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소녀의 탄생 (1950년대 여성 독서의 문화사)

문학소녀의 탄생 (1950년대 여성 독서의 문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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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scription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여성문학의 기원을 탐색하다
1961년, 여고생 작가 양인자가 중학교 3학년 때 쓴 소설 《돌아온 미소》가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출판되어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랐다. 같은 해, 소아마비로 학교교육을 전혀 받지 못한 열아홉 살 문학소녀 백혜자의 첫 시집 《소라의 꿈》도 출간되어 화제가 됐다. 두 문학소녀가 비슷한 시기에 등장하게 된 것은 우연이었을까?

이 두 소녀의 10대 시절을 관통하고 있었던 1950년대는 미군정기부터 강력하게 추진된 한글교육의 성과로 문맹률이 현저히 낮아지고 초등의무교육 시행과 함께 폭발적인 교육열로 전국의 학교와 학생 수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문맹이 지배적이었던 사회에서 읽고 쓰는 능력이 보편화되고 문자를 통한 사회적 소통이 일반화된 것은 1950년대의 두드러진 변화였다. 이제 여성에게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은 소수의 지식인 여성만의 전유물이 아닌 대다수 여성의 보편적 생활조건으로 간주됐다. 여성 독자의 증가는 1950년대 소설의 대중화와 통속화 경향을 촉발시켰는데, 여성들이 즐겨 읽는 신문연재소설과 잡지의 통속소설이 남녀 간의 성적 유혹과 갈등을 중심으로 한 멜로드라마적 로맨스로 일관하고 있었던 것은 여성 독자의 독서취향이 반영된 결과였다.

이러한 배경을 바탕으로 이 책은 글을 읽게 된 여성들이 문학예술의 세계에 몰입하게 된 과정을 학교교육과 여성잡지 문예교육의 구체적 사례분석을 통해 재구성한다. 또한 1950년대 문학취미를 본격적으로 공유하게 된 여성 독자의 문학 이해방식과 소설 수용양상, 글쓰기의 욕망을 살펴봄으로써 한국 독서계와 문화계에 등장하게 된 ‘문학소녀’의 정체를 규명하고자 한다.
저자

김윤경

동국대학교에서국어국문학을전공하고같은대학에서현대문학소설전공으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동국대학교다르마칼리지에서조교수로재직중이다.1950~1960년대독자사회학분야에관심을갖고대중독자시대의글쓰기와독서의문화적의미를연구하고있다.공저로《미국과아시아:1950년대세계성의심상지리》,논문으로〈1950~60년대펄벅수용과미국〉,〈1950년대미국문명의인식과교양여성담론:여성독자의글쓰기를중심으로〉,〈1950년대근대가족담론의소설적재현양상〉등이있다.

목차

서론:1950년대와‘문학소녀’라는독자집단

1장해방후문예교육과문학소녀의탄생
1.해방후문맹퇴치와읽고쓰는행위의보편화
2.문학작품을활용한국어과교육과정
3.문학을탐독하는(여)학생들
4.문인교사와문예교육
5.남학생과여학생의문학관차이
6.문학소녀들의잡지《女學生》

2장소녀문학과문학소녀의망탈리테
1.여고생작가에서소녀소설작가로:《하얀길》,《감이익을무렵》
2.문학소녀의베스트셀러:《돌아온미소》,《소라의꿈》
3.‘비애’와‘번민’이라는문학소녀의망탈리테

3장출판시장과여성독서공동체형성
1.대중지의성공과새로운독자집단의창출
2.잡지시장의격변과문학의대중화·통속화문제
3.잡지시장의부침속여성지의성공전략
4.가정주부라는독자집단

4장여성지의연재소설속여성서사
1.여성가장의파경과재혼
2.정조잃은여성의배우자찾기
3.전후지식인여성의성장서사

5장여성지의문인에세이와지상문예강좌
1.여성지의문인에세이:글쓰기를통한‘생활의발견’
2.여성지의문인에세이:낭만적과거를향한노스탤지어
3.독자선후평과문예교실:센티멘털리즘의경계
4.〈독자문예〉를매개로한센티멘털리즘의공유

6장여성지의인생상담과여성독자의글쓰기욕망
1.실화양식의유행과여성의글쓰기욕망
2.신여성이쓴애욕의자서,〈일즉이妾되얏든몸으로〉
3.주부독자가쓴애욕의자서,〈인생십자로:朴과美子와나〉
4.비극적자서의공유,전후여성들의글쓰기

