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권V와 명랑소녀 국민 만들기 (1960-70년대 과학주의담론과 젠더의 정치학)

태권V와 명랑소녀 국민 만들기 (1960-70년대 과학주의담론과 젠더의 정치학)

$20.52
Description
박정희 시대의 근대화 프로젝트 특명
“과학주의로 국민을 계몽하라!”
근대의 발전은 과학기술과 함께 이루어졌고, 우리의 삶도 과학기술을 통해 구성되었다. 그러나 항상 궁금하지만 질문되지 않았던 과학과 기술은 우리에게 지식과 실용 정도의 상식적인 구분법이 전부였다. 왜 항상 과학기술이란 묶음으로 담론화되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는지, 그러한 산업적인 방식으로 과학을 전유할 때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이런 질문들은 인문학의 연구영역이 아니라는 핑계와 함께 침묵되곤 했다. 사실 많은 인문학 연구자들의 고민은 실제 우리 삶을 구성하는 근대성의 큰 부분인 과학기술을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급속한 디지털 기술 발전은 가상세계와 현실세계의 구분이 더 이상 무의미한 세계가 도래했음을 보여준다. 그 때문에 디지털 리터러시, 과학교양교육도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패러다임이 형성되는 1960-70년대 연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금 우리 삶을 구성하는 기술사회의 출발점이 되는 시기를 이해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기술 발전이 어떤 방향, 어떤 속도를 이념으로 삼았는지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이 시기에 대한 이해는 현재 과학교양교육을 위해서도 의미 있는 작업이다.
저자

이선옥

숙명여자대학교국어국문학과를졸업하고동대학원에서박사학위를받았다.현재숙명여자대학교기초교양대학교수로재직하고있다.『여성과사회』,『실천문학』,『내일을여는작가』등에서편집위원으로일했으며,한국여성문학학회회장을역임한바있다.여러잡지에서편집위원으로활동했던경험을통해잡지의담론형성과변화에관심을갖게되었다.지식담론이면서도대중독자와직접만나게되는잡지의담론변화는한시대의지배담론이부상하고쇠퇴하는과정을보여준다.이책은1960-70년대잡지를통해한시대의지배이념으로과학주의를추출하고민족주의,가부장제와결합되는담론지형을읽어내려는시도이다.그외에「페미니즘소설의감정지도그리기」,「히스테리와노동:1970,80년대여성전업작가의등장과여성글쓰기주체의신체성」등의평론에서는감정연구에대한연구주제를넓혀가고있다.지은책으로『한국소설과페미니즘』이있으며,함께지은책으로『『여원』연구:여성,교양,매체』,『친일문학의내적논리』,『일곱가지여성콤플렉스』,『내안의여성콤플렉스7』등이있다.

목차

머리말

1장국가주의,과학주의,젠더
1.민족주의,국가주의그리고젠더정치학
2.민족(국가)그리고과학과젠더
3.과학과과학주의

2장과학주의수용과젠더:우생학에서기술민족주의까지
1.과학이라는용어의등장과애국계몽
2.식민지시기:우생학과사회진화론
3.1960-70년대기술결정론과기술민족주의
4.국가동원:우주과학,강철신체,피흘리는비체
5.과학,남성적권력이만들어낸지식의형태

3장1960-70년대기술민족주의와기술결정론:『사상계』
1.무성적잡지의내면화된젠더위계화
2.‘과학하는정부’,‘과학하는국민’
3.보편적민족주체의재구성:감정적여성성의하위위계화
4.합리적이성주체선망:감정배제의남성성재구성

4장1960년대『학원』의과학주의담론과소년의재구성
1.우주과학담론과소년의재구성
2.스페이스오페라와소년영웅:괴물,사이보그,젠더의재구성

5장감상적소녀의재구성과생활표준화:『여학생』
1.호르몬과사춘기:감상적소녀의과학적재구성
2.명랑소녀/불량소녀의이분법과박정희근대화프로젝트의국민만들기

6장여성의교양,과학화와쉐임컬쳐:『여원』
1.테일러주의의생활화와감상적여성성의열등화:여류현상문예
2.수치화된가정생활‘과학적주부’,서구선망:『나는코리안의아내』

7장기계신체선망과여성혐오사회의구조화
1.여성혐오는왜남성성의위기에강화되는가
2.남성성불안은어떻게여성혐오정동으로발현되는가
3.혐오발화와동성사회적욕망
4.과학주의와기계화된남성성
5.불완전함을인정하는사회를위하여

출판사 서평

“‘기술은사회와무관하게중립적으로발전하며,특정한집단에이익을주는것이아니라모든사회집단에공동의선이된다.’이러한기술에대한무한신뢰는1960-70년대의과학주의담론을특징짓는기술결정론의신념이었다.그렇다면과연과학은객관적인가?기술은정치와무관한것인가?”-〈머리말〉에서

박정희시대의근대화프로젝트특명
“과학주의로국민을계몽하라!”

