있다.실제로답사의시작이그러했듯이1부에서는구멍가게가놓인물리적환경(마을안,마을입구,학교앞등)을따라가면서위치적특수성과맞물려가게가담당하고있는고유한역할들을살펴보았다.
그런데구멍가게의역할은변화하는삶의환경과밀접한관련이있어서통시적측면에서구멍가게가흘러온양상을짚어볼필요가있었다.그래서2부에서는구판장,상회,슈퍼,마트,편의점에이르기까지구멍가게가내건다양한상호에주목하여이러한간판의이면에서시대가바뀜에따라나름의방식으로변화를모색해온구멍가게의과거와현재를들여다보았다.
3부에서는본격적으로가게안으로들어가좀더밀착된시선으로구멍가게를관찰했다.그리하여현실적필요가만들어낸가게마다의참신한인테리어와,과자ㆍ라면ㆍ담배등익숙한상품들에담겨있는생활문화사의일면을통해구멍가게의또다른의미를찾아보았다.
사실이러한이야기들은모두사람살이로귀결된다.답사를마무리할때마다늘도달했던결론도결국은이모두가‘삶’이라는것이었다.그래서4부에서는삶의현장으로서의구멍가게에주목해,구멍가게를배경으로치열하게울고웃었던사람들의이야기를담았다.이를통해마을공동체내에서구멍가게의존재의의는물론,구멍가게와더불어살아온개인의삶의가치를되짚어보고자했다.

‘어쩔수없음’의고단함과힘
분투하는저마다의삶에위로를건네다

이책이구멍가게에대한다양한면모를보여주지만,늘그바탕에깔려있는정서는가게주인들의고단함이다.농촌마을에서구멍가게를운영한다는것은농사지을땅한평갖지못해,자식들을돌보며벌어먹어야해서,어쩔수없이선택한마지막길인경우가많았다.동네이웃이기도한가게손님을상대하는일은결코쉬운일이아니다.진상취객을상대하는일부터외상값받아내고떼이는일,농번기면쉴새없이들이닥치는진흙투성이술참손님들…한편으로1990년대이후로농촌인구감소에따라줄어가는손님과읍내에들어선대형마트때문에운영자체가힘들기도하다.

“동네아저씨가뭐라냐믄자고인나서간을싹빼갖고못에다걸어놓고나오래.첨에는그게무슨소린가했제.간을빼갖고못에다걸어놓고나오래니.그니까는그만큼속이썩어야되는거니까,인내심이강해야되니까는쓸개가없이장사를해라그말이여.
…이런가게에서술팔아가지고돈버는거는진짜귀신도맘대로못쓸거예요.”
-구례〈죽마리구판장〉주인아주머니(382~383쪽)

“참나도가이내때는웃는게인사였어.그른디이른장사를허고인을치다보니까그리됩디다.나도모르게큰소리가나지고된소리가나지고그러드라고.욕도잘해나.이동네서욕보악보그러믄나.통해부러.”
-여수〈풍류주막〉주인아주머니(432쪽)

이처럼아슬아슬하리만치곡절많은가게주인마다의사연을듣다보면안타깝고마음이무거우면서도,이상하게한켠에서힐링이되는느낌이들기도한다.이는아마도동질감과공감일것이다.이분들만큼은아닐지라도,저마다때때로어쩔수없는선택에직면하고그에따른고단함을겪곤하기때문이다.하지만한편으로그어쩔수없음이,그물러설데없는절박함이또한삶을다시금일으키는힘이되어주기도한다.그렇기에이책은‘그렇게/그럼에도삶은계속된다’는것을새삼일깨워주는삶의치유제이기도하다.
지은이들이이책을펴내기까지의과정에도그러한우여곡절이있었다.2014년에답사를마치고글을쓰기시작했지만,건강문제등으로하릴없이중단되고말았던것이다.그러다우연히다시찾은구멍가게가문을닫거나모습을바꾼것을보고,더이상지체하면안되겠다는생각으로글줄에쌓인먼지를쓸어낼용기를냈다.그런데그사이에세상은질주만이능사가아님을,이러한오래된것들의가치가소중함을더욱절실히깨달아가게되었으니,오히려이책이출간되기에더적절한시기가된듯하다.
아무쪼록손바닥만한구멍가게가전부인채살아온분들,스스로먼지같이보잘것없는인생이라고말하는그분들께,그리고저마다의자리에서열심히오늘을살아가는모든분께이책이한자락의미있는위로가되었으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