7장‘자기구성의기획’을향한문학소녀들의글쓰기
1.글쓰는여성의문학적표상:《실낙원의별》
2.불온한여대생의자전적글쓰기:《슬픔은강물처럼》

결론을대신하여


참고문헌

출판사 서평

여성에의한,여성을위한여성문학의기원을탐색하다

“책상앞에앉으면내인생노정의지침이되어준문학서적이언제나처럼시야에들어오고생의긍정에서오는생명의외침을부각시킨것이드디어《소라의꿈》이란형태를갖추어나의책상으로돌아오는것을보았을때나는인간만이가지는가장고귀한의미를발견했습니다.”
-백혜자,〈슬픔을깨닫고〉,《경향신문》,1961.2.18.

“‘문학은인생의기록이요,또인간자체이다.좋은인간이라야좋은작품이나온다.먼저인간을알고인간을배우라.그다음에필법이필요하다’라고한톨스토이의말을되씹으며프라우조르게의계절속에서나는소리없이외쳤다.‘나는먼저인간을배워야한다’고.”
-양인자,〈아버지그리운마음으로〉,《경향신문》,1961.12.9.

1961년,여고생작가양인자가중학교3학년때쓴소설《돌아온미소》가세간의주목을받으며출판되어베스트셀러반열에올랐다.같은해,소아마비로학교교육을전혀받지못한열아홉살문학소녀백혜자의첫시집《소라의꿈》도출간되어화제가됐다.두문학소녀가비슷한시기에등장하게된것은우연이었을까?
이두소녀의10대시절을관통하고있었던1950년대는미군정기부터강력하게추진된한글교육의성과로문맹률이현저히낮아지고초등의무교육시행과함께폭발적인교육열로전국의학교와학생수가급증하던시기였다.문맹이지배적이었던사회에서읽고쓰는능력이보편화되고문자를통한사회적소통이일반화된것은1950년대의두드러진변화였다.이제여성에게읽고쓸수있는능력은소수의지식인여성만의전유물이아닌대다수여성의보편적생활조건으로간주됐다.여성독자의증가는1950년대소설의대중화와통속화경향을촉발시켰는데,여성들이즐겨읽는신문연재소설과잡지의통속소설이남녀간의성적유혹과갈등을중심으로한멜로드라마적로맨스로일관하고있었던것은여성독자의독서취향이반영된결과였다.
이러한배경을바탕으로이책은글을읽게된여성들이문학예술의세계에몰입하게된과정을학교교육과여성잡지문예교육의구체적사례분석을통해재구성한다.또한1950년대문학취미를본격적으로공유하게된여성독자의문학이해방식과소설수용양상,글쓰기의욕망을살펴봄으로써한국독서계와문화계에등장하게된‘문학소녀’의정체를규명하고자한다.

1950년대,문학소녀작가와문학소녀독자가탄생하다

해방후한글교육의확대로문맹률이줄어들고미군정의용지공급으로각종잡지와출판물이증가하면서여성독자는출판시장의중요한독자집단으로부상하게된다.《여학생》,《여원》,《주부생활》등여성독자를대상으로하는잡지가성공을거두면서여성의독서취향은잡지출판계의중요한마케팅수단으로활용된다.연애소설의연재,낭만적향수와감상적삶의태도를그리는문인에세이의연재물은여성독자의취향을적극적으로반영한결과였다.
여성지의독자문예를계기로여성독자의글쓰기욕구는더욱확대되어문단의공식적인추천과정을거치지않은여성작가의출판물이등장하는결과로이어졌다.양인자,백혜자와같은10대소녀의소설과시가출간되어대중의관심을받는가하면10대소녀작가출신인신지식이‘소녀소설’이라는장르에특화된작가로부상하기도했다.
문학소녀작가가문학소녀독자와공유하던정서는간절하게욕망한소통과표현의욕구가번번이좌절되는현실인식에있었다.소녀다움의순수함과수줍음의미덕은온전히말과글로써자기를표현할수없는한계를갖고있었기에소녀의언어는필연적으로오해와소통의좌절을동반하고있었다.신지식,양인자,백혜자의소녀문학은소통의좌절을경험하며형성된비애와번민이라는문학소녀들의망탈리테(집단적감정구조나공통된집합적·사회적심리상태)를그리고있었기때문에문학소녀독자들의공감과지지를얻을수있었다.