근대의발전은과학기술과함께이루어졌고,우리의삶도과학기술을통해구성되었다.그러나항상궁금하지만질문되지않았던과학과기술은우리에게지식과실용정도의상식적인구분법이전부였다.왜항상과학기술이란묶음으로담론화되고그것을당연하게여기는지,그러한산업적인방식으로과학을전유할때무엇을놓치고있는지,이런질문들은인문학의연구영역이아니라는핑계와함께침묵되곤했다.사실많은인문학연구자들의고민은실제우리삶을구성하는근대성의큰부분인과학기술을제대로읽어내지못한다는점이다.최근의급속한디지털기술발전은가상세계와현실세계의구분이더이상무의미한세계가도래했음을보여준다.그때문에디지털리터러시,과학교양교육도점점중요해지고있다.
이책은우리나라의과학기술패러다임이형성되는1960-70년대연구에초점이맞춰져있다.지금우리삶을구성하는기술사회의출발점이되는시기를이해하는것은우리사회의기술발전이어떤방향,어떤속도를이념으로삼았는지성찰할수있는계기가될수있다.그런점에서이시기에대한이해는현재과학교양교육을위해서도의미있는작업이다.

과학주의를통한근대적인국민만들기

1960-70년대는박정희근대화프로젝트의일환으로과학기술이정책적으로육성되고계몽의도구로동원되던시기였다.1962년제1차과학기술진흥5개년계획을세우고,1966년한국과학기술연구소설립,1967년1월과학기술진흥법제정,1967년4월과학기술처설립이이어졌다.연이어과학기술개발장기종합계획(1967-1968)을발표하고과학기술개발에박차를가했다.1973년‘전국민과학화운동’이전개되면서1970년에는과학기술이유신의국민계몽운동으로전면에배치되는특징을보여준다.‘과학대통령박정희’라는신화처럼과학기술은근대화를이끄는도구이면서국민계몽의가장중요한지식이었다.국민만들기의한방법으로과학적계몽이동원되었을때정치와과학과국민(남성/여성으로구분된)은어떤관계를맺고,어떤삶의규율속에서삶을구성하게되는가.민족(국가),과학주의,젠더를키워드로삼은이유도근대이후우리삶을구성해온핵심적인이념들이어떻게국민을생산하고생활을구성해왔는가를살펴보기위해서다.따라서이글에서사용하는‘과학주의’는객관적지식으로서의과학이아니라,과학적담론이모든것을설명할수있다고믿는과학만능주의,마술적조력자로서의이념적도구를의미하는용어다.

1960-70년대과학주의담론의개념과역사적배경

1장에서는‘민족(국가)주의와과학주의,젠더’가교차하여작동하는과정을설명한다.민족(국가)과젠더의정치학은국민만들기의한방법으로개인을호명하는방식을보여준다.국민만들기에서는여성성과남성성의요소를재구성하는방식으로공/사영역의경계를변동시키고,남성주체를어떻게온전한노동력주체,기계신체로재구성하는지를분석한다.또한여성주체가어떻게재생산주체로구성되면서비체로버려지는지,그과정을이해하는것이왜중요한지를설명한다.
2장에서는‘과학주의의수용양상’을소개한다.애국계몽기의사회개조론,식민제국주의의우생학,1960-70년대기술결정론까지각시기의대표적인과학주의이념을설명하고,그러한과학주의가형성하는사회적위계만들기의특성을분석한다.사회개조론에서는동양의쉐임컬쳐만들기가이루어지는과정을이해할수있으며,일본제국주의가전파한우생학에서는식민지배논리를만드는과학적논리를발견할수있다.기술결정론에서는젠더를동원한우월한남성주체만들기가이루어지며,그과정은의학,과학담론으로자연화되고있음을볼수있다.과학주의가정치와어떻게연관되어왔는지그흐름을파악하면서이시기를이해하면좀더정치적동학을이해하기가수월해질것이다.

『사상계』의기술민족주의와기술결정론

3장‘1960-70년대기술민족주의와기술결정론’에서는이시기의지성사를대표하는잡지『사상계』를중심으로이시기의이념적특징을기술민족주의와기술결정론으로추출하고분석한다.새마을운동의생산성담론,군사주의와더불어과학주의는박정희정부의산업화드라이브의주요이념으로등장하여산업화정책을받아들이는이념적기반이된다.특히기술민족주의와기술결정론은과학기술이모두에게선이된다는이념으로써과학기술의정치적권력화를지우는데유효하게작동하는원리가되었음을밝히고자했다.이잡지는특이할정도로여성과관련된논의가없는무성적특징을보여준다.한시기의지성사를이끌었던잡지라고본다면여성에대한무관심이연구의대상이될정도다.물론『사상계』의실존주의적관점이보편주체를설정하기때문에남녀를구분하지않는평등주의적사상에기반을두었다고평가하기도한다.그러나표면적인무성적성격과달리기술결정론,기술민족주의가무방비하게생산성담론과맞물려들어가게된다는점을생각해보면,기계적남성성을만드는젠더기획에동원되는무성찰성을사상적한계로지적하지않을수없다.

『학원』의SF소설과과학담론

4장에서는『학원』을괴물,사이보그,젠더라는키워드로분석한다.다나해러웨이의괴물이상징하는정체성지도의경계에대한해석은특히SF소설과담론이전개된『학원』의분석에유용하다.그외로지브라이도티의변신개념,캐서린헤일스의포스트모던신체에대한이론은과학주의담론이우주와신체변형,괴물에대한상상력이시작되는이시기의정체성형성을분석하는키워드가되어줄것이다.『학원』이내세운청소년교양의두축은문학과과학이었다.그중에서과학담론은우주과학지식의소개와우주시대정체성탐색을한다는점에서포스트휴먼논의가시작된중요한기점이라할수있다.우주괴물,외계생물,로봇,인조인간등잡종적요소들이등장하고신체증강과변형,대체등이일어나는혼종적정체성을탐색하는플랫폼이되었다는점에서새롭게읽어야하는잡지가바로『학원』이다.이잡지의담론과서사를통해스페이스오페라장르의우주모험활극이주로게재된특징과소년영웅만들기에서근대기술사회로가는지점의남성중심국민만들기를살펴볼수있다.

『여학생』이구성한소녀의개념과여성성

5장‘감상적소녀의재구성과생활표준화’에서는『여학생』을중심으로소녀의개념이구성되고사춘기에대한과학적·의학적담론들이어떻게여성성을자연화하는가를살펴본다.이잡지는1965년12월창간된후1990년재정난으로폐간할때까지지속적으로발간된명실상부여학생-소녀를독자로한대표적인잡지다.이잡지에서는여성으로성장하는전단계로서사춘기소녀라는개념이등장하고몸에대한의학적지식과정신에대한과학적설명을통해소녀의개념을만들어가는특징을보여준다.‘한송이꽃’,‘봄처녀’로표현되는‘평범하면서도서민적이고그러면서도고결한것을늘동경하는소녀,안으로찬생명감이조용히밖으로흘러넘치는소녀’는이잡지가지향하는소녀상이라볼수있다.소녀의특성으로제시되는감상적여성성과의학적·과학적설명을통한자연화과정,신체관리와감정관리를통한생활표준화등은과학적담론이몸에각인되고생활로구현되는신체화과정을보여준다.

『여원』에나타난과학주의와열등한여성성의위계화

6장‘여성의교양,과학화와쉐임컬쳐’에서는『여원』을중심으로과학주의담론이과학적이성을우월한자질로평가하고감상적여성성을열등화하는위계화과정을분석한다.잡지는단일한이념으로구성되기보다는지배적이념과부상하는이념,쇠퇴하는이념이담론적투쟁과경합을이루는장이다.이러한담론적경쟁의직접성을분석하기위해논설,평문,수기,기사등을분석하고그외탐방기,번역기사,독후감등다양한장르로제공되는서구인물소개란,서구적과학지식을소개하는기사들을분석대상으로삼았다.『여원』에실린생활의과학화와서구여성들의합리적삶에대한선망,그리고여성작가들의작품과현상문예당선작들에나타난감상적여성성의특징을분석한다.

산업화시대의감정적여성성혐오

7장‘기계신체선망과여성혐오사회의구조화’에서는감정혐오와감정적여성성혐오로이어지는급속한산업화시대의남성성/여성성의관계에대해분석한다.100%노동력으로기능하는생산성담론의남성성을구성하는과정은기계신체를선망하고,기계신체에대한상상적통일성을위협하는요소들은모두혐오하고제거하는과정이었다.인간의취약성을드러내는특징들은여성성으로구성되는데,특히소녀는이러한젠더기획의핵심개념이라할수있다.사춘기감정관리(센티멘탈리즘)와신체관리(생리혈,성교를통한오염등은모두통일성을위협하는위험한요소가된다)에대한과학적설명들이등장하며,감정적이고불완전한신체가소녀의특징이된다.기계적남성성을구성하기위해버려야할인간적특성들과이를관리하는다양한담론들이‘소녀’의개념을중심으로전개되었음을발견할수있다.
이러한소녀의개념과대비되는위치에‘소년’의개념과로봇신체에대한선망이자리잡는다.〈우주소년아톰〉,〈마징가Z〉등의일본의거대로봇만화와그변주격인〈로봇태권V〉가소년들의꿈을사로잡았다.이시기어린시절을보낸사람들이라면잡지와TV,극장에서접하기시작한로봇만화의세계에매료되었던기억이있을것이다.과학에대한급속한관심,우주개발전쟁과핵개발에대한정치적관심이이시기잡지들의지배적담론으로떠오르기시작한것이다.소년들의로봇열망은강철신체에대한선망과관련있어보인다.인간적이고동물적인취약성을혐오하고,완벽한통일성을추구하는상상력이기계신체에대한선망으로남성성을구성한다.