여성,자신의삶에대해스스로이야기하기시작하다

해방후한글세대로성장한문학소녀들과는별도로일정수준의교육을받은성인여성들은가정주부독자,여대생독자등성인여성독자의블록을형성하고있었다.이들은문학소녀들의‘소녀다움’과는다소성격이달랐지만,‘여성’독자라는공통된정체성으로글쓰기를매개로한사회적소통에참여하게된다.이들의글쓰기는한국전쟁이후잡지출판계에서두드러진여성독자의자전적스토리텔링과논픽션서사물의유행으로이어졌다.이러한실화와논픽션의유행은소설이대중의삶의구체성을따라가지못하고있었던현실과관계가깊다.전쟁이전에도이후에도여성에게있어서가장큰관심사는사랑과연애,결혼의문제였다.
그러나한국전쟁은기존의사회질서와가치체계를급속도로변화시켰고,여성의현실을지배해온낭만적사랑과연애,결혼의서사는이제그효력을다한것처럼보였다.여성은전쟁통의피란지에서또는환도후의어수선한도시에서생계를위해고독한가장이되어야했고,다양한유혹으로부터스스로를보호해야했다.이에따라여성은일상적으로맞닥뜨리게되는생계와유혹의문제를해명할새로운삶의서사를필요로하게됐다.자기삶의문제를해명할수있는마땅한서사가부재한상황에서독자는스토리텔링의주체가됨으로써새로운삶의서사를모색하고자했고,전후실화양식의유행은이러한배경에서나타난현상이었다.‘어찌하면좋을까요’,‘해답을알려주세요’등의말로끝나는이들여성독자의스토리텔링은여성독자들사이의공감과유대감을형성하는매개체가된동시에여성의구체적삶의경험이하나의텍스트로인식되는결과를낳았다.여성독자는소설보다더소설같은자기삶의스토리텔링을통해서스스로텍스트생산자가되어,문학이삶이되고삶이곧문학이되는현실인식의태도를갖게된것이다.

독서와글쓰기를통한현실인식과자기삶의서사화

여성독자의문학적감수성또는센티멘털리즘은이들이문단에진출하여창작에참여할수없는한계로간주됐던반면,상업적출판시장에서는적극적으로수용되면서문화소비자로서의여성적취향으로특화됐다.이들은본격문학과의관계에서하위문학으로위계화됐지만,여전히출판시장내의영향력있는문화소비자집단으로존재하면서자신들의문예취향에부응하는다양한소설형식을탄생시켰다.1950년대김내성의신문연재소설《실낙원의별》은연애소설을탐닉하는여성인물이소설과현실을구분하지못하는어리석은독자가아닌,현실의균형감각을지닌지적인독자로서연애소설을통해자신만의개성적연애관과인생관을모색하는주체적인물로제시되고있어주목된다.
독서와글쓰기를통한현실인식과자기삶의서사화는전후여성삶의서사를새롭게구성해야만하는여성독자일반의현실적문제와관련된다.문학적경험을통해서든삶의문학적형상화를통해서든간에삶의서사를구성하려는여성독자들의적극적인시도는기존의서사가더이상자기삶을설명해주지못한다는위기감에서출발했던것이다.삶의해답을구하기위해서든,전후여성의현실을공감함으로써집단적정체성을확인하기위해서든여성독자의스토리텔링의욕구는자기삶의경험을문학적으로서사화하려는시도로드러났고,이는전후여성의현실인식태도이기도했다.
최희숙,신희수와같은여대생작가의등장은1950년대여성독자의형성과정,그리고대중소설과순수소설에대한위계가강조되기이전소설의대중성에대해비교적관대한태도를보였던1950년대적특징에서비롯된것이었다.1960년대에이르면자기체험을서사화한수기나연애소설이더욱유행하게되는데,대중적성공에도불구하고대중문학과순수문학의경계와위계가강화되어가고있었던배경에서이러한자기서사,특히여성의연애경험에대한자기서사양식은본격문학에포함될수없는아마추어적인통속소설로제외됐다.그러나이들여성서사물의과잉된센티멘털리즘과통속성의배경에는1950년대여성독자의독서와현실인식태도가근거로자리하고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